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2 - 금권천하 화폐전쟁 2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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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 큼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혹시 누군가가 개입된 것은 아닐까? ' '어떤 세력이 개입되었다'고 하더라 식의 루머가 뒤따른다. 거기에는 굵직 굵직한 금융가문들의 이야기도 슬며시 끼어들곤한다. 국제금융가문인 '로스차일드가'의 이야기도 경제 기사가 아닌 음모론과 함께 자주 떠오르는 가문의 이야기이다. 혁명이나 전쟁, 암살의 뒷 배경으로도 금융가의 이야기가 떠돌아다니기도 한다.  세계 경제계를 주름잡는 유태인 금융인들의 이야기도 역사속에서, 아니면 현상황속에서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소문들의 근원지가 되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사실 유무가 불확실하기에 그저 그렇게 지나쳐 버렸을 것이다.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화폐전쟁'에 이어 '화폐전쟁2'가 출간되었다. 제목만으로도, 그리고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은 책 두께에서부터 조금은 버거운 느낌이 드는 책이기에 선뜻 읽기가 힘들었던 책이다.
 

17개 은행가문들이 20세기초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세계 금융 시스템을 지배했고, 어떤 금융 수단과 사건으로 은행 시스템을 비롯해 원유, 공업, 군수 산업을 장악했는지 파헤쳤다. (p4 - 책소개글)
300여 년 세계를 지배해 온 17개 금융 가문 인맥을 대해부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의 내용이 가설에 불가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읽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감수자인 '박한진'도 이 책을 읽기 전에 3가지 관점을 가지고 있기를 권한다.
(1) 사실(fact)에 허구 (fiction)을 가미한 팩션( faction)으로 받아들인다.
(2) 사고 실험적 접근으로 책을 읽자
(3) 겉으로 드러난 사실보다 그 속에 감추어진 배경과 흐름에 초점을 맞추어라.
지금부터 300년동안에 유럽(독일, 영국, 프랑스 중심으로 설명), 미국의 주요 금융세력의 형성, 발전, 퇴출, 충돌, 연합, 견제 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들 금융 가문들의 인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들이 관심있게 생각하고 개입했던 사건들이 어떤 것들이 있었느지를 '인맥도'를 그려서까지 설명해 준다.
프랑스 대혁명을 비롯하여, 세계대전 등에서 그들의 어떻게 숨어서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였는지를 알게 해준다. 흔히들, 전쟁이 일어나야 재벌이 탄생한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그들은 그 혼란한 경제 상황을 틈타서 저렴한 가격으로 국유자산을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할 지를 판단하고 그렇게 되도록 활동을 하는 것이다.
세계 금융가문으로 가장 주목받는 '로스차일드'가문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바이런의 글 중에서
누가 세계의 권력을 주관하는가. 주인공은 유대인인 로스차일드가와 그들의 동료이자 기독교도인 베어링가 사람들이다.
이런 글을 적을 정도를 로스차일드가의 세계적 위상은 대단하다.
19세기에는 로스차일드가문이 세계 금융 패주의 자격으로 중국에 진출하여 정치 경제, 전쟁 등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고 했다. '정경유착'이란 말이 뜻하는 것처럼 금융가와 정치가는 손에 손을 맞잡고 움직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프랑스 대혁명의 막후에는 스위스 은행가문이 커다란 움직임을 보였다. 금융계의 황제들이 권력으로 부를 움켜쥔 것은 나폴레옹 3세때가 그 대표적 사례로, 재무부 장관이었던 아실폴라가 정계에 진출한 경우를 들어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이후 드골 대통령시절의 총리인 퐁피두도 원래는 로스차일드가 산하의 프랑스 은행 총재를 역임했음을 상기해 본다면 금융가문들의 정치 진출을 단순한 관리기용의 의미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는 유대계 은행가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오늘날 월스트리트 금융권력의 9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유대계 금융가문인 것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그들은 미국이란 거대한 국가를 앞세워 세계적인 정치상황이나 전쟁 등에 보이지 않는 권력으로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히틀러가 '비어폭동'을 계기로 전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되면서, 하룻밤사이에 국제적 명사가 되고, 그당시의 금융계의 혼란을 정권 탈취의 기회로 이용하게 된 것도 '화폐'의 위력이 아닐까 한다.
  이 책에서 흥미를 끄는 내용 중의 하나는 1983년에 일어난 '대한항공007편 보잉 747여객기 피격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당시 온국민이, 전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건인데, 그당시 미스테리한 의문점들이 있었고, 한동안은 여객기에 탄 사람들이 소련의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소문까지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사건을 탑승객 중에 미하원의원인 '로렌스 패턴 맥도널드'가 국제 은행가문들의 세계 지배계획을 떠벌릴 것을 우려하여 만들어낸 사건이라고 이야기한다.
중국인이 쓴 책에서 이와같은 내용의 글을 읽게 되니, 그 사건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 주면서 사실여부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이 책은 지나간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지만, 10장 '미래로 돌아가다'의 가상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2024년의 세계로 떠나본다. 그런데, 이때의 정부는 세계 단일 정부이고, 세계 단일 은행, 세계 단일 화폐를 사용하게 된단다. 과연?...... 
유럽연합의 단일 화폐인 유로화의 사용에도 부작용들이 뒤따랐는데, 세계 단일 화폐라니..... 여행갈 때 환전의 번거로움이 없어져서 좋기는 하겠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1'에 나오는 작품속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결국에는 세계가 단일 정부가 된다는 발상의 소설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소설이 아닌 경제서적에서 가까운 미래에 세계 단일 정부라니..... 아직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국인이 쓴 유럽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관련 서적. 유럽의 화폐, 금융 경제사, 금융가문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좀 특색이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역사와 경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소양이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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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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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역사소설이라는 평도 받고 있다. 얼마전 '덕혜옹주'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것과 함께 생각한다면 아마도 질곡의 시대를 살아왔던 인물들중에서 가장 고귀한 왕손으로 태어났지만, 다른 나라의 침략에 의해 볼모로 잡혀가서 가장 비루하고 고독한 생을 살아야 했기때문은 아닐까 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만을 가지기에는 '소현'의 내용들은 너무 잘 다듬어지고, 문장들은 소현의 내면의 세계를 들어다 보듯이 섬세한 문장으로, 그리고 세밀한 심리묘사로 쓰여졌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볼모가 된 왕세자 '소현'의 모습처럼 살기위해서(목숨을 부지하기 위함이 아닌 조선이 당한 수모를 갚아줄 날을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말 한마디도 아끼면서 입으로 내뺃기 보다는 눈으로 말하듯이 독자들의 마음에 조용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얼마전부터 역사소설들이 역사적 사실에서 너무 동떨어진 상상력을 많이 가미한 내용들의 작품들이어서, 읽으면서도 역사속의 인물들에 대한 해석이 혼돈스러웠던 독자들에게도 이 작품은 친근감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소현'이라는 인물이 살았던 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과감하거나 파격적인 상상력을 가미하지 않고, '소현'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심리적인 면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기에 읽기가 수월하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아파옴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는 처음 접해본, 아니면, 수상작품집에서 잠깐 읽고 지나간 작가일지는 몰라도. 작가의 작품세계를 잘 알지 못하는 작가였다. 그런데, 의외로 탄탄한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 것이다. 1983년에 단편 '상실의 계절'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하여, 그후에 한국일보상(먼 길, 1995), 현대문학상 (개교기념일,2000), 이상문학상 (바다와 나비, 2003), 이수문학상 (감옥의 뜰, 2005), 대산문학상(그여자의 자서전,2006)등의 작품을 펴낸 것이다.


