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법 -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
김진 지음 / 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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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퓌슬리의 그림을 보고 어떤 기분을 느끼셨는지요? 두려운 상황과 숨 막히는 고통 속에 잠든 여인에게 이입하기도, 훔쳐보다 들킨 듯한 관음적 시선의 주체가 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감정적 흔들림을 주는 작품의 힘에 감탄하고, 은밀하지만 강렬하게 암시된 요소에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쾌감을 느끼지는 않으셨나요? 이런 상상에 즐거움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소름 돋는 불쾌감을 느끼지는 않으셨나요? 이는 환희와 두려움의 감정이 공존하는, 숭고의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순수하게 아름답고 편안한 감정을 주는 미美, 즉 아름다움과 숭고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p.40~41


찬란한 골드빛으로 가득한 클림트의 작품들은 대중적으로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는 편이다.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 <키스> 등의 작품들은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다양하게 변주되어 상품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작품들이니 말이다. 클림트의 그림 속 여성들은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고 하는데, 뭘까. 구스타프 클림트는 19세기 말, 세기말의 혼란과 공포, 흥분과 긴장감 속에 전통적 회화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예술을 시도한 아티스트였다. 그는 인물의 얼굴은 현실적이고 상세하게 묘사하는 한편, 배경과 의상 등은 기하학적 무늬의 장식을 활용해 2차원과 3차원의 공간감을 뒤섞었다. 덕분에 모던한 감각을 보여주는 동시에 황금빛으로 치장한 신화적 이미지와 함께 현실과 꿈의 경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불러 일으킨다. 




클림트의 작품들은 팜므파탈적 유혹을 지닌 여성을 섬세한 기교로 표현한 경우가 많다. 그가 표현하는 여성은 남성에게 두려움과 욕망을 동시에 주는 신비한 힘을 가진 존재로 나타난다. 이 책은 그러한 클림트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미지 뒤에 숨겨진 철학적 메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가 몰두했던 주제인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과 성, 에로티시즘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림을 더욱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철학을 떠올리며 새로운 시선으로 그림을 감상한다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하고, 색다른 느낌으로 그림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30대 늦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미술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 유학생이었던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꼼짝없이 집에 갇히게 되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된다. 꼼꼼하게 정리했던 학교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미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채널 <예술산책>은 무료로 보는 게 아깝다는, 돈 내고 들어야 할 강의라는 반응과 함께 입소문을 타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예술산책>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오늘날의 미술은 더는 사물이나 풍경을 얼마나 아름답고 정확하게 묘사했는가에 중점을 두지 않습니다. 각 감상자가 가지고 있는 개인의 미학적 개념에 질문을 던집니다. 미학적 개념이란 말은 ‘무엇이 예술인가’라는 철학적 의문을 말합니다. 현대미술 작가들은 우리가 미술관에서 생뚱맞게 쌓여 있는 사탕을 보거나 남자 소변기를 보고 그것이 예술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도록 질문을 던집니다. 또 왜 그렇게 느끼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합니다. 감상자는 '이것도 미술이야?' '왜 이렇게 한 거지?'라고 스스로 질문하며 작품에 관한 고찰에 빠지게 되지요.         p.193


이 책은 미술 전공자들도 반해버린 화제의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의 운영자가 직접 유학하며 몸담은 파리1대학 예술 수업에서 실제로 다뤘던 작품을 중심으로, 그 안에 숨겨진 작가의 뒷이야기와 예술계 이슈를 담고 있다. 다빈치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작업한 <모나리자>는 왜 프랑스 파리에 있을까. 현대미술에는 왜 <무제>가 많을까. 위조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기괴하고 암울하며 폭력적이고 때로는 잔인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은 왜 천문학적 금액에 팔리곤 할까? 등등 우리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예술의 숨겨진 모습을 특유의 생생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파리 유학생 언니가 캠퍼스 뒤편에서 수업 노트를 펴서 들려주는 것 같은, 친절하고 편안한 느낌의 미술책'이라는 추천평처럼, 방구석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들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강의인 셈이다. 




에드바르 뭉크, 구스타프 클림트, 레오나르도 다빈치, 알베르트 자코메티, 프랜시스 베이컨 등 유명한 작가의 뒷이야기부터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 페르낭 크노프, 한 판 메이헤런, 애니시 커푸어 등 조금은 낯선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 보고,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쿠사마 야요이, 백남준 등 현대미술의 숨겨진 진짜 묘미까지 만나볼 수 있다. 거기다 90여 점의 작품 도판이 그림의 이해를 돕고 꼭 알아둬야 할 현대미술 작가 TOP 25를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견문을 넓혀준다. 무엇보다 최고의 예술 인재들이 공부하는 곳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며, 그곳의 학생들이 지금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는 무엇일지 간접체험하게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예술의 중심지 파리 미술대학 강의실에서 현재 가장 뜨겁게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궁금하다면, 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작가가 작품에 남긴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단순한 구경이 아닌 진정한 감상의 세계가 열릴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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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1-3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된 명화감상을 하기위해선 그림 읽는 법을 이해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피오나 2023-12-01 15:15   좋아요 0 | URL
네ㅎㅎ 이 책이 제대로 된 명화 감상법을 알려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