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기의 시네마법정
홍승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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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는 이중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를 잃은 학년말에 시간 때우기로 소비되는 재료로 다가오기도 한다.

 

한때 학교에서 소설책을 읽으면 공부 안 하고 뭐하고 있냐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도 지금은 50-60대가 된 사람들 학창시절이 그러했으리라. 이와 비슷한 일이 영화에도 일어나고 있으니, 영화를 학교에서 보면 공부는 안 하고 엉뚱한 짓한다는 소리를 들으리라.

 

소설과 영화. 시간을 죽이는 그런 재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설을 많이 읽고 자란 세대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듯이, 영화를 많이 보며 자란 세대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단 증거 또한 없다.

 

하긴 요즘은 영화도 지겨워서 못 본단 소리가 나온다. 뭐, 영화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1시간 30분에서 길게는 3시간이나 걸리는 영화를 보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영화는 소설 못지 않게 재미도 있고 생각할거리도 제공하고, 다방면으로 유익할 수 있는 매체이다. 어떤 목적을 지니지 않고 영화를 봐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영화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융합이든 통합이든 이런 말 대신에 그냥 영화를 보면 아무 생각없이 시간만 보내는 사람은 없다. 마음 속에서 어떤 울림을 받든, 아니면 도대체 왜 이딴 영화를 만든 거야 하고 비판을 하든, 또는 영화에 출연한 배우를 비평하든, 영화 내용에 대해서 생각을 하든, 감독의 표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보태든 어떤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영화는 영화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화를 매개로 하여 다른 것들과 연결이 된다. 자연스레 융합, 통합이 된다. 이 책은 그런 영화의 속성 중에서 '법'과 연관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가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일은 법정에 가지 않는 것이겠지만, 법정에 가지 않기 위해서도 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영화 속 많은 주인공들은 이렇듯 법과 마주치고 있다. 그런 마주침을 통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법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총 6부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성'에 관한 것에서 거대 권력과 제도로, 그리고 인권, 표현의 자유로 나눠 영화를 통해 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에 나온 법정이나 또는 법과 관련 있는 내용을 설명해주면서 법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기에 영화와 법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쟁점을 잡아 자기 생각을 정리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 책이 나온 다음에 시간이 많이 흘러 더 많은 쟁점들이 나왔겠지만, 이 책에서 제시한 내용들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단지 판결이 바뀐 것이 있을 것이고 사람들 의식이 변해서 옛날 법체계에 불과해진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겪었던 일들을 지금도 우리 역시 겪고 있을 수 있다. 그런 점에 대해 간접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다만 많은 영화, 많은 사례들을 다뤄서 조금 소략하다는 느낌이 있는데, 이를 좀더 집중해서 자세히 풀어나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반인들이 법에 접근하기 쉽게, 법을 무슨 딴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이런 글쓰기 방식을 택했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래도 영화 속에서 법조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하는 행동이나 대사 중에 실제 법원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것들을 알려주고 있고, 주를 통해서 자세한 사항을 안내해주고 있다. 아마도 그런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면 더 많은 참고자료를 찾는 수고를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각 영화와 법에 대한 설명을 하는 글이 끝난 다음에 그와 관련된 자료들을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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