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훈의 그랜드투어 : 동유럽 편 - 사람, 역사, 문명을 찾아 거닐고 사유하고 통찰하는 노블레스 여행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송동훈 지음 / 김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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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Tour - 유럽 귀족들의 노블레스 여행
간단하게 말하면 위와같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랜드 투어가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다고 생각된다. 일찍부터 유럽의 상류층에서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여행을 시켰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넓히고, 가치관과 태도를 확립하고 교양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삶의 목표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즉, 역사가 시작되고 문명을 꽃피우며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한 장소와 시간을 찾아서 거닐고 사색하며 성찰하는 여행 (책표지글 중에서)을 하게 한 것이다. 그 길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감하는 인생수업이 펼쳐 ( 책 속의 글)졌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작금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여행은 목표도 없고, 목적도 없는 그저 새로운 풍물에 매료되다가, 그 도시의 음식을 맛보고, 쇼핑이나 하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너무도 많다. 여행작가들 중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의 마력에 끌려서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세계의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이야기들은 많은 여행관련 책자들을 통해서 읽었었다. 그만큼 여행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세울만큼 소중한 만남과 감동과 깨달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여행에세이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만큼 품위있고, 지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 (동유럽편)을 통해 세 나라, 네 도시를 소개해 준다.

러시아 - 혁명의 열정을 간직한 동토의 제국
오스트리아 - 합스부르크가 남긴 위대한 문화의 나라
독일 - 분단을 넘어 통일 시대를 연 유럽의 중심
빈,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베를린의 4개 도시

 
4 도시를 여행하면서 그 곳의 궁전, 성당, 동상 등을 보게 되고, 그 곳에서 역사 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 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지, 인물 이야기 끝에 '리더스 가이드'를 통해서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리더스 가이드'는 역사 속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2% 까지를 챙겨준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러시아하면 생각나는 인물은 '표트르 대제'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시절이다. 부모님이 사준 '재미있는~~' 시리즈가 있었는데, 옛날이야기, 명작이야기, 위인이야기, 발명발견이야기 등 각 10권씩 100권 정도 되는 책이었는데, 그중에 '재미있는 위인 이야기'가 있었다.
짤막한 2~3 페이지 정도의 이야기들로 엮어져 있는 책인데, 그중에 '표트르 대제'이야기가 있었다. 황제가 서유럽의 선박 만드는 곳에서 직접 배를 만드는 삽화와 함께 실렸던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러시아는 격동의 역사를 가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혁명의 열정이 담겨 있는 나라이다. 그러니, 미닌과 포자르스키, 레닌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표트르 대제의 이야기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러시아를 부유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신분을 숨긴채 서유럽으로 건너가 배를 만드는 법도 배우고 포술도 익히고, 의학 강의도 듣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표트르 대제의 오두막, 바로 이 오두막은 보잘것 없는 오두막이지만 허례허식보다는 실질을 추구하고, 권위와 안락보다는 솔선수범을 실천한 황제의 모습이 아닐까.... 새로운 러시아를 만들기 위한, 과거와의 고리를 끊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현재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면 시민들이 그의 관에 정중하게 입을 맞춘다는 알렉사드르 넵스키. 외세의 침략에 나라를 지킨. 그러나, 몽골을 추종하는 그의 모습이 자칫 굴욕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굴욕을 참을 수 있는 현명한 용기였으며, 더 큰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몸짓이었음을 우린 알렉사드르 넵스키을 통해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 책 날개의 뒷부분을 장식한 오스트리아 의 '벨베데르 궁전' 지금은 클림트의 '키스'를 보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지만, 그곳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내가 본 벨베데르 궁전은 화려하기 보다는 단아하고 깔끔한 이미지로 아직도 마음 속에 간직되고 있는데, 난 그곳에서 '외젠 공작'을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빈의 화려한 또다른 궁전인 '쇤부른 궁전'에서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절대적인 권력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도, 그의 딸인 '마리 앙투아네트'도, 어린 모짜르트도 만날 수 있었는데~~


저자는 비엔나에서 모짜르트가 아닌 베토벤을 만난다. 그것도 귀가 멀어 작품활동을 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음악의 악성을. 그가 걷던 길을 걸으면서 사색에 잠기고, 그의 일생을 더듬어 보면서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독일의 상수리 궁전에서는 독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더인 프리드리히 2세의 삶을 반추해 본다. 그리고 브란덴부르크 문에서는 독일의 숙원이었던 통일을
종교개혁의 주역을 맡았던 마르틴 루터를 위해서 그 모든 것이 존재하는 듯한 비텐베르크 성교회. 그곳에서 종교를 생각해 본다.


