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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추모시집
정희성 외 261인 지음 / 화남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만장(輓章)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가는 길에 주욱 늘어선 글들. 그를 추모하는 시들. 그렇게 그를 그냥 보낼 수가 없어 시인들이 시를 써서 그가 가는 길에 펼쳐 놓았다.
그를 따라 시들이 펄럭인다. 펄럭펄럭,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그 뜻을 잇겠다고, 그렇게 만장이 그와 함께 나부낀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철학자들은 이상을 꿈꾸고 이상을 이야기하지만, 정치인들은 이상을 꿈꾸되 현실에 있어야 한다.
그들은 현실에서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 철학자들은 자신들이 말을 하면 그뿐이지만, 정치가들은 그렇지 않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정치판에서 이상을 꿈꾸며 현실에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상은 늘 저 멀리 있고, 현실은 너무도 질척거리게 된다.
질척거리는 현실에 발이 푹푹 빠지면서도 가야 할 길. 가야만 할 길. 그러나 온몸에 튄 진흙으로 남들에게 온갖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길. 정치인의 길.
정치인은 철학자가 될 수 없다. 철학자는 모두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정치인은 모두에게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인정받는 사람과 인정받지 않아도 될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가끔은 이 구분이 모호해서 양쪽에서 다 비난을 받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다. 그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욕을 먹을지라도.
그렇게 정치인은 제 갈 길을 간다. 가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 정치인들은 이리저리 눈치를 본다. 그들은 현실을 개척해 나가려 하지 않고 현실에 머무르려고 한다. 누구에게도 욕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욕을 먹게 된다.
자기 길을 간 정치인. 비록 이런저런 욕도 많이 먹었지만, 굴곡도 엄청나게 겪었지만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정치인. 노무현.
노무현이 철학자이길 바라지 않았다. 그는 철학자일 수가 없었다. 그는 정치인이었다. 한때 그에게 철학자가 되길 바라기도 했지만, 터무니없는 바람이었음을 깨달았다. 그가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을 때.
자신의 하강으로 우리들 정신을 깨게 했을 때... 정치인 노무현으로, 그에게 온갖 진흙이 묻을 수밖에 없음을, 그 진흙을 거부하지 않고 제 몸에 붙이고 그 길을 간 사람이 그였음을.
다시 거의 10년이 되어갈 때 그를 추모한 시집을 읽는다. 만장이다. 펄럭펄럭, 그와 함께 가는 만장들.
이 시집에서 이 시...
지금 감옥에 가 있는 두 전직 대통령. 남들에겐 엄격한 잣대를, 자신에겐 너무도 부드러운 잣대를 들이댄 두 전직 대통령들.
이 시가 헛되지 않았음을 이제사 생각한다.
공고
-대한민국 이명박 정부에게
윤석주
야이, 느자구 없는 놈들아!
머리 위에 하늘이 있음을 항상 잊지 마라.
하늘나라 법집행관 윤 석 주
정희성 외,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화남. 2009년.480쪽.
이 시에서 '하늘나라 법집행관 윤 석 주'를 '하늘나라 법집행관 0 0 0'로 바꿔 000에 우리들 이름을 집어넣어도 된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000은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되어 엄정한 집행을 해야 한다.
지금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추모시집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만장을 만들었다. 그 만장과 함께 잊지 못함을. 그렇게 그는 우리 마음 속에 살아 있음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