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잡초들의 전략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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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는 ‘밟혀도 밟혀도 다시 일어난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 이미지 때문에 “잡초 같은 정신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잡초처럼 끈질기게 버텨야 한다.”라고 말하며 ‘노력’을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잡초의 실제 모습은 다르다. 사실 잡초도 밟히면 일어날 수 없다. 한 번 정도는 모르지만 몇 번을 계속해서 밟히면 일어날 수 없다. 밟히면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잡초의 진짜 모습이다. 이 모습에 어쩌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래서야 잡초의 정신을 내세우기도 민망하다. 하지만 사실 이것이야말로 잡초의 강인함이다.              p.25


보통 잡초는 바라지 않는 곳에 자라나는 식물이라고 정의된다. 다시 말하면 방해가 되는 풀, 즉 훼방꾼인 것이다. 하지만 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훼방꾼'이라고 여기면 그저 그런 잡초일 수 있지만, 그것이 이제껏 본 적 없는 가치를 지닌 식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기도 한 것이다. 


길이나 밭, 공원 등 인간이 만들어낸 곳에서 자라는 잡초, 사실 이런 곳은 자연계에는 없는 특수한 환경이다. 그러니 잡초란 쓸모없는 식물이 아니라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고 특수한 진화를 이룬 특수한 식물'인 것이다. 




매일 물을 주는 화단의 화초들까지 시들어버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아무도 물을 주지 않아도 길가의 잡초들은 싱싱하게 잘 자란다. 그 이유는 뭘까. 아스팔트 틈새나 보도블록의 경계 같은 장소에서도 잡초는 꽃을 피운다. 재미있는 것은 잡초를 흔하고 하잘것없는 식물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잡초가 어디서나 자라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잡초는 각각 자신 있는 장소에서 자란다. 풀이 자주 베이는 장소에는 자주 베여도 자신 있는 잡초가 자라고, 잘 밟히는 장소에는 밟히는 데 자신 있는 잡초가 자란다. 풀베기를 당하는 장소의 잡초는 생장점이 낮고 풀베기를 당해도 충격이 적은 형태를 띠는 것들이 많고, 잘 밟히는 장소에서 자라는 잡초는 줄기를 옆으로 뻗거나 잎을 땅바닥에 붙여 펼치는 식으로 밟혀도 충격이 적은 형태를 갖춘 것들이 많다. 역경을 기회로 이용하는 잡초의 전략은 그들의 놀라운 생명력과 연결된다. 



