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수집노트 - a bodyboarder’s notebook
이우일 지음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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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로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곧 태양에 이끌리듯 파도가 함께 올라온다. 내 앞으로 다가온 높게 솟구친 파도가 해를 가린다. 그 파도의 그림자 속에 내가 있다. 나는 파도 그늘 속으로 다이빙해 들어간다. 파도를 뚫고 나오면 여지없이 눈이 부시다. (65페이지)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간절한 뭔가를 행동에 옮기고 이어갈 때, 미칠 정도가 아니라면 그 결과에 만족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말이다. 작가의 도전이 보여주는 것은, 중독도 즐기면 행복하다는 거였다. 나이를 얼마나 먹었어도, 아직은 서툰 초보여도 즐거우면 된다. 작가의 전작에서 이미 부기보드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그 부기보드에 온전히 몰입한 시간을 들려준다. 얼마나 재밌게 열정적으로 부기보드를 대하는지, 웃음도 나고 부럽기도 하다. 얼마나 좋아해야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중독이라도 말해도 좋을 만큼, 온몸으로 부딪히는 즐거움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작가가 몸 쓰는 일을 얼마나 해봤을까 싶을 정도로, 본인도 인정할 것 같지만, 언제나 책상 앞에서 머문 시간이 많았을 거다. 그런 그가 하와이에서부터 부기보드에 빠져 한국의 바다에 빠지게 되었다. 파도타기. 나도 작가의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부기보드를 알게 되었는데, 말로만 들어서는 잘 몰라서 초록창에 검색해봤다. 그동안 봤던 서핑보드보다는 짧은, 작가의 부기보드 타는 법으로 보면 오리발까지 착용해야 하는 서핑. 원래 이름은 보디보드, 작가가 선호하는 별칭 부기보드로 부른다. 엎드려서 보드에 몸을 밀착한 자세로 파도를 즐기는 스포츠라고, 안전하다는 게 장점이기도 하단다. 그걸 배워서 즐기는 작가의 표정을 상상해봤는데, 좋아하는 장난감 하나 발견하고 종일 그 장난감을 손에서 놓지 않는 집념을 보여주는 듯했다.


파도타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파도를 기다리는 끈기와 체력을 길러야 했다. 어떤 파도가 좋은지 알아채는 능력도 필요했다. 그 넓은 바다에서 혼자만 파도를 타는 게 아니니, 주변의 다른 서퍼들과의 소통하고, 바다 밑의 상태도 살필 줄 알아야 했다. 뭐든 쉽지 않겠지만, 특히나 바다는 보이는 그대로 다는 아닐 듯하다. 무엇보다 내 눈에는 위험해 보이는 요소가 많았다. 그런데도 작가는 그 짜릿함에 바다를 즐기고 파도를 탄다. 어느 정도인가 하며, 장롱면허를 밖으로 꺼내주기까지 했단다. 30년을 운전하는 아내의 옆자리에 탔던 그가 파도를 타기 위해 운전을 한다! 꿈에서까지 파도가 나온다고 한다. 노년의 삶을 바닷가 작은 오두막에서 지내고 싶다니, 이 정도면 미치게 좋아하는 거 아닌가? ^^


파도를 탄다는 건 자연과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모양과 색이 끊임없이 바뀌는 하늘, 그 하늘에 아름다운 선을 그으며 날고 있는 물새들을 물 위에서 하염없이 바라보게 된다는 것. 마침내 도착한 파도에 오르면 다른 하찮은 욕심들은 모두 사라진다는 것. 물을 가를 땐 자신이 바다에 살고 있는 작은 생명체처럼 느껴진다는 것. 파도를 읽고 그것과 하나가 된다는 것. 파도타기는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165페이지)


그가 파도를 따라다니던 시간 그대로 느껴진다. 어떻게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는지 들려줄 때면 그의 흥분이 그대로 전달된다. 파도타기는 즐기면서 할 수도 있고, 시합처럼 경쟁할 수도 있다. 어떻게 즐기느냐는 그 파도를 타는 사람 마음대로. 배우면서 마음이 급할 수도 있지만, 목적은 파도 타는 것이니 서툰 것도 괜찮고, 능숙하게 타는 것도 괜찮은 거 아니겠나. 천천히 배우는 마음으로 파도를 타고 싶다는 여유로운 마음은 어딜 가고, 파도를 타다 보면 어느 순간 그는 경쟁하는 자세로 파도를 타는 자신을 발견한다. , 이 마음 알 것 같다. 마음은 느긋하게, 잘 타게 되기까지 천천히 완벽하게 파도를 대하고 싶은데, 어느 순간 마음보다 몸이 앞서 파도를 대하고 있는 걸 또 어쩌겠나. 옆에서 그런 남편을 보는 아내의 표정이 어떨지.


여름에 실컷 즐기면 될 줄 알았는지도 모른다. 날씨 좋고 파도가 괜찮을 때 실컷 타면, 겨울의 추운 바다에서는 좀 참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겨울의 바다에 빠진다. 그의 서핑 이야기로 알게 되었는데, 겨울의 바다가 추울 거로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모든 취미가 장비빨인지는 모르겠으나, 부기보드 역시 장비가 중요했다. 겨울의 추위를 이기고 바다에 풍덩 빠질 수 있게 두툼한 슈트도 필요했다. 손이 시리니 장갑도 필요하겠지. 마치 육지 위에서와 똑같이 바다에서도 서 있는 느낌이다. 물이 무서워서 여름에도 물 근처가 아니라 차라리 나무 그늘로 피신하는 걸 선호하는 내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성으로 부기보드를 배운 것만 같다. 부기보드를 시작하고 즐기면서 차곡차곡 쌓은 작가의 시행착오가 파도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실전 교과서가 될지도 모르지. ‘이렇게만 배우면 파도타기 기본은 합니다.’ 뭐 이런 진심 어린 조언 같은? 읽는 순간마다 수영을 배우고 싶다고 3초짜리 다짐을 할 정도였다.


