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훈의 그랜드투어 : 동유럽 편 - 사람, 역사, 문명을 찾아 거닐고 사유하고 통찰하는 노블레스 여행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송동훈 지음 / 김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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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Tour - 유럽 귀족들의 노블레스 여행
간단하게 말하면 위와같이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랜드 투어가 가지는 의미는 다양하다고 생각된다. 일찍부터 유럽의 상류층에서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여행을 시켰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넓히고, 가치관과 태도를 확립하고 교양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고, 삶의 목표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즉, 역사가 시작되고 문명을 꽃피우며 아름다운 예술이 탄생한 장소와 시간을 찾아서 거닐고 사색하며 성찰하는 여행 (책표지글 중에서)을 하게 한 것이다. 그 길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감하는 인생수업이 펼쳐 ( 책 속의 글)졌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작금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여행은 목표도 없고, 목적도 없는 그저 새로운 풍물에 매료되다가, 그 도시의 음식을 맛보고, 쇼핑이나 하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너무도 많다. 여행작가들 중의 많은 사람들이 여행의 마력에 끌려서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세계의 이곳 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이야기들은 많은 여행관련 책자들을 통해서 읽었었다. 그만큼 여행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세울만큼 소중한 만남과 감동과 깨달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여행에세이 정도로 생각하고 읽으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만큼 품위있고, 지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 (동유럽편)을 통해 세 나라, 네 도시를 소개해 준다.

러시아 - 혁명의 열정을 간직한 동토의 제국
오스트리아 - 합스부르크가 남긴 위대한 문화의 나라
독일 - 분단을 넘어 통일 시대를 연 유럽의 중심
빈,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베를린의 4개 도시

 
4 도시를 여행하면서 그 곳의 궁전, 성당, 동상 등을 보게 되고, 그 곳에서 역사 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 인물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지, 인물 이야기 끝에 '리더스 가이드'를 통해서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리더스 가이드'는 역사 속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2% 까지를 챙겨준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러시아하면 생각나는 인물은 '표트르 대제'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시절이다. 부모님이 사준 '재미있는~~' 시리즈가 있었는데, 옛날이야기, 명작이야기, 위인이야기, 발명발견이야기 등 각 10권씩 100권 정도 되는 책이었는데, 그중에 '재미있는 위인 이야기'가 있었다.
짤막한 2~3 페이지 정도의 이야기들로 엮어져 있는 책인데, 그중에 '표트르 대제'이야기가 있었다. 황제가 서유럽의 선박 만드는 곳에서 직접 배를 만드는 삽화와 함께 실렸던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러시아는 격동의 역사를 가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혁명의 열정이 담겨 있는 나라이다. 그러니, 미닌과 포자르스키, 레닌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표트르 대제의 이야기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러시아를 부유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신분을 숨긴채 서유럽으로 건너가 배를 만드는 법도 배우고 포술도 익히고, 의학 강의도 듣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표트르 대제의 오두막, 바로 이 오두막은 보잘것 없는 오두막이지만 허례허식보다는 실질을 추구하고, 권위와 안락보다는 솔선수범을 실천한 황제의 모습이 아닐까.... 새로운 러시아를 만들기 위한, 과거와의 고리를 끊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현재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면 시민들이 그의 관에 정중하게 입을 맞춘다는 알렉사드르 넵스키. 외세의 침략에 나라를 지킨. 그러나, 몽골을 추종하는 그의 모습이 자칫 굴욕적으로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굴욕을 참을 수 있는 현명한 용기였으며, 더 큰 가치를 획득하기 위한 몸짓이었음을 우린 알렉사드르 넵스키을 통해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 책 날개의 뒷부분을 장식한 오스트리아 의 '벨베데르 궁전' 지금은 클림트의 '키스'를 보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지만, 그곳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내가 본 벨베데르 궁전은 화려하기 보다는 단아하고 깔끔한 이미지로 아직도 마음 속에 간직되고 있는데, 난 그곳에서 '외젠 공작'을 생각지도 못했다.
물론, 빈의 화려한 또다른 궁전인 '쇤부른 궁전'에서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절대적인 권력이었던 '마리아 테레지아'도, 그의 딸인 '마리 앙투아네트'도, 어린 모짜르트도 만날 수 있었는데~~


저자는 비엔나에서 모짜르트가 아닌 베토벤을 만난다. 그것도 귀가 멀어 작품활동을 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음악의 악성을. 그가 걷던 길을 걸으면서 사색에 잠기고, 그의 일생을 더듬어 보면서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독일의 상수리 궁전에서는 독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더인 프리드리히 2세의 삶을 반추해 본다. 그리고 브란덴부르크 문에서는 독일의 숙원이었던 통일을
종교개혁의 주역을 맡았던 마르틴 루터를 위해서 그 모든 것이 존재하는 듯한 비텐베르크 성교회. 그곳에서 종교를 생각해 본다.


그러나, 독일하면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히틀러와 나치의 만행.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을 통해 우린 많은 것을 사유하고, 통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랜드 투어. 그것은 배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인 것이다. 어떤 장소, 어떤 시간 속에서 배움을 찾는 것이다.
역사를 움직이고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는 동인 (動因)에 대한 의문! 그랜드 투어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p230)
'송동훈의 그랜드 투어'를 읽으면서 이 책 속의 세 나라에 대한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었고, 역사 속의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역사 속에서, 인물들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여행이란 인생의 활력소이기도 하지만, 여행을 통해서 인생의 새로운 목표도 깨달음을 가져다 줌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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