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로 배우는 생물 대백과 - UNOFFICIAL BOOK 마인크래프트로 배우는 대백과
마인크래프트 장인 조합 지음, 김나정 옮김, 사마키 다케오 감수 / 제제의숲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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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크래프트로 배우는 대백과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이 지형, 날씨, 광석 등 지구의 모든 것을 알아 봤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포유류, 조류, 어류 등 생물의 모든 것을 만나본다. 


초등 과학 교과와 연계되어 학습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3학년때 배우는 동물의 한살이와 생활, 5학년 과정 중에 다양한 생물과 우리 생활, 생물과 환경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 마인크래프트라서 나 역시 마인크래프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대부분의 폭력적인 게임들에 비해 아이템을 발굴하고, 건물을 짓는 형식이라 건전한 편이라 적당한 시간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물론 몹들과 전투를 벌이며 생존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이다 보니 건물을 짓고 만드는데 더 관심이 많아 나름 긍정적인 게임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이 마인크래프트라고 하는데, 2억 장 이상 판매되었다고 하니 엄청난 양이다. 그렇게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익숙한 마인크래프트 캐릭터와 함께 배우는 과학이라면 관심이 없었더라도 호기심이 생길 것 같다. 




이 책은 포유류, 조류, 어류와 조개류, 파충류와 양서류, 절지동물과 자포동물로 크게 카테고리가 나뉘어 있다. 각각의 장에 소개되고 있는 생물들은 전 세계 440여 종에 달하는데,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궁금증을 해결시켜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흥미로웠다. 


소는 왜 위가 네 개나 있을까? 염소는 정말로 종이를 먹을까, 토끼의 귀는 왜 길까? 라마는 정말로 침을 뱉을까? 하이에나가 썩은 고기를 먹어도 멀쩡한 이유는? 등등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궁금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질문에 대한 답변과 유사한 동물들의 데이터를 함께 소개해주고, 마인크래프트에 실제로 등장하는 동물들일 경우 그에 관련된 내용도 수록되어 있다. 소는 고기와 우유, 가죽을 얻을 수 있으니 발견하면 꼭 길들여서 번식시키라던가, 양은 고기뿐 아니라 침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얻을 수 있고, 염료를 이용해 양털을 염색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게임에 대한 정보와 과학적 지식을 모두 만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마인크래프트를 과학, 건축, 코딩 등에 접목시켜 교육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활용도가 높은 부분이 많은 게임인 것 같다. 무작정 과학책을 읽히기는 어려워도, 이렇게 마인크래프트로 배우는 과학이라면 아이들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되어 퀴즈를 푸는 것처럼 읽을 수도 있고, 게임 이미지와 실제 동물의 사진을 비교해보면서 차이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백조는 어떻게 물 위에 떠 있는지, 공작새의 날개는 왜 화려한지, 복어는 어떻게 몸을 부풀리는지, 가오리는 왜 배에 얼굴이 있는지, 카멜레온은 어떻게 몸 색깔을 바꾸는지... 아이들에게 호기심 가득한 과학적 질문들을 만나게 해주자. 게임하는 것처럼 페이지가 쓱쓱 넘어 가지만, 각각 생물의 분류와 무게, 몸길이, 주요 서식지 등 필수 데이터들도 함께 만날 수 있어 저절로 공부가 되는 책이다. 물론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마인크래프트 게임 속 꿀팁도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아이가 게임에만 너무 빠져 있고, 책 읽기를 싫어한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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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오징어 - 독서의 탄생부터 난독증까지, 책 읽는 뇌에 관한 모든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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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모네는 간접적인 접근을 통해 책을 읽는 사람과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작품의 완성에, 작품을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하고 기여하도록 만든다. 독서란 뉴런과 지성이 우회하는 행위다. 독서는 눈에 들어온 텍스트가 전달해주는 직접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독자의 추론과 생각에서 비롯된 예측 불허의 에두름으로 인해 보다 풍성해진다.          p.48~49


쉴 새 없이 디지털 기기에 접속하며 ‘순간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와 문학, 과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자료와 생생한 사례를 토대로 읽기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통찰을 보여주었던 <다시 책으로>의 저자 매리언 울프의 <책 읽는 뇌>가 재출간되었다. 원제인 'Proust and the Squid'를 그대로 살려 <프루스트와 오징어>로 제목을 달았고, 작가의 한국어판 서문도 새롭게 추가되었다. 원서는 2007년에 나왔었는데, 독서하는 뇌의 발달과 진화의 두 가지 측면인 개인적이고 지적인 측면과 생물학적인 측면을 연관시켜 함께 기술한 것은 아마 이 책의 최초일 것이다. 


