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광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36년이란 세월이 흘러갔기에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소설, 영화, 연극, 드라마, 만화 등은 수도 없이 세상에 나와 있다.

한강의 작품들을 좋아하기에 <소년이 온다>를 읽게 되었지만, 첫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도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이야기임을 알게 되면서 마음 한 구석은 '이미 쏟아질만큼 쏟아져 나온 소재로 지금에서야 왜 이런 소설을 썼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조금은 식상한(?) 소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사건은 충분히 그 진실을 밝히고 이를 주도한 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미  많은 매체들을 통해서 그날의 일을 시간대별로 자세하게 알 정도이고, 그동안 이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이 대동소이하였기에 이 소설을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년이 온다>는 읽는 동안에, 그리고 읽고 난 후에 책장을 덮는 순간에 '한강'이었기에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 중에서는 가장 수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강'만이 가지고 있는 정교하면서도 깊이있는 문장들이 그 날의 일을 결코 잊을 수 없음을, 그리고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분노와 절규가 뒤따르게 된다.

5.18 당시에 만 15세였던 동호가 목격하고 겪게 되는 열흘간의 잔혹한 살상의 현장과 잔인한 고문의 장면들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닌다.

" (...)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모두 침묵했습니다. 그 새벽에 겪은 일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던 겁니다. 한 시간여의 그 절망적인 침묵이, 그곳에서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킬 수 있었던 마지막 품위였습니다. " (p. 105)

그들이 폭도였을까? 그들이 불갱이였을까? 무고한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고, 총을 발사했고, 각종 고문을 했고, 시신을 쓰레기 더미처럼 취급했던 자들을 향해 우리는 어떤 말과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한강'의 1980년 5월 18일부터  광주에서 일어났던 열흘간의 상황과 그 이후 지금까지 고통을 받는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 (p. 134)

그날, 중학생이었던 동호는 시위대를 피해서 도망을 치던 중에 자신의 집에 세들어 살던 정대가 죽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의 시체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

곧 군인들이 이곳으로 몰려 온다는 것을 알지만 정대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정대의 학비를 벌기 위해서 공장에 다니던 정대 누나 정미도 그날 어디론가 사라진다.

이때에 군인들이 지급받은 총알은 80만발.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고한 시민들까지도 학살을 하라는 지시가 아닐까. 정말로 군인들은 도청 상무대에 있다가 손을 들고 나오는 어린 학생들에게 까지 무차별적인 총격을 가한다. 그에 비하여 시민들은 그들의 손에 총이 들려졌음에도 총을 쏘지 못한다. 총을 쏘게 되면 군인들이 죽을 것임을 알기에....

"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희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 (p. 114)

이 책의 내용 중에 '4장 쇠와 피' 에서는 닥치는대로 잡아 가두었던 시민들과 학생들에게 가하는 고문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난폭하고 비인간적인 고문들이 쓰여져 있다. 차마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의 행위. 인간은 그토록 잔인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런 고문을 당했을 사람들이 느껴야 했을 모멸감, 평생을 그들의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으리라.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p. 79)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p.99)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거나, 당한 일이 아닐까 할 정도로 생생한 목격담이나 체험담을 바탕으로 쓰여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당시 계엄군에 싸워서 죽은 중학생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치밀한 자료 조사를 하여 쓴 작품인데, 이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은 다시 한 번 광주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게 된다.

36 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끝났다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이 사건은 끝날 수 없다. 그들이 어떻게 죽었으며, 그들의 남겨진 가족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못 다 피고 진 사람들'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강'은 결코 잊혀져서는 안 될 그들의 외로운 무덤 앞에 작은 촛불을 밝혀 그들의 넋을 위로한다

<2016년 5월 19일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랑무늬영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희랍어 시간>을 시작으로 읽게 된 한강의 작품들.

장편소설에서 동화, 그리고 산문집까지 장르마다 새로운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 볼 수 있었다. 신선하다고 해야할까,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는 작가가 직접 작사하고 작곡하고 부른 노래 CD까지 들어 있었다.