그러나, 독일하면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히틀러와 나치의 만행.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을 통해 우린 많은 것을 사유하고, 통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랜드 투어. 그것은 배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인 것이다. 어떤 장소, 어떤 시간 속에서 배움을 찾는 것이다.
역사를 움직이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는 동인 (動因)에 대한 의문! 그랜드 투어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p230)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를 읽으면서 이 책 속의 세 나라에 대한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었고, 역사 속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역사 속에서, 인물들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이란 인생의 활력소이기도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인생의 새로운 목표도 깨달음을 가져다 줌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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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껫 100배 즐기기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한혜원.성희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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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껫 PHUKET
태국에서 가장 큰 섬, 우리나라에서 직항으로 5시간 30분이 걸리는 곳.
세계적인 휴양지로 여행자들의 눈길을 끄는 매력이 넘쳐 흐르는 곳.
아름다운 푸른 바다가 있고, 그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 나기에 음식문화도 발달한 곳.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호텔과 리조트, 그리고 밤 문화와 스파와 마사지가 있어서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
이런 푸껫에 대한 여행 정보가 한가득 담겨 있는 책이 '푸껫 PHUKET 100배 즐기기'이다.
'랜덤하우스 코리아'의 여행 정보지인 '100배즐기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그것은 최신 개정판이 수시로 업데이트 된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따끈따끈하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최신 개정판이다.


여행 정보 책자를 들고 여행을 하는 중에 느끼는 불편함은 아마도 그 책만을 믿고 찾아 간 곳이 이미 사라져 버렸을 때일 것이다.
나 역시, 여행을 갈 때에 날짜별로 일정을 짜고 '오늘은 어디를 가고, 어느 음식점에서 무엇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길을 나섰는데, 그 기대가 어그러질 때에 당황하게 되었던 경우가 있다.
대만의 타이뻬이에서 지우펀을 가기 위해서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정보 책자에 나왔던 정류장에서는 지우펀을 가는 버스가 없었다.
갑자기 인터넷을 할 수도 없고, 일정도 오후 일정이어서 시간이 늦어지면 당황스러울 것 같아서 책자의 여기 저기를 뒤적이다가 기차로 가는 방법이 있어서 그렇게 간 적이 있었다. 마카오 같은 곳은 워낙 음식점이 자주 바꾸기에 책만 믿고 갔던 곳에서 원하는 음식점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100 배 즐기기'의 큰 장점이 바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 준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외국인이 쓴 책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국내의 최고 여행 작가라고 할 수 있는 여행 마니아인 '한혜원' '성희수' 두 작가가 직접 현지를 답사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사진을 찍어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에 맞는 여행 스케즐이나  숙소, 볼거리, 맛집, 쇼핑 등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나의 여행 버릇 중의 하나는 떠나기 전에 책을 비롯하여 인터넷의 블로그를 드나들면서 각종 자료를 검색하고 일정을 짜고 그 일정에 따라 지도를 프린트하여서 들고 다니는데, 그 때에 필요한 지도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여행 일정에 따라서 분권하여 휴대하기 쉽게 내용 및 지도를 분권하여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길에 지도는 보기 쉽고, 읽기 쉽고, 펼치기 쉬워야 하는데, 이 점을 고려해서 푸깻의 지역을 10개 지역으로 나누어서 상세한 지도를 실어 주었다.




나처럼 아직 푸껫을 가보지 않은 초보자들을 위해서 친절한 지침을 많이 실어 주어서 여행길이 수월할 것 같다.