'소현'을 읽으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그녀의 문장은 군더더기가 붙지않은 깔끔한 문장이었고, 복잡한 관계의 복선도 깔리지 않은, 인물의 심리적 분석과 묘사가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또 문장의 특징이라면 열거법, 특히 긍정과 부정의 대비를 대구법을 사용하여 표현했기에 독자들이 문장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심리적 상황을 새로운 감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편에 서도 죽고, 어느 편에 서지 않아도 죽게 될터였다. (p66)
소망하지 않으나, 소망할 수 밖에 없게 된 말. (p67)
기쁨이 떨리지 않고 슬픔으로 경련했다. (p 70)
여인은 세자에게 목을 걸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세자의 목을 갖겠다는 것인가 (p75)
보이는 것이 없으니, 본 것이 없사옵니다. (p286)
이 작품은 처음부터 청의 황제인 '홍타이지'의 죽음으로 긴장감이 팽배해지는 사건의 발단으로 시작된다. 황제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권좌를 향한 음모와 모함과 추문으로 들끊게 될 것이며, 여기에서 누가 황제가 되느냐에 따라 피바람의 향방은 결정될 것이다. 구왕(도르곤)은 누르하치의 14남으로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했지만, 누르하치의 사망과 함께 어머니가 순장되고, 왕위 계승이 그의 이복형인 '홍타이지'에게 같기에, 이번의 기회를 잡아야 하는 자이지만, 6살 조카에게 왕권을 넘기고 섭정왕이 된다.
누구나 황제가 될 수 있으나 누구나 죽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황제가 됙 전에도 황제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피바람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p65)
 섭정왕 = 구왕 = 도르곤. 그가 누구이던가?  '소현'을 볼모로 잡아온 자가 아니던가.... 승자와 패자.
정축년, 호란에서 패패하여 볼모가 된 '소현'이 조선을 떠나 적의 땅으로 떠나올 때에 임금은 도성밖 들판까지 쫒아 나온다. 나라를 빼앗기고, 자존을 빼앗기고, 자식까지 빼앗긴 것이다. 어디 '소현'뿐인가, '봉림'도. 종친인 '흔'도. 노비인 '막금'도. 어찌 그뿐인가. 헐벗고 굶주린 조선의 백성들이 노예로.... 채찍길을 당하며, 능욕을 당하며, 칼에 목이 날라가며.....
8년이란 긴 세월을 관소에 머물면서.... 적의 전쟁에 따라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굴욕을 견디었던가....
그런데, 조선의 임금인 인조는 차츰 아들인 소현을 경계한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에 의해서 왕이 된 인조의 명분이 명을 받들지 않는 광해를 제거했기에 소현이 청국에서 아무탈없이 살아가는 것은 왕에게는 그의 왕위계승의 명분을 살릴 수 없기에....
멸해가는 명과 세력을 넓혀가는 청 사이에서 조선의 운명은, 그리고 볼모인 '소현'의 운명은 그야말로 한치앞도 가늠할 수 없는 운명의 순간들인 것은 아닐까.
그 소설에서 '소현'은 지극히 말을 아낀다. 홀로 말없이 고독과 맞선다. 그가 바라는 세상, 그 세상을 위해서. '소현'이 잠시 환국하고 돌아온 후에 자신을 대신하여 볼모가 되었던 자신의 아들인 원손과 함께 성밖을 돌다가 조선인들을 보고 느낀 감정을 쓴 대목은 읽으면서도 가슴이 아픈 내용들이다.
조선인 포로들이 모여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곳에 이르러서야 세자가 말을 멈추었다. 노예시장에서 개나 돼지처럼 팔려나가던 조선인들을 세자가 그곳에 모아 농사짓게 만들었다. 제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들이 그곳에서 대신 제 땅의 꿈을 키웠다. (...) 그곳이 세자의 작은 나라였다. 작고도 작은 나라였다. 그러나 세자가 원손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그 작은 나라의 비루함이 아니었다. 비루함의 너머에 있는 것. 혹은 그 중심에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언젠가는 이루어져야만 할 꿈이었다. '내가 저들의 세자이다.' (...) 그리고 네가 저들의 원손이다. (p208)
'내가 저들의 세자이다. ' 가슴이 뭉클해진다.
'소현'이 정축년 볼모로 잡혀올 당시에 그는 꿈꾸었다. 언젠가는 적의 볼모에서 풀려나리라. 그리고, 조선으로 돌아가리라, 그리고, 꼭 되갚아주리라. 자신의 생이 아니라면, 원손의 생에서. 그것도 아니라면 조선이 살아 남아 있는 동안에....
8년전, 세자를 호송하는 적장이었던 도르곤.... (...) 세자는 결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긴 자와 진 자의 자리가 다르다는 것을. 완전히 굴복해보지 않은 자는 다 알지 못하는 것이다. 진 자의 자리는 바닥이 아니라 바닥 아래보다 더 낮은 곳이었다. 더는 내려갈 곳이 없으므로 그 자리가 바로 죽음이었다. 하나의 생이 그때로 끝났고, 또 하나의 생이 그때에 시작되었던 것이다. 벌판에 세워져 있던 또 하나의 막차 안에서 패국의 세자는 언젠가 그들의 자리가 바뀌게 될 날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자신의 생이 다하는 날까지 기다려도 안 된다면 그 다음 생에, 또 그 다음 생이 있을 것이다. 조선이 살아남는다면 결국 그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세자의 염원이었다. (p313~314)