동화는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 두었고, <희랍어 시간>과 <바람이 분다, 가라>는 같은 작가의 소설이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바람이 분다, 가라>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이나 그들의 관계, 소설이 전개되는 방식과 문체들이 소설의 형식을 벗어나 있다.  소설의 시제 역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어떤 장면의 바뀜이 없이 그대로 뒤죽박죽으로 섞여서 쓰여졌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인물과 인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야기의 내용이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런 것들이 소설을 읽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몰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읽다보면 글의 내용이 대사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읽다보면 과거의 어떤 싯점으로 이야기가 돌아가 있고, 다시 현재 싯점으로 돌아와 있던 이야기는 과거의 또다른 싯점에 가 있는 것이다.

또한, 정희의 이야기인가 하면, 인주의 이야기로 넘아가 있기도, 또다른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소설을 읽는 속도가 떨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런 소설의 전개 방식이나 문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의 전체 내용이 큰 퍼즐의 바탕이라면, 그 속의 이야기들은 퍼즐 조각이 되어서, 그것을 맞추어 나가는 작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큼직한 퍼즐 조각이 아닌, 세밀하게 나누어진 퍼즐 조각이어서, 이쪽에서 맞추다가, 다른 쪽의 퍼즐이 나오면 그 쪽을 맞추어 나가는 고난도의 퍼즐 맞추기와 같은 것이다.

거기에 우주의 신비, 생의 기원과 같은 천제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 그림에 관한 이야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생소한 이야기와도 만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바람이 분다, 가라>는 읽기가 그리 쉬운 소설은 아니다.

'한강'의 세 번째 소설집인 <노랑무늬영원>은 7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단편소설은 장편소설 보다는 짧기에 함축된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자칫하면 작가가 그 작품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감지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노랑무늬 영원>도 한강의 작품을 처음 읽는 독자들이라면 쉽게 그런 것들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끝머리에 나와 있는 '작가의 말'를 빌리면,

" 단편은 성냥 불꽃 같은 데가 있다. 먼저 불을 당기고, 그게 꺼질 때까지 온 힘으로 지켜본다. 그 순간들이 힘껏 내 등을 앞으로 떠밀어 줬다. " (p. 308)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수 년 동안 작가의 고통과 그 흔적이 남긴 결과로 세상에 나오게 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7편의 단편소설에는 자주 나오는 소재들이 있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죽음 또는 언젠가 알았던 사람의 죽음에 대한 소식, 특별히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탄하지도 않기에 어긋나게 되는 부부의 이야기, 네팔이나 인도 여행, 꿈(악몽)이야기, 말을 듣지 않는 손 이야기 등이 작품마다  이렇게 저렇게 얽혀서 들어가 있다.

7편의 이야기 중에 <왼손>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왼손때문에 겪게 되는 이야기인데, 신경숙의 소설집인 <모르는 여인들>에 실린 '그가 지금 풀숲에서'의 아내의 이야기와 유사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어떤 이유였던간에... 그래서 힘들어 하고, 아파한다. 그러나 외부로 그런 것들을 나타내기 보다는 내면에 숨겨 놓고서.

작품들은 그것마다 특색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여운이 남는 것은 <밝아지기 전에>와 이 책의 표제작인 <노랑무늬영원>이다.

<밝아지기 전에>는 직장 동료였던 은희 언니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 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노랑무늬영원>은 화실에 가던 중에 검은 개를 피하려다가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그 개를 쳤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그 사고로 인하여 손을 다치게 된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물론, 집안일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남편과의 관계는 점점 멀어져 가게 되고...

그런 중에 어느 사진관에 자신의 사진이 걸려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과거 속의 한 남자를 떠올리게 된다. 등산길에 단 한 번 만났던 그 남자의 근황을 알게 되는데...

그녀가 교통사고가 났던 그 시절에, 그래서 힘겹고 무기력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된 그 시기에 그 남자는 미국에서 총을 맞고 죽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친구의 아들이 가지고 놀던 도마뱀의 학명이 '노랑무늬영원', 불도마뱀, Fire Slalmander 이다. 그 도마뱀은 사고로 한쪽 발을 잃었는데, 다시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느꼈던 상실감, 무력감은 이 한 장의 사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2가지 이야기로 인하여 치유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고로 인하여 힘겨운 2년을 살아 가던 때에 그가 알던 그 누군가는 총탄에 삶을 마감했던 것이다.

타인의 죽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도마뱀의 잘린 발에서 새 살이 돋아 나듯이, 자신도 언젠가는 아픈 마음과 몸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파란돌>에 나오는 한 문장도 이 책에 담긴 작품들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여기에 적어 본다.

