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 권력의 상징이다. 이 남근 하나로 얼마나 군림을 했던지. 기껏 밖으로 늘어진 고깃덩어리 하나로 세상 권력을 다 쥐어야 하는 것처럼, 또는 당연히 존중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살아온 세월이 얼마든가.

 

  지금은 좀 나아졌던가. 아니다. 겉으로 나와 있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이를 써먹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이 여전하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번지는' #미투 운동'을 보면 이놈의 남근이 일으킨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힘이 있을 때 얘기. 남근이 겉으로 무슨 기둥 마냥 힘을 쓸 때는 자신도 힘을 쓴다고 착각하고 살지만, 더이상 기둥을 만들지 못하고 축 처져 버렸을 때는 자신도 힘이 다했다고 삶 자체도 축 처지는 사람이 많다.

 

고깃덩어리가 권력이 되느냐 그냥 가죽 주머니가 되느냐, 그것도 힘차게 물을 뿜어대던 것에서 이제는 졸졸도 아니고 남아 있는 물줄기를 어떻게든 밖으로 내보내야 되는데, 부식되고, 노폐물들이 쌓여 물도 제대로 배설하지 못하는 남근이 되면, 삶은 이제 더욱 힘이 없어진다.

 

이은 시인 첫시집 "불쥐"를 읽다가 이 시를 보면서 힘이 없어진 남근이 얼마나 삶을 힘들게 하는지, 결국 우리는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몸이 점점 쇠해질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됐다.

 

가죽 주머니

 

말굽 같은 변기를 뒤로 젖히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오줌줄기를 엿보았죠

감탕처럼 고였다가 흘러나오는 아버지의 내부를

온 힘을 다해 길어 올린 아버지의 오줌 줄기가

음경 끝에서 뒤틀린 신음으로 매달린 것을

아버지는 그것을 치약처럼 둥굴게 말아 쥐어짜고 있었죠

 

변기 앞에서 주춤거리는 아버지

주름진 가죽을 내려다보는 아버지

걸쭉한 지린내가 진동했죠

등골 빠지게 길어 올린 아버지의 길이

다 말라버린 걸까요

자꾸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오줌소리

깊은 우물에서 지하수를 길어올리듯

가늘게 뽑아 올린 물줄기가 저절로 새어나와

사타구니를 적셨죠

움켜쥔 그것을 꽉 붙들고

놓지 않는 아버지

마지막 남은 몇 방울을 위해

아버지는 몸을 둥굴게 말아봅니다

간신히 끌려 나온 오줌길에

흥건히 아버지가 젖었죠

 

이은, 불쥐, 지혜.년초판 2쇄. 26-27쪽.

 

아버지로 상징되는 권력, 아버지를 더욱 권력 있게 한 남근, 그러나 이제는 사라진 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된 삶. 

 

결국 우리는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떤 권력을 쥐고 있어도 나중에는 이렇게 된다. 힘이 없을 때가 온다. 그때 잘살기 위해서는 제가 힘이 있을 때 잘살아야 한다.

 

남에게 군림하지 않고 제 힘 자랑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 남근이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남근 역시 생명을 상징하기도 하지 않는가.

 

힘이 있을 때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게 하는 존재가 바로 남근 아니던가. 단지 배설의 기쁨을 누리는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그래서 생명과 생명을 잇는 존재가 남근이다. 그런 남근이어야 한다. 

 

그런 존재도 결국은 소멸된다. 모든 존재는 사라진다. 그 사라짐의 순간을 더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 힘이 있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시다. 불기둥에서 가죽 주머니가 될 수밖에 없는 남근을 지닌 존재들. 현재 기둥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 가죽 주머니가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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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2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2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