 

 
 

 
푸껫 최고, Best of Phuket 에서는 숙소, 레스트랑, 나이트스폿, 쇼핑아이템, 주변 지역, 먹거리, 관광지, 투어, 조심할 점 까지.... Best3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흔히, 푸껫은 신혼 여행지라는 생각에 다른 여행지는 선호하면서 푸껫은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푸껫 PHUKET 100배 즐기기'을 읽다보니 푸껫의 푸르른 바다가 눈 앞에서 넘실거린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니, 일본이나, 홍콩 등과 같이 지도 한 장 만 가지고 얼마든지 자유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 손에 '푸껫 PHUKET 100배 즐기기'를 들고 푸껫으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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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산티아고 가는 길
세스 노터봄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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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이와 똑같은 제목으로 검색되는 책도 여러 권이 있고, 책 제목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산티아고 순례기를 걸었던 체험을 담은 여행기는 더 더욱 많다.
내가 읽은 ;산티아고 순례기'에 관한 책으로는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푸른숲' 과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서영은, 문학동네' 등이 있다. 그외에도 여러 여행 서적 중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한 부분으로 담은 책들도 여러 권을 읽었다. 이렇게 국내에 '산티아고 가는 길'에 관한 서적들이 많기에 예전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찾아 나선다.
요즘 '브리다'로 또다시 독서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파울로 쿄엘로'도 산티아고 루드 중의 '카미르'가 일컫는 길에서 영적  깨달음을 받았다고 하지 않던가.
'산티아고 가는 길'- 이 길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성 야고보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으로 로마와 예루살렘에 이어 유럽 3대 성지 중의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산티아고에 이르는 길은 여러 루트가 있으며,  그중에서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서 피레네 산맥을 스페인의 메세타고원을 지나는 지도상에서는 스페인 북단의 동쪽에서 서쪽에 이르는 한쪽 방향을 향해 800Km 가량을 걸어가는 길이 가장 안전하고 단순한 길이라고 한다.
이 길 위에는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어서 이 길을 통해 걸어서 순례를 하기에 순례자의 길이라고도 한다. 길위에는 성당들이 많이 있으며 이 성당들에서는 순례자를 위한 미사가 있다. 이 길을 걸으면서 홀로 걷기도 하고, 또 길을 걷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또 헤어지면서 순례자들은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도 이런 길일까?
이 책의 저자인 '세스 노터봄'은 '나의 청소년기는 만사가 빗나갈 대로 빗나가 버린 시절이었다'고 회상할 정도로 마음 속 깊은 상처를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독실한 카톨릭 신자의 새 아버지에 의해 수도원 기숙 학교에 보내지면서 적응을 하지 못해서 유럽 각지를  떠돌아 다니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그가 여행 작가가 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노터봄'은 시, 소설, 에세이, 여행기, 희곡, 평론, 샹송 작사, 번역까지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쓸 정도로 필체가 수려하다는 것을 '산티아고 가는 길'의 책장을 펼치는 순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는 네덜란드 사람인데, 이 책은 이미 1992년에 네덜란드에서 간행 된 책이며, 그는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이미 1980년에서 1990년에 걸쳐서 썼다고 한다. 그것 보다 더 '산티아고 가는 길'이 빛나는 것은 저자는 1954년에 처음 스페인을 찾았고, 그 이후에는 거의 매 해마다 스페인을 찾을 정도로 스페인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이다. 반 세기가 넘도록 스페인의 매력에 취해서.... 스페인에 숨겨진 보물들을 하나 하나 캐어서 이 책 속에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은 단순한 순례기을 걷고 쓴 순례 체험기나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에는 너무도 많은 깊이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흔히,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사람들이 걷는 길을 따라서 걷는 순례의 길이 아니다. 특이하게도 그는 이 길의 출발점을 배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들어가면서 시작한다. 그러나 순례길의 종착점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교회에서 이 글을 끝맺는다.


