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도 못 하는 놈이라는 욕이 있다. 밥값을 하는 것이 사람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는 얘기다.

 

  그러나 밥값 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밥값을 수치로 계량할 수 있을까? 세상에 밥이 되는 것들이 모두 제 목숨을 버려 내 목숨을 유지하게 해주는데...

 

  밥값은 다른 말로 하면 다른 존재들 목숨값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른 존재들의 목숨값이지만, 그들 목숨을 거부할 수 없다. 살아있는 존재들이 지녀야 할 숙명. 다른 목숨으로 살아가는 목숨.

 

그러니 밥값이라는 말은 목숨값이니 그 얼마나 무거운 말인가? 수많은 과거-현재-미래의 목숨값이 내 밥값에 들어 있으니.

 

이 무거운 밥값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 '밥값'이라는 시 중간에 나오는 일상생활. 밥 먹고, 가스불 챙기고 하는 일들.

 

더한 것은 바로 지옥으로 대변되는 가장 낮은 곳을 인식하는 일. 제가 있는 곳보다 낮은 곳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일.

 

내가 다른 목숨들로 내 목숨을 유지하고 있으니, 더 어려운 목숨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일. 그것을 시인은 지옥에 다녀온다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밥값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호승, 밥값, 창비. 2011년. 초판 3쇄.  14쪽.

 

이렇듯 밥값을 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욕으로 하는 밥값도 못 하는 놈이라는 표현은 사라져야 한다. 우리 중에 밥값을 제대로 치르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시를 읽으며 나는 과연 밥값을 하나 하는 반성이 되었는데... 저 사람은 밥값은 하는 사람이야 라는 말...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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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6 0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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