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릴케를 만나다 2 - 영혼과 꿈을 그린 40인의 화가들
이성희 지음 / 컬처라인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한번에 주욱 읽었으면 좋았으련만,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책을 구입하다 보니, 1권을 구입한 지 꽤 지나서야 2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림이나 문학이나 다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특히 릴케란 시인은 우리나라에서도 매우 유명한 시인이니, '미술관에서 릴케를 만나다'라는 제목은 문학과 그림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릴케의 시가 많이 인용되는 것은 아니다. 릴케보다는 오히려 그림에서 떠오르는 시들을 우리에게 소개해 주고 있다고 하는 편이 좋다. 가령 정선의 박연폭포라는 그림에서는 김수영의 폭포란 시를 떠올린다던지, 베르메르의 그림에서는 허수경의 시를 떠올리는 것이 그렇다.

 

이렇게 그림과 문학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읽으면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그림이나 문학이 하는 역할이 그것 아니겠는가.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우리에게 다시 불러내 보여주는 것. 그렇게 때문에 미술관에서 릴케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1,2권 합치면 총 40명의 화가들이 나온다. 이 말은 거의 40편에 해당하는 시를 만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림도 보고 시도 읽고 또 그동안 놓쳤던 것들을 다시 우리 곁으로 불러들이기도 하고. 이렇게 이 책은 우리에게 조금 찬찬히 세상을 살아가도록 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화가는 바로 김기창이다. 어렸을 적 병을 앓아 청각을 잃은 화가. 청각을 잃고 그는 무엇을 얻었을까? 단순한 그림을 통해서 그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김기창을 다루면서 나오는 시가 바로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란 시다. 마지막 구절이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시.

 

'왜 사냐건 / 웃지요'

 

순수한 그런 것이다. 이성으로 계산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고 표현하는 것. 있는 그대로 보는 눈을 지닌 사람을 '바보'라고 한다면 우리는 바로 그런 '바보'들로 인해 우리가 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 부분은 그래서 이렇게 끝맺고 있다.

 

빠른 사람, 교활한 사람만이 횡행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숨가쁜 속도, 똑똑하고 자만으로 가득 찬 프로 9단들이 설치는 속고 속이는 세상은 참으로 살벌하고 불행한 세상이다. 죽임과 죽음의 문명이다. 오늘 우리에게 순박한 바보의 미학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211쪽)

 

이들에게 '왜 사냐건' 하면 참으로 많은 생각들을 할 것이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머리 속으로 온갖 궁리를 할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그러나 순박한 바보들은 그냥 웃는다.

 

많은 것을 재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그림과 시를 통해서.

 

저자가 말한 '죽임과 죽음의 문명'에서 지금 우리는 벗어났는가? 벗어났다고 대답하고 싶다. 그런데... 왜 자꾸 그런데?라는 생각이 들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우리와 함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한다. 예술은 그래서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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