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 윙
레베카 야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6월
평점 :
품절




"알아둬라, 소른게일. 희망은 변덕스럽고 위험하다. 희망은 네 집중력을 훔쳐서 원래 가야 할 곳이 아니라 가능성을 겨냥하게 만들어. 넌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일어날 일에 집중해야 해."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살 거라는 희망을 품지 마? 죽을 계획이나 짜?"

"죽지 않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너를 죽일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해야 해."               p.179


400년간 전쟁 중인 두 나라가 있다. 덕분에 이곳에는 남녀를 막론하고 20살이 되면 강제로 군대에 징집되는 법이 있다. 바스지아스 군사학교에는 힐러, 서기, 보병, 라이더라는 4개의 분과가 있었고, 드래곤의 선택을 받은 라이더들이 위계상으로 가장 높았다. 혹독한 훈련에서 살아남아 능력을 증명해야만, 드래곤의 선택을 받아 라이더가 될 수 있었다. 약한 자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체구가 작고 몸이 약한 바이올렛 소른게일은 이곳의 사령관인 어머니에 의해 자의와는 상관없이 라이더 분과에 지원하게 된다. 영리하고, 암기력이 뛰어나 평생 서기가 되기 위해 교육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이 명성을 이어주길 바라는 어머니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빠와 언니 모두 뛰어난 라이더였는데도, 바이올렛은 선천적으로 뼈가 잘 부러지는 병을 갖고 있어 시작부터 다른 지원생들에 비해 불리했다. 돌아가신 아빠처럼 책을 좋아했고, 기록 보관소인 아카이브를 집처럼 느꼈던 바이올렛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해내고 싶었다. 그녀는 매 순간 '난 오늘 죽지 않을 거야'를 되뇌이며 지내야했다. 하지만 사령관에게 앙심을 품고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곳곳에 있었는데, 시작부터 온통 지뢰밭투성이였다. 국가는 반역 지도자들의 자식을 부모 죄에 대한 처벌로 징집했고, 군사학교 내에 반역의 인장이 찍힌 아이들이 꽤 있었다. 그 부모들을 처형했던 것이 바로 바이올렛의 어머니였기에 그들은 그녀가 누군지 알자마자 죽이려고 달려들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가 반역을 이끈 대반역자였던 3학년 제이든 라이오슨이 가장 요주의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는 드래곤의 선택을 받아 라이더가 되었고, 지금은 비행단장으로 진급한 상태라고 하니 무조건 피해야 하는 존재였다. 자, 바이올렛은 이 치열하고 무시무시한 암투 속에서 무사히 죽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나는 오늘 죽을지도 모르겠다.

맹렬한 바람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내장이 저 위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내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떨어진다.

테른이 포효한다. 패닉이 깃든 음성을 듣고 힘겹게 눈을 떠보니 테른이 나를 향해 급강하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테른을 느낄 수가 없다. 아카이브 바닥을 디딘 내 발도 느낄 수 없고, 마력에 접근할 수도 없다. 나는 기반을 잃고 잘려 나왔다.              p.650


라이더 분과에서는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열한 생존 투쟁을 해야 한다. '드래곤 라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폭풍우가 몰아치는 높이 60미터 위의 아찔한 난간다리를 건너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원자의 꽤 많은 수가 죽음을 맞이한다. 무사히 건너편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매주 목숨을 건 격투 시합을 치러 살아 남아야 하고, 최악의 악몽을 구현해놓은 것 같은 험악한 장애물 코스를 지나야 하며, 그 모든 과정에서 살아 남아도 드래곤에게 선택 받는 과정에서 불에 타 죽을 확률도 극복해야 했다. 작고 약한 바이올렛은 자신의 뛰어난 머리와 기억력을 이용해 온갖 방법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기어코 살아남는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가 작품의 중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점이다. 그 뒤에 펼쳐질 이야기들이 더 스펙터클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게다가 압권은 그 모든 것이 이 시리즈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을 잇는 작품이라는 호평과 함께 아마존에서 엄청난 화제였던 바로 그 작품이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세계 최대 서평 사이트 굿리즈에 22만 개가 넘는 리뷰가 올라와 있다는 것이 보여주듯이 이 작품은 독자들을 매혹시킬 수밖에 없는 다양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판타지와 마법, 음모와 액션,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골고루 보여주며 드래곤이 등장하는 모험 서사로서도 매력적이고, 작고 약한 한 소녀의 성장 서사로도 흥미진진하다. 분명 페이지 위의 '글자'를 읽고 있는데, 어느 순간 내 눈앞에 3D로 드래곤과 등장 인물들이 나타나기라도 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힐 만큼 영상화하기 좋은 작품이기도 하다. 전 시리즈가 이미 영상화 확정되었다고 하니 어떤 배우가 바이올렛과 제이든 역할을 맡을 지도 기대가 된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아이언 플레임>은 올해 10월에, 그리고 3권 <오닉스 스톰>은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오랜 만에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끝내주는 작품을 만난 것 같다. 두툼한 하드커버에 무려 662페이지라는 분량도 가뿐하게 넘어서는 몰입감을 안겨줄 이 환상적인 이야기를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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