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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세상읽기 그리스신화 ㅣ 나의 고전 읽기 20
강대진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어렸을 적에 읽은 신화는 그냥 재미있다. 그것으로 끝이다. 거기서 더 무엇인가를 생각해 내거나 심오한 의미를 찾아내려 하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나 하는 생각으로 읽어가기만 한 것이다. 그 중에 토마스 불핀치가 쓴 '그리스 로마 신화'는 너무도 재미있었다.
완역으로 읽은 것이 아니라 한 권짜리로 읽었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에 입문한 첫책이다. 우선 재미가 있었기에 다른 책을 찾아 읽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고나 할까.
마찬가지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도 서양 인물들을 알아가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마찬가지로 완역이 아니고 축약된 한 권짜리 책이었지만 왜그리도 흥미진진하던지.
그러다가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여러 책을 읽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도대체 어느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것 뿐이다. 우리나라 신화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더이상 외국 신화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과 자주 교류를 하는 시대에, 이제는 외국 유학을 미국 일변도에서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로 다양하게 가는 시대에, 여전히 그리스 로마 신화는 유용하게 다가온다.
서양 문화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신화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문학 작품에도 이 신화가 깔려 있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깊이있게 작품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세상에 최근에 읽은 "파우스트"에도 '헬레나'나 나오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 이 책은 로마 신화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만 언급한다. 그리스 신화만 언급하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들과 약간 다르게 표기가 된 인물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옳은 표기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고 있다 - 여러 판본, 여러 책, 여러 저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정리해 알려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를 할 수가 있고, 또 어떤 쟁점들이 있는지, 어떤 면에서 해석이 갈리는지도 알 수 있다.
신들의 시대에서 영웅들의 시대까지만 다루고 있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딧세우스"의 모험이 영웅들의 시대를 끝내는 이야기라고, 그 다음부터는 역사시대로 접어든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저자는 트로이 전쟁부터를 역사시대로 보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신화나 역사나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 역시 하나의 해석에 목 맬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책은 여러 논점들에 대해서도 소개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신화를 더 깊이 있게 알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스 신화가 서양 사람들의 사고 방식에 얼마나 깊게 뿌리박혀 있는지도 알 수가 있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학 교재 용으로 썼던 내용을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표현을 바꾸었다고 했는데, 여전히 청소년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청소년들이 읽은 그리스 신화가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게다가 요즘 학교 공부를 통해서 정답이 있는 것을 외우도록 배워왔기에, 정답이 없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이 된다는 이 책의 신화 해석은 청소년들을 더 헷갈리게 할 수도 있다.
그 헷갈림 속에서 자기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고, 신화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여기까지 가기에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너무도 바쁘다.
처음 표지를 보고 초등학생용인가 했는데, 내용이 아니다. 중학생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여러 신화를 읽고 생각을 해본 고등학생 이상이 되어야 이 책을 재미있게, 의미있게 읽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래도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을 읽어낸다면, 우리나라 신화를 만날 때에도 좀더 깊고 넓은 시각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양 신화가 단지 서양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나 문화, 역사를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신화를 읽고 우리들을 다시 보는 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 번 꼼꼼하게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