그러나 내가 조선의 세자, 임금의 아들이다. 미천함과 부족함을 논할 자리에 있지 않으나, 나의 유일함을 세상에 떨칠 날이 있으리라. 그러한 날이 오리라. (p328)
'소현'은 조선의 세자요, 임금의 아들이기에...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9년 여만에 조선에 돌아오지만, 돌아온지 2달만에 죽는다. 사망 원인은 학질이었지만, 여러 역사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 원손를 비롯한 그의 자식들도 역시 ''소현' 사후 2년만에 제주에 귀양을 가고 2아들은 굶어죽는다.
병자호란이후의 조선의 임금인 인조의 의심과 아들을 빼앗긴, 그리고 나중엔 아비가 아들을 찾길 원하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의 고독감.
그리고, 9년이란 세월동안에 청의 심양에서 조선으로 돌아가 그가 당한 수모를, 조선의 백성이 당한 굴욕을 언젠가는 갚아주기 위해서 몸을 한껏 낮추며 살아갔던 '소현'의 고독감
그것이 작가의 깔끔하고 섬세한 문체와 함께 독자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강물이 거슬러 흘러 그의 발목을 적시게 되더라도 다만 그에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가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세자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던 기억들.... 그때 고요히 흘러 넘치던 세자의 고독을 .... 드러낼 수 없어 더욱 깊은 외로움이 자신의 몸으로 전해지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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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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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대표작인 '개미'는 120여 회에 걸쳐서 개작을 했다고 한다. '개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없는특이함을 이미 느꼈을 것이다. 집단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회성이 뛰어난 개미와 인간을 병렬형 스토리로 이끌어 가는데, 거기에는 과학적 관찰에 기반을 둔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그리고, 과학적 소재를 다루는 기법들을 보고 경탄을 자아냈을 것이다.
 