사실 잡초는 식물 도감에 기재되어 있는 것과 다른 생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봄에 핀다고 씌어 있지만 가을에 피거나 1미터 정도의 키로 자란다고 쓰여 있지만 10센티미터 정도에서 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다. 잡초는 그야말로 제멋대로인 식물이다. 그러나 잡초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잡초는 예측이 어렵고 변화가 심한 장소에서 자란다. 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환경에 맞추어 자유자재로 변화한다... 당연한 모습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잡초는 강하다.                p.178~179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척박한 곳에서 홀로 싹을 틔우기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구사하는 잡초들은 다양한 전략을 통해 자연계에서 살아남은 위대한 식물인 것이다. 잡초는 진화 과정에서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곤충이 찾아오지 않는 환경도 있었고 동료로부터 고립되어 딴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었을 때도 있었다. 그런 상황들 속에서도 잡초는 살아남기 위해 환경의 변화들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켜왔다.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이자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쉽고, 재미있게 식물학에 대한 풍성한 지식들을 풀어내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을 기회로 바꾸고 살아남기 위해 도전하고 분투하는 잡초들의 지능적인 전략들을 정리했다. 바랭이, 금방동사니, 애기땅빈대, 개미자리, 둑새풀 등 처음 이름을 듣는 식물도 있었고, 광대나물, 민들레, 닭의장풀, 달맞이꽃, 질경이, 제비꽃, 갈대 등 익숙한 식물들도 있었다. 조용한 생존경쟁의 비밀, 서로 보탬이 되는 윈윈 전략, 불안전한 환경을 이겨내는 발아 전략,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진화 전략,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응 전략이라는 5개의 카테고리로 식물들을 분류해 알아보기 쉽도록 했고, 내용 자체도 어렵지 않고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대부분 밭이나 정원에서 발견되는 낯선 식물들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이걸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녀석을 없애면 다른 녀석이 자라날 공간이 넓어질 뿐이다. 그야말로 잡초는 식물계의 깡패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민들레가 정원을 소유한 어른들에게는 없애버려야 할 꽃으로 인식되는 것처럼, 잡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개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잡초들의 생명력에 주목해 그들의 놀라운 센스와 수완을 배울 수는 없을까라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이 책을 써냈다. 애기땅빈대에게 위만 바라보지 않고 옆으로 뻗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배우고, 개미자리를 통해 무엇이 내게 가장 소중한지를 돌아보고, 살갈퀴에게 달콤한 보상을 준비해 조력자를 고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광대나물에게는 머리 좋은 상대를 선별해서 손을 잡는 수완을 배우는 식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식물학 책이지만, 일종의 자기계발서처럼 읽을 수도 있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잡초의 전략을 통해 그들처럼 현명하고 다양한 우리만의 생존 전략을 만들어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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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양말이 사라졌어 스콜라 어린이문고 41
황지영 지음, 이주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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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리는 발이 자주 시렸다. 부모님에게 혼났을 때, 같이 놀 친구가 없을 때, 아무도 자기 마음을 몰라줄 때, 더 발이 시리곤 했다. 아무도 그런 규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돌아가신 제주도 할머니만은 유일하게 규리 마음을 알아주었다. 마음이 시려서 발이 시린 거라고, 발목에 귤을 수놓은 주황색 귤 양말을 직접 떠 주셨다. 귤 양말을 신으면 할머니 손이 규리의 시린 두 발을 감싸 주는 것처럼 포근해서, 늘 신고 다니곤 했다. 그런데 그 소중한 귤 양말 한 짝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규리는 자신의 귤 양말 한 짝을 신고 있는 낯선 아이를 거실에서 발견한다. 바로 눈물 도깨비 루이였다.




눈물 도깨비 나라에 사는 도깨비들은 인간들의 눈물에서 태어나 눈물로 만든 소금을 먹고 산다. 그래서 눈물을 모으러 다니는데, 머리끝까지 눈물이 가득 찬 인간을 찾아 눈물 주인의 양말을 신고 걸어 다니며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다. 눈물이 인간들을 삼켜 버려 슬픔 속에 갇히기 전에 도와주는 것이다. 루이는 규리와 규리 엄마의 눈물을 닦으러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규리는 자신의 귤 양말을 돌려 받고 싶었고, 절대 신으면 안 된다는 루이의 말을 어기고 양말을 신었다가 교실이 눈물 바다가 되고 만다. 결국 규리는 선생님과 친구들을 눈물로부터 구하기 위해 도깨비 나라로 향하게 되는데, 다른 도깨비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눈물 닦기 대작전을 성공해낼 수 있을까.




눈물 도깨비 루이는 귤 양말을 규리에게 다시 준 벌로 일 년 동안 빨래꾼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눈물을 짜낸 양말을 깨끗이 빨아서 너는 일인데, 엄청난 양의 양말을 혼자서 빨아야 한다. 대신 다른 도깨비가 규리에게 나타나 루이가 주고 간 양말을 찾으러 왔다고 말한다. 규리는 아이들이 온종일 울고 있다고, 제발 울음을 멈추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말하지만, 루이가 여기 올 수 없으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었던 규리는 눈물 도깨비 나라에 몰래 따라가게 되는데, 그곳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늘에는 별이 빼곡했고, 은하수는 선명하게 빛이 났으며, 나무와 꽃들도 울창하고 탐스러웠다. 가로등은 전구가 아니라 눈물을 채운 병이었고, 집들의 벽마다 알록달록하게 양말 모양이 있었다. 그곳에서 수레에 양말을 산처럼 쌓아둔 채 빨래를 하고 있는 루이를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함께 친구들을 돕기 위해 나선다. 그렇게 눈물 도깨비들과 인간이 함께 해내는 아주 특별한 모험이 시작된다. 