" 그러니 당신에게 물어도 되겠어요.

거긴 지낼 만한가요. 빗소리를 여전히 들을 만한가요.

영원히 가져오지 못하게 된 감자 생각을 잊었나요.

오래전 꾸었다는 꿈 속의 당신, 부풀어오른 팔로 파란 돌을 건지고 있나요. 물의 감촉이 느껴지나요. 햇빛이 느껴지나요. 살아 있다는게 느껴지나요. 나도 여기서 느끼고 있어요. " (p. 215)

극한 상황에 몰린 냉정한 인간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그들이 더 깊은 곳으로 숨어 버리기 보다는 조금씩 세상곁으로 나올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강'은 이 7편의 소설을 10 여년에 걸쳐서 썼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회복일 것이다.

노랑색이 가진 희망, 그것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읽었던 '한강'의 소설들은 그리 달달한 소설들은 아니다. 그리고 편안하게 '룰루 랄라' 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작품들도 아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사유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한강의 소설들이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6년 6월 18일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강의 <희랍어 시간 l 문학동네 ㅣ 2011>을 읽은 후에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찾아서 읽기도 했다. 소설, 에세이, 동화까지, 그 중의 산문집인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ㅣ 비채 ㅣ 2007>은 작가의 삶의 모습을 엿 볼 수 있는 책이다.


   


2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얇은 책인데, 노래 CD가 수록되어 있다. 한강 작사, 작곡, 보컬이라고  씌

여져 있다.  

작가는 " 소설을 쓰기 전에 시를 썼고, 시는 원래 노래에서 나왔으니까."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p.6)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마음만 소박하게 담자고....

이 책 속에는 흘러간 추억 속의 노래들이 많이 소개된다. 그 노래에 얽힌 오래되어서 빛바랜 추억담까지.

그녀는 글쓰기 뿐만아니라, 음악에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꿈 속에서 선명한 피리 소리를 듣고, 꿈에서 깨어나 그 노래의 소절을 적을 수 있으니.

어느날은 가사없이 피아노와 첼로, 목관악기의 합주를 꿈 속에서 듣고 오선지에 그려 넣을 수 있었으니.

노래에 얽힌 사연도 다양하여, 가곡, 소리, 가요, 팝송 등의 이야기가 정겹게 펼쳐진다.

아버지의 노래인 <황성옛터>, 그리고 어머니의 노래인 <짝사랑>

한강의 글이 다소곳한 듯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조용히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주듯이, 한강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부른 10곡의 노래도 그녀를 닮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강의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동화를 읽었기에 한강의 작품의 특색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등을 읽으면서 작품을 해석하기에 쉽지 않고 깊이가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 읽게 된 <여수의 사랑>은 한강이 1994년, 1995년에 문예지 등에 게재한 단편소설 6편을 첫 창작집으로 출간한 책이다.



당시에는 한강이 신예 작가였다. 1993년에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시를 발표했고, 1994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소설집인 <여수의 사랑>은 1995년에 출간됐고, 2012년에 개정판이 나온다.

<여수의 사랑>이 출간됐던 당시의 책 소개글은 다음과 같다.

" 젊은 날의 상실과 방황을 진지하고 단정한 문체로 그려보이는 신예 작가의 첫 소설집. 작가는 세속적 희망을 버리는 대신,삶의 근원성으로서의 외로움과 고단함을 이끌어내고,운명과 죽음에 대한 어두운 갈망과 그것들과의 때 이른 친화감을 키워낸다. " <1995년 여수의 사랑 책 소개글 중에서>



한강의 작품에 대한 문학성은 이미 '황순원 문학상', '만해 문학상', '동리 문학상', '이상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 한국소설 문학상'을 받으면서 입증이 됐다.

2016년에는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있어서 수상을 하게 된다.



<여수의 사랑>에 수록된 작품은.

<여수의 사랑> : <리뷰> 1994년

<질주> : <한국문학 > 1994년

<어둠의 사육제 > : <동서문학> 1995

<야간열차> : <문예중앙> 1994

<진달래 능선> : <샘이 깊은 물> 1994

<붉은 닻> : <서울신문> 1994

이 중에 <붉은 닻>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이다.