매리언 울프는 독서의 상이한 두 가지 측면을 묘사하기 위해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를 메타포로, 하등동물로 과소평가되어 있는 오징어를 유추적으로 사용했다. 매리언 울프가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단언한 이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 통찰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인류가 글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읽는 뇌(reading brain)’에 대한 경이로운 여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문학적이고, 과학적인 답변을 들려 준다. 신경과학, 문학, 고고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자료와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은 읽기 연구 분야의 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찬사를 받았었다. 실제로 최근에 출간되었던 매슈루버리의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도 읽기의 능력은 선천적인 게 아니라는 말이 있어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4학년 말이 되어 남동생 조가 셋째 줄에, 여동생 카렌이 첫째 줄에 앉아 있고 막내 그렉이 학교 다닐 준비를 할 무렵 난 그 책들을 전부 독파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세상의 눈에는 여전히 조그만 아이에 불과했겠지만 매일같이 나는 문학과 허구의 거장들을 만났다. 폴 버니언, 톰 소여, 럼펠스틸스킨,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등이 월넛가에 사는 이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나는 두 개의 평행 세계에 살기 시작했고 어디서든 내가 다르다거나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 경험은 훗날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p.205~206


매리언 울프는 이 책에서 자신이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대여섯 번쯤 읽었다고 말한다. <미들마치>라고 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정작 읽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전설적인 작품이기도 한데, 국내에 출간된 버전의 두 권 분량이 거의 1400페이지에 달아하는 압도적인 두께의 고전이다. 그런데 한 번 완독하기도 어려운 이 작품을 대여섯 번이나 읽었다니 놀라웠는데, 더 놀라운 건 그 감상에 있었다. 30년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적인 도로시아의 환멸에만 철저하게 공감했었는데, 작년에야 비로소 미스터 캐소본의 두려움과 희망, 그만의 환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언젠가 캐소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듯 독서는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이 독서를 바꾸기도 한다. 


매리언 울프는 인지신경과학자이자 발달심리언어학자로서 언어와 독서 그리고 난독증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 책에 따르면 읽기란 인간이 후천적으로 획득한 특성이므로 언제든지 그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 글을 잘 읽지 못하던 사람이 점차 읽기에 능숙해지거나, 반대로 문해력이 좋던 사람이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읽기가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면, 글을 읽지 못하는 난독증이란 어쩌면 당연한 질병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후반부에 난독증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해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매리언 울프는 세계적인 읽기 연구자이자 난독증에 걸린 아들의 어머니로서, 난독증에 관해 새롭고도 정확한 시선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독서라는 행위가 단지 문자를 해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독서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라면 인류는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는지, 글을 읽을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독서가 인간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읽는다는 것과 읽지 못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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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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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걸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풋내기 같은 말을 덧붙이자면 그렇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잖아. 다시 똑같은 짓을 한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어이없어할지도 모르지만, 다시 한번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어딘가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쁜 기억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같은 선택으로 다른 결과를 이끌어 내고 싶었다. 이번에는 꼭.               p.67


아버지의 모교 법학부에 입학한 대학생 기세는 우연히 학창 시절 동경의 대상이자 멋있는 형이었던 마카베 씨를 만난다. 그가 의대생이고 기세가 중학교 3학년때 과외를 받았었는데, 몇 번이나 함께 놀러 간 적이 있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었다. 이후 이사와 고등학교 입시로 자연스레 사이가 멀어졌었는데, 무심코 들어간 인테리어 매장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식사를 몇 번하고 그의 집에 갔다가 협박 편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혼을 앞둔 그에게 '양심이 있으면 결혼하지 마라'는 식의 협박 편지가 한두 달 전부터 왔다는 거였다. 결혼을 앞두고 여자 친구를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있는 그가 걱정이 되어, 기세가 대신 나서기로 한다.


