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Marks 건축가의 스케치북
Will Jones 지음, 박정연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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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책의 페이지에 활자로 적힌 정보 이외에도 책의 무게나 종이의 질감과 두께감, 빛이 반사되는 방식, 심지어 책의 냄새까지 느낄 수 있다. 디지털 장치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즉각적으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물리적 영역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이유이며, 왜 우리가 디지털적인 삶에 완전히 빠지면 안 되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p.11

 

제목 그대로 건축가들의 스케치를 모아 놓은 책이다. 무려 60인 건축가들이 작업한 900여 장의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어 물리적으로도 묵직하고, 퀄리티가 뛰어나 소장가치도 있는 책이다. 연필, 펜과 잉크, 수채화, 색연필 등으로 그려진 다양한 스케치들은 건축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도 감탄하며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이 책에 수록된 60인의 건축가들은 건축계의 떠오르는 스타부터 이미 명성이 자자한 건축가들까지 총 망라되어 있다. 스케치뿐만 아니라 핸드 스케치에 대한 인터뷰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더욱 흥미롭게 그들의 도면과 형태의 표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펜과 연필과 슬라이드를 잘 다루는 실무자를, 컴퓨터를 잘 다루는 3D 시각화 전문가로 대체할 수 있는 세상이다. 과거에는 새로운 건물을 위한 설계의 모든 선이 그것을 손으로 그리는 한 개인으로부터 쏟아져 나왔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평면, 입면 및 단면이 플라스틱 마우스 부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디지털 표현 방식보다 스케치가 직관적인 실제 형태의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축가들은 스케치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머릿속에서 종이로 꺼내놓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수록된 스케치들을 보다 보면 왜 이러한 것들이 3D 렌더링 된 조감도보다 훨씬 흥미로운지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스케치가 건축가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건축가들의 스케치가 모두 제각각이며, 각자의 개성을 표현 방식에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똑같은 방식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아마도 같은 건축물을 함께 그리게 하더라도, 건축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스케치들이 그려질 것이다.

 

 

"건물은 평면적, 단면적, 3차원적으로 거의 동시에, 그리고 각각이 서로 다른 도면에 영향을 주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건물을 만드는 것은 퍼즐을 푸는 것과 같으며, 스케치는 그 과정의 초기에 이뤄지는 일부분이다. 아이디어가 형성될 때 스케치의 직관적인 아이디어는 완벽하지만,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스케치 형태로 개발한 아이디어를 디지털 방식으로 탐색해가며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p.207

 

손으로 그리는 드로잉은 설계 과정 내내 사용하는 언어라서 의사 소통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고 말하는 건축가도 있었고, 스케치를 설계 과정에서 일반적 개념을 추출하고 디자인의 디테일을 만드는 용도로 활용한다고 말하는 건축가도 있었다. 스케치 또는 드로잉의 과정은 그 자체로 예술적인 과정이며, 마음속의 생각을 제3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하는 건축가도 있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스케치를 통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각각의 건축가들이 진행했던 주요 프로젝트의 성격이 다르고, 스케치 작업을 하는 방식 또한 각양각색이라 더욱 흥미롭다. 이 책 자체도 커다란 스케치북 사이즈라서 펼쳐놓고 보기에 딱 좋다.

 

