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 - 우리는 왜 4차 산업혁명에 열광하는가
김소영 외 지음, 홍성욱 기획 / 휴머니스트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어떤 것에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붙였다. 이제는 그렇게 시대가 바뀌었다고, 뒤쳐지면 안 된다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고, 교육도, 경제도, 사람도...

 

그런데 그렇게 호들갑을 떤 지 몇 년 -아마도 2016년부터 이 말이 유행이 되기 시작했다고 알고 있는데- 이 지났는데,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 여전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하루만 지나도 확확 바뀌는 이 시대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온 지가 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그냥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한다든지, 그런 시대에 맞는 일자리, 또는 사람을 양성해야 한다는 말만 나오고 있다.

 

그만큼 실체가 없다. 무엇이 4차 산업혁명이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추상적이다.

 

그냥 그 시대에는 일자리가 많이 없어질 것이고, 기계가 또는 인공지능이 일을 대부분 할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실업자가 생길 것이며, 과학기술이 뒤떨어진 나라는 도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더 살기 힘들어지는 것을 '혁명'이라고 하나? '혁명'이라는 말 속에는 사람들의 삶이 더 좋아진다는 의미가 들어 있는 것 아닌가?

 

일자리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여가 시간이 더 생겨서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실업자가 생기고 비정규직이 더 늘어난다면 그것이 어떻게 '혁명'이 될 수 있나?

 

성장, 성장만을 외치며 앞으로 달려오기만 했던 전세계에 어쩌면 사람들이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분배에, 일보다는 여가를 더 누릴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바로 '혁명' 아닐까.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발전, 그것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그 혁명에 대해서 우리가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데 그것이 아닌가 보다. 뒤쳐지면 안 된다고 언론, 정부에서 계속 강조를 하는 것을 보니... 결국 이것 역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다른 사람들의 삶을 마이너스(-힘들게)로 몰아가면서 자신들이 플러스(+풍요롭게)가 되도록 하는 방향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지구촌이라는 지구에서도 마찬가지. 뒤쳐지는 나라는 더 살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오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것 아닌가 싶은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유독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인다고 한다.

 

다른 나라들도 변화를 추구해야 함을 인정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뭔가 이상하다? 왜 우리나라만? 이 책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요란한 구호들이 과거에도 있어왔음을...

 

박근혜의 창조경제나 문재인 정부에서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이나 그렇게 다르지 않음을, 또한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박정희 정권 때나 지금이나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로부터 추진되는 일들이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결과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고, 이것은 과학기술의 발전보다는 이윤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본적인 과학이 발전하지 않고 오로지 기술만 발전하는 형태가 된다는 것. 4차 산업혁명이라 이름하든 다른 이름을 쓰든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토대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는 것. 과학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없이는 자체 발전은 힘들다는 것.

 

이제 우리나라는 서양을 추격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발전을 이루어야 하는데, 4차 산업혁명 논리는 결국 서양 추격논리에 불과하다는 것. 이런저런 점을 고려하건대,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하는 논리가 사회 전체의 발전, 이익으로는 가지 못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 '유령'이라고 하는 거다. 아직은 제대로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그냥 언론에서 떠들어대고, 정부는 이것을 받아 이렇게 하겠다는 구체적이지 않은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지적.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우리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정책을 펼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에서부터 시작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조금 시일이 지난 책이지만 읽어보면서 생각해 볼 것이 많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