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마을이 미술이다 - 한국의 공공미술과 미술마을 공공미술 산책 1
임성훈 외 지음,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 엮음 / 소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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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을 미술에 관한 책으로는 세 번째. 이번에는 마을 미술에 대해서 총괄적으로 다룬 책을 읽었다. 마을 미술에 관한 이론서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이루어왔던 마을 미술에 대해서 의미와 정의, 그리고 한계와 앞으로 발전 방향까지를 제시한 책이다.

 

마을에 미술이 들어와 그 마을이 좀더 풍요로워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몇몇 마을에서는 그런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어떤 마을에서는 일회성으로 그치기도 했는데... 그에 대한 총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이 그 작업을 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이상이 소설에서 쓴 한 구절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 이상, '실화'에서

 

이 말을 이렇게 뒤집고 싶었다. 마을에 예술(미술)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라고.

 

사람이 밥만으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밥과 장미'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 삶에서 예술은 필수적인 요소다. 예술이 밥이,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필요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예술은 우리들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예술이 없는 마을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마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마을에서는 생계만이 있을 뿐이다. 생활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을 미술이 필요하다. 최근에 마을 미술에 많은 지원이 따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마을 미술에 대한 지원이 몇 년에 걸친 한시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마을 미술은 지속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을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외부에서 들어왔다가, 작업이 끝나면 떠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철저하게 외부 작업일 뿐이다. 마을에 예술을 베푸는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 예술가들이 떠나면 마을 미술은 그때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기껏 설치해 놓은 마을 미술품들이 낡아가는데 보수가 안 되거나 재개발로 철거가 된 경우가 있으니, 외부에서 작업하는 마을 미술이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다.

 

이런 생각을 하니 최영미 시인이 생각났다. 신라 호텔이던가 하는 호텔 경영자에게 호텔 방 하나를 달라고 했다는. 자신에게 무료로 호텔방을 대여해 주면 자신이 작업을 그곳에서 하고, 자신을 만나러 다른 사람들이 올테니, 자연스레 호텔 홍보도 되니, 공짜가 아니라고 했다는.

 

이 말에 대해 찬반 논쟁이 있었는데... 최영미 시인의 그 말을 마을 미술을 하는, 공공미술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사람들이 많이 떠난 시골에 비어버린 폐교가 얼마나 많은가. 이 폐교들을 방치하지 말고 예술가들에게 빌려주면 어떨까.

 

박경리 선생이 문인들을 위해 방을 내어주었듯이, 문인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폐교를 빌려주고, 또 미술가들이 작업을 할 수 있게 빌려주고, 목공이나 기타 다른 작업을 할 수 있는 활동 중심지로써 폐교를 이용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폐교를 이용하여 다양한 예술가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그 활동들이 지역에 점차 들어가 지역과 함께 하는 예술이 이루어진다면, 일회적이고 외부적인 마을 미술이 지속적이고 내부적인 마을 미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몇 년에 걸쳐 수억 원을 쓰고 방치하는 것보다, 이렇게 지역에 있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공공미술, 또는 공공예술이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폐교에 들어간 예술가들이 폐쇄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는 생활을 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게 되고, 마을에 필요한 예술에 대해서 좀더 구체적인 작업들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이제 공공미술이 우리나라에서 실시된 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성과와 실패를 검토했으리라. 더 나은 공공미술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이 책처럼 공공미술에 대해서 정리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으니 '밥과 장미'가 동시에 해결되는 우리나라가 되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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