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올드 - 50대 아들과 80대 노부모의 어쩌다 동거 이야기
홍승우 지음 / 트로이목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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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아들과 80대 노부모가 함께 사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어느새 부모와 자식 세대가 같이 사는 일이 드물어져 버렸으므로. 나 역시 처음에 결혼할 때는 엄마와 함께 살 집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지만, 따로 살면서 자주 들여다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실제로는 큰 집을 구할 돈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갑자기 한 집에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큰 위험(?)인지 직접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갑자기 80대 노부모를 자기 집으로 모셔오고 함께 산다는 게, 결말이 궁금해지는 모험처럼 보였다.


이들에게는 특이한 사정이 있었다. 저자는 아내와 아이들을 외국으로 유학 보낸 후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치매에 거동이 불편한 상태였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있었다. 혼자 지내는 게 걱정스러웠던 저자가 자기를 위해서 부모님을 모셔왔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이던 첫 번째 이야기에서, ‘, 이 사람은 엄마 밥이 그리웠구나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자면, 나는 아들이 갑자기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된 그 시간이 서로에게 소중하고, 치매를 겪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돌보는 어머니에게 많은 힘이 되었을 거라고 느껴진다. 어디에선가 들은 얘기로는, 치매는 갑자기 환경이 바뀌는 것도 위험하지만, 혼자이거나 외로울 때 더 심해진다고. 더군다나 아무리 남편이지만 노모가 혼자 치매 아버지를 돌보는 일도 많이 힘들었을 거다. 옆에서 다른 가족이 같이 돌볼 때, 치매 진행 속도가 더디거나, 돌봄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는 것을 알 것 같아서다. 가족 돌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많이 이해했을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많이 어려웠을 시기. 4050세대가 자기 역할만으로도 힘이 버거웠을 때다. 자식을 키우기에도 힘든 시간, 일을 하면서도 갈등과 고민이 많을 시간, 자식으로 부모 돌봄을 걱정해야 하는 시간. 여기저기 걸쳐 있는 다리가 여러 개 필요한 시기를 이렇게 보낸 저자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곧 겪을 지도 모를 일에 대비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더라.


이 책 속 인물들을 보면서 주변의 사람들을 저절로 떠올리게 된다. 치매와 당뇨를 앓으면서 청력과 시력도 안 좋은 저자의 아버지는 항상 주의 깊게 살펴봐야할 대상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는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듯 돌보고 계셨다. 나의 아버지는 오랜 세월 당뇨가 있었고, 결국에는 당뇨 합병증을 심하게 앓다가 돌아가셨다. 지금의 시아버지는 시력이 굉장히 안 좋아서 오히려 청력이 발달한 경우다. 시어머니 역시 당뇨를 지병으로 갖고 있으며, 나의 엄마는 아프지 않은 곳을 찾는 게 빠를 정도다. 늙어가는 일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주변 사람을 통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 심각함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니까, 저자의 부모님 모습이 이제 흔하게 보는 우리네 부모의 모습이니까. 억지스럽게 그려지지 않아서 오히려 더 들여다보게 되는 이야기에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정치를 주제로 부모와 갈등하기도 하고, 조심하라면서 여러 번 강조하는 엄마를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알고, 내 맘대로 되지 않은 자식의 문제로 속이 상하는 것도 잘 아는 마음이었다.


이제는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 없는 이야기에 저자의 이야기를 웃고 울면서 읽게 된다. 아픈 부모를 돌보는 간병기인가 싶었다가, 서로 다른 세대인 대상을 이해하는 이야기로 읽힌다. 변화하는 시대에 서로 감정 상하지 않게 소통하며 지내는 과정도 보인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살면서 겪는 고충도 다르지 않았다. 빚 갚으려 일하다가 지친 날들이 버거울 만도 하다. 왕년에 잘 나가던 시절을 얘기하면서 아직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꼰대 친구가 낡은 갑옷을 벗기 바라는 마음도 배운다. 젊은 사람들 틈에서 노인이 서러움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빈번할 수 있다. 이제 고령화, 초고령화 세상이 되면서, 젊은이보다 노인의 인구가 많아지면서, 노인이 되어서 서럽지 않을 세상이 올 수도 있다. 어쩌면 이미 그런 세상으로 들어선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나이 들어가면서, 어떻게 배우면서 늙어가야 하는지 비춰주는 거울 같은 이야기에 울컥해지는 순간이 많아서, 어제 돌싱포맨 보면서 웃었던 순간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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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06-27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단님 요새 울적한 책들 자주 보시네요ㅠㅠ
당분간 요런거 말고 코믹/액션/스릴러 이런거 읽어주셔요. 여름이니깐요 ㅎㅎ

구단씨 2024-06-28 14:08   좋아요 1 | URL
울적하다기 보다는 옆에 있는 책들 손을 뻗으니 이렇네요. ^^
사실 주변에서 지금 돌아가시 분, 곧 돌아가실지도 모를 분들이 많아서 심란하긴 해요...
몰입빵빵할 것 같은 추리 소설도 쌓아두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