<여수의 사랑>에 대한 출판사 책소개글을 보면,

" <여수의 사랑』이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스물일곱번째로 출간되었다. 저자 한강은 삶의 치욕들을 헤집어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버리고 지운 기억을 되살리는 지난한 시간을 겪게 한다. 하지만 그 시간들은 ‘인간’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온 아픈 시간을 깨우는 뼈아픈 각성의 시간이며, 그때의 기억은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자가 동력을 가동하게 한다.
한강이 자신의 작품에서 그리려고 하는 것은 존재의 피로감, 희망 없음이 주는 좌절감 같은 근원적인 정서적 상황이다. 한강의 인물들은 떠나고, 버리고, 방황하고, 추락하고, 죽음 가까이에서 이 세상에 없는 것들을 그리워한다. 그러면서 존재의 ‘살아 있음’을 일깨운다. 그녀는 삶의 근원성으로의 외로움과 고단함, 운명과 죽음에 대한 갈망 속에서 그것들과의 친화감을 키워낸다. 그녀가 껴안는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은 우리가 어떤 욕망에 사로잡혀 바쁘게 살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를 끈덕지게 사로잡고 있다.



(...) ( 문학과 지성 소설 명작선 27 여수의 사랑 / 문학과지성사 ㅣ 2012, 책소개글 중에서)

<여수의 사랑>에 실린 6편의 단편소설들은 하나같이 세상에서 소외된 외로운 인생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성장기에 겪어야 했던 가족의 붕괴, 청춘들이 보여주는 아픈 가족사.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운명을 따라 흘러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하게 해준다.



한강의 작품은 한 권씩 찾아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 읽은 <여수의 사랑>은 우연히 인터넷 서점 중고사이트에서 보게 됐다. 내가 읽은 책은 2012년에 출간된 특별판이다.

한강 소설집 <여수의 사랑>이란 책이 있기에 구입하게 됐는데, 한강의 초기 작품이지만 요즘 발표하는 작품에 뒤지지 않는 문학성이 돋보이는 소설들이다.

<2018년 10월 18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2016년에 맨부커상 인터내셔녈 부문에 수상한 작가, 한강.

수상작이었던 <채식주의자>를 비롯하여 다수의 작품을 읽었기에 작가의 작품 세계에 익숙하다.

최근작인 단편 소설 <작별>은 2018년 제 12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이다. <작별>을 비롯하여 수상 후보작 6작품이 실린 책을 읽었다.

문학상 수상작과 수상 후보작이 실린 책은 단편들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는 하지만 읽다보면 작품 마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압축되어 있어서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는 강렬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수상작인 <작별>은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른다. 어느날 일어나 보니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 그는 가족들을 위한 삶을 살아 왔지만 벌레로 변한 후에 가족들은 차츰 그레고르를 혐오스럽게 생각한다. 마침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뜨지 않게 방안에 갇히게 되고 결국에는 죽게 된다.

카프카의 실존주의 작품으로 인간이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소외되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비판을 이야기한다.

이런 변신에 대한 서사와 맥이 닿아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이 '한강'의 <작별>이다. 심사위원들은 " 존재와 소멸의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경계"라는 심사평을 내 놓았다.

<작별>의 내용은 어느 겨울날, 약속 시간을 기다리다가 벤치에서 깜빡 잠이 들어 버린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 깨어보니 자신이 눈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얼마 전에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회사에 다닐 때에 만난 7살 연하의 가난한 연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사람으로 변했으니 연인과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없고, 함께 있을 수도 없다. 잠시 예비 고등학생인 아들을 만나서 자신이 이렇게 변했음을 알리고 다시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날씨가 눈사람이 꽁꽁 얼어 있을 수 있을 정도의 추위가 아니니, 조금씩 녹아 내린다. 어차피 눈은 부서지고 녹아 내리는 것이 아니던가. 조금씩 녹아내리는 손, 발, 입술...

그녀는 사라져 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모든 것은 그냥 끝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발버둥치지도 않고 그냥 담담하게 마지막 순간을 맞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무엇을 느껴야 할까.