기세는 학창 시절 아마추어 탐정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던 기타미 선배에게 수사를 의뢰한다. 정의감이 넘치는 성격인 기세는 어떻게든 마카베 씨를 돕고 싶다는 마음에 주변 사람들 모르게 범인을 찾아 달라고 말한다. 의뢰를 할지 망설이는 마카베 씨를 대신해 자신이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나선 것이다. 이야기는 사건을 의뢰한 기세와 조사에 나선 기타미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조사가 조금씩 진행될수록 협박 사건의 배경에 또 다른 사건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과거에 벌어졌던 어떤 사건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학창 시절부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기타미는 여전히 합법과 불법을 조금씩 넘나들며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함께 조사하기 시작한다. 





뭔가 마음에 걸린다.

위화감, 꺼림칙한 예감,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그게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것도 모르겠다.

모르면서 입 밖에 내면 안 된다. 나가노와 만나 이야기해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지나친 생각이라면 좋겠다. 그러길 바라며 마카베의 손을 잡고 애매한 미소를 돌려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럴 때 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p.294


의사를 꿈꾸던 마카베는 왜 학교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가게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걸까? 마카베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협박범의 정체는 누구일까? 마카베는 왜 경찰에 신고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일까.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은, 마카베가 대학생 때 범죄를 저질러 체포당한 적이 있다는 거였다. 밝고 사교적이며 친구가 많았던 마카베가 범죄자였다니 기세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협박 편지를 보낸 사람은 그가 과거에 저지른 범죄의 당시 피해자인 것일까. 게다가 마카베는 기세에게 말한다. 체포된 건 사실이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이다.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조금씩 드러나는 비밀은 상상도 못했던 곳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누구라도 이 작품의 결말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서늘한 그 결말은 극단적인 딜레마로 이어지는데, 나라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작품은 <기억술사>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오리가미 교야의 신작이다. 잊고 싶은 기억을 깨끗하게 지워주는 도시전설 속 괴인 '기억술사'를 둘러싼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굉장히 동화적인 독특한 작품이었다. 주로 감성 미스터리, 노스탤직 호러라는 장르를 쓰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사실 미스터리와 판타지, 로맨스 등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써왔다고 한다. 작가가 변호사로 일해온 이력을 살려 쓴 ‘변호사 기무라&다카쓰카 시리즈’도 있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만난 <꽃다발은 독>은 그야말로 소름 돋는 결말과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어온 그가 미스터리 장르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도전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더 본격적인 미스터리 작품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아직까지 오리가미 교야의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다면, 우선 독자들로부터 충격과 찬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 이 작품부터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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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 윙 엠피리언
레베카 야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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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둬라, 소른게일. 희망은 변덕스럽고 위험하다. 희망은 네 집중력을 훔쳐서 원래 가야 할 곳이 아니라 가능성을 겨냥하게 만들어. 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일어날 일에 집중해야 해."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살 거라는 희망을 품지 마? 죽을 계획이나 짜?"

"죽지 않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너를 죽일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해."               p.179


400년간 전쟁 중인 두 나라가 있다. 덕분에 이곳에는 남녀를 막론하고 20살이 되면 강제로 군대에 징집되는 법이 있다. 바스지아스 군사학교에는 힐러, 서기, 보병, 라이더라는 4개의 분과가 있었고, 드래곤의 선택을 받은 라이더들이 위계상으로 가장 높았다. 혹독한 훈련에서 살아남아 능력을 증명해야만, 드래곤의 선택을 받아 라이더가 될 수 있었다. 약한 자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체구가 작고 몸이 약한 바이올렛 소른게일은 이곳의 사령관인 어머니에 의해 자의와는 상관없이 라이더 분과에 지원하게 된다. 영리하고, 암기력이 뛰어나 평생 서기가 되기 위해 교육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이 명성을 이어주길 바라는 어머니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빠와 언니 모두 뛰어난 라이더였는데도, 바이올렛은 선천적으로 뼈가 잘 부러지는 병을 갖고 있어 시작부터 다른 지원생들에 비해 불리했다. 돌아가신 아빠처럼 책을 좋아했고, 기록 보관소인 아카이브를 집처럼 느꼈던 바이올렛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다. 그녀는 매 순간 '난 오늘 죽지 않을 거야'를 되뇌이며 지내야했다. 하지만 사령관에게 앙심을 품고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시작부터 온통 지뢰밭투성이였다. 국가는 반역 지도자들의 자식을 부모 죄에 대한 처벌로 징집했고, 군사학교 내에 반역의 인장이 찍힌 아이들이 꽤 있었다. 그 부모들을 처형했던 것이 바로 바이올렛의 어머니였기에 그들은 그녀가 누군지 알자마자 죽이려고 달려들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가 반역을 이끈 대반역자였던 3학년 제이든 라이오슨이 가장 요주의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는 드래곤의 선택을 받아 라이더가 되었고, 지금은 비행단장으로 진급한 상태라고 하니 무조건 피해야 하는 존재였다. 자, 바이올렛은 이 치열하고 무시무시한 암투 속에서 무사히 죽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나는 오늘 죽을지도 모르겠다.

