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브에서 출간된 세계문학전집 < 헤르만 헤세 * 빈센트 반 고흐, 안부를 전하다>은 한 권의 책에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를 함께 담아 놓은 책이다. 세계적인 문학가와 예술가의 만남이 처음 이 책을 접할 때는 어떤 접점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들도 좋아하고 열정적인 고흐의 그림들도 좋아해서 두 사람에 관한 책들을 그동안 많이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이 생존에 만남은 없었지만 그들이 남긴 작품들과 편지를 통해서 일맥상통하는 점이 상당히 많음을 알게 됐다.

헤세는 1946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고, 2027년에는 헤르만 헤세 탄생 150주년이 된다. 헤세의 작품들을 '영혼의 민낯'이라고 일컫는다. 그의 작품 속에는 헤세 자신의 삶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헤세가 생전에 약 44,000통의 편지를 남겼는데, 대부분 독자들의 편지에 대한 답장이었다. 헤세는 답장을 쓸 때에 우선 수채화로 그림을 그리고, 편지 내용을 적었다. 헤세의 그림 작품이 많이 남겨져 있음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헤세는 독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독자들과 소통을 했다.
고흐는 1853년에 출생했는데, 동생인 테오와의 편지가 약 820통이 남아 있다. 편지들은 대부분 동생인 테오에게 자신의 생활, 작품 활동 등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생활비, 그림을 물감 등의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편지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는 하지 않았다.
헤세는 동양 철학과 신비주의 전통을 문학 안에 통합했으며, 고흐는 종교적 모티브와 실존적 자연 체험을 회화 속에 담아냈다.

또한, 헤세의 아버지는 선교사이자 신학자였고, 고흐의 아버지는 개혁교회 목사였다. 헤세와 고흐는 가문의 뜻에 따라 신학의 길을 걸었지만 중도에 실패하면서 이웃들에게 외면을 당한다.
두 사람은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았으며 자살 시도를 하지만 헤세는 살았고, 고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면,
첫 번째 부분에는 헤세의 소설인 <헤르만 라우셔>가 소개된다. 이 소설은 헤세가 23살에 자비로 자신의 이름이 아닌 가명으로 낸 소설이다. 이 소설의 유년시절은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의 내용인 가정과 학교에서 방황하는 소년, 아버지의 벌 앞에서 용서를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다

<1900년의 일기>에는 <싯다르타> 의 사상이 담겨 있으며,
<11월의 밤>, <잠 못 이루는 밤들>에는 <황야의 이리>의 모티브가 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반 고흐가 테오에게, 여동생에게 어머니에게, 고갱에게 보낸 편지들이 친필 원문 이미지와 함께수록되어 있다.
세 번째 부분에서는 고흐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 헤세가 소설을 쓰고 시를 쓰고 에세이를 쓰고 수채화를 그린 것과 고흐가 그림을 그리고 많은 편지를 쓴 것을 분석해 보면 헤세의 시와 고흐의 편지 내용이, 또는 헤세의 수채화와 고흐의 편지 내용이 너무나도 같음을 알게 된다.
평생 만나 본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의 예술 세계에서는 닮은 점이 상당히 많이 있다.
헤세의 작품 속에서 반 고흐을 연상시키는 내용들은 3 편의 글에서 잘 나타난다.
* 1918년 헤세의 동화 <등의자>는 의자를 사랑으로 그린 화가 이야기인데, 고흐의 그림 속의 의자와 화가의 이야기가 일치한다. 물론, 동화를 읽으면서 고흐를 연상하게 되지만 동화 속에서는 고흐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 1919년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은 마지막 여름을 불태운 화가의 이야기인데, 이 소설 역시 고흐의 이야기라 독자들은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다.
* 반 고흐의 편지가 독일어판으로 나온 뒤에 헤세는 이 편지에 대한 서평을 쓴다.
바로 이 세 편의 글은 헤르만 헤세가 빈센트 반 고흐에게 전하는 세 통의 안부이다.

헤세가 그린 <해바라기> 그림 속에서 고흐의 헤바라기가 생각나고,
헤세의 그림 <아라지오 향하여>에서 고흐의 <오베르의 집들>이 연상되는 것은 어쩌면 헤세는 고흐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헤세가 평생 주변에 전한 말은 ‘안부를 전하며’였다. 반 고흐의 마지막 편지는 그의 죽음 뒤에 서명 없이 주머니에서 발견되었다.
<헤르만 헤세 * 빈센트 반 고흐, 안부를 전하다>는 헤르만 헤세와 빈센트 반 고흐라는 문학가와 예술가를 한 권의 책 안에 나란히 놓은 시리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해외 유수의 박물관과 미술관, 학회 및 유족들의 협력 하에 시작된, 전 세계에 동일한 포맷이 없는 최초의 크로스 문화 전집 시리즈다.
헤세의 문학 작품을 좋아하고,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 한 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