난 여전히 그림 그리는 게 가장 즐겁고 행복하지만, 이젠 거기에 다른 행복이 추가되었다. 온통 파도타기에 관한 것들이다. 후회가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어느 정도는 인생의 후회를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183페이지)




그동안 작가의 그림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손그림이 아니라 아이패드의 일러스트 프로그램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가 그림의 변화를 도전한 것처럼, 그의 부기보드 사랑도 도전이었겠지. 이만큼 나이를 먹고 가능할까 싶은 것을 시도하면서 보여줬고, 좋아하는 것을 시도하고 즐기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증명했다. 파도타기는 그의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도전으로만 머물지도 않았다.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바다 위에서 숨을 고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말한다. 바다에서 상어만큼이나 위협적인 존재는 해파리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즐기고 공유해야 하는 바다를 오염의 장소로 만들기도 하는 사람을 원망한다. 바다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지구를 살아가는 모든 생물이 함께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그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진리를 망각하는 이들에게 잔잔히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아내와 함께 즐기는 부기보드라고 했다. 그의 아내가 즐기는 방식이 작가와 똑같지는 않지만, 상관없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면 되니까. 즐긴다는 게 뭔지, 도전이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필요한 많은 용기를 배우는 순간이었다. 누구보다도 파도를 사랑하고 즐기는, 지금보다 더 능숙하게 파도를 타는 부기보더 작가의 다음 이야기도 들려오기를. ^^




#파도수집노트 #이우일 #서핑 #부기보드 #보디보드 #파도타기

#에세이 ##책추천 #비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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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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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 할머니에게 듣는 이야기를, 그저 흘러간 과거를 소환하는 정도로 여겼다. 나이 든 사람이 습관처럼 하는 말, 나 이렇게 고생하면서 살아왔네 하는 고릿적 이야기 말이다. 이십 년 동안 못 만나고 살아온 사이에서 등장하는 과거는 할머니의 일방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것으로 들렸다. 할머니와 엄마의 끊어진 관계를 핑계 삼아 들려주려는 것은 아닌가 했다. 이혼하고 시골로 내려간 지연을 엄마는 이해하지 못했고, 혼자였지만 나름대로 상처를 극복하려는 지연만의 방식은 누가 봐주지 않았다. 그때 만난 할머니, 오랜 세월 속 짧은 기억에 머문 할머니가 지연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깊었다. 더는 슬픔으로 머물러 있지 않게 하는 힘. 누구 탓도 아니라는, 그러니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는 위로였다.


백정의 딸이어서 외면당하고, 일본군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혼인하고,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떠나지 못했다. 남자가 있는 여자의 인생만이 인정받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제대로 알려주는 이도 없었다. 부딪히고 겪어내는 것만이 답을 찾는 방법이었다. 충분히 사랑을 주지 못한 딸은 엄마와 데면데면해지고,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다. 그 사이에 있는 지연 역시 엄마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 모녀의 관계가 유전처럼 흘러온 것 같지만, 사실 덜 고통스럽기 위해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었다. 지연도 그렇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지만, 우연히 할머니에게 그 집안 여자들의 역사를 들으면서 그녀의 마음도 변한다. 만나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아프지 않으려고 피하기만 했던 시간이 삶을 회복시키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처음에 자기 삶이 나아지고 있는지 스스로 묻던 지연은 대답할 수 없었지만, 이야기가 끝날 무렵 지연은 변화한 삶을 찾는다. 엄마의 말처럼 하나하나 맞서지 않고 그냥 피하며 사는 게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믿었는데, 그게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님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닫는다. 소설의 등장인물 대부분이 여자이고,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그녀들 때문이라며 비난받았다. 그럴 때마다 자책은 쌓이며, 자기 탓으로 돌리고 판단한다. 이번 생은 틀렸다고, 내가 왜 이랬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럴 바에는 왜 태어난 거냐고. (지연의 엄마 미선이 할머니에게 했던 말처럼, 자기가 없었으면 할머니 인생 더 편하지 않았겠느냐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살아가는 동안 쌓일 많은 이야기가 우리를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할머니가 전하는 이야기로, 듣는 지연이가 있기에 과거와 지금이 이어지면서 변화한 것처럼 말이다.


한 장의 사진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이야기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가난과 고통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던, 여자여서 핍박받는 인생을 건네주고 싶지 않았던 노력이었다. 보고 싶고 그리운, 아프지만 용기 있게 살아가는 그 모습 자체가 밝음이었다고 증명한다. 과거로부터 흘러와 오늘의 인생에 뿌리내린 삶의 방향이 아닐까 싶다. 동시에 과거를 들으면서 현재를 본다. 세상의 폭력과 무시에 넘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녀들은 서로를 지탱하며 슬픔을 넘는다. 여자로 살아가는 게 한없이 어두웠던 시대에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라는 건 어떤 건지 그대로 보여주는 이들이다. 삶을 놓고 싶을 때 살아야 할 이유를 말해주는 이가 옆에 있다는 건 기쁨이다. 가족에게도 그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을 꺼내놓을 수 있는 상대, 증조모와 새비 아주머니, 할머니와 희자, 엄마와 멕시코 아줌마, 지연과 지우의 관계는 그래서 값지다. 누구보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이 살아가는 용기가 된다는 걸 증명한 이들이었으니.


모계로 이어지는 여성 4대의 100여 년 역사는 슬픔을 넘어서 빛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아픔을 겪고 나서 내 것이 된 삶의 흔적들은 이제 어둡지 않았다.


#밝은밤 #최은영 #문학동네 #소설 #한국소설 #문학 ##책추천 #여성4#100년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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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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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지은 밥에 버터와 간장을 넣고 비벼 먹는 거예요. 요리를 하지 않는 당신도 그 정도는 하겠죠. 버터가 얼마나 훌륭한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음식이에요.”