그만큼 베르나르는 자신의 작품 거의 대부분에서 과학적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사고로는 생각할 수 없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작가 나름의 기법으로 언제나 독특하게 펼쳐나간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으면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리고 과학적 사고가 뛰어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얼마전 '신'을 통해서 그의 소설의 재미를 만끽했기에 이번에 '파라다이스'는 또 베르나르가 어떤 내용의 글로 찾아올까 궁금했다. 그런데, 역시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 그에게서, 과학과 상상력은 떨어질 수 없는 소설의 소재이자, 주제가 되는 것이다.
'파라다이스1'에는 8편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다. 베르나르의 상상력속에 탄생한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와 '있을 법한 과거' 이야기, 그리고 1편의 정말 짧고 그냥 웃고 지나갈 '막간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베르나르는 '파라다이스'에 실린 이야기들을 '만약 ~ 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서 쓰게 된 글들이고, 이 글들은 나중에 장편소설을 쓰기 위한 작업일 수도 있다고 한다. '있을 법한 미래'의 이야기들에는 좀 '붕'뜨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무리 미래에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좀 너무 과장이 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그리고 '있을 법한 과거'은 그럴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좀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들이다. 환상소설, 우화, 신화, 단편소설..... 등등의 색깔을 가진 이야기들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8편의 이야기들을 잘 살펴보면 그 이야기속에는 과학적 사고에서 나온 아이템들이 들어가 있다. 우리들이 염려하는 지구의 미래. 환경오염문제, 전쟁, 방사능유출, 인간의 종말, 그리고 새로운 인간의 탄생.....
그리고, 그의 작품속에는 잔인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들이 살짝 살짝 들어가 있는데, 왠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작품속의 내용이라면 끔찍하게 느껴질텐데, 베르나르의 작품속에서는 그냥 읽고 지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베르나르르의 작품은 실제의 상황이 아닌 상상력의 세계, 환상적 세계의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한다.  

지구의 오존층이 점점 커다랗게 뚫린다면 이것을 막아야 되겠지.... 미래의 세계에서는 담배를 피거나 고기를 먹거나, 석유와 전기를 사용한다면.... 환경오염이 갈때까지 간 그 때에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앞에서 교수형에 처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비행기, 지하철 등의 교통수단은 페달을 밟아서 움직여야 한다. 그보다 더 새로운 교통수단은 투석기.  공을 하늘에 날리듯이 사람을 쏘아 올린다. 붕~~ 하늘로 올라간 사람은 안전하게 먼 곳을 지나서 디딤판에 안착하게 된다.  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환경 파괴범은 교수형'의 사브리나는 사형대위에서 죽음의 순간에 '사람들은 계속 어리석은 짓거리, 탐욕. 의식의 결핍때문에 세상을 오염시킬 거라고' (p60) 생각한다.  
'꽃섹스'와 '내일여자들은'을 읽어보면 작가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진다. 두 작품 모두 미래의 인간의 종족 보존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다. '꽃섹스'는
인류가 어떤 이유인가로 - 아마도 방사능유출, 환경오염, 유전자 형질변경 등의 이유일 것이다. - 종족을 보존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작가의 상상력은 여기에서 인간과 자연이 펼치는 기상천외한 수정 방법을 소개한다.
어느날 한 남자의 정자가 꽃가루처럼 퍼지는 것에서 새로운 수정의 방법이 발견된다. 꽃가루처럼 정자는 날려서 넥타인 난자와 결합. 수정을 해 주는 것은 나비. 그야말로 꽃과 나비의 수정이 인간에게도.... 나비의 역할로 아기가 탄생한다면 그것은 '꽃아이'. 이렇다면 가족의 의미는 무의미해 질 수밖에 ....
  

인류라는 종의 생존은 그냥 한 곤충이 아니라, 한 식물에 생존을 걸고 있는 한 곤충에 달려 있었다. (p99)

결국에 오랜 세월이 지난후에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게 되고, 걸어다닐 이유가 없어지고 나비를 맞아들이기 위해 키만 커져서 꽃나무가 되어 빽빽히 우거진 술에 우뚝 서있는 존재가 된다. 태초의 동물(인간)이 아닌 그 기억만을 간직한 나무들로....
그런데, '베르나르'는 인간의 종족 보전이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가보다. 또 다른 작품인 '내일 여자들은'에서 이런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들려준다. 생물학자 마들렌은 핵전쟁, 방사능 유출 등의 지구 최악의 경우가 닥쳐올 경우에도 살아 남을 수 있는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한다. 방사능 내성을 가진 유전자를 얻기 위한 연구끝에  신인류의 원형인 '이브 001'을 찾아 내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이브' 는 상자안에 모셔져서 냉동실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타조앙 크기만한 알. 그러니까 인류의 모태가 알로 바뀌는 것이다. 연구를 거듭하여 '이브 103'이 최초의 인간알이 되려고 한다. 품은지 18개월만에. 그러니 임신 기간이 18개월로 늘어나는 것이디. 그리고 알들은 암컷만이 생존한다.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 먼미래에는 방사능 유출의 공포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인류의 원형은 '이브 103'이 원형이고, 여자만이 존재하는 세상. 과거의 '아마조네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기발하냐고? 너무 앞서가지 않았나..... 소설이니까..... 베르나르의 소설이니까......