어떤 건축가는 스케치와 도면이 함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스케치를 바탕으로 도면을 그린 다음 또 스케치를 하는데, 종종 도면 위에 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설계와 재설계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하는데, 건축가의 손과 연필이 마음과 이어져 있는 방식이 스케치로 차곡차곡 표현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건축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했고, 일을 했던 비전문가 독자인 내가 읽기에도 이렇게 흥미진진한데, 건축학과 학생들이나 실무자들에게는 이 책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예상할 수 있었다. 건축스케치를 공부할 때 참고 자료로도 매우 훌륭할 것 같고, 그저 건축에 관심이 많아 취미로 보기에도 굉장히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스케치와 드로잉을 통해 보여지는 빛나는 아이디어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축의 세계가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운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건축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언젠가 건축 관련 일을 할 예정이거나 현재 공부 중이라면 이 책을 만나보길 추천한다. 소장가치 100프로의 아주 굉장한 자료가 되어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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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28가지 스캔들
그레이엄 도널드 지음, 이영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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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다르크의 전체 전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자기 이름을 겨우 쓸 정도로 문맹인 16세 시골 소녀가 시농성으로 말을 몰고 가서, 그녀를 시험하기 위해 신하들 사이에 숨어 있던 샤를 황태자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내고, 자신이 두 성녀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그들로부터 몇 가지 예언을 받았다고 얘기한 뒤, 전투 사령관이 되어 유유히 걸어 나오는 이야기를 믿어야만 한다. 황태자가 어수룩해서 그녀에게 군대를 내주었다고 해도, 전투 경험이 많은 군대들이 그녀의 깃발 아래 배속되어 전술과 무기도 모르는 그녀를 순순히 따랐다고 믿는 것이 현실적일까?     p.17

 

프랑스와 잉글랜드 사이에서 벌어진 백년전쟁의 후기에, 프랑스를 구원한 소녀 잔 다르크가 사실은 프랑스인들이 지어낸 국민 영웅이라면 어떨까. 신의 계시를 받고 온 소녀, 마녀로 몰려 꽃다운 나이에 화형 당한 비극의 아이콘, 오늘날까지 그 죽음의 비장미와 함께 세상을 바꾼 강인한 여성의 대명사로 불리는 여성 영웅인데 말이다. 이 책에 따르면 잔다르크는 실제로 프랑스인이 아니었고, 군대를 지휘하거나 전투에 출정한 적도 없으며, 마녀사냥으로 처형된 적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런 그릇된 사실들이 모여 이 우상적 인물을 창조하게 된 걸까?

 

이 책은 이렇게 우리가 숱하게 영화와 책으로 만나왔던 프랑스의 애국 소녀 잔 다르크 이야기의 진위성에 대한 숱한 의혹을 파헤치는 것으로 충격적인 포문을 연다. 검정색 도복을 입고 살금살금 다니는 치명적인 암살자 닌자가 사실은 보통 중년의 여성이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가사일로 보냈다면 어떨까. 하얀 얼굴에 매우 세련된 의상을 차려 입은 고수입 성 노예로 알고 있는 게이샤는 원래 모두 남성들이었으며, 성매매에 결코 관련된 적이 없었다면 어떨까. 클레오파트라 7세가 독사에 물려 죽은 것이 아니라면? 이집트 기자에 위치한 피라미드는 이집트인이 지었을까, 유대인이 지었을까? 세상을 뒤흔든 역사 속 중요한 사건과 인물에 얽힌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 중 많은 것이 실은 허위와 날조 위에 세워져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 범죄사에서 의사 홀리 하비 크리펜이 계속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 잭 더 리퍼 바로 다음으로 - 정말 미스터리이다. 그가 죽인 사람은 기껏해야 겨우 한 명이고, 그의 시대에는 현대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더욱 왕성한 살인자들이 존재했는데 말이다. 더구나 런던 홀로웨이 지구의 힐드롭 크레센트 39번지에 있는 그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된 유골은 사실 그의 아내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아내 살인죄로 1910년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p.162

 

우리는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안다고 믿고 있는 역사 중 사실 그대로의 진실을 전하는 것은 얼마나 될까. 역사는 언제나 승리하는 사람들의 것이었고, 그것을 기록한 자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 옛 역사가들은 후원자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은폐하고 윤색시켰으니, 수많은 오해와 의도된 날조로 만들어졌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의도적으로 날조된 이야기부터 가짜 모험담, 추악한 살인 사건의 진상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한데 엮어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당시 과학기술로는 밝혀내지 못했던 미스터리가 현대에 와서 하나 둘씩 그 비밀이 드러나는 경우들도 함께 담고 있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숨겨진 진실을 만나게 해준다. 덕분에 우리는 교과서에서 만났던 딱딱하고 지루했던 역사가 아니라, 충격과 반전으로 버무려진 진짜 역사의 민낯을 경험하게 된다.

