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를 놓치다 - 2012년 제1회 민중문학상 수상작품집
이경자 외 지음 / 민중의소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제1회 민중문학상 수상작품집이라는 이름을 지닌 책이 중고 서점에 나왔다.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 제1회 아니던가. 그러면 제2회, 제3회가 있어야 하는데, 1회가 2012년이니 지금 2018년이면 여러 책이 나왔어야 하는데, 들은 적이 없다.

 

물론 내가 책 소식을 접하는 경로가 좁기도 하겠지만, 이상하게 제1회 민중문학상 수상작품집이 있다는 것도 우연히 알게 되었으니... 검색을 해보는데 2회, 3회 책이 나오지 않는다. 공모한다는 기사도 없다. 단 한 번으로 끝나버리고 만 민중문학상인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귀한 책이다. 내게는. 민중들 삶에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한 작품들이 이 수상집에 실려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수상집이라는 이름이니 단편소설들이 묶여 있다. 여기에 시 수상작도 있고.

 

민중문학상을 이경자가 수상했다는데, 수상작은 "순이"라고 한다.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수상집에는 "순이"는 실려 있지 않고 작가가 뽑은 '언니를 놓치다'라는 소설이 실려 있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소설인데, 여전히 진행형인 이산가족 문제를 마냥 기쁨의 차원에서 서술하지 않고 이산가족이 만날 때 느낄 수 있는 위화감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위화감에도 불구하고 핏줄이란 것이 얼마나 짠한지를 결말 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데...

 

의도하지 않는 헤어짐이 55년이란 세월을 갈라놓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한 언니를 기다리면서 평생을 살아온 동생이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언니를 만났을 때 느끼는 이질감, 위화감, 그리고 속절없음 등이 잘 드러나고 있다.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다른 세계 속에서도 핏줄이라는 어쩔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이렇게 드문드문 만나는 것이 아니라 늘 만날 수 있는, 이산가족 상봉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일상이 된다면 이들이 처음에 느낀 이질감은 곧 동질감으로 바뀔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다른 소설들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신인상을 받은 송하경의 '가족의 힘'은 요즘 '#미투 운동'과 연결지어 생각하면 과연 무엇이 가족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이 2012년 작품이 지니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면, 지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묻어야 하는 비밀은 없다. 어리숙한 삼촌이라는 설정은 가족을 해체할 수 없는 시대적 한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폭력이 일상에 묻혀, 가족에 묻혀 얼마나 많이 자행되고 있는지를 이 소설은 생각하게 해준다. 할머니의 삶, 그리고 소설의 화자인 내가 살아가는 삶이 이상하게 겹쳐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마음을 서늘하게 하는 소설들이 많이 실려 있다. 신인 우수작 작품들은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에 마음에 찬바람이 일게 한다.

 

김대현이 쓴 "김상훈전"은 학교폭력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독재정권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우의적으로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그들과 가장 다른 쪽에 있는 수구들을 뽑아줄까 하는 것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는 소설이다.

 

이들은 폭력을 벗어날 수 없다면 기존의 폭력을 선호한다. 바꾸어서 다시 폭력을 당하느니, 습관이 된 폭력은 만성이 되어 편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로 시민이 신민(臣民)이 되는 과정이기도 하고, 폭력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시민이 되기 힘듦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할 수밖에 없는 처절함, 희정이 쓴 '지구 멸망 하루 전'이다. 지구가 멸망하기 하루 전이라도 비정규직은 출근해야 한다. 일해야 한다. 그들에게 지구 멸망보다는 바로 눈 앞에 닥친 일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

 

정규직인 출근하지 않았는데, 비정규직은 출근해서 정규직 일까지 해야 하는 상황,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그것은 있는 사람들 이야기일 뿐이다. 얼마나 비참한가! 소설을 읽으며 비정규직들이 겪는 설움이 죽음 앞에서까지도 이어진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된다. 이는 평등한 세상이 아니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하는데, 아니다. 죽음 앞에서도 인간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죽음도 있는 자와 없는 사람을 구분하고 차별한다. 이 차별이 있음을 인정한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소설은 그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민중문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하나 읽으며 6년이 지난 지금 민중들의 생활은 나아졌을까 하는 생각. 이 소설에 나온 모습들이 과거에 있었던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아니다.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더 슬프다. 문학이 해야 하는 역할이 형상화를 통해 사람들 감정을 흔드는 일이라면, 민중문학상은 민중들이 살아가는 삶을 잘 보여줘서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학이 삶에서 떠날 수 없으므로... 이 작품들은 우리 삶을 보여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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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0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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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1 0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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