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demilitarized zone). 영어로 말하면 그것도 약자로 쓰면 잘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우리말로 쉽게 이야기하면 비무장지대라고 하면 될 것을...

 

  시인들이 이곳에 대한 시를 쓰면서도 제목을 영어로 붙인 이유는, 여전히 우리가 휴전 중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경비구역에서도 유엔이 관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

 

  그럼에도 이곳은 이제 평화의 구역이 되어가고 있다. 판문점에 있는 공동경비구역에서 총기 없이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기로 했고, 남북 간에도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곳에서 상대를 겨누던 포대를 닫기로 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있으니...

 

또한 올해 남북 정상들이 벌써 한 해에 세 번을 만났고, 서서히 군사적 긴장이 평화로 나아가고 있으니, 시인들이 4년 전에 썼던(시집을 읽다보면 2014년에 썼다는 표시가 가끔 나온다. 출판은 2015년에 되었지만, 시인들은 아마도 이 기획을 2014년에 했을 것이다) 이 시들이 이제는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지닐 수 있고, 이렇게 다양한 표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 시집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이선관 시인은 '만일 통일이 왔으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는 시에서 부부가 한 이불을 덮는 것처럼 통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남주 시인은 '삼팔선은 삼팔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절규했으며, 신동엽 시인은 '봄은'이란 시에서 통일은 외부에서 오지 않고 바로 우리들 자신에게서 온다고 했으니... 또 '껍데기는 가라'는 시에서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고 했으니... 이제 그런 쇠붙이들이 가고, 우리들에게는 평화가 와야 하지 않겠는가.

 

바로 그 지점에 우리가 서 있지 않은가.

 

이 시집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시인들이 말하는 비무장지대가 이제는 특정한 곳이 아니라, 155마일로 대변되는 곳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아니 세계 전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앞에 언급한 시인들과 비슷하게 이 시집에서도 통일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너무 앞뒤 다 재지 말고 이렇게 하자고 한다. 그래, 통일은 이랬으면 좋겠다. 이런 믜미를 담은 두 시를 소개한다.

 

비무장지대에서 - 통일을 생각하다가

                                      - 김진성

 

남북의 사람들아!

남북의 사람들아!

 

사랑에 눈멀어

집나온 연인들처럼

 

다 버리고 오직

둘이 뜨거운 하나가 되기만을 원하는

이기적인 연인들처럼

 

그렇게 막무가내라도

서로 덥석 손잡는다면

통일인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아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통일을 이룰 무슨

뾰족한 수가 없기에…….

 

한국시인협회 엮음, DMZ 시인들의 메시지, 문학세계사.2015년. 102쪽.

 

 

 

비무장지대의 꿈

                              - 허홍구

 

보라! 여기 비무장지대

사람의 발길 끊기고 잡초가 무성한 땅

여기 사슴 행복하게 뛰논다.

 

총을 놓아라, 맘이 편안하다.

무기를 버려라, 전쟁의 공포가 없어진다.

적대감을 버려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함께 어우러져

춤추고 노래하는 꿈을 꾸자

 

한국시인협회 엮음, DMZ 시인들의 메시지, 문학세계사.2015년. 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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