 

역사에 절대적 진리란 없다는 점이, 그래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우리가 여전히 지나간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파헤치는 것일테고 말이다. 게다가 새로운 기록이 발견되거나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전에 진실이라 믿었던 것들이 뒤집히기도 하고, 이전에는 옳다고 여겨졌던 신념이 고루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는 반전이야말로 역사가 가진 미스터리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역사 속 28가지 미스터리의 진실을 만나면서, 충격적인 사실에서 놀라는 것이 그치지 않고 누가, 왜 그런 역사를 전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면 역사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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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 0~20개월까지, 꼬마 아인슈타인을 위한 두뇌육아법, 개정증보판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헤티 판 더 레이트 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수연 감수 / 북폴리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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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자 하나의 ‘특권’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막상 엄마가 되고 나서의 삶이 각자 꿈꿔온 것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도 세상 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엄마도 마찬가지로 매 순간이 처음 겪는 일들 투성이라 너무도 어렵기만 하니 말이다. 생물학적으로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아이를 케어 하는 능력까지 한꺼번에 갖추게 되는 아니라서 나 역시 매 순간이 전쟁처럼 힘겨웠던 기억이 난다. 

 

그럴 때 수많은 육아책들 중에서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이 바로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이다. 그리고 이번에 이 책이 최신 정보로 수정, 보완되어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이 되었다.

 

 

이 책은 두 발달 심리학자가 30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들을 토대로 쓰인 육아서로 '전 세계 400만 부 판매'라는 문구처럼 국내에서도 아주 오랫동안 스테디셀러로 사랑 받아왔다. 아기들은 태어나서부터 생후 20개월까지 발달을 위한 열 번의 도약기를 거치게 되는데, 이 시기는 아기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그리고 이 시기가 초보 엄마들에게는 제일 어렵고, 힘겨운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러한 열 번의 도약기 마다 아기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럴 때 엄마는 어떻게 대처하고 아기를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특히나 이번 개정판에서는 잠을 설치는 아기 때문에 고민이 많은 부모를 위해 ‘수면’에 대한 내용을 보강했다. 아마도 아기를 키워본 엄마들 대부분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풀리지 않는 문제가 바로 아기의 수면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생후 100일 정도까지는 정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밤마다 깨서 보채는 아이를 달래느라 다크 서클이 어디까지 내려오고, 그렇다고 낮에 잘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면 부족으로 인해 엄마들이 가장 예민해지는 시기가 바로 그 시기이기도 하다.

 

아기의 생체 리듬이 어떤지부터, 생물학적으로 수면 각성 리듬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월령 별로 소개해주고, 성인과 다른 아기의 수면 패턴에 따라 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까지 수록되어 있어 초보 엄마들에게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아기의 도약과 관련하여 꼭 알아두어야 할 주의사항도 추가되었고, 부록으로 포토 앨범북과 ‘우리 아이 도약 체크리스트’ 브로마이드도 수록되어 있어 더 내용이 알찬 구성이 되었다.

 

 

아기를 키우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매 순간, 모든 일들이 다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초보 엄마들은 언제나 실수투성이에 서툴기만 하다. 밤바다 울어대는데, 기저기도 갈아주고, 수유도 하고, 덥지 않게 온도, 습도 체크해주고 이것저것 확인할 건 다 했는데 대체 왜 이렇게 자지러지게 울까. 그럴 때마다 초보 엄마들은 공황 상태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행동과 의사표현을 어떻게 알아들어야 하는 걸까.

 

