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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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친구와 선릉에 간 적이 있다. 그 근처는 뻥뚫린 대로에 잠시 쉬었다가 갈 곳도 찾기 힘들 정도로 개발이 덜 될 상태였다. 겨우 찾은 곳이 그당시 유명한 뉴욕제과였던 것이다. 그때는 주택지도 조성단계였기에 밤에는 돌아다니지도 않을 정도로 휑한 모습이었다. 그때 그곳은 강남도 아닌, 영동이었던 것이다. 그당시에는 어찌 지금과 같은 금싸라기 땅을 생각조차 했겠는가. '강남몽'에도 이곳의 땅값이 몇십원. 그리고, 올라서 몇 백원,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올라서 몇 천원이라고 묘사를 하고 있다. 이런 강남이 짧은 기간내에 눈부신 변화를 할 수 있었던, 그리고, 지금의 강남이 만들어지게 된 '강남 변천사'를.... 그리고, 그 변천과정에서 나름대로의 욕망을 챙겨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가 '강남몽'이 아닐까 한다.
 
'강남몽'의 저자인 '황석영'은 굵직 굵직한 대하소설과  한 권에 담아지는 소설이지만 읽은후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써왔다고 생각된다.
그가 우여곡절끝에 북한에 갔었고, 망명생활과 영어의 생활을 한 후에 출간한 '개밥바라기별'이나 '바리데기'도 참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 남다른 많은 체험을 했기에 그런 이야기들이 녹아있는 성장소설 '개발바라기별'.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또다른 체험에서 우러나온듯한 '바리데기'도 참 특색있는 작품인 것이다. 특히, '바리데기'에서 전통설화의 '바리'와 특이한 능력을 가진 탈북소녀 '바리'의 연관과 그녀의 질곡많은 삶의 묘사는 '황석영'작가이기에 가능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한 작가가 선보이는 '강남몽'은 출간을 앞두고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소설을 접했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많은 이슈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강남몽'은 작가가 한 번은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였다고 한다. 개발독재시대의 산물이 하루 아침에 폭싹 주저앉는 그 광경....
'성수대교'이 무너지고, 하루 아침에 '삼풍백화점'이 잿더미가 되다니.....
바로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것이다. 도덕적인 사고와는 무관하게 달콤한 곳을 찾아다니며, 돈을 쉽게 벌고, 쉽게 번 돈을 펑펑 쓰는 삶. 그들의 삶은 겉치레.... 겉만 뻔지르르하면 그만인 그런 생활인 것이다. 마치 건물속에는 고가품들이 즐비하고, 건물은 최첨단을 자랑하는 그런 백화점의 모습과 닮음꼴이 아닐까.... 하루 아침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그런 허망한 허상들.
삼풍백화점의 붕괴가 한여름밤의 꿈이듯 묘사되는 가운데, 이 소설은 우리의 근현대사의 자유롭지 못한, 치욕적인 치부들을 들추어 준다.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전두환정권까지의 이야기를 함께 다루고 있다.
누가 가난하기에, 배운 것이 없기에 민족을 괴롭히는 일제 순사의 끄나풀이 되었다고 말하던가? 해방후에 이런 끄나풀들이 경찰이 된 과정을 당연하다고 했던가? 그 들이 다시 이승만 정권에서 박정희 정권으로... 다시 전두환 정권의 선봉에 서게 된 것을 보고만 있었던가? 그것은 모두 핑계이자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한다.
너무도 질곡많았던 근현대사의 장면 장면들,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나는 '강남몽'을 읽으면서 잠시 혼돈이 왔다. 이야기의 연결이 자연스럽지가 않고, 각 장이 서로 겉도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에 이르러서는 이 이야기의 삽입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마치 얼마전에 읽은 '칼럼 매캔'의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를 읽을 때 느꼈던 '이 소설이 분명 장편소설인데, 단편소설처럼 느껴졌던~~~' 그런 느낌이 들었다.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에서는 한 사건을 둘러싸고 연관성이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조각 조각 떨어졌다가 함께 모이는 것과 같은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나처럼 어린시절에나마 강남의 변천을 어렴풋이 듣고 알아왔던 세대이기에 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근현대사의 흐름을 책과 생활을 통해서 알고 있기에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런 '근현대사의 다큐멘터리'식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들었다. '오히려, 한 권의 장편소설이 아닌 대하소설이라면.....'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런데, 끝부분의 '작가의 말'을 통해서 모든 의문점이 풀렸다.
작가는 강남 형성사를 '광복 반세기'식의 대하소설로 쓸 수는 없고, 그런 접근은 낡은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p376) 또한, 그는 '강남몽'을 통해서 소설 구성상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것이다. '꼭두각시 놀음'(p376)을 했던 것이다.

