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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ㅣ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5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육후연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7월
평점 :
장난꾸러기 아이가 성장하는 이야기. 일본 근대문학을 이끈 나쓰메 소세키의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이기에 작가의 경험이 많이 녹아 있다고 봐야 하는데, 작가가 한 해 동안 영어 교사로 근무했다고 하니 이 소설에도 어느 정도는 작가의 경험이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설 내용이야 경쾌하게 빠르게 진행이 되어 읽기에 부담이 없다. 짤막한 문장들로, 또 다양한 사건들로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는데...
성장소설이니 몇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일본 근대 문화를 알 수 있겠거니 하지만, 사실 일본 근대문화에 대해서는 잘 나와 있지 않다. 학교 교육이 중시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우선 성장에 절대적인 지지자가 필요하다는 것. 엄마가 일찍 죽고 아버지에게 못난 놈으로 취급받는, 형에게조차도 인정받지 못하는 주인공을 하녀인 기요가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다. 도련님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그 사람을 온전히 받아주는 사람이 있는 성장기를 거친 사람. 그런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할 수가 없음을... 비록 성급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주인공이지만 표리부동한 사람을 싫어하고 옳다고 하는 것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주인공에게 그래도 기요라는 주인공을 전적으로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저기서 잔소리를 듣고 야단만 맞고 넌 쓸모 없는 놈이야라는 소리를 들으며 지내는 환경에서 그나마 자신을 인정해주는 단 한 사람도 없는 상태라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그런 인정을 해주는 사람의 중요성, 이 소설에서 그 점을 찾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지방 교육의 문제... 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수학교사로 부임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아이들을 무시한다. 도시 출신이라는 이유로 시골 아이들을 무식하다고 자기와 동급으로 대하지 않는다. 실수를 하고도 그냥 넘어가는 모습, 동료 교사들을 무시하는 모습 등은 도시인이 지방을 대하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편견을 가진 사람을 학생들이 교사로 인정할까?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과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을. 그들은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은 교사로 인정하지만(이 소설에 나오는 멧돼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교사처럼)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은 교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도쿄에서 와 학생들에게 인정받기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가 먹는 음식부터 하는 행동까지. 그러나 익명에 익숙했던 도시인은 사생활이 완전히 까발려지는 시골 생활을 견딜 수 없어 한다.
주인공도 그랬다. 그는 학생들과 갈등을 한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생각으로 학생들과 하나가 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것은 교사는 학생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교사 우월주의를 보이는 근대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학생들과 친해지는 것은 패싸움을 통해서다. 물론 주인공은 학생들의 반응을 칭찬인지 아닌지 구분을 못하지만... 자신들과 함께 싸우는 교사를 보면서 학생들이 마음을 열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찌해야 하는가. 바로 멧돼지 선생처럼 바른 말을 할 줄 알아야 하고, 또 학생들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20대 초반에 교사 생활을 하면서 주인공은 사람을 알아가게 된다. 겉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를 다양한 교사 군상들을 만나면서 깨달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소설이다.
성장소설을 읽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을 다른 사람에게 비춰보는 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