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 - 세상의 아름다운 수목원
고규홍 지음, 김근희.이담 그림 / 아카이브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그냥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 진다. 천리포 수목원에 몇 번 가본 적이 있다고, 책을 읽으며 수목원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내가 만났던 꽃과 나무들을 생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식물들에 대해서 이렇게 알려주고 있으니... 그냥 식물도감처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식물들과 대화하듯이 알려주다니.

 

나무들을 통해 몸을 치유한다고, 소위 영어를 쓰면 힐링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나무로 만들어진 책을 통해서도 치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마음이 무척이나 무겁고 어두웠었다. 그냥 인생이 우리 사회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람들이 지닌 이기심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음이, 저만 알고 살아가는 듯한 그런 모습들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이 사회가 과연 전망이 있을까. 아이들을 보면서도, 세상에 왜 교복과 군복만 입으면 사람들이 그렇게 망가지는지, 왜 보기 싫게 되는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획일화 하는 사회 모습이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다양성, 다양성, 창의성, 창의성, 융합,통합, 배려, 존중 어쩌고 저쩌고 떠들면서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다양성이 가장 죽은 학교라는 곳이 무려 12년을(대학에 간다면 16년을) 획일성 속에서 지내야 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세상에 교복을 입혀 놓고, 교복 입은 시민이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하면서 교육을 하는, 풀과 나무, 꽃, 여기에 흙조차 밟지 못하는 학교 생활을 하게 하면서 무슨 다양성, 창의성, 융합, 배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이 몸이 아니라 마음이 치유되는 것은 그래도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나무들도 이렇게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는데, 그럼에도 다름을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루게 되는데...

 

인간 역시 아직은 갈등하고 있지만 조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가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교복을 입어도 그 속에서 다 다름을 추구하는 학생들, 군복을 입었다고 모두 똑같은 군인이 아니라는 생각. 그렇게 그렇게 다양성이 살아 있음을 찾아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다. 이 책은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나무들처럼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도 바삐 살아가느라 주변에 있는 큰 나무조차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천천히 주변을 살피면서 살아가라고,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함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다면 가로수로 있는 암은행나무를 베어버리자는 소리를 못할 것이다. 은행나무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주고 있는가. 그 나무를 은행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베어버리고 모두 수은행나무로 하자는 둥, 다른 나무로 하자는 둥 이런 소리나 하다니...

 

다들 제 존재 이유가 있기에 그러하고 있을 뿐인데... 또 은행은 우리에게 음식 재료로도 쓰이고 있지 않은가... 단지 얼마 동안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그런 주장을 한다면 세상에 나에게 불편한 존재는 모두 없애야 한다는 주장으로 나아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모든 존재는 다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가 있다. 그것이 존재해야만 세상이 존재할 수도 있다. 우리가 기를 쓰고 멸종될 위기에 처한 존재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 특히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식물들에게도. 그들 역시 존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이 책에 너무도 잘 나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존재해야만 인간 역시 존재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에.

 

책을 읽어가면서 천리포 수목원을 생각한다. 천천히 거닐면서 온갖 식물들, 서로 자연스레 자리를 잡아가는 그 식물들을 생각하면서 삶도 그러해야 함을, 다 다름이 결국은 어울림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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