그의 과학적 사고와 기발한 상상력. 거기에는 미래의 재앙의 원인들을 분석하고 생각한 흔적들이 묻어 있다. 오염된 물, 방사능 오염공기, 전자파, 유전자 변형, 잠복성 바아러스, 핵, 지구의 존속, 인류의 멸망, 새로운 인류탄생,  테러, 전쟁. 전쟁 역시 인류는 2차 세계대전이후에 끔찍하고 잔인한 파괴행위로 몸서리를 쳤지만, 과연 전쟁은 지구상에서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미래에 있을 법한 '영화의 거장'에서처럼 지구의 존속을 위하여  종교, 국가, 역사가 폐지되는 그런 세상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국가, 역사, 종교가 없어진 세상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영화. 그래서 더욱 발전하게 되는 영화산업, 그런데, 이 이야기 역시 평범하지는 않다. DIK스튜디어의 비밀을 찾아 나선 평론가 빅토리아 필과 스튜디오의 비밀을 지닌 감독 데이비드 큐브릭의 이야기. 과거로 갈 수 있는 가속장치, 그리고 영화제작 카메라의 눈과 입이 되는 로봇 파리. 로봇 파리가 찍은 영화는 시간을 거꾸로 간 상황을  담은 실제의 이야기가 영화화 된 것이라니....  작품마다 독자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기발한 이야기들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독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너무 과장이 심하시군요.' '아무리 소설의 세계이지만 말도 안돼'  그런데, 자세히 작품속을 들여다 보면, 우리들이 생각하고, 걱정하는 지구의 미래, 인류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항상, 염려하는 환경오염과 방사능유출, 전자파,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의 변형, 이들속에서 과연 인류는 어떻게 존속되어야 할 것인가가 소설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먼미래의 이야기처럼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지구가. 그리고 인류의 당면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베르나르'만의 과학적 지식과 사고가 독특한 기법을 가지고 소설로 선보여진 것이다. 아마도 이 단편들은 작가의 손에서 다시 다듬어져서 새로운 장편소설로 변하여 독자들에게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프랑스에서 보다 한국 독자들에게 더 잘 알려지고, 더 좋아하는 베르나르의 한국 방문이 가까워오고 있는 것같은데, '신'에서의 은비의 모습처럼 좋은 이미지의 한국의 모습이 그의 소설에서 선보여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언젠가 베르나르는  제주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따금씩. 진실이 영화보다 믿기 어려울 때도 있죠. 바로 그게 역설이라오. (P282)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는 내가 아니라..... 신이지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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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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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80년대, 정치적,사회적으로 암울했던 시절. 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하지 못하고, 쓰고 싶은 글은 있으나 마음대로 쓸 수 없던 시절에 대중들의 사랑을 한껏 받았던 작가들이 있다.  박범신, 한수산, 최인호. 김홍신.... 그분들의 소설은 출간되기가 무섭게 인기리에 읽혀졌다. 젊은 날, 나의 독서의 한부분을 차지했던 책들이기에 지금도 그분들의 이름만으로도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연애소설의 대가이기도 했던 '은교'의 작가 '박범신'님은 그당시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등으로 소설을 통해 나와의 첫 대면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후, 1993년 작가는 돌연 절필을 선언했다. 그후 '나마스떼'를 통해 네팔 이주노동자 '카밀'과 '신우'의 사랑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가보지도 않은 '마르파'마을에 대한 묘사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하얀꽃이 핀 그 마을이 한참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아마도 '은교'는 연애소설을 쓰지 않겠다고 한 작가가 17년만에 쓴 본격적인 연애소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게 되면 '은교'는 단순히 연애소설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은교'를 쓰게 된 이야기부터가 흥미롭다. 작가는 자신의 개인블로그에 '살인 당나귀'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개인블로그의 글이니 쓰고 싶으면 쓰고, 올리는 글의 분량에도 제한을 느끼지 않으면서 글이 써질때마다 밤에만 썼다고 한다. 그런데, 그 소설은 탄력을 받아서 1달 반만에 완성을 하게 된다. 어느새 소설의 제목도 '은교'로 바뀌어서.....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기를 고집하던 작가는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그렇게 완성된 글이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촐라체' '고산자' '은교'는 '갈망의 3부작'이라고 말한다.
갈망(渴望).......  사전적 의미는 '간절히 바람'
 