맹렬한 바람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내장이 저 위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내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떨어진다.

테른이 포효한다. 패닉이 깃든 음성을 듣고 힘겹게 눈을 떠보니 테른이 나를 향해 급강하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테른을 느낄 수가 없다. 아카이브 바닥을 디딘 내 발도 느낄 수 없고, 마력에 접근할 수도 없다. 나는 기반을 잃고 잘려 나왔다.              p.650


라이더 분과에서는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열한 생존 투쟁을 해야 한다. '드래곤 라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폭풍우가 몰아치는 높이 60미터 위의 아찔한 난간다리를 건너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원자의 꽤 많은 수가 죽음을 맞이한다. 무사히 건너편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매주 목숨을 건 격투 시합을 치러 살아 남아야 하고, 최악의 악몽을 구현해놓은 것 같은 험악한 장애물 코스를 지나야 하며, 그 모든 과정에서 살아 남아도 드래곤에게 선택 받는 과정에서 불에 타 죽을 확률도 극복해야 했다. 작고 약한 바이올렛은 자신의 뛰어난 머리와 기억력을 이용해 온갖 방법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기어코 살아남는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가 작품의 중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점이다. 그 뒤에 펼쳐질 이야기들이 더 스펙터클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게다가 압권은 그 모든 것이 이 시리즈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을 잇는 작품이라는 호평과 함께 아마존에서 엄청난 화제였던 바로 그 작품이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세계 최대 서평 사이트 굿리즈에 22만 개가 넘는 리뷰가 올라와 있다는 것이 보여주듯이 이 작품은 독자들을 매혹시킬 수밖에 없는 다양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판타지와 마법, 음모와 액션,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골고루 보여주며 드래곤이 등장하는 모험 서사로서도 매력적이고, 작고 약한 한 소녀의 성장 서사로도 흥미진진하다. 분명 페이지 위의 '글자'를 읽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 눈앞에 3D로 드래곤과 등장 인물들이 나타나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힐 만큼 영상화하기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전 시리즈가 이미 영상화 확정되었다고 하니 어떤 배우가 바이올렛과 제이든 역할을 맡을 지도 기대가 된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아이언 플레임>은 올해 10월에, 그리고 3권 <오닉스 스톰>은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랜 만에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끝내주는 작품을 만난 것 같다. 두툼한 하드커버에 무려 662페이지라는 분량도 가뿐하게 넘어서는 몰입감을 안겨줄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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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3킬로미터
이요하라 신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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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도 말했지만 아기 달은 지구 옆에 있거든요. 어릴 땐 천진하게 빙글빙글 돌면서 여러 얼굴을 보여줍니다. 기쁜 얼굴, 슬픈 얼굴, 토라진 얼굴, 신난 얼굴, 쓸쓸한 얼굴, 전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차츰 지구에서 멀어져 별로 돌지도 않고, 급기야 지구에는 보여주지 않는 얼굴을 갖게 되죠. 뒤에 도사린 나쁜 얼굴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부모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일면이라고 할까요. 달의 뒷면처럼.... 뭐 성장한다는 게 다 그럴 테지만, 역시 슬픈 일이죠."            - '달까지 3킬로미터' 중에서,  p.40


