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보 칼맨, 디자인으로 세상을 발가벗기다 - 대화 11
이원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디자인에 관심을 지니고 있지만, 어떤 디자인이 좋은지는 알지 못하고 있다. 디자인이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살아가면서 디자인을 딱히 의식하지는 않고 있다.

 

어쩌면 숨쉬는 것과 같이 디자인도 그냥 삶에 묻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그리고 드러난 디자이너들이 있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티보 칼맨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 책을 보았다. 그동안 전혀 듣지 못했던 이름이다. 책을 펼치니 그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나오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던, 아니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컬러스COLORS'라는 잡지의 편집자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했단다.

 

물론 그가 차린 회사도 있고, 다른 많은 작품도 있지만, 디자인을 감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실생활에 접목시틴 뉴욕 42번가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배울 점은 디자인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라고 하는 것, 디자인이 그림을 잘 그리거나 상상력이 뛰어나거나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 바탕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특정한 재주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라는 것, 그렇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 티보 칼맨이 주장하는 디자이너의 자세다.

 

여기에 그는 '버내큘러'라는 말을 강조한다.

 

'버내큘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특정 문화나 지역에서 사용하는 일상 언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버내큘러'는 많은 시간, 열악한 수단, 가난의 결과입니다. 뉴욕에서 볼 수 있는 버내큘러로는 할렘가의 스페인 식료품점 간파이라든가 얼음 배달 트럭을 치장한 그림 등이 있죠. 그런 것들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진정한 고민들이 담겨 있습니다. (83쪽)

 

이것은 바로 사람들, 특히 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디자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래서 그를 사회주의적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한다는데, 사회주의적이라기보다는 공공성을 살리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편도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이 생활과 떨어질 수 없다면 생활에서 사람들에게 좀더 잘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디자이너가 할 일이 아닌가 한다.

 

그가 한 말을 마지막으로 인용한다.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말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이 최종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디자인은 하나의 언어이며 최종 산물을 위한 수단이자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일 뿐입니다. 문제는 무엇을 커뮤니케이션하느냐입니다. 버거킹이냐, 아니면 의미 있는 다른 어떤 것이냐?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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