 
모두 읽어본 작품이기에 작가의 말을 들어보니, 그 작품들의 의미를 알 것같다.
나는 '촐라체'를 통해 설산을 오르는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한계를 느꼈지만, '고산자'에서는 약간 실망스러움을 가졌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은 나자신의 선입견에서 시작된 오류이기는 하지만.... '김정호'라는 인물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는 지리학을 전공했고 역사소설을 좋아하기에 제목만으로 '고산자'의 일대기쯤을 예측했던 것이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읽고 난 후에야 깨닫게 되었으니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촐라체' '고산자'를 거쳐 '은교'에 이르러서 작가는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기록했(p406)노라고 말한다.
'은교'는 연애소설이라는 범주에서 생각한다면, 명망있는 70을 바라보는 노시인 '이적요' 와 17살 푸르른 젊음의 '은교' 의 사랑, 그리고 이적요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서지우'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은교'의 사랑....
그리고, 이 두 사랑을 둘러싼 끊임없는 서로의 탐색(이적요와 서지우)과 불신, 배신,그리고 마음속 깊숙히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은교로 인하여 서로를 잃어버리는 것이 두렵고 힘겨운 이적요와 서지우의 삶의 종말, 즉,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변호사에게 전달된 유서와 시인의 노트, 그리고 은교에게 맡겨진 지우의 노트....
노트속에 적혀진 서로를 의식하는 행동들과 글들은 씨줄과 날줄처럼, 아니 커다랗지만 정교하지 않아서 금방이라도 맞출 수 있는 퍼즐처럼 맞추어진다. 얼핏 결말이 내려지고, 과정이 보이는 듯하지만, 정교하지 못한 퍼즐의 몇 조각은 의외의 변수처럼, 뜻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지우와 이적요의 질투와 불신이 사실은 서로를 잃는 것이 서로의 파멸을 가져오는 것이며, 그 누구도 먼저 그 사실을 알릴 수 없음을..... 그리고, 그들이 두려워 한 것은 서로를 잃게 되는 것임음.....
이적요가 느끼는 서지우에 대한 경계와 질투심은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우에게 뒤질 수 없는 것이며, 은교를 빼앗길(?) 수 없다는 것을..... 육체적 노화로 인하여 은교를 탐할 수는 없지만. '멍청한 놈'인 서지우에게 질 수는 없다는 마음.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은교에 대한 마음은 갈망이며, 사랑임을.....
은교를 처음 본 순간 느꼈던 그 갈망은 은교의 손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명백한 건 모든 게 그날 네 손들에서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p95)
죽어가던 이적요 시인의 본능을  일깨워 광포한 파멸의 문 안에 들게 하는데 단초가 됐던 그녀의 흰 손가락 (p217)
그렇다면 서지우가 존경하는 스승 이적요에 대해 가지게 되는 감정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일까?
그것은 결코 '은교'에게서 부터 온 것은 아니다. '심장'작업시부터 이적요의 경멸에 찬 표정과 '멍청한 놈'이란 말 한마디에서부터.... 서지우에게 이것은 '지옥에 가더라도 잊을 수 없는 표현.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힌 말 한마디. 그래서 서지우는 의도적으로 이적요의 '은교를 향한 에로스적인 욕망'에 불을 붙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명망있는 시인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젊은 자신의 욕망을 따라오지 못할 것을 알기에....
두 사람이 남긴 노트의 내용을 보게 되면, 그들은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노시인은 육체적 한계에 대한 갈망을.....  서지우는 작품활동에 다가갈 수 없는 한계에 대한 갈망에.....
이런 이야기들이 심리적 분석을 하듯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마치 한 편의 '심리소설'처럼 잘 쓰여져 있다. 더군다나 '박범신'작가의 문장은 다른 작품들에서도 느꼈던 것처럼 신예작가들은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롤 표현들이 적확하며, 문장이 감수성이 돋보이고, 탐미적이고 섬세하고 예리하다. 수식어를 많이 쓰고 있음에도 쓸데없이 붙여진듯한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문장들이다. 문학에 일생을 바친 작가만이 쓸 수 있는  무르익은 글들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문장들에 적확한 시(詩)는 소설속의 시를 읽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흔히, 시집을 읽게 되면 한 편의 시를 읽은 후에 그 시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다른 한 편의 시로 옮겨가게 되는데, 소설속의 시는 소설의 느낌과 함께 시의 여운이 오래도록  소설속의 문장에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시들이 그 상황이나 심리묘사에 너무도 딱 맞아 떨어지는 시들이기에 그 느낌이 더 강하게 남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이처럼 간단하게 읽히지 않는다. 그 속에 시인과 대리(?)작가의 자신의 작가 생활에 대한 강한 자기 부정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이바라기 노리코'의 시가 인용되는데, 이 시는 '공선옥'의 동명의 소설에서도 그 주제와 시가 인용되기도 했다. 바로 이 시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은교가 푸르른 젊음을 가져서 제일 예쁜 열일곱 살. 노시인의 열일곱 살은?
내가 제일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무디었고/ 손발만이 밤 색으로 빛났다. / 내가 제일 예뻣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 그런 엉터리같은 일이 어디 있느냐고/ 블라우스 팔을 걷어올리고 비굴한 거리로 쏘다녔다 (이바라기 노리코)
'나의 머리는 텅비고, (...)나의 마음은 무디었고 (...)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던....' (위의 詩 중에서 필요한 부분 축약)
흥청망청 즐기는 젊은이를 향해서도 소리친다.
너희가 지금 누리는 달콤한 인생을 누가 주었느냐고.어디로 부터 온 것이냐고, 마음대로 너희들만 누릴 권리는..... 없다고(...) 저들의 누가 늙은 애비, 늙은 시인의 과거를 알겠는가 (p135)
이적요는 거친 시대를 거쳐 왔다. 시인은 독자들에게 '그의 시는 우주적 고요에 닿아있고, 세속적 욕망을 단호히 절제하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만을 쓰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히 노시인의 전략에 의한 것이다. 철저하게 계획된 전략..... 그것이 오늘날의 노시인을 명망있는 시인의 자리에 올려 놓은 것이다.
내가 세상이라고, 시대라고, 역사라고 불렀던 것이 사실은 직관의 감옥에 불과했다는 것을, 시의 감옥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시는 대부분 가짜였다. (p394)
서지우는 이적요가 써준 글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지만, 이적요의 작품이 없다면 작가로서의 활동을 할 수 없다. 작품을 쓸 능력이 되지 않기에... 이적요의 껍데기속의 한 부분이라고나 할까....
처음엔 순수한 스승과 제자로 만났지만, 한없이 존경하는 스승이었지만, 욕망의 눈이 어두워 자신을 살해하려는 의도를 깨달았을  때의 마음, 비록 비극적인 관계로 끝날 운명이지만 그 두 남자는 서로를 깊이 사랑했었다.
죽음의 새벽, 시인의 고통에 찬 눈길, '여보게' 불러 세우는 한 마디에 죽음을 예견했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스승으로 부터 완전히 버림받는 서지우의 마음은 '빗물 흐르는 허공에서 짧게 만났다. (p374)
노시인이 마지막 순간에 깨닫게 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 마음속 영원한 젊은 신부'인 은교를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시인은 자신의 욕망이 만들어 놓았던 허울을 보게 되는 것이다. 또, 은교를 만난 후에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의 인생과 작품활동을 철저한  전략에 의해서, 독자들의 구미에 맞추어서 살아오고, 시를 썼기에.  그 자신의 인생은 '가짜 인생'이고, 그는 가짜 시인' 이었다. 그리고 그의 시는 모두 '가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깨달음이 진정한 깨달음이었다면 좋으련만....