남자는 지금 후지산으로 향하는 중이다. 한 이틀 전부터 언제라도 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회사 일에 신경 쓰느라 아내에게 소홀해졌고, 독립 후에는 경영 악화로 더 집에 신경을 못쓰다 보니 결국 아내는 떠나고 남은 건 엄청난 부채뿐. 어쩔 수 없이 본가로 돌아와 부모님에게 얹혀 살게 되었는데 이듬해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는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마트 일을 하며 아버지를 돌보다 결국 힘에 겨워 양로원에 입소시키고 나니, 쉰 살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존재마저 반쯤 어디로 사라진 느낌이 든다. 기댈 곳도 없었고, 아직 빚도 남았으며, 전부 허무해져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마지막 저녁 식사 후 우연히 택시를 타게 되는데, 기사는 죽을 곳을 향해 가는 남자를 달과 가장 가까운 장소로 데려간다. ‘달까지 3킬로미터라는 안내판이 자리하고 있는 그곳에서 남자는 택시 기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달의 뒷면이 가진 의미에 대해,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지독히 씁쓸하지만, 어딘가 마법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삶에 대한 의미를 잃어 버리고 죽을 곳을 향해가는 남자와 택시기사와의 우연한 하룻밤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표제작인 <달까지 3킬로미터>이다. 지금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는 대략 38만 킬로미터인데, 40억 년 전보다 더 옛날에는 그 거리가 지금의 절반 이하였다고 한다. 지구에서 보는 달의 크기가 지금의 무려 여섯 배 이상이었다는 건데, 아마 육안으로 크레이터까지 보일 정도의 거리다. 달에 관한 지식을 늘어놓는 어딘가 수상한 택시기사는 사실 고등학교에서 지구과학 교사였다고 한다. 학생들을 모집해 천문부를 만들고 아들과 둘이서 밤마다 달을 보곤 했다는 그의 사연은 담담하게 이어지다 어느 순간 울컥하는 감정과 부딪치게 만든다. 부모가 지구, 아이가 달이라며 비유하게 된 계기도 아마 그 사건 때문일텐데, 아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하는 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긴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였다.




떠들썩한 가족이었다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실제로는 저마다 마음껏 쏟아내는 요구에 내가 군말 없이 응해왔을 뿐, 내게 고마워하는 사람은 없다. 내 마음을 헤아리거나 몸을 염려하는 사람도 없다. 어느새 나는 가족들이 잘게 쪼개도 괜찮은 상대가 되어 있었다. 마치 아무리 잘게 쪼개 가져가도 늘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산처럼. 전업주부가 다 그렇지.... 마음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미 첫발을 내디뎌버렸다.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되건 제자리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 '산을 잘게 쪼개다' 중에서, p.251


인상적인 표제작 외에도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씁쓸하지만 다정한, 담백하지만 뭉클한 일곱 편의 작품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지만,  과학적 지식과 과학자가 바라보는 시선을 거쳐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 준다. <하늘에서 보낸 편지>에서 30대 후반의 독신 여성이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기상청에서 일하는 그 남자와의 스토리는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로 연결된다. 〈암모나이트를 찾는 법〉에서는 부모의 별거와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에 병이 온 초등학교 6학년 소년이 시골에 내려와 우연히 화석 채굴에 인생을 바쳐온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매일매일 화석을 캐고, 조사하고, 모으는 일을 해온 할아버지를 통해 소년은 조금씩 굳어버린 자신의 마음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 이요하라 신은 지구행성물리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과학자의 시선으로 여러 작품을 써왔다. 이 작품 역시 매 이야기마다 과학적인 지식과 정보가 꽤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 들어가 있어 전혀 어렵거나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눈 결정 연구에 진심인 기상 덕후, 날마다 화석을 캐는 전직 박물관 관장, 화산을 누비며 돌을 수집하는 대학 강사, 외계인처럼 보일 정도로 수상한 연구원 등 과학이 일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인간의 삶에 대한 비유를 과학적 지식으로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절묘한지 감탄하면서 읽었다. 문학이라는 형태로 드러내는 과학의 목소리를 이렇게나 아름답고, 이질감없게 잘 녹여낸 작가가 또 있었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 단연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너무 좋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과 함께 출간된 <8월의 은빛 눈>도 궁금해져 바로 주문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는 설레임을 안겨준 작가 이요하라 신의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 소개되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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