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시, 시와 노래. 떼려야뗄 수 없는 관계. 그렇게 노래는 시가 되고, 시는 노래가 된다.
그런데 시가 노래에서 많이 멀어졌다. 시는 고상한 것이라고, 도대체 현대추상미술처럼 일반인들에게서 멀어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시들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다.
작가들이 자기 감정을 토로하는 것은 좋은데, 제 감정을 그냥 내뱉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자기 감정을 전달하고 공감을 얻어가는데 시가 지닌 매력이 있을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현대추상미술처럼 무엇인지 모르는 시들이 너무도 많다. 그런 시들이 어떻게 노래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나팔꽃 동인들은 그런 시를 추구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정성이 짙게 배어나오는 시들을 쓴다. 그리고 작곡가들과 힘을 합쳐 그 시에 곡을 붙인다.
노래로 불리는 시. 비록 대중들이 잘 부르지는 않지만 이들은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작업을 한다. 안치환 같은 경우는 정호승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부른 작품이 얼마나 많은가.
또 이들이 이렇게 시에 곡을 붙여 부른 노래시 중에 우리에게 알려진 것들도 나오기 시작했으니...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부치지 않은 편지'도 이런 작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윤도현이 불러서 유명해진 '가을 우체국 앞에서' 역시 이런 작업을 거쳐 나온 시노래라고 할 수 있고.
많다. 그리고 더 많아져야 한다. 시는 노래와 한몸이니까. 그렇게 시가 노래로 불리면 시는 더욱 우리 생활과 친숙해질 수 있을테니까.
이 책 장점은 음악 시디까지 있어서 노래로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시에 좋은 곡. 마음이 따스해지는 그런 시들, 노래들.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팔꽃'은 1999년 봄, 시인 김용택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과 작곡가이자 시인인 유종화 그리고 가수이자 작곡가인 백창우 김원중 배경희 김현성 류형선 이지상 이수진 등이 모여 만든 시노래 모임입니다.
시와 노래의 만남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변방으로 밀려나던 시가 새롭게 존재 의의를 찾으며 대중을 만나는 작업이며, 신세대 문화의 홍수 속에서 본래의 노래다움을 잃고 있는 노래가 새로운 시정신으로 무장하여 서정성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시와 노래는 한 몸, 시는 시집 밖으로 걸어나와 자연과 인간의 친구가 되는 노래가 되어 우리 삶 속에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그렇다. 이 시집이나 노래집은 이런 노력을 담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믿고... 시는 아무리 급변하는 시대라도 사라지지 않음을, 이렇게 우리 곁에 살아남아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