(중략)

버터는 냉장고에서 막 꺼내서 차가운 채로 넣어요. 정말로 맛있는 버터는 차갑고 단단한 상태에서 식감과 향을 맛보아야 해요. 밥의 열기로 바로 녹으니까 반드시 녹기 전에 입으로 가져가야 해요. 차가운 버터와 따뜻한 밥. 일단 그 차이를 즐겨요. 그리고 당신 입속에서 두 가지가 녹아서 섞이며 황금색 샘이 될 거예요. , 보이지 않아도 황금색이란 걸 아는, 그런 맛이죠. 버터가 엉킨 밥 한 알 한 알이 자기 존재를 주장하고, 마치 볶은 듯한 향기로움이 목에서 코로 빠져나가죠. 진한 우유의 달콤함이 혀에 감기고…….” (39~40페이지)


아직 밤 10시다. 집 근처 마트 문이 열려 있다면 좋겠다. 처음 이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갓 지은 밥에 버터와 간장을 넣고 비벼 먹으라는 문장은 무슨 주문 같았다. 신의 말씀을 듣고 따라야만 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안 되겠다. 주방 수납장을 여니 즉석밥이 있긴 하다. 잠깐 고민했다. 갓 지은 밥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나. 밥 한 공기 분량의 쌀을 넣고 급속 취사를 누른 후에,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동네 마트에 갔다. 브랜드도 모르겠는데 버터가 있긴 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 와서 계산하고, 집으로 오는 시간 동안 밥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전기밥통 근처를 서성이며 취사가 끝났다는 알림음이 울리자마자 밥을 덜고, 김이 나는 밥 위에 버터를 얹고 간장을 한 숟가락 정도 넣어주었다. 살인 용의자 가지이의 말처럼 일단 차가운 버터와 뜨거운 밥을 바로 입속에 넣고 그 두 가지가 따로 놀다가 하나로 합해지며 황금색 샘이 솟는 느낌을 맛보고, 그다음에는 잘 비벼서 먹어보는 시간의 경건함. 밥이 뜨거워서 그런지 버터와 간장과 밥은 아주 잘 비벼진다. 버터를 밥 위에 얹은 그 순간부터 풍기는 고소하고 부들부들한 버터 냄새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렇게 코에서부터 고문을 일으키던 순간을 이겨내고 드디어 한 숟가락 입으로 밀어 넣은 그 느낌은, , 이래서 밤에 뭘 먹으면 안 되는데, 하는 후회를 남김과 동시에, 향기를 먹는다는 게 뭔지 새삼 놀라면서, 다 먹지 않아도 채워지는 이 포만감은...


수도권 연쇄 의문사의 가해자로 알려진 가지이 마나코를 취재하려던 주간지 기자 리카는 벽에 부딪힌다. 아무리 해도 그녀가 만나주지 않는 것. 친구 레이코와 얘기하던 중 가지이가 관심 가질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꺼냈더니, 가지이는 관심을 보인다. 바로 음식 이야기와 레시피. 한물 간 것 같은 이 사건에 리카가 왜 흥미를 보일까 싶어 독자인 나도 궁금했다. 가지이는 30대 여성으로 무직이고 주거도 불분명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있던 이유가 그녀의 외모였다. 100이 넘는 몸에 아름답거나 젊지도 않았다. 그런 사람이 몇 명의 남성을 죽게 한 장본인이라고, ‘꽃뱀이라고 여겼던 이미지를 바꿔놓았다. 가지이의 블로그에는 맛있는 음식과 사치스러운 것들로 넘쳐났고, 보이는 것 뒤에서 있던 그녀의 이미지를 사람들은 마구 상상했겠지. 리카는 이 사건을 다른 방향에서 다루고자 했다. 가지이가 꽃뱀처럼 남자들을 대했던 게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호기심과 가지이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여성 혐오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가지이의 이야기를 듣는 게 먼저인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접근하면서 가지이와 만나고 이야기를 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리카는 처음 의도와 다른 방향의 변화를 맞이한다.


일본을 뒤흔든 꽃뱀 살인사건이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꽃뱀이란 단어에서 가해자의 이미지를 연상했을 것이고, 막상 마주한 가해자의 외모에서 전혀 다른 이미지로 공격(?)당한 듯한 충격에 한동안 멍했을지도 모른다. 결혼을 미끼로 남자들에게 10억 원이 넘는 돈을 갈취했다고, 그중 3명은 자살로 위장하여 교묘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우리가 가진 꽃뱀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 예쁜 얼굴, 남자를 존중하고 위하는 듯한 말솜씨와 태도 등. 상대가 빠져들지 않고는 안 될 정도의 매력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가지이의 외모 묘사도 그렇지만, 실제 사건에서 사람들은 이 여자가 사기 칠 정도가 아니라고, 아니, 이 여자의 외모에 사기를 당할 남자는 없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도대체 그녀의 매력이 무엇이란 말인가. 사형선고를 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이면서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결혼도 했다는 게 더 화제였다. 그러니 작가가 다시 독자에게 던져주는 이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건 독자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


리카는 가지이의 환심을 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편지를 쓰고, 사생활도 들려준다. 나는 너와 이렇게 가까워지고 싶다는 바람을 보내면서, 누구도 알지 못하는 가지이와 남자들의 관계를 알고 싶어 한다. 그 과정에서 리카는 가지이가 부리는 마법에 빠져든다. 그녀가 말하는 레시피를 따라서 해보고, 그녀가 말하는 곳에 가서 그녀의 기억 속 음식을 먹고, 그녀의 고향에까지 가게 된다. 평소 식사를 잘 챙기지도 않고 음식은 더더욱 하지 않은 리카가, 어느 순간 손수 밥을 해 먹고 직접 해서 먹는 음식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다. 마른 체형이었던 몸이 점점 부풀어 오르는 건 당연했다. 그 중심에 버터가 있다. 가지이의 말대로 에쉬레 버터를 넣은 버터간장밥으로 시작된 리카의 식사는 한없이 발전하고 늘어난다. 몸이 불어나니 점점 불안해진다.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옷이 좀 안 맞나? 예쁜 옷을 입을 수 없어지나? 그러면서도 편안해지고 당당해지는 마음이 생기는 건 무슨 일인지.


