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은 독
오리가미 교야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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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걸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풋내기 같은 말을 덧붙이자면 그렇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결과는 그렇지 않았잖아. 다시 똑같은 짓을 한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어이없어할지도 모르지만, 다시 한번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어딘가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쁜 기억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같은 선택으로 다른 결과를 이끌어 내고 싶었다. 이번에는 꼭.               p.67


아버지의 모교 법학부에 입학한 대학생 기세는 우연히 학창 시절 동경의 대상이자 멋있는 형이었던 마카베 씨를 만난다. 그가 의대생이고 기세가 중학교 3학년때 과외를 받았었는데, 몇 번이나 함께 놀러 간 적이 있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었다. 이후 이사와 고등학교 입시로 자연스레 사이가 멀어졌었는데, 무심코 들어간 인테리어 매장에서 그를 만난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식사를 몇 번하고 그의 집에 갔다가 협박 편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혼을 앞둔 그에게 '양심이 있으면 결혼하지 마라'는 식의 협박 편지가 한두 달 전부터 왔다는 거였다. 결혼을 앞두고 여자 친구를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고 있는 그가 걱정이 되어, 기세가 대신 나서기로 한다.


기세는 학창 시절 아마추어 탐정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던 기타미 선배에게 수사를 의뢰한다. 정의감이 넘치는 성격인 기세는 어떻게든 마카베 씨를 돕고 싶다는 마음에 주변 사람들 모르게 범인을 찾아 달라고 말한다. 의뢰를 할지 망설이는 마카베 씨를 대신해 자신이 비용까지 지불하면서 나선 것이다. 이야기는 사건을 의뢰한 기세와 조사에 나선 기타미의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조사가 조금씩 진행될수록 협박 사건의 배경에 또 다른 사건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과거에 벌어졌던 어떤 사건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학창 시절부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기타미는 여전히 합법과 불법을 조금씩 넘나들며 현재와 과거의 사건을 함께 조사하기 시작한다. 





뭔가 마음에 걸린다.

위화감, 꺼림칙한 예감,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그게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것도 모르겠다.

모르면서 입 밖에 내면 안 된다. 나가노와 만나 이야기해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지나친 생각이라면 좋겠다. 그러길 바라며 마카베의 손을 잡고 애매한 미소를 돌려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럴 때 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p.294


의사를 꿈꾸던 마카베는 왜 학교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가게에서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걸까? 마카베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협박범의 정체는 누구일까? 마카베는 왜 경찰에 신고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일까.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은, 마카베가 대학생 때 범죄를 저질러 체포당한 적이 있다는 거였다. 밝고 사교적이며 친구가 많았던 마카베가 범죄자였다니 기세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협박 편지를 보낸 사람은 그가 과거에 저지른 범죄의 당시 피해자인 것일까. 게다가 마카베는 기세에게 말한다. 체포된 건 사실이지만,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이다.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조금씩 드러나는 비밀은 상상도 못했던 곳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누구라도 이 작품의 결말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서늘한 그 결말은 극단적인 딜레마로 이어지는데, 나라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작품은 <기억술사>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오리가미 교야의 신작이다. 잊고 싶은 기억을 깨끗하게 지워주는 도시전설 속 괴인 '기억술사'를 둘러싼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굉장히 동화적인 독특한 작품이었다. 주로 감성 미스터리, 노스탤직 호러라는 장르를 쓰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사실 미스터리와 판타지, 로맨스 등 여러 장르의 작품들을 써왔다고 한다. 작가가 변호사로 일해온 이력을 살려 쓴 ‘변호사 기무라&다카쓰카 시리즈’도 있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다. 이번에 만난 <꽃다발은 독>은 그야말로 소름 돋는 결말과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어온 그가 미스터리 장르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도전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더 본격적인 미스터리 작품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아직까지 오리가미 교야의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다면, 우선 독자들로부터 충격과 찬사를 동시에 불러일으킨 이 작품부터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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