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해설에서 이야기하듯이 박성우는 청소년시라는 영역을 개척한 시인이다.

 

  시와 동시 사이에 청소년시도 있음을 "난 빨강"이라는 시집을 통해 보여줬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많은 청소년 시집이 발간되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직접 쓴 시도 있고,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 또 교사도 있고, 비록 청소년들과 직접 생활하지는 않지만 그들을 뼛속까지 이해하는 사람들이 쓴 시도 있다.

 

  박성우는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는 청소년이라고 할 수 있는 중고등학생 나이의 사람들을 가르치지는 않았으리라.

 

그럼에도 그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 마치 청소년인듯이 그들 마음 속에 담겨 있는 말들을 시로 표현해내고 있다

 

그래서 이 시집을 읽으면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들 역시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지 않고 있음을.

 

이런 시를 보자. 이 짧은 시에 청소년을 바라보는 어른들 시각과 청소년 시기가 지니는 본질이 담겨 있지 않나 한다.

 

      대나무 성장통

 

속이 없는 게 아니야, 속을 비워 두는 거야!

 

박성우, 사과가 필요해. 창비. 2017년 초판 2쇄. 13쪽.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보고 도대체 저 속에 뭐가 들어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저렇게 지내도 되나하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아니다. 청소년들은 그들 나름대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비움, 그것은 곧 채움이기 때문이다. 비어야 채운다. 이미 어른이 되어 다 채워 더 이상 채울 것이 없는 어른들은 꼰대가 될 뿐이다. 어른들 가운데도 계속 채우기 위해 비워두는 사람, 그런 사람은 꼰대가 되지 않는다.

 

어른도 비워야 하는데, 더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청소년들은 어떻겠는가. 그들은 너무도 많은 것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비우는 것이다. 대나무 속에 비어야 더 클 수 있듯이, 이들은 채우기 위해 비운 것이다.

 

그 점을 안다면 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자꾸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들은 스스로 채우고 있으니까.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시집에는 청소년들의 여러 모습이 나온다. 재기발랄한 모습에서부터 성으로 고민하는 모습, 가족관계에서 겪는 일들, 그리고 다문화 가정까지... 아주 다양한 청소년들의 모습이 시로 표현되어 있는데...

 

여전히 청소년들은 힘들다. 그런 힘듦... 대학에 가지 않으려 해도, 대학에 가지 못해도 교육이 지닌 목표가 대학인 양, 교육부가 대학입시때문에 존재하는 양, 모든 것을 대학으로 몰아가는 이 사회에서 청소년은 더 힘들다.

 

이렇게 힘든 청소년의 모습을 표현한 시. 마음이 찡했다. 

 

 

난, 니가 야자 끝나고

교문 빠져나오는 거 매일 보는데

 

학원 끝난 책가방이 너를 메고

집으로 가는 거 매일 보는데

 

너는 혹시 요새 나, 본 적 있니?

 

난, 니 방이 니 몸을 끌어다

책상 앞에 앉히는 거 매일 보는데

 

박성우, 사과가 필요해. 창비. 2017년 초판 2쇄. 99쪽.

 

달을, 별을 볼 여유가 없는 청소년들. 우리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이제는 청소년들도 별을, 달을 볼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에게 삶의 여유를, 저녁 있는 삶이 어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아니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청소년들은 바쁘다. 대학에 가고자 하는 청소년은 공부로. 대학에 가지 않으려는 청소년은 돈을 벌기 위해. 그들이 이렇게 바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박성우가 펴낸 이번 시집 읽으며 시인의 말에서 시인이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바로 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청소년들, 아니 모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앞서간 애들이 있다고 해서 / 너와 내가 뒤처진 길을 가는 건 아니야!' (시인의 말에서 1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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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09: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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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0 17: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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