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 그래피' 낯선 용어다. 문자 디자인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한데, 여기에 '시'라는 말이 붙으니 더 낯설다.
'타이포그래피 시'라는 말보다 '시각 시'라는 말을 쓰면 더 이해하기가 쉽단 생각을 하는데...
시와 미술이 접목된 작품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즉, 마음으로 즐기던 시를 이제는 눈과 마음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글꼴을 변형한다든지, 글자 배열을 다르게 한다든지 한 시들이 간혹 발표가 되기도 했지만, 시집 전체가 이를 추구하는 시집은 내가 읽은 시집에서는 이 시집이 첫번째다.
시의 내용을 디자인으로 표현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조심해야 할 점은 눈이 먼저 작동을 하면 눈에 의해 마음이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 의미를 해독하느라 감정이 움직이기보다는 이성이 작동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보면 비록 눈으로 보지만 이성보다는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도 많은데, 아직 시에서는 그렇지 못한가 보다.
마음보다는 이성이 먼저 작동을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는 '타이포그래피 시'가 필요없다는 얘긴가? 아니다. 요즘처럼 시각이 우선시 되는 시대에는 이런 시도 필요하다. 아직 친숙하지 않아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낯설 뿐이다.
조금 지나면 한글의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하는 이런 '타이포그래피 시'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시가 무엇인가?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그 무엇이 바로 시 아닌가. 그래서 이 시집은 시의 지평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