어느 시선에 초점을 두고 읽어야 할까 고민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대충의 내용은 알고 있기에 그 이야기 곳곳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나 싶었다. 마치 가지이에게 조종당하듯 따라서 하는 리카의 행동을 보는 게 불안하기도 했지만, 리카에게 찾아오는 변화가 눈에 보여서 흥미롭기도 했다. 가지이의 의도를 따라가면서 리카는 변한다.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까지.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실제 가지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무엇을 바라고 가지이를 만났는지, 가지이가 어떤 매력으로 피해자들을 사로잡았는지 듣게 되었을 때 의아하기도 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녀가 집밥으로 피해자들을 사로잡았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남자들이 바라던 어떤 여성상을 떠올리게 된다. 외롭게 살다 보니 자기 노후를 같이 봐줄 사람이면 외모가 무슨 상관인가 싶은 남자들, 집밥을 해줄 가정적인 여자라면 그 누구라도 괜찮다는 남자들의 바람은 그녀를 무시하는 말이기도 했다. 남자와 여자가 나뉘어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지이는 자기 몸을 사랑했다. 타인의 시선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즐거움과 행복이 오늘의 그녀를 만들었다. 여자는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질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 순간에 가장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으면 돼. 귀를 잘 기울이고, 내 마음과 몸에 물어보는 거야. 먹고 싶지 않은 건 절대 먹지 마. 그렇게 결심한 순간부터 몸도 마음도 달라지기 시작할걸.” (141~142페이지)


정말 가지이가 그 남성들을 살해했을까? 그게 너무 궁금해서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되지만, 어느 순간 가지이가 살해를 했는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게 됐다. 그녀가 먹는 음식, 그녀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 그녀가 성장하던 시간 속의 진실들을 마주하면서, 그녀가 왜 음식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 찾게 된다. 음식으로 시작된 이야기 같지만, 음식으로 교묘하게 감춰진 살인사건 같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오랜 세월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뿌리내렸던 가부장제 사회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묻는다. 리카가 몸무게가 늘어나는 걸 무서워하고 먹는 걸 주저하면서 관리하던 몸, 리카의 애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살이 찌자 팬을 거부하던 태도나 리카가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했던 말들, 살이 쪘다고 이지메 당하던 어린 소녀의 슬픔, 그런데도 남자들은 집안에서 여자가 정성 들여 차려낸 집밥의 환상을 가지고 사는 시간의 모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바라보는 여성은, 그들에게 돌봄을 행해줄 대상이었을 뿐이라는 게 이 사건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누구를 위해 요리하는가. 가지이가 상대를 위해 끊임없이 요리하고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어 했던 마음이 어떤 날 사라졌던 것처럼, 그저 원하는 대로 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던가. 내가 먹고 싶으면 요리하고 맛있게 먹고, 맛있게 먹은 대가로 살이 쪘다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고,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이 좋다면 그래도 괜찮은 일이지 않은가. 가지이가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그것 때문에 찐 살을 사랑스러워하는 게 너무 강렬해서 이 소설의 내용이 아무려면 어떤가 싶을 정도였다. 가지이가 음식을 향해 품은 욕망의 결과물이 자기 몸이었으니, 그 몸을 사랑하는 가지이의 태도를 보면서 그녀가 가진 욕망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강한지 새삼 확인했다. 타인의 시선 따위 그녀의 욕망 앞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향해 계속 가는 그녀의 마인드가 이렇게 부러울 수가... 리카의 변화와 성장이 가지이로 비롯된 것이지만, 그녀가 원하는 집을 찾아다니면서 발견한 정의는 이 책이 말하는 거의 모든 것이었다. 원하는 대로 드나들 수 있는, 언제나 열려 있는, 그런 집. 우리 몸도 그러하다. 자기가 먹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원래 집이란 게 지붕이 있고 비바람만 피하는 장소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사는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방법을 정하면 되죠. 규칙에 얽매이면 오히려 만족스러운 물건을 찾을 수 없게 돼요.” (494페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버터 향이 머물러 있는, 그 부드럽고 향이 진한 고소함에 빠져서 나오고 싶지 않은 소설이었다. 온몸에 머물렀던 버터간장밥의 마법은 이 책을 다 읽고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는 버터 향처럼, 당신은, 나는 그냥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된다. 혹여라도 그렇게 먹은 것 때문에 내 몸의 변화가 신경 쓰인다면, 그건 건강을 염려하는 이유 때문이지 타인의 시선이나 고정관념 때문일 필요는 없다. 점심을 거른 내 허기에 버터간장밥 한 그릇 더 채워줘야겠다. 벌써 코끝이 고소하다.