발칙한 노시인은 자신의 인생에서 용의 주도하게 설계되어 얻어진 '가짜'위에 또다른 '가짜'..... '죽음뒤에 살아 남는 자'가 되기 위해 죽음후의 전략까지 꾸며 놓고 죽었던 것이다.
갈망.....
그 끝은 어디일까.....
'친구여, 모든 해답은 나부끼는 바람 속에 있다. ' (p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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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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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어떤 사람들은 행복의 색깔을 무지개색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알록달록 서로 다른 색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답게 펼쳐지기에. 그 색깔들에는 사랑, 아름다움, 부, 명예,건강, 안락함.... 사람들이 갈망하는 것들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행복에는 어떤 조건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행복에는 어떤 조건이 뒤따르게 되는 것일까?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행복의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을 하였으며,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파랑새'를 찾아 나서듯이 자신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행복한 삶'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나 역시 가까운 사람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분명히 많을 것을 누리고 있는데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우울하고 힘겹게 살아 가는 모습을 보게 될 때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된 경우도 있다.
'행복의 조건'
행복에는 어떤 조건이 뒤따르는 것일까? 난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같은 조건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반하여, 그것이 너무도 불행하여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행복에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조건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조지 베일런트'가 쓴 '행복의 조건'은 제목만 볼 때는 시중에 범람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 책은 행복한 삶에 대한 공식을 찾아 내려는 생각에서 시도된 연구에 관한 인생보고서라고 해야 될 것이다.
1930년대 말에 하버드에 입학한 2학년생 268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을 72년 동안에 걸쳐서 주기적으로 방문, 설문조사와 건강진단, 동행한 정신과 의사와 교수들의 상담을 통한 진단을 토대로 하여 연구한 내용들이다. 이 연구는 1938년 '하버드대 공중 보건학부 '알리복 '박사가 시작한 '그랜트 연구'를 1967년에 이 책의 저자인 '조지 베일런트'가 연구를 이어 받았다.

'성공적 삶의 심리학'에서 그는 연구대상자들의 삶에 대해 "과학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숫자로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진단을 내리기에는 너무나도 애잔하고, 학술지에만 실리기에는 영구불멸의 존재다. (p25)
그후에 40여년간에 연구는 진행되게 되는데, 이때는 3개 집단으로 분류되어 연구가 진행된다.

