안도현은 너무도 유명한 시인이다. 또 그는 동화로도 유명해졌다. 그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따스해진다. 그러니 안도현 시집을 발견하면 안 살 수가 없다. 그것이 새책이든 헌책이든.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도 역시 실망을 하지 않았다. 많은 시들이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첫번째 시, '간격'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른 존재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라는 말이 있다. 적절한 거리가 결국 사람들 관계를 좋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너무도 가까이 하려고 하면 그 가까움으로 인해 멀어지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아낀다는 마음으로 너무 멀어지면 다시 가까워지기 힘들어진다. 이렇게 거리는 관계에서 중요하다.

 

나와 너라는 관계에서 거리는 그 관계를 지속해 나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중용'을 중시했다.

 

중용, 그냥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런 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이 바로 '중용'이다. 이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다른 존재들과 함께 지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안도현은 나무에서 이런 '중용'을 본다. 그에게서 '간격'은 바로 '중용'이다.

 

간격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

기어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창비. 2005년 초판 8쇄. 10쪽.

 

나는 과연 간격을 잘 지키며 살고 있었을까? 너무 가까이 있어 상대에게 부담을 주고, 그를 힘들게 하지 않았던가. 너무 멀리 있어 상대가 다가오지 못하게 하지 않았던가. 내가 만나는 존재들에게 나는 과연 적당한 간격, 적절한 거리인 '중용'을 지키며 지내왔던가.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을 못하겠다. 간격을 잘 지키지 못해서 일으켰던 갈등이 얼마나 많던가. 그런 갈등들을 통해 내게 필요한 간격, 거리를 배워오지 않았던가.

 

그런 삶을 살아왔다면 내가 만든 관계도 숲을 이루어야 하는데... 과연 나는 관계의 숲을 이루었던가 자문하게 만드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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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8 0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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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8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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