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합지졸 특공대
박혜지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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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단편소설이 묶여 있는 소설집이다. 소설이란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허구가 공상이 아니라 상상이라고 현실에서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소설이다.

 

그냥 공상에 머무르고 만다면 소설의 생명이 이토록 길지는 않았으리라. 소설이 사실이 아닌데, 마치 사실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 소설 속에서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 그것이 소설가가 지닌 책무일 것이다.

 

박혜지 소설집을 해설에서는 '거짓말의 매혹과 이야기의 미래'라고 했는데... 이 소설에서 백미를 이루는 것은 바로 첫번째 실린 소설, '최고의 거짓말'이 아닌가 한다.

 

갑을병정 네 명이 서로 있음직한 거짓말을 해서 거짓말의 왕을 뽑자는 내기를 하고, 그들이 서로 거짓말을 만들어내는데... 그 거짓말 끝에 왕을 뽑기는 했으나, 때마침 지나가던 유세차량에서 하는 말을 듣고 그들 모두 우울한 기분에 휩싸였다고 하는데...

 

선거유세에서 하는 말이 소설가는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최고의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우리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저는 국민 여러분의 충실한 종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이 한 몸 아낌없이 바치겠습니다.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여러부운!" (30쪽. 최고의 거짓말 끝부분에서)

 

부연 설명이 필요없는, 거짓말 중의 거짓말이 바로 이런 정치인들이 선거 유세 때 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그들에게는 말에 대한 책임이 없다. 그렇지만 그럴 듯한 거짓말, 우리가 듣고자 하는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이기에 이 거짓말이 통하는지도 모른다.

 

이것을 이 소설에서 참으로 씁쓸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문제적 개인이 사회에 맞서 싸우는 내용이 아니라 비루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기 자리를 잡으려고 아등바등 대는 모습을 소설에서 표현하고 있다.

 

제목이 된 '오합지졸 특공대' 역시 그렇다. 모두 병신들만 모였다는 특공대, 한쪽 팔, 다리, 눈, 귀가 정상이 아닌 사람들... 이들이 모여 무엇을 하겠다고 특공대를 조직했지만 그들이 잡은 것은 길고양이 한 마리...

 

우리는 이토록 비루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한 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을 비웃으면 안 된다. 이들도 무언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소설의 힘이다. 이야기의 힘이기도 하고... 비록 정상이 아니고, 약한 존재들이고, 사회에서 소외된, 무시당하는 존재들이지만 이들 역시 특공대를 만들고 자신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

 

누군가가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길고양이 한 마리를 잡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함께 해나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래야 다른 일도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 소설집은 이런 식으로 웃음을 주지만은 않는다. 읽으면서 참담한 마음이 들게 하는 소설도 있다.

 

바로 '동백'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것, 이 와중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문학(이 소설에서는 시라고 할 수 있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다.

 

이밖에도 '거대한 무덤, 공격적 용서'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었고, 이런 소설을 통해서 현실을 재구성해 낼 수 있다.

 

소설이 거짓세계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소설은 허구라는 요소로 사실을 비춰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덧글

 

고맙게도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덕분에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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