첫번째 연구대상: 하버드 법대 졸업생 집단 268명
두번째 연구대상 : 천재아 연구에서 찾아낸 여성들 90여명
세번째 연구대상: 이너시티 출신 고등학교 중퇴자로 사회에 첫 발은 내디뎠지만 삶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남성 집단 456명
이 연구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던 10대들로 선별되어서 그들의 전생애에 걸쳐서 면밀하게 진행되게 된 것이다. 즉, 어린시절부터 죽을때까지의 전과정이 연구되고 기록되고, 분석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것은 만족스러운 삶과 그렇지 못한 삶에 이르는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구체적 실증 자료를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주제별로 많은 사례들을 소개해 주는데, 이것은 연구 결과를 입체적으로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요즈음에 많이 출간되는 책들이 젊은이들, 즉 청춘들에게 전하는 내용의 책들이 많았던 것에 비한다면, 이 책은 노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행복한 노년을 즐길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주는 책인 셈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어떻게 보면 서글프고 아쉽고, 쓸쓸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가들어간다는 것은 기쁨과 사랑, 그리고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배우는 것이다.


어릴적의 기억들이 그당시에는, 또 그로부터 얼마 멀지 않았던 시기에는 힘겹고 원망스러운 일이었더라도, 어느 순간을 지나서 먼훗날이 되면 그때에는 그 고통들이 새로운 생각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런 경우로는 이너시티 출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가졌던 '피렐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다.
분명히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건만, 어느 사이에 그것은 감사의 마음으로 변한 것이다. 우린 흔히 어릴 적의 아픈 기억들이, 아니면 과거의 삶을 통해서 미래를 예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거의 단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코 어린 시절의 생활이 그들의 노년을 결정지을 수는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불우했던 과거가 있었지만 노년이 더 행복해 진 경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결과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이 유년기와 노년기의 관계를 이야기 할 수 있다.
유년기는 두 가지 방식으로 노년에 영향을 끼친다.  첫째 유년기에 아이는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믿음, 자율성, 독창성을 키워나간다. 그 사건들은 아이들이 지닌 희망과 자아의식을 폭넓은 인간 관걔와 사회적 유대로 확장시키며 그것이 결국 풍요로운 노년의 밑받침이 된다. (...) 미래를 예견할 때 긍정적 유년기가 부정적 유년기보다는 한 사람의 미래를 훨씬 더 강력하게 예견할 수 있다.  (p136)

이 연구가 연구대상자의 전생애에 걸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연구대상자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 함께 연구원도 나이가 들어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처음의 보고서 내용을 뒤집는 경우도 많이 나타난다. 마치 '쇳조각으로 금을 만드는 삶의 연금술' (p113) 처럼. 이것이 바로 행복한 삶의 유형일 것이다. 인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이런 변화를 가져 왔을 것이다.  
84세 연구 대상자가 들려주던 말
긍정적 노화란, 사랑하고 일하며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배우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라는 말이다. (p53)

인생의 후반기에 이루어야 할 과업중 하나는 인생 전반에 사랑했던 모든 이들을 다시 찾아 내어 그 사랑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잃어버린 사랑을 회복하는 것은 곧 과거가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방식이 된다. (160)
늙어가면서 이와같이 생각할 수 있고, 생활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한 삶인 것이다. 나자신에게 물어본다. 나도 이렇게 늙어갈 수 있느냐고.....
추하지 않게, 욕심스럽지 않게, 이처럼 행복하게 살아가자고....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인생에 있어서 성공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돈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평생을 김밥을 팔아서, 생선을 팔아서 쌈지돈을 모아서 마련한 거금을 선뜻 기부하는 사람들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이 바로 행복한 노년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기부하고 봉사하는 사람들....
이같은 행동에서 삶은 행복해지고 그들이 보낸 사랑은 메아리가 되어서 다시 그들에게 되돌아가는 것이다.
내나름대로 이 책에서 제시한 행복의 조건을 간추려 본다면
☆ 행복의 조건 
* 신의 섭리를 받아들인다.   
* 가장 중요한 일부터 먼저하라.      
* 소박하게 살라.
* 현재를 즐겨라 (건강의 중요성)
* 인생을 즐겨라 - 과거와 미래를 잊고 현재에 집중하라.
 * 전화를 이용해라 - 마음의 평정과 만족감, 인간관계
  결론적으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다.
지금 이순간 불행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행복에는 조건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행복에는 어떤 조건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이 행복하게 느껴지고, 늙어가면서도 늙는다는 것이 외롭지 않고, 활기차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우리 마음속의 평화로움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평화로움은 결국에는 행복이고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닐까 생각된다.





겨울정원처럼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죽은 뒤에도 계속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한스 진서 교수, 오이디푸스왕, 소포클레스에게 죽음은 마치 겨울 정원과도 같이 끝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p258)
이 책의 글을 인용하여 나 자신에게 묻고 싶다. 나는 생의 마지막 나날들에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1) '젊음은 아름답지만,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이는 불을 보지만, 나이든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 ' - 빅토르 위고
(2) '노년은 망각일뿐이며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 - 셰익스피어
나의 선택이 곧 나의 마음이고,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을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현명한 선택이 나의 삶의 모습을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
아름답게 죽음을 맞이 하는 순간, 아직도 내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세상을 향해 아낌없이 베풀 수 있다면 나의 삶은 이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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