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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지음, 김승호 옮김 / 페이퍼로드 / 2018년 9월
평점 :
답이 없다. 이 말이 먼저 나온다. 우리나라 교육을 생각하면, 도대체 어떤 답이 있다는 말인지... 최근에 'SKY 캐슬'이란 드라마가 이야기 중심에 서 있나 보다.
서울대,고대, 연대를 영어 앞 글자를 따서 이름도 찬란한 하늘, SKY라고 하는 것도 우스운데, 이 대학들 중에서도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는 드라마라고 한다. (사실 이야기만 들었지 잘 보지 않았지만 내용은 대충 짐작이 가니...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여기에 무슨 창의융합, 배려, 관계지향, 민주시민, 공동체 그런 역량이 필요하고, 또 포함되는지 모르겠다. 오로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닌지...
그렇게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공부는 마치 다 끝낸 것처럼 다음부터는 공부하고는 멀어지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 어떤 교육이 좋은 교육인가?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은 공허한 울림으로 되돌아오기 쉽다.
정말 답이 없다. 학교는 거대한 입시 기관이 된 지 오래고, 학교만으로는 부족해서 학원이 입시 기관으로 학교 위에 덧칠되어 있고, 이런 학원으로도 모자란지 무슨무슨 컨설턴트(사람들 참, 무언가 일을 할 때 외국어 잘 쓴다... 마치 있어 보이는 양)라고 하여 그 위에 또 덧칠이 된다.
여기서 지식이든 역량이든 어떤 것이 교육되는지 따지지 않는다. 오로지 좋은 교육은 좋은 대학에 보내줄 수 있는 교육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으로 가장 많이 대두되는 것이 - 통계가 잘못되었다든지, 잘못 인용되었다든지 하는 것들을 생각하지 말고 - 학력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학력이라는 말은 진학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며, 진학이라는 말은 곧 좋은 대학에 얼마나 학생을 많이 보냈느냐로 결정이 된다. 여기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습득했느냐, 그 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철저한 결과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그것으로 평가를 하고 있는데, 교육과정은 핵심역량 강화, 학생의 배움 중심 교육, 창의융합 교육, 공동체 정신 함양 등 좋은 말을 다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지식위주의 교육은 안 된다고, 프로젝트 위주의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런 교육과정을 이루고 있는 기본 지침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영국 교육과정을 비판한 책이고, 그것도 2013년도에 나온 책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지금 교육과정이 2015년에 개정된 것이고, 이때 영국을 비롯한 여러나라 교육과정을 참조했다고 하니,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대해 생각하는 참조 자료로 삼아도 부족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론적 배경-> 적용 사례 -> 왜 미신인가?라는 세 과정을 통해서 일곱 가지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일곱 가지 미신을 먼저 살펴 보자. 아니 미신이라는 말보다는 신화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미신이라는 말에는 이미 좋지 않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에 신화라는 말에는 좋음이라는 의미가 함께 하고 있으니.
지식보다 역량이 더 중하다
학생 주도의 수업이 효과적이다
21세기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한다
인터넷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
전이 가능한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
프로젝트와 체험 활동이 최고의 학습법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의식화 교육이다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런 생각이 교육 현장에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역량이 어떻게 발휘되지?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역량이 발휘될 수 있나? 또 학생 주도의 수업이 가능해지려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하지 않나? 아무런 지식도 없는 학생들에게 체험 해 봐라 토론 해 봐라 하면 무엇이 나오지, 제자리에서 겉돌거나 너무도 얕은 수준에서 학습이 끝나지 않나. 뭐가 있어야 전이가 되고, 아는 게 조금이라도 있어야 검색을 하지... 새로운 교육이란 과거를 몽땅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지식 위에서 시작하는 것 아닌가.
위대한 과학자 뉴턴이 왜 위대한가? 모든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 시작했기 때문인가? 그는 과거를 바탕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위대한 과학자가 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는 자신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서 있었기 때문에 과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77쪽)
스마트폰만 있으면 더 많은 지식이 검색되는 시대, 손 안에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시대에 지식 운운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자. 검색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지? 많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검색하는 것과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검색하는 것이 같은가? 아마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목조목 자신의 근거를 들어서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이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사회 경제적 차이가 교육에서도 그대로 차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미 가정에서 많은 지식을 쌓고 학교에서 이런 학습을 하는 아이들과 가정에서 지식을 쌓을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 학교에서 이런 학습을 하는 아이들은 출발점부터 다를 뿐더러 결과도 분명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주교육, 평등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동체를 중시하는 교육을 하는 사람들, 이 점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한다. 무엇이 불평등을 없앨 수 있는 교육인지...
하여 저자는 학교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할 핵심 지식을 정리해야 한다고 한다. 어느 수준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지식을 체계화 해서 교육해야 한다고, 그것이 먼저 시행되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습자 중심, 프로젝트, 체험 활동, 역량 강화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또한 지식과 역량은 따로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임을 명심하라고 한다. 교육현장에서 결코 지식을 홀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 깊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교육에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사회적으로 방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가상 현실이 되게끔 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