바로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아기들이 그렇게 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아기가 힘들어할 때 아기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발달의 도약 시기마다 아기는 칭얼대고 보채고 힘들어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 등을 알려준다. 옹알이는 언제 시작되는지, 몇 개월이 되면 혼자 앉을 수 있는지, 왜 때로 이유 없이 울고 보채는지 등의 정보를 통해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니 예비 부모들 또는 초보 부모들에게 굉장히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일이 바로 '육아'라 가끔은 누구나 하는 걸 과연 힘들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어려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돈과 경력을 포기할 수 없어 눈물겨운 워킹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엄마도, 종일 집에서 아이만 돌봐야 하는 전업 주부인 엄마에게도 말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지만,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한다는 굴레와도 같다.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감수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게다가 세상에는 수많은 육아 서적들이 있고, 그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 각자의 육아 방식이 있다. 대체 누구 말을 따라야 하는 건지, 왜 이렇게 각자가 말하는 방식이 다른 건지 초보 부모들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이 사람 저 사람 말 듣지 말고, 이 책 저 책 다 뒤져가며 찾지 말고, 제대로 된 육아 서적 딱 한 권만 보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이 책은 하나부터 열까지 초보 맘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했을 만한 내용 들이 가득 있어 가려운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기분 마저 들게 할 것이다. 누구나 첫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될 때 닥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에 대한 정리가 일목요연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한 주 단위로 아기의 행동을 관찰하고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어, 아직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기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에야 뒤돌아보면 아기를 키우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이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이 난생 처음 겪는 초보엄마에게 너무도 버거웠던 일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럴 때 이런 책 한 권 있다면 허둥대지 않고, 좀더 적극적으로 여유롭게 육아를 하며 겪게 되는 여러 상황들을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육아에 지쳐 있는 이러한 시기에는 그 어떤 책도 눈에 잘 안 들어오게 마련이다. 이 책은 아기의 월령에 맞추어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때 그때 아이의 월령에 해당되는 부분을 펼쳐서 도움을 받으면 되니 부담도 없다. 육아가 아직 어려운 초보 부모들에게, 곧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예비 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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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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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만한 사실이 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판단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며 터무니없이 성급하게 내린 결정에 괜히 자부심을 가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그림윈 씨가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고 친구가 속는 모습에 진심으로 유감스러워할 사람이긴 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짜로 올리버 트위스트가 돌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p.168

 

스스로를 부양할 수 없는 사람들, 즉 빈민이나 노약자에게 거처와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곳인 구빈원을 어느 마을에서나 흔히 볼 수 있던 시절이었다. 17~19세기 영국에 있었던 이 기관은 신체장애자를 비롯해서 노인, 부랑아와 실업자,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 미혼모, 고아 등을 모두 수용했던 데다 의료 활동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위생 및 안전수준도 매우 낮았으며, 그곳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속출할 정도로 열악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어느 날 한 아이가 태어난다. 젊은 여인은 아이를 낳자 마자 죽어 버렸고,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구빈원의 고아로 늘 배를 곯아 하릴없이 세파에 이리저리 시달리는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그 아이가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 올리버 트위스트이다.

 

구빈원, 혹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지부인 고아 농장 모두 아이들에게 아주 부실하고 매우 적은 양의 음식만 제공했고, 대부분은 굶주림과 추위에 병들거나 방임으로 인해 사고를 당하곤 했다. 아홉 살이 된 올리버는 그곳에서 지내며 허기에 시달려 어느 날 죽 한 그릇을 먹고 조금만 더 달라고 말했다는 죄로 그곳에서 쫓겨나다시피 장의사의 가게에 도제로 가게 된다. 한 달 간의 시험 기간이 끝나고 정식으로 도제가 되었지만, 고참인 노아의 유세와 학대를 참다 못해 주먹을 날리게 되고 도망치다 런던으로 향하게 된다. 런던에서는 자기 또래 소년을 따라갔다가 소매치기 범죄단에 끌려가게 되고, 어떤 신사가 올리버를 도와주지만 결국 다시 범죄단에 납치되고 만다. 그야말로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올리버의 삶은 이 두툼한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계속 된다. 도둑으로 오해 받고, 납치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 평판이 만들어지고, 아파서 죽을 뻔하는 등 불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코니 부인, 구빈원 밖 구제라는 게요, 잘만 관리하면 교구의 안전 장치가 되지요. 가장 큰 원칙은 극빈자들에게 정확히 그들이 원하지 않는 것만 주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지쳐서 구걸하러 오지 않거든요.” 교구관이 우월한 지식을 뽐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세상에! 참으로 영리한 대처네요, 정말!" 코니 부인이 감탄했다.     p.262

 

현대지성 클래식 스물 아홉 번째 작품은 ‘고아원 소년의 여정’이라는 부제가 달린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이다.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고아 소년의 인생 역정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1834년 시행된 신 구빈법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비판하고 있다. 당시 어린 소년이 주인공인 최초의 작품이자, 빈민들의 비참한 삶에 대한 예리한 묘사로 화제였다고 한다. 게다가 19세기 최고의 삽화가였던 조지 크룩생크의 삽화가 24장 수록되어 당시의 배경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구빈법은 가난을 무능력하고, 게으른 개인의 죄악쯤으로 취급해 의식주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기라는 식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실질적 혜택은 형편없었고, 시설 또한 매우 열악했지만 말이다.