누구나 다 가는 순례길을 노란 화살 표를 더듬어 가면서 걷는 것이 아니라 차를 타고, 또는 걸어서 샛길을 찾아 찾아 마을 구석 구석을 휘젓고 다닌다고 해야 할까. 그 길 위에 성당이 있으면, 수도원이 있으면, 아름다운 풍광이 있으면, 그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박식한 생각들을 풀어 놓는다.

나는 이중으로 여행을 한다. 하나는 렌트카를 몰고 다니는 여행이고, 하나는 요새와 성과 수도원이, 또 그곳에서 마주친 문서와 전설이 불러 일으키는 과거를 누비고 다니는 여행이다. (p69)

나에게 여행은 질러 가는 길이 아니라 둘러 가는 길이다. 나그네는 옆길로, 시골길로, 큰길에서 샛길로 빠지는 유혹,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이름을 가리키는 표지판의 유혹, 오솔길 하나만 난 저 멀리 성채의 윤곽이 주는 유혹, 저 언덕이나 산맥의 맞은 편에서 나그네를 기다릴지도 모를 수려한 장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제 발로 일부러 영원한 미로를 만들어 간다. (p497)

화가 벨라스케스와 수르바란의 그림에 얽힌 이야기, 세르반테스의 문학 이야기, 성당이나 수도원의 유래와 무어 양식, 로코코, 바로크 건축 양식, 소포클레스의 비극, 헤겔의 역사철학 등~~
 
그는 산티아고의 길을 걸으면서 그 속에서 시간 여행, 공간 여행을 한다. 그래서 역사, 정치, 자연환경, 예술, 건축,문학, 문화, 정서 등의 다방면에 걸친 폭넓은 지식들이 심도있게 다루어 지는 것이다.
 
수르바란의 '거룩한 얼굴' (일명: 베로니카의 손수건)
"천막, 예배당, 십자가." 서서 그림을 보는데 독일어로 누눅가가 뇌까렸다. 딴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막처럼 펼쳐 놓은 수건은 어떻게 보면 예배당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십자가 같기도 하다. (p148)

 
프란시스코 데 수리바란, [세라피우스의 순교]
"수르바란은 천을 하나의 속성이  아니라 어엿한 주체로 다루었다. 순교한 세라피우스의 그림에서 머리와 손을 벗겨내면 남는 것은 곧추선 천의 유품이다. 감상자가 그림을 어디서부터 보아 내려가는가와는 무관하게 천이라는 구성물은 인물과 동급의 비중을 가진 대상으로 눈앞에 떠오르면서 감상자에게 수수께끼를 던진다. (p153)
'세스 노터봄'의 '산티아고 가는 길'은 성당과 수도원의 건축 양식의 설명에서 부터 시작하여 문학과 예술의 해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해박한 지식으로 설명해주는 책이기에 여행에세이의 장르를 뛰어 넘어서 문학적, 예술적 차원의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들려주던 종교적인 순례길, 명상의 길을 벗어나  '세스 노터봄'만의 독특하고 차원높은 새로운 순례길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산티아고 관련 서적들과는 차별화가 되는 '산티아고' 관련 최고의 서적으로 돋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산티아고 가는 길에 관해서 전혀 문외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기에 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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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주연 2010-11-1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서, 수르바란 인물에 관심이 생겼어요. ^^

라일락 2010-11-20 10:21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어 보세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발이 닿지 않는 아이
권하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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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카트의 떨떨거리는 소리에 박자를 맞춰, 나는 속으로 하나둘셋을 세어가며 한 발이 지면에 닿기도 전에 다른 발을 떼어 놓는다. 발이 닿지 않는 아이. 그것이 언젠가 내가 생각했던 나 자신의 유일한 정체성이다. 집에서도, 시설에서도, 학교에서도, 거리에서도,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나는 늘 발이 닿지 않아 둥실거리며 이리 저리  떠돈다.이러다간 언젠가 저기 먼 깜장 하늘 우주 구석까지 둥실거리며 헤매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 우주는 무지하게 춥다던데, 젠장. (p23)
권하은 작가는 인터넷 서점의 연재소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 소설 역시 청소년 소설이었기에, 청소년들의 심리를 참 잘 이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져 보기도 했다.
 
