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그런 건 없습니다 - 당연할 수 없는 우리들의 페미니즘
김양지영.김홍미리 지음 / 한권의책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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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성체 훼손부터 시작해서, 음란표현이라는 말도 나오고... 도대체 페미니즘이 뭐라고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는지.

 

굳건한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도 강한 벽에 균열을 내고, 그 벽을 부수기 위해서는 더 강한 망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망치는 그 벽을 부술 때까지만 써야 한다. 벽이 부숴지기 시작했는데도 계속 쓰면 그때부터 망치는 흉기가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에 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게 평가한다. 아직도 여성이 수많은 차별을 받는다는 사람이 있고, 웬만큼 나아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엉뚱하게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높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태에서 페미니즘이란 망치에 대해서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여성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남성보다는 낮은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동등한 능력(과연 그런 능력을 동등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을 지니고 있어도 여성은 남성보다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노력이라는 말이 문제가 있다면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직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가정에서도 남성보다는 더 많은 역할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불평등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불평등이 지금도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데... 여성에만 국한되어 운동하는 것이 페미니즘은 아니다. 페미니즘은 사회에서 차별받고 억압받는 소수를 위해 함께 일하는 운동이다.

 

여성만이 아니라 성소수자, 외국에서 온 이주민 등등이 모두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다. 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페미니즘은 그렇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은 남녀, 또는 다양한 성을 막론하고 누구나 주장해야 하는 운동이다. 특정한 소수만이 추구하는 운동이 페미니즘이 아니다. 페미니즘 운동에서 남성이 빠져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페미니즘에 대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문제를 제기한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남녀의 행동 차이, 특히 예전에 여성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남성이 힘으로 키스를 하는 장면, 무슨 로맨틱.. 그건 그냥 성추행일 뿐인데... 성추행이 미화되던 드라마, 그 드라마를 보고 자란 남성들, 그래서 몇몇 남성들은 여자들의 노는 예스라고 생각하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는데...

 

그런 잘못을 잡아가기 위해 조금 더 강하게 페미니즘에서 주장하는 것들이 있다. 그건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주목도 받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잊혀지기 때문이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대동소이(大同小異)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차이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 많은 부분에서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그 다른 점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점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남녀나 또는 다른 많은 성들이 차별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런 세상이 바로 화이부동의 세계다. 조화를 이루지만 결코 같아지라고 강요하지 않는 사회. 그게 바로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사회 아닐까.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 페미니즘이 그런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에게 '대동소이, 화이부동'의 세계를 만들어가도록 하는 것 아닐까.

 

이 책은 참 쉽게 쓰였다. 읽기에도 편하고 내용도 잘 들어온다. 그리고 여러가지로 생각할 것도 많고.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도 해주었고.

 

꽤 오래 전에 보았던 무표정한 남녀의 사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갖기도 했고... 그럼에도 책 후반부에 각 딸과 아들을 낳은 페미니스트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게 되는 일을 읽으며 '대동소이, 화이부동'의 세계는 몇몇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힘들다는 것.

 

사회가 전체적으로 변하도록 제도를 바꾸어가야 한다는 것, 육아 휴직제도부터 군대 문제, 그리고 학교 교육 및 직장 문화까지 심지어는 정치제도까지 바꾸지 않으면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여전히 강한 벽으로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페미니즘이 강하게 우리 사회를 강타한 것처럼 호들갑 떠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니다. 여전히 페미니즘은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드리워져 있는 벽이 강하다. 그 강한 벽에 이제 겨우 금을 내고 있을 뿐이다.

 

그 점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덧글

 

약간 의문.

 

19쪽.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 '나무꾼은 아이 셋을 낳은 후'라고 되어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무꾼은 아이 둘을 낳자 감춘 옷의 행방을 알려주었다. 이 점은 고쳐야 할 듯

 

191쪽. 안녕(晏寧), 안식(晏息)에서 한자 晏자를 썼는데 이 安 자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쓰고 있다. 확인이 필요하다. 고쳐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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