눈물을 닦아 주는 양말 도깨비라니...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설정이다.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슬픔을 가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더라도, 크기가 모양이 각각 다르더라도 말이다. 손으로 만져지는 눈물뿐만이 아니라, 꿀꺽 삼킨 눈물들도 있게 마련이다. 눈물이 나쁜 건 아닌데, 사람들은 자꾸만 눈물을 참으려 한다. 이 작품은 그렇게 눈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꼬르륵 가라앉기 전에, 마음껏 울어도 된다고 우리를 토닥여 준다. 주위를 둘러 보면 우리는 결코 혼자라고 아니라고, 시린 발을 감싸주는 귤 양말처럼 그들의 존재가 우리를 포근하게 안아줄 거라고 말이다. 서로에게 눈물 도깨비가 되어 주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슬픔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마음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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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귀신 동동이 1 - 귀물 불만 해결소 이불 귀신 동동이 1
김영주 지음, 할미잼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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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딱 하루, 음력 1월 16일은 귀신의 날이다. 그날은 귀신들이 인간 세계로 놀러 나갈 수 있는 날인데, 인간 세계로 나간 귀신은 꼭 첫닭이 울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규칙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귀신문을 지키는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뱀한테 꿀꺽 사라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인공 동동이는 이번에 열 살이 되어 인간 세계에 드디어 갈 수 있게 되었다. 앞집 여우 요괴랑 뒷집 너구리 도령은 작년에 열 살이 되어 인간 세계에 다녀왔는데, 그들의 자랑이 부러웠던 동동이는 손꼽아 오늘 만을 기다려왔다. 




동동이는 이불 귀신으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닌다. 동동이네 가족들이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다니게 되었는데, 이불 귀신은 마음먹기에 따라 보이게도, 안 보이게도 할 수 있다. 


일 년 내내 어두운 귀신 세계와는 딴판으로 사방이 알록달록 반짝반짝 빛이 나는 인간 세계에 동동이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꼬마 아이의 아이스크림을 베어 먹고 울음을 터트리게 만들고, 과인 가게에 쌓인 사과를 굴러 떨어지게 만들고, 세워 놓은 자전거를 툭 쳐서 넘어지게 만들고... 동동이의 장난에 버글버글, 와글와글, 순식간에 거리는 시끌벅적해진다. 




동동이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야광귀 야름이도 장난치는 걸 엄청 좋아해서 함께 신나게 놀다보니 어느 새 귀신문이 닫힐 시간이 다가온다. 동동이와 야름이는 죽을힘을 다해 뛰어 가지만, 하필 동동이의 이불 끄트머리가 나무에 걸려 시간이 지체되고.. 결국 귀신문을 지키는 뱀이 야름이를 한입에 삼켜 버리고 만다. 친구를 잃게 된 슬픔에 눈물을 터트리는 동동이, 게다가 귀신문은 내년에나 열릴 텐데 이제 동동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 세계에 머무르기 위해 동동이는 귀물 불만 해결소에서 일하게 되고, 뱀이 삼킨 귀신들이 벌로 귀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귀물로 바뀐 야름이를 다시 만날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사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동동이가 버들이와 붉은 까마귀와 함께 물건에 갇힌 귀신인 귀물들의 불만을 들어주는 일을 하게 되면서부터 다양한 그들의 사연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인형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동동이는 수미를 짝사랑하는 은준이를 만나러 간다. 은준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수미와 그런 은준이 곁에서 힘이 되어 주고 위로해주는 소꿉친구인 민지. 이들 세 명의 이야기는 요즘 어린이들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어 공감하면서 읽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삼단 같은 머리', '손 안 대고 코 풀기', '긁어 부스럼' 등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속담 표현들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나 좋았던 것은 초판 한정으로 독후활동 부록이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초등 교과 연계 단원이 정리되어 있고, 독서 전 활동과 독서 중 활동, 그리고 독서 후 활동으로 구분되어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해볼 수 있다. 상상의 날개를 펴보고, 작품 속 인물이 되어 보기도 하며, 인물의 말과 행동을 상상해보고, 일이 일어난 차례를 살피는 등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로운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주 만족도가 높았다. 


