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박봉우는 '휴전선'의 시인이라기보다는 '황지의 풀잎'의 시인이었다.

 

  제일 먼저 읽은 그의 시집이 바로 '황지의 풀잎'이었고, 이 시집에서 좋은 시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었다.

 

  이 시집에서 '창(窓)이 없는 집'이라는 시를 읽고 시인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두고두고 인용하는 시로 만들기도 했는데...

 

  알라딘 온라인 중고에서 박봉우 시전집을 발견하고는 안 살 수가 없었다. 어찌 박봉우 시전집을 사지 않으랴.

 

첫시집부터 분단의 아픔이 절절히 묻어 나온다. 분단, 우리를 가르고 있는 장벽, 그 장벽으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던가.

 

박봉우는 이런 분단을 철조망에 걸린 나비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가 아니다. 연약한 나비가 제대로 날지도 못하고 철조망에 갇힌 상태. 이것이 바로 분단이다.

 

그러니 분단이 된 땅, 황지에 불과하다. 황지, 황무지, 불모지..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다. 우리는 그 황지를 옥토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 바로 그렇게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나.

 

이제 분단은 통일을 위한 한 걸음이 되고 있다. 분단은 평화로 가는 징검돌이 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종전선언을 하려고 하는 지금, 분단은 이제 끝내야 한다. 적어도 나비들이 철조망에 걸리는 일이 없이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전집 뒤로 갈수록 시가 단순해 진다. 그래, 어려운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시인은 단순한 말로 명쾌하게 하고 싶은 말을 우리에게 전달하려 한다.

 

분단에 대한 아픔도, 또 광주민주화운동의 슬픔도 그의 시 속에 녹아들어가 있다. 그렇게 우리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만들어간 시인. 그가 바로 박봉우다.

 

이번에는 '반쪼각의 달'이라는 시를 소개한다. 이제 우리는 반쪼각의 달이 아니라 온전한 달, 둥그런 달을 노래해야 한다. 노래할 수 있다.

 

  반쪼각의 달

 

내 얼굴은

상처뿐인 조국

지도를 그린다.

 

보름달도 되지 못한

항상 반쪼각의

달.

 

언젠가 한 번쯤……

 

우리들의 보름달을 위해

모든 옷

옷들, 훨훨 벗고

 

나비

춤추며 모이는

그런 날,

 

내 얼굴은

상처뿐인 조국

지도를 그린다.

 

박봉우 시전집, 현대문학. 2009년. 264쪽.

 

이제 그 상처가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 상처가 아물어서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반쪼각이 아닌 둥근, 둥그런 보름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이제 평화를 위해, 통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들이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는 그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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