#버터 #유즈키아사코 #이봄출판사 #소설 ##책추천

#연쇄살인사건 #요리 #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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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7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간장 버터 뜨끈한 밥이 !ㅎㅎ 이책은 아껴두고 읽으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방탄 커피를 마신후에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ㅅ^

구단씨 2021-09-27 23:05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사실 간장버터밥을 계속 먹을 수는 없었어요. 밥을 아주 조금만 덜어서 먹어봤거든요.
평소 먹는 양이면 절대 못 먹을 듯.
근데 이게 은근 계속 먹어지더라는... ㅠㅠ
느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중독을 일으킬지도 모릅니다. ㅎㅎ

희선 2021-09-28 0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 눈보다 자신이 좋은대로 살면 좋기는 할 테지만, 그게 잘 안 되기도 하지요 이런 생각해도 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버터 간장밥 안 먹어봤어요 이 책을 보면 한번 먹어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구단씨 2021-09-29 21:41   좋아요 1 | URL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가면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잘 안 되는 마음이...
저는 이번에 버터간장밥을 처음 먹어봤습니다. 문장으로 드셔보시는 것도 괜찮아요. ^^

scott 2021-10-0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이달의 당선 추카~

주말 메뉴로
간장 버터 밥 찜!👆^^

구단씨 2021-10-11 21: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주말에는 김치볶음밥에 느끼하게 치즈를 얹어서 먹었습니다. ㅎㅎㅎ

그레이스 2021-10-0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축하드려요^^

구단씨 2021-10-11 21: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날씨가 쌀쌀해졌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서니데이 2021-10-08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구단씨 2021-10-11 21: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이 책 추천합니다. ^^

희선 2021-10-0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 님 축하합니다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구단씨 2021-10-11 21:58   좋아요 0 | URL
연휴 잘 지내셨나요? ^^
비가 와서 그런지 쌀쌀해져서 금방 겨울 올 것 같은 날씨였어요...

감사합니다.

러블리땡 2021-10-09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축하드려요 ^^

구단씨 2021-10-11 21: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연휴 동안 책 많이 읽으셨나요?
책 읽기 좋은 날이었는데, 저는 한권도 못 읽었어요... ^^

thkang1001 2021-10-09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씨 님! 이 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을 많이 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연휴 보내세요!

구단씨 2021-10-11 21: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먹기만 하느라 살이 계속 찌는 연휴 보냈거든요.
계절이 바뀌려고 하는 듯해요. 건강 유의하세요. ^^

thkang1001 2021-10-12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씨님! 제 건강을 걱정 해주신 데 대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추석 연휴 동안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몰아서 봤다. 드라마가 궁금했는데 원작도 보고 싶었고, 마음과는 다르게 원작을 먼저 볼 기회는 없었다. 결국, 드라마를 잠깐 봐야지 했다가 시즌1을 한꺼번에 다 보게 되었다. 그동안 부드러운 이미지로 굳혀 있던 배우 정해인이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싶어서 살짝 놀란 것도 잠시, 군대에서의 탈영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싶어서 더 놀라고야 말았다. 주변 사람들 통해서 군대 이야기는 종종 들어왔으나, 그 실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나는 그저 이야기로 듣고 말았을 뿐이고,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보다가 갑자기 큰 조카가 생각이 났다.


내 주변에 가장 최근에 군대를 다녀온 이는 큰조카였다. 제대한 지 2~3년쯤 된 것 같다. 인천의 어느 섬에서 군 생활을 했고, ,.이었다. 헌병이라고 하니 가장 먼저 각 잡힌 제복이 생각났고,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했다. 훈련도 받고, 짜인 일정대로 야간에 근무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 다 일어나서 식사하고 낮 훈련받는 시간에도 늦잠을 자기도 한다더라. 모두가 똑같이 찍어낸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한 가지 형태로만 움직이는 줄 알았는데, 헌병은 또 그런 생활을 하는구나 싶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사실 군대 가혹행위 같은 거 없냐고 물었지만 괜찮다는 대답만 들었다. 한 가지 힘든 점은 섬에 있다 보니 날씨에 따라 배가 오고 가지 않을 때도 있다 보니, 보급품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을 때도 있고 휴가를 제날짜에 나오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무엇보다 우리가 면회 한번 가려고 계획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배를 타고 들어갔다가 숙박까지 하고 나와야 하는데 교통비며 숙박비가 장난 아니어서 포기했다는 것 정도.


너무 막연하게, 너무 무난한 것만 생각했나 보다. 오래전에 친구나 학교 선배들에게 들은 군대 얘기는 때로는 잔인하면서도 어이없었고,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게 많았다. 그때로부터 거의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 큰 조카가 군대에 갔으니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따로 들은 말도 없기에 요즘 군대 괜찮구나 하는, 나 혼자만의 착각을 키워왔던가 보다. 이 만화 때문에 탈영병 잡는 군인이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탈영병이 많았다는 것도, 탈영의 이유가 다양한 듯하면서도 다양하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 군대가 바뀐다고 기대하지만, 바뀌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실제로 군대에서 DP였다던 작가의 경험에 근거했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창작물이지만 실화를 그대로 옮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만 짙어졌다.


드라마와 원작은 비슷하다. 주인공 안준호의 배경, 입대 후 일어나는 위치 변화, 탈영병 찾으러 다니면서 마주하게 된 에피소드가 약간 앞뒤로 섞인 것 등. 서로 다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조금씩 섞인 거 말고는 거의 비슷하다. 부대 안에서 훈련받고 헌병 임무를 수행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다른 부대원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지만, DP도 나름 고충이 많다. 마치 형사가 범인 추적하듯 온갖 수단과 두뇌를 총동원해서 탈영병을 쫓아야 하고, 받아온 활동비 내에서 외부 생활을 해결해야 한다. 어떤 DP들은 사비로 충당하면서 활동한다고 하지만 상병 안준호에게 사비라는 건 없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들이 지긋지긋해서 도피하듯 들어간 곳이 군대였으니, 그에게는 휴가도 반갑지 않은 일이다. 술에 절어 사는 아버지, 아버지의 폭력에 길든 엄마, 두 동생은 현실에 안주하듯 피해가듯 살아가는 날들이었다. 그가 기를 쓰고 탈영병을 찾으러 다니면서 느끼는 온갖 감정이 만화의 한 컷마다, 대사 하나마다 그대로 전해진다.


아무 문제가 없는 부대에서 탈영병이,

그것도 유서를 쓴 탈영병이 생겼다는 건,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는 거죠.

