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 통계와 역사에 문학과 과학이 버무려진 생의 마지막 풍경
하이더 와라이치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이 흥미로워 읽은 책.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 우리들은 모두 죽음을 두려워 한다. 두번은 경험하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렵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지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모르는 것, 아니 알 수가 없는 것에 대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바꿀 수가 없는 것,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 그리고 언젠가 한번은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것이 죽음인데... 이것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지금 현실이 아닌가 한다.

 

너무도 두렵기에 회피하고 싶은 것, 그것에 관해서 의사인 저자가 이야기해주고 있다. 죽음을 늘 곁에서 지켜본 의사가 지금까지 죽어간 사람들에 대해, 죽어가는 모습에 대해, 죽음이 어떻게 변해왔는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무슨 철학적인 사색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죽음을 이겨내기 위한, 아니 죽음을 연장하기 위한 의학기술의 발달과 그 속에서 죽음을 연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이는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피할 수 없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죽음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

 

의학기술이 무척 발달해서 연명치료가 가능해진 이 시대에... 과연 그렇게 목숨을 연장하는 것이 최선인가? 이 질문에 저자는 아니라고 답한다. 그건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쪽에 손을 들어주는데... 그렇다고 안락사를 찬성하느냐 하면 당당하게 찬성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환자가 더이상의 고통을 받지 않고 죽음의 세계에 이르게는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주장은 한다.

 

그렇게 해서 의사가 본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죽음의 모습이 이 책을 이루고 있다. 안락사 문제까지 다루고, 병원을 떠나 사이버공간에서 죽음이 논의되는 현실까지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들은 늘 죽음의 정복을 이야기해왔고 어떻게든 죽음을 막아내기만 하면 된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죽음이 대화의 주제로 떠오를 때 모두가 침묵을 지키면 죽음은 더욱 막강해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잃어버린 수많은 죽음의 면면을 되살려야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죽음은 훨씬 우리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장애를 덜 겪고 외로움도 덜 느끼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죽음에서 없애버려야 하는 측면이 하나 있다. 바로 소통의 부재이다. 우리가 겪는 죽음이 진정으로 이 시대에 걸맞은 죽음이 되려면 죽음이라는 주제를 두고 교실에서, 술집에서, 식당에서, 뒷마당에서, 그리고 두말할 나위 없이 병원에서도 진지하고 차분하게 서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430-431쪽)

 

이 말이 제목 뒤에 붙는 말이 될 것이다. 두렵지만 이야기해야 할 것.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그래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잘 죽는 것, 그것은 바로 잘 사는 것이다.

 

여기에 기반을 두고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치료들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지 생각해야 한다.

 

죽기 전 마지막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과연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사람은 사람으로 죽기를 원한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가 가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래서 저자는 죽음에 대해서 시간-장소를 가리지 말고 이야기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살면, 삶을 더 충실하게 살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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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0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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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13: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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