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평화론 범우문고 275
임마누엘 칸트 지음, 박환덕.박열 옮김 / 범우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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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읽어도 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칸트란 철학자가 워낙 어려운 철학자이기도 하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 시대가 너무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인간들이 전쟁을 하는 것은 여전하다. 이 책에 나온 이 말이 지금도 통용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슬프긴 하지만, 어김없이 들어맞는 말이기도 하다.

 

함께 생활하는 인간 사이의 평화 상태는 자연 상태는 아니다. 자연 상태는 오히려 전쟁 상태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예를 들어 적대 행위가 언제나 발생한 상태는 아니라 하더라도 적대 행위에 의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그 때문에 평화 상태는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적대 행위가 없다 해도 그것 자체가 아직 평화 상태에 대한 보장은 아니며, 또한 이웃하고 있는 한쪽이 다른 쪽에 대하여 평화 상태의 보장을 요구했는데 다른 쪽에서 보장해주지 않을 경우(이와 같은 보장은 법적 상태하에서만 가능한 것인데)에 평화 상태를 보장해주지 않는 다른 쪽 이웃을 적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34쪽)

 

그렇다. 평화 상태는 만들어져야 한다.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이 작은 책에서 칸트는 평화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예비 조항, 확정된 조항, 보충 조항, 그리고 부록'으로 나눠서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 각 조항들이 너무도 옳은 말이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말이고, 또 외우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예비 조항 5를 보면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의 체제나 통치에 대해 폭력을 사용하여 간섭해서는 안 된다.'라고 되어 있다.

 

이보다 명쾌한 평화에 대한 예비 조항이 어디 있는가? 세계 경찰을 자처하면서 각 나라 체제에 간섭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어떤 나라가 존재하는 지금 현실에서, 이 말은 예비 조항이다. 평화로 가기 위한 확정된 조항도 아닌데도 강한 나라에 의해 무너진 원칙이 되고 있다.

 

이토록 좋은 말, 당연한 말, 그러나 실천하기 힘든 말, 이 책에 나와 있는 각 조항들이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온 말들은 설명보다는 실행이 중요하다. 원칙, 바로 우리 인간이 지녀야 할 원칙(도덕)을 잊지 않고, 또 잃지 않고 실행해야만 한다.

 

상대 역시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 상대 국가 역시 우리와 같은 국가라는 것, 상대 민족 역시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것,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바로 자신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해야 한다는 것.

 

개인, 국가, 민족의 이익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라는 공통 존재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꼭 인류만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이 지닌 보편성을 찾아 그 보편성에 따라 행위를 한다면 세상은 전쟁 상태가 아니라 평화 상태가 될 것이다.

 

물론 이런 평화 상태는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도 꾸지 않으면 더 비참하지 않은가. 한창 무르익었던 북미 평화에 대한 기대가 조금 멀어지기는 했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한 걸을 내디뎠으니...

 

이때쯤 칸트의 짧은 글인 '영구평화론'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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