문제가 보이지 않았거나,

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DP 개의 날2, 24페이지)


아마도 연고 없는 곳에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외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리울 것이다.

지나온 모든 과거가 그리워지는

밤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DP 개의 날1, 40페이지)


작가의 모습을 많이 닮은 듯한 안준호는, 처음에 내무반 생활이 고달프고 싫었던 차에 DP 제안을 받은 게 반가웠다. 하지만 탈영병을 쫓으면서 점점 그 반가움은 괴로움으로 변했다. 자신이 속한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그 부조리에 나서지 못하거나 나서고 불행해지는 이들을 본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그들이 왜 탈영할 수밖에 없었는지. 읽다 보면 가장 많이 들려오고, 가장 많이 궁금한 게 바로 탈영의 이유다. 실제로 1년간 몇 명의 탈영병이 발생하는지 일반인들은 모르겠지. 나 역시도 마찬가지. 나와 관련 없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아무도 본 적 없는 얘기였으니까 말이다. 이 만화를 보다 보니, 탈영의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었지만, 결국 한 가지로 모였다. 군대 내 가혹행위, 이해하기 어려운 꼬투리 잡기, 인격 모독과 언어폭력까지 더해지면, 가혹행위는 군대 내 거의 모든 생활에서 이루어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어이없게 시작된 탈영에는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휴가 나와서 복귀하려고 버스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끊었는데, 어라 시간이 많이 남네 근처에서 게임이라고 한판 하고 오면 시간이 딱 맞겠군, 신나게 게임 한판 하고 났는데 미치겠네 버스가 떠나버렸어, 에라 모르겠다 영창밖에 더 가겠냐 게임이나 더 해야지. 술을 한잔 마시다 보니 기분도 좋고 한잔 들어가니 더 마시고 싶고, 마시다 보니 귀대할 시간이 지나버렸네, 어쩌나 하고 걱정하다가 들어가서 된통 깨지느니 찜질방에서 잠이나 더 잘란다. 이게 탈영의 이유라고? 진짜야? 웃음이 나다 못해 어린아이를 보는 것만 같았다. 하긴 잠깐의 실수로 두려움은 커지고,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피하고 싶은 건 누구나 비슷하게 가지는 공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군번줄 차고 찜질방에서 자다가 잡히고, 어디 피시방에서 로그인했다가 잡히고. 설마 완전 탈영을 꿈꿨을까 싶으면서도 너무 어이없이 잡히는 것도 참 웃음뿐이로다.



문제는 다른 탈영에 있다. 그 무게가 한없이 무거워서 탈영이라고 벌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야 마는 이유.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 탈영을 해야만 했던 이유가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던 것뿐이라는. 이 작품은 탈영해야만 했던 탈영병과 그 탈영병을 쫓는 DP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탈영병을 찾아다니면서 탈영의 이유를 찾는 과정이면서도, 끝도 없고 변화도 없을 현실에 또 다른 탈영병은 계속 생길 거라는 절망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도대체 왜, 탈영을 부르는 가혹행위는 계속되는가. 심심해서? 짜증이 나서? 단체 생활에서 자기 위주의 태도는 별의별 폭력을 만든다. 구타와 언어폭력은 기본이다. 코를 곤다고 방독면을 씌우고 그 안에 물을 부어버린다. 벌레를 잡아서 계속 먹인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버티고 버티다가 탈영이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고통을 매번 확인할 때마다, DP 역시 상관의 지시를 따르면서도 선임병의 폭력을 겪을 때마다, 안준호는 회의를 느낀다. 탈영병을 붙잡아 탈영의 이유를 확인하고 가혹행위 가해자들을 처벌해도, 누군가는 다시 탈영한다. 뭐가 변할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날들 속에서, 군인이면서 군인 같지 않은 군대 생활에 안준호는 군인과 민간인 그 사이에서 서성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작가의 후기부터 읽었다. 무슨 마음으로 이 책을 썼을까 싶어서.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펼쳤는데,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말에 이야기의 생생함은 더 깊게 들어왔다. 한컷 한컷,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내가 잘 몰랐던 곳, 경험자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제대로 듣지 못할 내용을 마주하고 무서웠다. 인간 세상에서 이보다 더한 일도 많이 있겠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는, 방관자들만 득실대는 걸까. 어떤 이유가 있다고 해도, 군대에 보낸 자식이 죽어 나와 절규하던 어느 어머니의 말처럼, 군대가 사람이 죽어도 되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그 호소가 안준호에게도 닿은 것일까. 성과를 앞세우며 탈영병 체포에 집중하던 그는, 그가 쫓는 시간만큼 탈영병의 고통에 공감하고 현실에 분노한다. 온갖 기술을 총동원해서 어떻게잡을지 고민하던 그는 탈영병을 잡아야 하는지 묻는다. ‘제정신이 아니어서 탈영을 한다고 생각하다가, ‘탈영하지 않고는 제정신으로 살 수 없다라는 결론을 얻는다.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쏟아지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은 이 책의 매력이자 현실을 담은 힘일 것이다.


드라마를 순식간에 다 보고, 이 책을 몇 시간 동안 다 읽고 나니, 각 잡힌 제복에 영화 같은 장면을 생각하며 큰 조카를 대입해서 상상했던 순간들이 무너졌다. 어쩌면 그 아이가 겪었을지도 모를 시간에,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공포였을 감정에, 별일 없이 잘 있다가 나왔다고 안심시키는 목소리가 자꾸 겹친다. 여럿이 모여 있을 때 농담처럼 꺼낼 주제가 아니라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 했다고, 상명하복 시스템의 문제를 다시 꺼내야만 했다. 큰 조카가 군대 생활할 때 작은 조카들이 모이면 어떻게 하면 군대에 안 갈 수 있는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곤 했다. 고작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벌써 군대를 피하고 싶은 이유를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원해서 입대하고 싶은 이는 드물 것이라는 확인. 남동생이 입대할 때가 거의 이십 년 전인데, 그때 엄마가 남동생 입대하고 들어와서 벽 보고 누워서 한참을 울었는데,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을 곳이 군대일 거라는 생각에, 도대체 군대의 존재는 무엇일까 묻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군대가 바뀐다구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있잖아요.