저 삼십여년에 걸친 남한 자본주의 근대화의 숨가쁜 여정과 엄청난 에피쏘드들을 단순화하고, 이를테면 꼭두각시, 덜머리집, 홍동지, 이심이 등등처럼 캐릭터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인형 같은 캐릭터들은 남한 사회의 욕망과 운명이라는 그물망 속에서 서로 얽혀서 돌아가고 그러면서 모르는 사이에 역사가 드러나게 하면 어떨까 (p376~377)
그렇다. 작가는 '강남몽'을 통해서 새로운 구성방법을 시도했던 것이다. 각각 다른 캐릭터를 가졌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가 역사속의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눈부신 개발의 상징처럼 꿈꾸듯이 삶을 살아 왔던 것이다. 한 순간에 허물어질 줄을 모르고.....

그런데, 과연 백화점의 붕괴와 함께 그들은 이런 꿈(夢)들에서 깨어났을까....
차라리 한여름밤의 꿈처럼.... 한낱 꿈이라면 좋으련만....
아직도 강남불패는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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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왜 어떤 기업은 위대한 기업으로 건재한 반면, 다른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몰락하는가
짐 콜린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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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콜린스'는 스탠퍼드 대학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HP, 매킨즈에서 근무하였으며, 그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위대함의 법칙',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있다. 그런데, 그가 위대한 기업이라고 믿었던 기업들이 채 10년도 되지 않아서 몰락하거나 합병되는 현실을 보면서 '위대한 기업'에 맞추어졌던 그의 연구과제를 '몰락하는 기업'으로 바꾸어서 연구를 하게 되었다.
'위대한 기업이라고 믿었던 기업이 왜 몰락하게 되는 것일까? ' , '이런 위대한 기업들의 몰락을 예견할 수는 없을까?', '위대한 기업의 몰락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런 연구과제를 가지고 저자는 '연구팀과 함께 6000 년에 해당하는 기업 역사를 5 년에 걸쳐 철저히 조사 분석하여 오늘날 기업에 꼭 필요한 가이드라인과 해법을 밝혀냈다.' (저자 소개글 중에서)  
그의 연구결과는 '위대한 기업도 몰락할 수 있다. 어떤 기업도 몰락할 수 있으며, 결국엔 그렇게 된다'는 것을 밝혀내게 되고, 위대한 기업의 몰락과정을 '몰락의 5단계'로 설명해 주고 있다.
그 한 예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100 여개 나라에 걸쳐 1100 여개의 지점과 총자산 약 1000 억달러에 육박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이었다. 그런데,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위대한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변하지 않으면 몰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위대한 기업의 몰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몰락에서 다시 재기하는 기업들과 그대로 몰락해버리는 기업들은 비교 연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 사이의 비교 연구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이기에, 기업들의 비교 분석이 몰락의 원인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에임스 할인점'과 '월마트'는 어느 시점까지는 비슷한 상승을 보이던 기업인데, 어느 순간부터 '월마트'는 급격한 상승을... '에임스 할인점은 몰락의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다.
 


뱀처럼 소리없이 다가와서는, 마치 어느날 갑자기 모든 일이 벌어진 듯 큰 난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p36)
또한, 이 책에서 인용한 소설 '안나카레리나'의 첫 줄

행복한 가정은 다 똑같아.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원인으로 불행하다. (p37)

소설의 한 구절처럼 위대한 기업들에 대한 연구결과는 기업이 위대해지는 것보다 몰락하는 길이 더 다양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 '몰락의 5단계'이다.

