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이 선생님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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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는 건 그 학생이 외톨이가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는 자신이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을 합니다. 거짓말은 나쁜 게 아니라 쓸쓸한 겁니다." (340쪽)

 

이건 충격이다. 거짓말이 나쁜 게 아니라 쓸쓸한 거라는 말. 거짓말을 하는 아이,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 그런 말을 한다는 것. 그렇다. 그 아이의 외로움을 알고 받아들여주는 교사, 그래서 교사는 속는 것이 아니라 속아주는 것이라는 무라우치 선생의 말. 이 땅의 교사들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교사는 언제든,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학생이든 그 아이를 외톨이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342쪽)

 

이런 교사, 정말 만난다면, 그 상황이 좋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행복일 것이다.

 

"외톨이가 둘 있으면 그건 이미 외톨이가 아니라고,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한단다. 선생님은 외톨이 아이들 곁에 있는, 또 한 사람의 외톨이가 되고 싶어. 그래서 나는 선생을 하는 거야." (51쪽)

 

짠하다. 외톨이 곁에 있는 외톨이 선생. 그러면 외톨이는 없는 거라는 선생. 학교라는 공간에 얼마나 많은 외톨이들이 있는가. 한 학교에 꼭 그런 외톨이들이 있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래서 더 외로운 외톨이. 외톨이임에도 외톨이로 지낼 수밖에 없는 외톨이.

 

당연하고 평범한 학교에서 당연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학생이 외톨이가 된다. 이런 외톨이 곁에 있어주려고 선생을 한다는 무라우치 선생.

 

말을 더듬는 선생이다. 그것도 국어 선생이다. 치명적인 약점이다. 국어 선생이 말을 더듬다니. 그렇다면 무라우치 선생은 외톨이다.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는 정규직 교사도 아니다. 시간제 교사다. 일명 비상근강사. 우리말로 하면 기간제 교사다. 그런 그가 말을 더듬는 데도 교사를 한다. 중요한 것은 말을 더듬는 사실이 아니라, 어떻게 진실을 이야기하느냐다.

 

그는 중요한 것만 말한다고 한다. 자신은 중요한 것을 말하고, 곁에 있어주려고 교사를 한다고. 이런 사람을 교사라고 부르면 안 된다. 선생이라고 해야 한다. 앞서서 난 사람. 자신이 깨우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는 사람.

 

그에게는 말더듬다는 사실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장점이 된다. 그는 외톨이기 때문이다. 외톨이기 때문에 또다른 외톨이 곁에 있어줄 수 있다. 곁에 있어주는 일,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냥 함께 있다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는데...

 

꼭 해결할 필요는 없다. 소설에서도 해결을 하지 않는다. 그냥 진심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진심이 통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생이 해야 할 역할이다.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곁에 있어주는 것,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알게 해주는 것.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짠해지기도 한다.

 

마지막 소설을 읽으며 마음에 무언가가 꽉 들어찬 느낌을 받는다. 이런 선생을 만났다는 것, 그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도 좋지 않은 상황이겠지만,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니, 행복한 일이다.

 

꼭 학생들만이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소설은 어른이 읽어도 짠해지는 소설이다. 외톨이가 어찌 학교에만 있겠는가? 학교 밖에도 외톨이는 많다. 이런 외톨이들 곁에 또 하나의 외톨이로 곁에 있어줄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세상에서 외톨이로 남겨지지 않을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그렇다. 중요한 것은 말로 전해지지 않는다. 마음으로 전해진다. 진심으로 통한다.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것은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것이 된다.

 

학생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우리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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