제가 쓰는 수통 밑에 1953이라고 새겨져 있어요.

육이오 때 쓰던 거예요.

하하하-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DP 개의 날4, 22페이지)












#DP #DP개의날 #김보통 #만화 #군대 #탈영병잡는군인 #군무이탈체포조

##드라마원작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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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숨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6
유즈키 유코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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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처럼 받아놓은 다른 책을 옆에 두고,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대출하고 구매한 책을 또 옆에 쌓아두고서도 읽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또 인터넷서점을 헤매다가, 새로 받은 이 책을 잠깐만 살펴봐야지 하면서 펼쳐 들었다가 하룻밤을 꼴딱 새고 말았다. 가독성 쩐다. 작가의 전작에 관한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으나, 아직 읽을 기회를 얻지 못하던 차에 만난 책이다. 물론 이야기의 시작과 과정(미스터리한 추리 스릴러), 그리고 조금씩 풀어가는 결말에 이르기까지는 기존에 읽은 추리소설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궁금했던 건 뭔가 드러나지 않은, 석연치 않은 그 느낌이 다른 책과 다르게 다가오기에 더 기대감이 컸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후미에는 육아에 찌든 나날을 지낸다. 그녀도 한때 잘나갔다. 아름다운 외모에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직장생활도 했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아이 낳고 육아에 전념했다. 딸 둘을 키우면서 그녀는 변했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마구 먹어댔다. 결과는 비만 중의 비만인 몸뚱이. 누구 탓을 할까. 남편도 원망스럽다. 큰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다시 직장생활을 하려고 했으나 남편의 반대로 좌절되었다. 아이에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강요에 어느 정도 키우고 다시 직장을 찾으려던 중에 둘째 딸을 임신했다. 이제 돌봐야 할 아이가 둘이다. 시간은 더 없다. 직장은커녕 집에서조차 자기 시간을 찾기 힘들다. 먹었다. 먹고 또 먹었다. 살이 찐 몸은 예전의 아름다움을 찾기 어려웠다. 그녀는 정신적인 병까지 얻었다. 해리성 장애. 가끔 그녀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몸은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빈번하게 증상이 나타난다. 초등학생인 큰딸은 학교에서 왕따까지 당하고 있다. 다 후미에의 뚱뚱한 몸 때문이다. 엄마의 외모가 아이에게 놀림거리가 된 거다.


, 정말 이 마음 알 것 같다. 내 인생 조금이라도 찾아가고 싶은데, 현실은 꽉 막혀 있어서 답답하고. 아이를 키워야 하는 것도 맞는 일인데, 이게 우선인 삶도 버겁고. 후미에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그녀가 자꾸 먹어대는 걸 이해할 것도 같다는 이 공감.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 서사를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이 작품은 저자가 처음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여 쓴 범죄 추리 소설이다. 그만큼 처음부터 등장하는 후미에라는 인물 묘사는 강렬했다.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부터 극단으로 치닫는 느낌을 뿌린다. 육아와 살림에 찌든 일상에서 등장한 비만의 여성, 이벤트 응모가 취미이자 유일한 탈출구였던 그녀에게 어느 날 배송된 디너쇼 티켓. 그 디너쇼에서 만난 고등학교 동창의 권유로 프리랜서처럼 일하면서 고액의 수입을 올리고, 이제 그녀는 더는 뚱뚱하고 못난 아줌마가 아니었다. 누구나 부러워하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여성이 되었다. 그녀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과거의 그녀로 돌아갔다. 행복하다.


이 일은, 오직 너만 할 수 있어.”

너만 할 수 있어.

그 말에 후미에의 가슴이 격렬하게 뛰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고 인정해주는 기쁨이 가슴에 가득 차올랐다. (185페이지)


넌 더 아름다워질 거야.”

더 아름다워진다.

가나코가 남긴 말이 후미에의 가슴을 강하게 울렸다. (180페이지)


의심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 생각해보자. 언제나 들어왔던 그 말,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물론 후미에도 일하게 됐고 그에 따른 보수를 받게 되었지만, 금액이 많다. 누가 들어도 혹할 금액이다. 의심은 당연하다. 어떤 일이기에 이렇게 많은 돈을? 하지만 후미에에게 그 이유가 보일 리 없다. 그녀를 지옥에서 구해준 것처럼 다가와 준 고등학교 동창 스기우라 가나코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가나코가 얼굴의 흉터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는 일을 대신해주면서, 후미에의 아름다운 외모로 승승장구할 화장품 사업을 같이하는 일은 너무 즐거웠다. 상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 나를 구원해준 천사 같은 친구. 고맙고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이고 돈을 벌면서 자신감도 되찾게 해준 그녀에게 절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인생이 아름다워졌다. 읽다 보니 점점 불안해지는 이 느낌은 뭔가 싶다. 너무 잘 풀리잖아? 아무리 오랜만에 만난, 과거의 고마움을 갚고 싶다는 친구의 호의라고 하지만 과해도 너무 과하지 않음? 하지만 인간이란 당장 눈앞의 것만 크게 보이기 마련이다. 피폐해진 삶을 구원해준 가나코의 고마움에 이 순간의 방점이 찍힌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불안하게 흐른다. 독자에게 후미에의 평온과 인생의 변화를 즐기게 놔두지 않는다. 후미에의 이야기와 교차로 들려오는 강력계 형사 하타와 나쓰키 콤비. 잔인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몇 가지 단서로 해결해야 한다. 피해자는 남자, 화장품 사업을 했고 갑자기 사업을 정리했다는 것. 후미에는 이 사건의 강력한 용의자가 된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세상에 절대 공짜는 없다니까. 가나코가 모든 걸 꾸민 게 분명해. 수상했어, 자꾸 후미에 뒤로 숨으려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그럼 후미에는 피해자인데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누군가 구해줘야 할 텐데, 후미에의 누명을 벗겨줘야 할 텐데. 애가 탄다. 읽는 동안 우리는 이미 봤으니까. 가나코의 수상한 태도와 후미에가 받은 돈의 상당함과 그 출처를 의심했어야 했는데. 왜 그걸 못 봤느냐고?! 그런데 더 이상한 건 갑자기 죽어서 나타난 남자의 정체다. 그는 누구인지, 왜 갑자기 죽어서 등장한 건지, 이 결말 같은 순간에 확인해야 할 과정은 어떻게 펼쳐질지.


