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이야기 3 - 에우리피데스에서 알렉산드로스까지
앙드레 보나르 지음, 김희균 옮김, 강대진 감수 / 책과함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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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이다. '에우리피데스에서 알렉산드로스까지'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다. 하지만 작은 제목에 현혹되면 안 된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책 중간까지만 나오기 때문이다. 그가 건설한 거대한 제국은 결국 아테나이라는 도시국가를 멸망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의 종말, 그것이 바로 알렉산드로스가 한 일이다. 그리고 그리스는 더 존속한다. 이 책에서는 그 뒤의 이야기가 반 넘게 펼쳐지고 있다.

 

저자인 앙드레 보나르는 유물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관념롬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이 책에서 그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 우리가 그리스 철학자 하면 떠올리는 인물이 셋인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닌가. 그런 이들에 대해서 저자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그리 큰 역할을 주지 않는다. 다만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경험과 자료에 근거한 책을 썼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세상은 피폐해졌고,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중우정치로 나아가고 있을 때, 그때를 도시국가의 쇠락기라고 하는데, 이 쇠락기에도 철학이나 과학은 멈추지 않고 발전을 한다.

 

쇠락기에 플라톤은 자신만의 이상국가를 이야기한다. 그는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세계를 꿈꾼다. 그만큼 현실이 어려웠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꿈은 꿈에 불과하다. 오히려 플라톤의 이런 꿈이 기독교와 만나 종교로 더 발전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알렉산드로스, 그에 대해서 이 책은 꽤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알렉산드로스는 아테나이인이라고 하기도, 그렇지 않다고 하기도 어려운 인물이다. 그는 엄밀하게 따지만 그리스인에 들겠지만, 더 엄밀히 따지만 아테나이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스인들에게는 이방인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이런 그가 한 업적은 영토 확장이 아니라 여러 민족을 아우르는 정책을 폈다는 점이다. 그는 그리스인과 야만인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있다. 그는 능력있는 사람들을 민족에 상관없이 등용한다. 그로 인해 문화의 융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의 융합은 그 자체로 발전이다. 쇠국을 강요하는 것이 진보의 반대 방향이라면 융합은 진보의 방향이다. 그렇게 세상은 다양한 문화들이 융합하기 시작한다. 그런 문화의 융합으로 과학이 발전하게 된다.

 

철학의 시대에서 과학의 시대로 접어든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과학의 발전들이 이때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천문학, 지리학, 의학 등등 인류에게 필요한 학문이 발달하고, 문학이 다양한 종류로 분화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그리스는 쇠퇴기에도 다양한 발전을 이루기 시작한다. 그렇게 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에피쿠로스가 나온다. 소위 쾌락주의자라고 하는 에피쿠로스.

 

한데 그냥 피상적으로 알던 에피쿠로스가 아니다. 저자는 에피쿠로스에 대해서 극찬을 하고 있다. 그는 유물론자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톤과 같이 이상세계로 도피하지 않는다. 그는 현실세계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우정을 통한 행복. 이 때 우정에는 차별이 없다. 모든 이들은 우정으로 맺어질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저 너머에 행복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행복을 찾으러 지금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 행복은 바로 지금-여기에 있다.

 

어떻게, 나 개인의 행복만을 위해? 아니다. 에피쿠로스는 개인의 행복은 우정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즉,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행복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 다만 집단을 위해서 개인을 희생하도록 하는 이념을 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그리스인 이야기는 에피쿠로스로 끝난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 사람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찾는데, 그것은 종교에서도, 저 먼 너머에도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사이에 있음을, 우리들이 함께 찾고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저자는 에피쿠로스를 통해 말하고 있다.

 

방대한 그리스인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리라. 평등에 기초한 우정, 우정에 기반한 행복.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바로 이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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