 '발이 닿지 않는 아이'는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 소설이다. '나'라는 1인칭 시각으로 자신의 일상과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가 참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이 세상에서 오로지 혼자 동떨어진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소년.
아버지는 전과자로 감옥을 드나들다가 지금은 강간미수범에 살인미수범으로 감옥에 있고, 어머니는 몇 번의 가출을 거듭하다가 집을 나갔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사는 18살 소년.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지갑을 훔치기도 하고, 선생님에게 인간이하의 모욕을 견디기도 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혼자 살아간다. 고물을 줍기도 하고, 편의점의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며. 어려서는 친척집에 맡겨지기도 하고, 시설에 있기도 하면서 못 먹고, 얻어 맞으며 자랐기에 다른 아이들처럼 크지도 못하고, 외소한 외모에 하는 일은 굼뜨기만 하다.
오죽하면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군중1', '군중2'로 여겨질까.
소년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다른 사람들은 소년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도 않는 그런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런 소년에게 다가오는 학급 동료인 '군중1'과 '군중2'.
'군중1'은 공부 잘하는 모범생. '군중2'는 부유한 가정의 소녀.
아무도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소년에게 왜 그들은 다가왔을까.
그것은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그들에게도 소년 못지 않은 아픔이 있기때문이다.
세 사람이 꾸며 나가는 이야기는 밋밋하고 무미건조한 이야기처럼 다가오지만, 그들의 이야기에는 서로 같은 아픔이 있기에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것이다.
마음이 아파도 누군가에게 아프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끼니를 거르기를 밥먹듯이 해도 배고프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엄마를 만나러 가기는 가지만,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도 알지도 못하고, 구태여 찾으려는 마음도 그리 많지 않은.
그래서, 모든 사람들은 땅을 밟고 다니지만, 소년의 발은 땅에 닿지 않아서 허공에 둥둥 떠 다니는 것과 같다.
소년은 절대 발이 닿지 않아서 둥실거리며 떠도는 것과 같은.
아니, 두 발이 땅에 완전히 닿는 것처럼 보여도 실은 어딘가 외롭고 아픈 그런 소년인 것이다.
너무도 암담하고 힘겨운 삶이고, 자칫하면 탈선의 길로 떨어져서 영영 올라오지 못할 것 같은 일상들이 계속되지만, 그래도, 그 길의 끝까지는 가지를 않고 되돌아오곤 한다. 소년은 자신의 일상도 힘겨운데, 고물을 줍는 할머니의 네 살배기 손자를 거두어 집으로 향하는 모습은 눈물겹도록 고맙고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진심이라는 게, 항상 느껴지는 게 아니다. 그런 식으로 어느 순간 불쑥 만져지는 거라는 걸 알게 됐지. (p150)
지극한 행복의 크기를 서로 비교하지 않는 것처럼, 다 같이 불행하고 가슴이 아픈 부분은 그 크기를 비교하지 않는다. 그러기엔 행복이나 불행은 너무 절실한 감정이다. (p195)


이 소설을 읽는내내 지금 우리 주변에서 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소년과 같은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 
좀더 큰 마음으로 세상의 가려진 곳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발이 닿지 않는 아이'인 소년이 세상을 향해 환하게 웃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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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엉터리 딸기잼
프란츠 홀러 지음,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그림, 김경연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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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위한 창작동화를 읽을 적에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거인의 엉터리  딸기잼'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여 졌기에 새롭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란츠 홀러'는 우리나라의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서 책머리에 인사말을 덧붙였다.