'이불 귀신 동동이 시리즈'는 가볍게 읽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깊게 빠져 드는 시리즈가 될 것 같은 이야기였다. 다음 귀물은 누구인지 예고편도 있어 2권도 기대가 되었다. 다음 편에 등장할 귀물은 수많은 기계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만불산'이다. 아이가 사라졌는데 찾을 방도가 없다는 사연이 귀물 불만 해결소에 접수가 되었는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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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강아지 봉봉 6 낭만 강아지 봉봉 6
홍민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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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가 벌써 여섯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근사한 번개 무늬를 타고난 엉뚱 발랄 사랑스러운 마당 개 봉봉과 고양이 친구 너트와 볼트의 모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시리즈는 아이와 함께 너무 재미있게 챙겨보고 있는 책이다. 


전편에서는 사라진 볼트를 찾기 위해 소동이 벌어졌었는데, 이번에는 봉봉이 볼트와 너트와 헤어지게 되어 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봉봉이 볼트, 너트와 함께 버스를 탔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하필 그때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들킨 볼트와 너트만 버스를 내리게 된 것이다. 그렇게 봉봉이랑 볼트, 너트가 헤어 지게 되고 봉봉은 혼자가 되어 버린다. 




봉봉은 한 아파트 화단 쪽에 머물고 있으면서 사람들을 피해 거리를 걸어 다니며 친구들을 찾는다. 다행히 아파트에 사는 친절한 누나가 종종 물과 밥을 챙겨주었는데, 다른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그곳도 편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렇게 봉봉은 익숙한 동네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에 적응하려 애쓰면서, 볼트와 너트를 그리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봉봉의 먹이를 뺏기 위해 접근한 한 고양이에게 건너편 시장에서 고양이 둘이 지나가는 걸 봤다는 얘기를 듣고는 시장으로 향한다. 시장에 갔다가 자전거를 탄 노인에게 잡혀 어느 골목에 있는 이층집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개들을 만나게 되는데.. 대체 수상한 할아버지는 누구이며, 이곳에 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개들이 잔뜩 갇혀 있는 것일까. 