 

찰스 디킨스는 '모든 역경에서 살아남아 결국 승리하는 선의 원리를 소년 올리버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벤틀리 미셀러니』라는 잡지에 2년 간 연재되었었는데, 신 구빈법 문제를 과감히 붙들고 그 비인간성과 통제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넘치는 유머 감각으로 대중의 심리를 꿰뚫어 ‘경악할 만한 신파극’을 잘 쓰는 작가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여러 번 영화, 드라마, 연극으로 각색되고, 공연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성장 소설이자 모험 소설이기도 하고, 다양한 등장인물이 엮이고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온갖 사건 사고들이 신파조 풍속소설로서의 매력도 가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되리라는 걸 알고 읽더라도,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비극과 희극이 번갈아 등장하며, 우리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웃겨주고, 마음 아프게 하고, 감정 이입하게 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가장 ‘디킨스다운’ 소설이자 19세기 최고의 영국문학이라는 평가처럼, 150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동시대적으로 읽히는, 그리고 매번 읽을 때마다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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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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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어, 그 사람에게 속삭였다.
약해지면 안 돼, 나에게 속삭였다.
왜냐면
우는 건
룰에 어긋나니까.     p.30

 

그저께, 형이 총에 맞았고 죽어 버렸다. 숀이 죽었다. 이 말이 너무 이상하고 너무 슬프다. 이야기의 화자는 열다섯 윌이다. 윌은 형인 숀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 지진을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게 지진과 얼마나 비슷한지 모르겠지만, 땅이 완전히 갈라져서 입을 벌리고 자신을 집어삼킨 기분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는 금방 꺼질 듯한 가로등처럼 숀의 시신에 매달려 있었고, 목격한 정보에 대해 묻는 경관의 질문에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총성은 모든 사람의 귀와 눈을 멀게 했고, 누군가가 죽었을 때는 투명인간이 되는 게 최선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윌은 형의 망가진 서랍에서 총을 찾아낸다. 그리고 울다 잠든 엄마 몰래, 현관문을 빠져 나와 엘리베이터에 탄다. 8층에서 1층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60초. 소년은 지금 살인자가 되려는 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했으니까. 그를 죽인 사람을 찾아내어 죽이고, 복수해야 하는 것이 룰이니까.

 

 

그런데 총을 쏴보긴 했어?
그 애가 물었다.
상관없어.
내가 말했다.
상관없다.       p.143

 

대단히 이상한 작품이고, 또 대단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소년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운문 형식으로 쓰여 있어 일반적인 소설과는 완전히 다르다. 사실상 소년이 형의 복수를 결심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전부이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엘리베이터는 매 층마다 멈춰 서고,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과정에 벌어지는 소년의 심리 묘사가 긴장감 넘치게 이어져서 지루할 틈 없이 페이지가 넘어 간다.

 

이 작품은 뉴베리 아너 상과 에드거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저자인 제이슨 레이놀즈는 책을 읽지 않는 10대들을 위해, 지루하지 않은 작품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영화의 씬처럼 그려져 있어 잘 읽히고, 단어와 문장의 배치, 폰트 기울기, 심지어 굵기까지 연출되어 있어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너무도 영화 같은 이 소설의 번역 또한 영화 번역가가 작업을 했다. 영화 번역과 출판 번역은 번역 문법이 다르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짧고 기발한 단편 영화 같아서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그 동안 만나왔던 소설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앉은 자리에서 전부 읽을 수 밖에 없는 매혹적인 작품이었다. 곧 영화화 될 예정이라고 하니, 스크린에서 펼쳐질 이야기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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