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고른 시집이다. "눈물이라는 뼈'

 

  우리 삶에 눈물이라는 액체가 삶을 더 단단하게 하는 뼈와 같은 고체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아니,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이야기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던데, 그만큼 눈물은 사람을 성숙하게 하는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고른 시집인데, 읽다가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박혔다. 이 시에서 제목으로 나오는 별이 '명왕성'인데, 한때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태양계의 9번째 행성으로 불렸던, 하지만 지금은 행성에서 뻴셈을 당한 별.

 

그 별에 대한 시 구절 중에서 '이곳은 뺄셈이 발달한 나라'('명왕성에서' 부분. 71쪽)라는 시구.

 

더하기, 곱하기만 우대받는 사회에서 빼기, 나누기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괄시받은 우리나라에서 이 시구를 보자 '눈물'도 역시 뺄셈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시집의 3부는 '명왕성에서'에서 시작해 '명왕성으로'로 끝난다.

 

그만큼 시인에게 명왕성은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다고 할 수 있는데... 명왕성이 행성에서 빠졌다는 것, 또 명왕성의 영어 이름이 pluto라는 것, pluto는 하데스의 다른 이름이니 곧 저승의 왕을 뜻한다. 저승이다. 이승에서 빼기가 된 세상. 곧 명왕성이다.

 

저승은 곧 이승을 생각하게 하므로 '명왕성에서 명왕성으로'는 '저승에서 저승으로'가 아니라 '이승에서 이승으로'로 읽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 토대로 이 시집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바로 뺄셈이라고 생각한다.

 

빼야지만 더할 수 있다는 것. 눈물 역시 흘려야지만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더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빼기에 해당하는 눈물은 삶을 더하는 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꼭 그렇게 해석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떠나지 않으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여기에 뺄셈으로 인한 덧셈이 나온다. '고독에 대한 해석'이라는 시에서 빼기가 어떻게 더하기가 되는지 알 수 있다. 

 

  고독에 대한 해석

 

구석기 시대 활을 처음 발명한 자는

한밤중 고양이가 등을 곧추세우는 걸

유심히 보아두었을지 모른다

 

저 미지를 향해

척추에 꽂아둔 공포를 힘껏 쏘아올리는

직선의 힘을

 

가진 적이 많아서

잃어버린 것투성이인 울음이

가진 적이 없어서

잃어버린 것투성이인 것만 같은 울음에게

활을 겨누던 시간들이

흐른 후

 

19세기 베를린에 살던

부슈만 씨도

한참이나 관찰했으리라

기지개를 쫘악 펴고 일어난 길고양이는

일평생 척추에 심어둔 상처로 성대가 트인다는 것을

 

버림받은 이가 버림받은 이에게

마음 여린 이가 마음 여린 이에게 내밀었던

덥썩덥썩 잡았던 손목들이

싹둑싹둑 잘려나갈 때

 

세상 만물이 궁수처럼 흔들림이 없고

사방 천지가 온통 과녁뿐이란 사실이

단지 참혹했을 때

 

그는 집에 돌아와

울음이 그칠 때까지 주름상자를 접고 접어

오로지 탄식만으로 발성하는

아코디언을 발명하게 되었으리라

 

김소연, 눈물이라는 뼈. 문학과지성사. 2018년 초판 10쇄. 110-111쪽.

 

이 시에서도 무언가가 빠져나가야지만 만들어지는 것이 있다. 뺄셈을 통한 덧셈이다. 이런 뺄셈으로 가게 하는 것, 뺄셈을 인식하게 하는 것, 그것이 고독 아닐까. 고독은 그래서 뺄셈이 도달한 극점이고, 이 극점에서 다시 더하기가 시작된다.

 

고독의 끝. 어쩌면 백척간두에서 다시 한 발을 내딛는 것, 처절한 또는 과감한 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빼기는 0으로 또는 마이너스(-)로 가지 않는다. 무언가가 다시 태어난다. 만들어진다.

 

더히기, 곱하기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추구하는 사회가 지금 우리 사회가 아닐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빼기에 대해서, 나누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시인이 말하려고 하는 진실이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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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2 1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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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3 09: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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