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살의 용기 - 클로뎃 콜빈, 정의 없는 세상에 맞서다 생각하는 돌 1
필립 후즈 지음, 김민석 옮김, 엄기호 해제 / 돌베개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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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파크스'만 알고 있었다. 로자 파크스와 마르틴 루터 킹 목사. 이들이 버스에서 백인과 흑인의 좌석이 구분되어 있고, 심지어 백인이 타면 흑인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법을 폐기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만 알고 있었다.

 

큰일(?)이 터지기 전에 작은일(?)들이 여러 번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로자 파크스의 거부가 어느 날 갑자기 터져 나온 일이 아니라는 사실. 킹 목사가 버스 보이콧 운동을 하는 것이 즉흥적으로 떠오른 저항 운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로자 파크스 이전에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로자 파크스에 이르러 흑백차별을 거부하는 운동으로 발전하게 될 수 있었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이다.

 

흑인 소녀, 클로뎃 콜빈. 학교에 다니면서 흑백차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이 미국 헌법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소녀. 어른들이 집에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직접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던 소녀.

 

어느 날,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라는 백인 운전사의 명령(?)을 거부하고 경찰에게 끌려간 소녀. 소년원이 아닌 성인 감옥으로 끌려가고, 끌려가는 도중에 수갑까지 채워진 소녀.

 

이 소녀에게 주어진 죄명에 굴복하지 않고 싸워나가는 소녀. 그러나 당시 판사는 - 당연히 판사는 백인이다 - 소녀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견주어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을 하지만 끌려가면서 경찰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폭행죄로 유죄를 선고한다.

 

유죄. 고등학교 3학년인 학생에게 죄인 낙인을 찍어버리는 백인 판사. 여기에 흑인 어른들 역시 이 사건을 공론화 해서 흑백차별 운동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아직 어린아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기 힘든 클로뎃이라는 생각으로 어른들 역시 소극적이다. 다만, 이 일로 클로뎃은 로자 파크스를 만나 함께 일을 하기도 한다.

 

로자 파크스가 어느 날 갑자기 자리 양보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그녀는 흑인 인권, 흑인 권리를 위해 일을 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클로뎃은 처음에 영웅에서 점차 문제아로 낙인찍히게 된다. 머리를 백인처럼 펴지 않고 다닌다든지, 또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되니, 이런 개인적인 행동으로 클로뎃은 흑인 민권 운동에서 멀어지게 된다.

 

뜻하지 않은 임신과 출산, 학교에서 제적... 버스에서 자리 양보를 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클로뎃의 인생은 엄청난 시련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클로뎃.

 

버스 좌석 구분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소송을 할 때 클로뎃은 소송인 중 한명으로 그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 목숨을 걸고 참여하는 재판. 미국 백인우월주의자들, 일명 KKK단들은 폭력으로 흑인들을 위협하니 말이다.

 

이 재판에서 흑인들은 역사적인 승리를 하게 된다. 차별이 심했던 남부 앨라바마 주에서도 드디어 흑백 차별이 법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지만, 클로뎃은 곧 잊혀지고 많다. 사생활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때나 지금이나 청소년들이 한 실수를 받아들이는 어른 사회는 드무니, 클로뎃 역시 이제는 생계를 걱정해야 할 때가 된 것.

 

여러 일을 겪으며 잊혀져 가던 클로뎃을 한 기자가 찾아낸다. 그리고 한 작가에 의해 클로뎃은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로자 파크스가 한 일이 클로뎃을 부각시킴으로써 낮아지지는 않는다. 로자 파크스는 사회에 충분히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하지만 클로뎃이 한 일이 묻혀서는 안 된다. 클로뎃이 한 행동은 다음 사람으로 하여금 이런 거부를 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서 특정한 사람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그 일이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발점은 어른들에게서가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있었음을, 우리나라 4.19도 역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이런 청소년들, 사회 문제에 무지한 것이 아니라 이들도 어른들 만큼 어쩌면 어른들보다 더 민감하게 사회 문제를 느끼고 생각하고 있음을, 이 책 클로뎃 콜빈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이것이 클로뎃 콜빈을 기억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을 어리다고 또 그들의 행동을 어른의 잣대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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