긴장감이 대단하다. 무서움의 공포가 아니라, 이 사건의 과정을 들여다보고 싶은 근질근질함이다. 정확히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이 모든 사건이 어떻게 시작되고 흘러왔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말이다. 무엇보다 뚱뚱하다가 아름다워진 여자의 빛나는 인생이 이렇게 허물어져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슬프기까지 했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지 않을까? 나부터도 갑자기 찐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징징거리면서 자주 우울해진다. 오늘은 한의원에 가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한약으로 살 빼면 그래도 덜 독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약을 끊고 또 요요가 오면 어떡하지 싶은 걱정까지 덤으로 따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소설 역시 여성에게 아름다운 피부를 선사한다는 화장품을 판매하고, 후미에도 되찾은 외모로 당당해진 걸 보면서, 남성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여성에게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집착은 떨칠 수가 없는 숙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만 얘기한 소설은 아니다. 가나코의 행동을 보면서 요즘 우리가 많이 접하는 온갖 범죄를 연상하게 된다. 한방에 거금을 마련할 수 있는 지능적인 사기 수법, 그 돈을 어떻게 쓰는지 뻔히 보이는, 한번 맛보고 나니 놓을 수 없는 돈을 갖는 방식.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좇는 욕망은 너무 닮았다. 아름다움을 잃은 그때로 돌아가긴 싫어, 호화로운 이 생활을 몰랐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어. 그런 욕망 때문이었을까. 피해자는 늘어나고, 또 피해자는 계속 생길 것이다. 더 악질적이고, 더 교묘한 방법으로 저지르는 일들에 상처받은 사람은 또 삶의 커다란 벽 앞에 서 있겠지. 그래서 더 사회면 뉴스에서 보던 일들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가해자가 이런 일을 벌인 이유를 듣고도 공감할 수 없던 것은 결말에서 확인한 피해자들의 사연 때문이었다. 상처받고 외로운 마음을 알아준 사람이라고 믿고 모든 것을 내주었는데, 그 믿음을 배신하고 비웃고 있었을 거로 생각하니 피가 끓어오른다. 피해를 본 금액보다, 내 믿음을 배신당했다는 게 더 큰 절망이라는 것을, 가해자는 알기나 할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존재해서는 안 될 사회악으로 거듭나고 있을 뿐이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를테면, 아이가 태어날 때 부모는 무사히 태어나기만 기원한다. 무사히 태어나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고, 그게 이루어지면 머리가 좋기를 바라고, 그다음은 명문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란다. 욕심은 끝없이 커진다.

자신이 너무 많은 걸 바랐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는 당연하다고 여기던 걸 잃을 때이다.

당연한 건강, 당연한 세 끼 식사, 당연한 잠자리. 그때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모든 게 무너져 내렸을 때, 사람은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닫는다. (443페이지)


외모를 향한 욕망에서 시작된 일인가 싶었다가도, 언제라도 우리가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이 작품의 원제가 네펜테스라고 한다. 벌레잡이통풀이라는 의미로, 달콤하게 꾀어내어 그 안으로 들어온 벌레를 먹으면서 산다는 뜻이라고.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원제가 얼마나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지 알게 된다. 한 개인의 욕망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마주하는 시간을 만든다. 비극이면서도, 고발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의를 찾으려는 형사의 노력까지 더해진, 탄탄하게 잘 짜인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달콤한숨결 #유즈키유코 #비채 #추리소설 #미스터리 #김영사

##책추천 #범죄소설 #아름다운외모 #뒤틀린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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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9-15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만 믿으면 안 될 텐데, 사람은 그런 말에 잘 속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피해자면서 가해자도 될 수 있다니... 후미에가 그런 경우일 듯하네요 뭐든 자신이 애써야 얻을 수 있을 텐데,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희선

구단씨 2021-09-15 19:31   좋아요 1 | URL
누군가의 빈틈을 끊임없이 파고들면서 그 마음을 상하게 하고 믿음에 배신을 안기는 사람은 어떤 생각일까 궁금했어요. 이 소설 읽다가 보니, 타인에게 상처주는 것도 습관이 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한번 두번, 그러다가 타인의 상처에 무감각해지는...

희선 2021-09-1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 님 명절 연휴네요 구월엔 명절이 있어서 시간이 빨리 가는 건지... 명절 즐겁게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구단씨 2021-09-23 20:25   좋아요 1 | URL
연휴 잘 지내셨나요? ^^
월요일 같은 목요일 지내고 있습니다.
희선님 말씀처럼 명절이 있어서 그런지 9월이 빨리 가버린 느낌이네요.

scott 2021-09-1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추석 연휴 동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해피 추석~


∧,,,∧
( ̳• · • ̳)
/ づ🌖

구단씨 2021-09-23 20:25   좋아요 0 | URL
맛난 거 많이 드셨어요? ^^
뭔가 하고 싶은 거 많이 생각하고 명절 시작했는데,
아무 것도 한 게 없이 명절이 끝났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