" 수상작 「작별」은 겨울의 어느 날 벤치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고 보니 눈사람이 되어버린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눈으로 뭉쳐진 육신이 점점 녹아 사라지는 운명. 그런 운명 속에서 그녀의 삶에 얽힌 관계들과 작별하는 과정을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장으로 그려놓았다. 그 변신의 놀라움이 차츰 자연스러움으로 변해가고 충격이 더 이상 충격으로 와 닿지 않을 때, 우리는 과연 복잡하게 엮인 관계들과 어떤 작별을 상상해볼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물로 흘러 녹아 사라지고 말 운명. 인간과 인간 아닌 것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존재와 소멸의 경계 그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의 쓸쓸한 운명에 관해 한강은 소설의 서사를 빌려 아름답고 슬프게 재현해놓았다. " <출판사 리뷰 중에서>

그 밖의 수상 후보작으로는,

'강화길'의 <손>

'권여선'의 <희박한 마음>

'감혜진'의 <동네사람>

'이승우'의 <소돔의 하룻밤>

' 정이현'의 <언니>

' 정지돈'의 <'Light from Anywhere(빛은 어디에서나)>

그 중에  ' 정지돈'의 <'Light from Anywhere(빛은 어디에서나)>은 2018년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전의 커미션으로 제작되었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당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당시의 정세, 문학, 한국과 일본의 상황 등이 묘사되었다.

그래서 조금은 특별하게 읽히는 작품이다.

<2019년 1월 18일 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최진혁 사진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에 문학계에 기쁜 소식이 날라왔다. 작가 '한강'이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수상을 했다는 소식. 맨부커상은 영국에서 출판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그렇기에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영머로 번역한 번역자의 공도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채식주의자>가 최고의 소설이라고 해도 영국에 출간되지 못했다면 맨부커상을 수상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한강'이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그동안 '한강'의 소설 중에서는 별로 많이 팔리지 않았던 <채식주의자>의 판매부수가 껑충 올라갔다.


'한강'이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 <희랍어 시간>을 읽게 되면서부터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작가의 작품세계와 문장력에 매료되어서 '한강'의 작품을 섭렵하던 때가 있었다.


소설인 <노랑무늬 영혼>, <채식주의자>,<바람이 분다, 가라>, <소년이 온다> 그리고 동화인 <눈물상자>, <내 이름은 태양꽃>, < 붉은 꽃 이야기> 그리고 산문집인 <가만 가만 부르는 노래>까지 읽게 됐다.


특히 <가만 가만 부르는 노래>에는 '한강'의 노래가 담겨 있는 cd가 첨부되어 있다.


우리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미 '한강'의 작품을 좋아하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맨부커상 수상에 즈음하여 출간된 아주 짧은 소설인 <흰>은 '한강'이 2013년 겨울에 흰 것에 대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2014년 봄에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이제야 완성됐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든 생각은 '작가는 왜 흰 것에 집착했을까? '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흰 것에 관한 목록을 먼저 쓰고, 그렇게 작성된 65개의 목록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으면서 간결한 이야기, 연결고리가 없는 듯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연결고리가 확연하게 나타나는 그런 소설, 아니 소설이라기 보다는 흰 것에 관한 목록 65개의 시의 제목처럼 느껴지고 그 제목에 따라서 한 편 한 편의 시가 완성된 것과 같은 그런 의미의 작품이다.


책 자체가 작고 얇아서 설령 설령 읽으면 1시간 남짓이면 다 읽을 수 있지만 그렇게 읽기에는 소설의 내용이 그리 녹녹하지는 않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이야기의 맥락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고, 그렇게 읽다보면 어떤 지점에서 또 다시 이야기가 반복되기도 하는 그런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핏 '한강' 작가의 어머니 인터뷰 내용이 생각난다.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인 한승원 작가의 작품은 이해하기 쉬운데, 딸의 작품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맥락의 이야기를 어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같다.


그렇다. 지금까지 읽은 '한강'의 동화는 순수 그 자체, 아주 맑고 맑았다. 그러나 소설은 쉽게 읽히는 작품도 있지만 어떤 소설은 읽은 후에 다시 그 소설의 내용을 되짚어 봐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흰>은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닌 듯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읽히는 소설도 아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라질 - 사라지고 있는 - 아름다움, 더럽혀지지 않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니, 65개의 소제목에 따라서 '나, '그녀' '모든 흰'의 3부로 구성되어 있으니 각각의 소제목에 따라서 '흰'에 관해 작가의 이야기와 독자의 기억 속의 '흰'을 교차시켜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흰'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그것이 바로 '흰' 이 아닐까....

<2016년 9월 26일 씀: 구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