[몰락의 5단계]는  ♠1단계: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 원칙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 위험과 위기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
                          ♣5단계: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
그러나, P&G, 3M. 존슨& 존슨 처럼 100~150 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위대한 기업으로 남아있는 기업들도 있고,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기업들도 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몰락의 5단계를 통해서 배울 수 있겠지만, 기업의 창업자의 겸양과 배움의 자세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저자인 '짐 콜린스'는 이와같이 어떻게 보면 딱딱하고 재미없을 수 있는 내용의 글들을 역사적 사실 등을 비롯한 사례들을 통해서 쉽게 풀이해 주고 있다.
[몰락의 4단계]의 이야기중에 HP의 새로운 CEO였던 '피오리나'와 IBM의 새로운 CEO였던 '거스너'의 대조적인 행보는 기업의 재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곤경에 처했거나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돌아섰음을 발견했을 때, 생존 본능(그리고 두려움)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과 정반대로 가게 만들 수 있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주의깊게 행동해야 할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정반대로 움직여 가장 두려워하는 결과를 빚어낸다. (P131)
[몰락의 5단계]를 걷게 되는 기업들에도 희망은 있다. 몰락했다가 다시 살아난 기업들의 사례들도 찾아 볼 수 있기때문이다.
어둠에서 벗어나는 길은 포기할 줄 모르는 끈질김과 함께 시작된다. (...)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은 있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언제든 다시 올라갈 수 있다. (P166)
우리들이 매스컴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위대한 기업들의 몰락 소식은 단순히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그 기업들도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재생할 수 있는 것이다. 경영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비단 경영과 관련이 없는 독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자신의 인생에 대응시켜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엔 우리들의 삶도 경영의 한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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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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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불류 시불류(我不流 時不流)
무슨 주문을 외우는듯한 이 말은 '내가 흐르지 않으면,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내가 시간의 주체라는 이야기일까?
'바보같은 천재' '광인같은 기인'으로 불리우는 이외수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세밀화로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정태련의 그림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불류 시불류'이다.
 
  이외수는 2007년 소통범 '여자는 여자를 모른다'를 시작으로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글이지만 그 속에는 긴 문장의 글들보다도 더 깊고 오묘한 삶의 지혜가 담긴 에세이를 출간하기 시작하였고, 2008년 생존법 '하악하악' 그리고 209년 소생법 '청춘불패'에 이어서 3번째로 정태련 화백과 함께 간결한 글들과 여백이 담긴 생물을 세밀하게 표현한 세밀화로 독자들을 찾아 온 것이다. 그런데, 정태련의 세밀화는 두 편의 작품에서보다 더 느낌이 좋다. 채색을 하지 않은 무채색의 그림들까지 새롭게 선을 보여주기에.
 
  책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에세이의 주제는 '시간'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긴 설명이 필요없이 간결한 문장이기에, 여백이 담긴 세밀화이기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런 생각은 어떠한가? '처음으로 별을 오각뿔로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그저 그냥 해보는 생각들속에서 삶의 지혜가 묻어난다. 물론, 이외수 특유의 쓴소리가 있어서, 웃기지 않을 듯한 유머와 재치가 있어서 더욱 재미있다.

 

믿음은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머리에서 만들어진다. (p62)
기다림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그리움이 증오심으로 변모한다. (p179)
사랑은 너를 위해 내가 기꺼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이다. (p232)
세상 그 어디에도 기쁨과 행복만을 가져다 주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언제나 그 크기와 깊이에 비례하는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 (p240)
겨우 여덟 음절의 말만으로 온 세상을 눈부시게 만들 수가 있습니다.
당. 신. 을. 사. 랑. 합. 니. 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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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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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 '신경숙'. 그의 작품들이 출간될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읽어왔기에 오랜 친구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가이다. 또한, 화려한 장미꽃이 아닌 수수한 안개꽃같은 느낌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작가이기도 하다. '엄마를 부탁해'로 마음속 깊은 뉘우침을 가져다 주었던 그녀가 이번에는 청춘들의 이야기로 우리곁에 찾아왔다.
그녀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

