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 - 우울증은 어떻게 빛나는 성취가 되었나
앤서니 스토 지음, 김영선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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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어떻게 빛나는 성취가 되었나'라는 번역된 작은 제목을 달고 있는 책. 영어를 보면 -짧은 영어실력이지만- 이런 작은 제목은 없는데... 오히려 그냥 '인간 정신의 다양한 현상들' 정도로 하면 될 것을...

 

우울증을 앓던 사람들이 그것을 극복해서 자신만의 성과를 거둔 사례들이 이 책에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작은 제목이었지만 그것은 아니다.

 

처칠이나 카프카, 뉴턴에 관해서는 맞다. 제목에 처칠의 검은개, 카프카의 쥐라고 했으니, 이들을 앞장에서 소개한 것도 맞겠다. 그러나 다음부터는 우울증보다는 정신 현상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보면 된다.

 

읽다보면 저자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가령 '진정한 천재는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는 장에서는 광기와 천재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천재와 광기라... 광기와 영감을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신경증적인 면과 정신 질환이 천재들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광기와 천재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 

 

'왜 인간은 폭력적이 되는가'라는 장에서는 인간 사회의 폭력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다. 공격성 자체가 비난받을 것은 아니지만, 이 공격성이 무차별적 폭력으로 발현되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공격성이 폭력성으로 발현되는 경우를 들고 있는데, 알코올과 같은 화학물질, 어린 시절의 학대, 인간의 복종 성향, 가해자와 희생자 사이의 거리(심리적 거리가 아니라 물리적 거리), 두려움사회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인간이라고 여섯 가지의 요인을 들고 있다.

 

이렇게 폭력성이 발현되는 요인을 이야기하면 원인이 나왔기 때문에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즉, 정신 현상을 연구함으로써 공동체가 좀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정신의학이 지닌 힘이다.

 

반대로 이것을 악용하면 정신의학은 사람들의 자유를 그럴 만하다는 의심으로도 구속할 수가 있다. 그렇게 악용된 경우도 있고. 이것에 관한 내용이 '열린 사회에서 정신의학의 책무'라는 장에 나와 있다.

 

딘순한 사례 중심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뱡으로 정신의학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 그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처음 두 장에서 흥미를 유발해서 끝까지 읽도록 만들고 있다. 만약 처음에 처칠이나 카프카로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 책을 계속 읽기는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정신의학이 그다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분야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명인이 어떤 질환을 앓았고, 그 질환을 이겨내면서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를 처칠, 카프카, 뉴턴을 통해서 알 수 있으니, 평범한 우리들 역시 나름대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을 수 있다.

 

누구나 사람들은 자기만의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그 어려움을 피해가지 않고 이겨내려는 노력 속에서 사람다움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이런 정신의학 관련 책이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단지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역시 사람의 정신 현상을 연구하는 정신의학이 알려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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