한국에도 사냥꾼이 '마법 상자'를 가져올 수 있는 숲이 있고, '멍청한 눈사태'가 어떤 녀석인지 알 수 있을 만큼 한라산과 지리산이 높은 산이기를 바랍니다. 또한 한국에도 서로 아옹다옹하는 사람들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왜 '적대적인 나사'들이 존재하는지 이해할 테니까요. (...) 스위스에는 그 모든 것이 있습니다. (...) 이 모든 것은 스위스에 사는 한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것들이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작가는 자신이 쓴 이야기들이 자기 머리에서 한국 독자들의 머릿속으로 여행하는 데 성공하기를 매우 바랍니다. (한국의 어린 독자들에게, 저자의 글 중에서)
그렇다. '거인의 엉터리 딸기잼'에 나오는 88 편의 이야기는 스위스의 아동문학가인 '프란츠 홀러'의 머릿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이 세상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의 이야기들이 머나먼 곳(요즘은 그리 먼 곳이 아니지만, 어린이들에겐 먼 곳이겠지요)의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게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어떤 형식에 치우지지 않고 자유롭게 쓰여졌다. 어떤 이야기는 단 5줄로 끝맺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몇 페이지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들이 일상 속의 이야기인듯하나, 상상 속의 이야기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에는 '프란츠 홀러'가 어린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거인이 난쟁이의 부탁으로 딸기잼을 만든다고 야단법석을 떨기도 하고, 아몬드 돼지 케이크가 창문앞에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돼지들을 지켜보면서 그 돼지들처럼 죽지 않고 오래오래 케이크로 남아 있을 줄 착각을 하기도 한다.
스파게티 병 포장의 그림 속 여인이 소녀에게 말을 건네고, 소녀는 그 여인을 따라 여행을 하기도 한다. 순수한 마음의 어린이들만이 들을 수 있는 말이고, 그 여인과의 여행인 것이다.
 
  '오,후고!'에서 후고는 언제나 사고뭉치 취급을 받으면서 어떤 일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되면 바로 후고때문이라고 지적을 받는다. '오, 후고!' 하면서.
그런데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니 후고는 그 전쟁이 자신의 탓으로 생각된다.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자, '부디 전쟁이 나서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했기에. 그래서 대통령에게 이 전쟁은 자신의 탓이니 전쟁을 그만 두기를 바라는 편지를 쓴다. 이에 대한 반응이 어떨까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후고의 조언으로 전쟁터에 폭탄대신 바나나를 쓰고, 총알대신 초콜릿을 쓰고, 적의 아이들에게 낙하산에 매달아서 기니피그를 내려보내니.....
이렇듯, '거인의 엉터리 딸기잼'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기발한 상상력에서 나오게 되는 이야기들이고, 어린이들만이 생각할 수 있는 발상들인 것이다.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만 이런 이야기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저자는 어린이들의 마음과 함께 하고 있으며, 이런 맑은 이야기들을 읽는 아이들은 행복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어린이들의 마음은 아름다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자의 나라에 동물의 왕과 싸우기를 원하는 코끼리가 있었단다. 그 나라의 왕이 된다는 것은 거대한 코끼리에게 죽음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누가 그 나라의 왕이 되겠는가? 그런데 아주 작은 생쥐가 코끼리를 물리치고 동물의 왕이 되었다면, '왕이누구'에서 그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지는데~~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들어 줄 수 있다는 '마법 상자' 그러나, 이 마법상자는 원하는 것을 말하면, 정작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오, 그건 제가 너무 무거워요" 고작 이런 말이나 하니, 그러나, 가장  필요할  때에 아주 좋은 소금 한 상자를 가득 담아 내니, 젊은이는 공주를 얻고, 왕국을 얻고~~

이렇게 이야기 속에 재미와 함께 지혜로움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형식이 없다.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읽다가  이야기의 결말이 다르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 중의 '대장장이와 빵장수'는 일곱 가지 다른 결말을 지닌 이야기이다. 정말 색다르지 않은가?
어른들은 때때로 이해력이 없어. 인생에. 특히 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  (p252)
동물 잡지 속에서 악어가 튀어나온다면~~ 남자의 뱃 속에서 어떤 아이가 살고 있다면~~ 시럽 병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주변의 사물들 속에, 그리고 일상 속에, 기발한 이야기의 소재들은 무궁무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소재들은 '프란츠 홀러'에 의해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변한다. 그 이야기들 속에는 환상의 나라가~~ 풍자의 세계가~~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프란츠 홀더'의 머릿속 이야기가 우리의 어린이들 머릿 속으로 즐거운 여행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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