'우리말로 씌어진 아름답고 품격있는 청춘 소설' (...) '누구에게든 인생의 어느 시기를 통과하는 도중에 찾아오는 존재의 충만과 부재, 달릴 길없는 불안과 고독의 순간들을 어루 만지는 잡고 싶은 손 같은 작품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p374)
이와같은 말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 청춘소설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는데,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말로 씌어진~' 성장소설들은 너무 소재가 빈약하고 구성도 엉성한 작품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읽고 나면 그 소설이 그 소설같은 그런 느낌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그런 의미에서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듯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읽고 나면 가슴에 큰 바윗돌이 올려진듯..... 나자신의 청춘시절을 되새김질해 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이라고 해야할까....
  작가가 살았던 청춘시절을 전후해서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겪었던 암울한 시대를 살아온 4명의 젊은이들(윤이, 단이, 미루, 명서)이 버거운 그 시대적 배경과 청춘들이기에 느끼고 고뇌하여야 하는 삶의 모습들을 각각 다른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한, 우리들은 작가와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그런 부분들까지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표현하면서 치밀한 글의 구성과 전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청춘은 그 이름만으로도 아름답고 활기찬 시절이지만, 그만큼 고뇌가 많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사는 시대마저 암울하다면.....
우리 모두는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여행자일세. 그러나 물살이 거세기때문에 그냥 건너갈 수는 없어. 우리는 무엇인가에 의지해서 이 강물을 건너야 해. (p62)  - 윤교수의 첫 강의중에서
이 시대는 시련의 연속입니다. 말이 제 값어치를 잃어버린 시대, 그리하여 온갖 부황하고 폭력적인 말들이 지배하는 시대 (p290)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그 암울했던 시절을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대체하고 있다. 다만 집회가 이루어지고 있다든가, 체류탄의 냄새 등을 표현할 뿐이지, 그당시의 시대상을 상세하게 표현하거나 고문이나 체포 등의 낱말조차 아끼면서 하지를 않는다. 그런데도 그 시대를 공유했기에 상징적, 은유적으로 표현되는 문장들이 더욱 처절했던 상황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책속에 간간이 나오는 책에 대한 이야기들에서 시대와 인물들에 대한 많은 정보가 흘러져 나오게도 하고 있다. 그리고, 갈색노트가 그 의미를 부언하고 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이 올까. 한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하나씩 통과해 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p210)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 청춘시절을 거치게 되는 것은 인생의 하나의 통과의례일지도 모른다. 그 통과의례속에는 아픈 사랑도, 이별도, 상실도, 때론 죽음도 함께 할 수 있는것이 아닐까....

살아보지 않은 앞날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앞날은 밀려오고 우리는 기억을 품고 새로운 시간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뿐이다. (p20)
사랑은 이세상의 모든 것/ 우리가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p241)
산다는 것은 무의 허공을 지나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와 질감을 지닌 실존하는 것들의 관계망을 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p291)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이처럼 4명의 밀접하게 연결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언제든 내.가. 그.쪽.으.로.갈.께. 하는 사람" (p365)
우린 누구에겐가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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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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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울고 싶은 십 대를 위하여' 그리고 쓴 만화책이다.
  만화를 그다지 잘 읽지 않기에 만화가인 '최규석'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는 대한민국들 대표하는 만화가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만화인생은 어릴적에 시골에 살던 시절에 불우(?, 작가의 표현)어린이들에게 보내 오는 도시 어린이들의 철지난 선물(?)이었던 만화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만해도 만화를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친구와 함께 미술학원을 다니고, 마침 4년제 대학에 만화학과가 생기게 되어서 만화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그동안 만화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을 학원에서 지도한 경험이 '울기엔 좀 애매한'이란 만화책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을 전공하려는 학생들보다 만화를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유난히 가난하고 우울한 환경속에 성장하고 있다. 미술학원에 갈 학원비도 없고, 재능이 있어서 대학에 합격해도 등록금이 없다.  

 ㅜ ㅜ , 정말 울고는 싶은데, 울기에는 좀 애매하지 않은가? 이런 현실이 만화속에 잘 나타나 있다.
 
  주인공인 '원빈~~' 와하~~ 정말 원빈? '무늬만 원빈'도 못 되는 '강원빈' 그의 엄마조차 이런 일이 있을 줄 모르고 '원빈'이란 이름을 지었단다.
원빈아~~'하면 듣는 모든 사람이 호기심에 쳐다본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찌질한 인생, 불가촉 루저 원빈'이란다. '원빈'앞에 붙는 수식어가 정말  찌질하다. 그의 환경은 찌질하지만 만화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 어렵게 엄마가 분식집을 해서 마련한 돈으로 뒤늦은 미술학원 만화반에 합류하는데....
미술학원의 만화를 전공하려는 학생들과 선생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돈도 재능일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렇다면 정말 '울고 싶은데.... 울기엔 좀 애매하지 않은가?

수채화톤으로 그린 만화와 만화컷 속의 대사들이 가슴을 뭉클 뭉클하게 만든다.
찌질한, 불가촉 루저인 원빈의 생활이 우울하고 슬프지만, 그래도 아름답고 정겹게 느껴진다.
작가의 체험이 담겨있기에~~~
그리고, 톡톡 쏘는 노골적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대사가 돋보인다.
또한 책의 뒷부분에 '최규석'작가가 자신이 이 작품을 구상하고 표현하기까지의 전과정이 담겨있는 '작가 노트'가 실려 있다. '작가 노트'를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열정이 그대로 마음속에 들어온다.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면 좋은 모범답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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