시리즈의 시작에서는 아기 강아지 같았던 봉봉이 이야기가 거듭되면서 볼트, 너트와 함께 거리에서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다양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성장해오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위기에 빠진 친구를 돕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아주 늠름해 보이기도 했고, 헤어지게 된 친구를 찾아 다니는 모습에서는 용기있고 씩씩하게 보이기도 했다. 어딘가 어리숙하고, 순진하면서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귀여운 강아지 봉봉. 허무맹랑한 꿈을 꾸기도 하지만, 호기심 넘치고,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봉봉이기에 친구들과의 우정이 더욱 진심어리게 느껴진다.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나쁘다고 누가 그랬던가. <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를 통해 만나는 개와 고양이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챙겨준다. 봉봉과 친구들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홍민정 작가는 거침없는 능력자 깜냥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봉봉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두 캐릭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깜냥은 거침없는 능력자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봉봉은 어딘가 어리숙하고, 순진하면서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귀여운 면모가 더 돋보인다. 특히나 개와 고양이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챙겨준다는 설정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특히나 이번 6권은 봉봉을 둘러싼 환경도 바뀌고, 새롭게 등장하는 고양이와 개들도 많아 스토리 자체가 변화로 가득해 더 흥미진진했다. 실제로 봉봉은 친구들을 찾아 다니면서 다리 근육은 단단해지고, 뽀얗던 발바닥엔 거무스름한 굳은살이 생겼으며, 돌덩이처럼 딴딴해진 마음이라는 선물을 받기도 했다. 수많은 개들을 이끌 만큼 용감한 존재로 훌쩍 성장한 봉봉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좁디 좁은 공간에 갇힌 채 방치되고 있는 개들의 모습은 뉴스에서 자주 보도되곤 하던 내용을 떠올리게 해서 그들의 탈출이 현실에서도 가능하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어린이 독자들이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동물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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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끊기의 기술 -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거짓 통찰의 함정들 12
헤닝 벡 지음, 장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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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약 뒤를 돌아보며 과거를 비웃는다면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우리의 오늘은 내일의 과거라는 사실을 부디 명심하자. 30년 뒤 사람들은 지금의 우리와 똑같이 뒤를 돌아보며 비웃을지 모른다. 실현되지 않은 우리의 모든 상상, 반세기 만에 완전히 진부해진 가치, 우리가 내린 혹은 내리지 않은 결정을 되돌아보면서 말이다. 인간은 늘 나중에 가서 더욱 잘 알게 되기 마련이다. 여기서 핵심은 오늘날의 우리는 나중보다 잘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지금 이 순간을 지나치게 중요시하지 않는 것이다. 미래에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우리가 가진 것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p.90


스스로를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현명하게 사고하는 능력을 타고났고, 수많은 야생 동물과 비교해도 그들과 우리를 구별하는 유일한 선물은 두뇌뿐이다. 그런데 지구상의 다른 어떤 존재보다 뛰어나게 사고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난 인간이 왜 가끔 올바른 판단과 합리적 의사에서 벗어나 세상을 잘못 해석하고, 쓸데없는 착각과 지나고 나면 후회할 실수들을 반복하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인 독일의 뇌과학자 헤닝 백은 '알고 있다'는 뇌의 착각이 편협하고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리석은 결정과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잘못된 연결 고리를 끊어낼 방법은 없을까? 헤닝 백은 우리가 쉽게 빠지는 12가지 사고 회로를 찾아내서 이 책에서 정리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게,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개인적 삶도 오래 전보다 더 나아졌을까? 그러니까 과학 기술의 진보가 개인적 삶의 향상을 이끌었느냐 하는 거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풍요 그리고 육체적 건강 부문에서 예상 밖의 비약을 경험했다. 과학과 기술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더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영혼을 구원해 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넘치도록 많은 지식을 계속해서 습득하고, 그로 인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똑똑해졌으나 더 어리석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1장의 내용이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우리는 자신의 장점에 대한 환상과 세상을 이해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에 대해, 3장에서는 우리가 항상 미래를 잘못 그리는 이유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는 일생 동안 자신의 기대를 능가하거나 혹은 능가하지 못하는 도파민 수치를 오가며 살아간다. 우리의 기대가 높을수록 행복해지려면 도파민 분비량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기대가 낮으면 약간의 도파민 분비만으로 기분이 더 나아지기에 충분하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원래 가졌던 기대가 잘못된 판단일 때에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기대와 다른 현실에 우리는 긍정적으로 놀란다. 그리고 이 놀라움은 더 많은 도파민으로 번역돼 실제로도 활발하게 생성된다. 이처럼 우리가 기대하는 정도에 따라 도파민 생성이 달라지는 현상을 과학에서는 보상 예측 오류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행복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으며 언제나 상대적이다.              p.272



4장에서는 극심한 개인주의가 집단지성의 오작동을 유발한다는, 민주주의 종말에 대해서, 그리고 5장에서는 원칙만을 고수하다 고꾸라지는 수많은 사례들을 보여주고, 6장에서는 골치 아픈 미래를 떠올리기 싫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7장에서는 위험을 바라보는 자세에 대해, 8장에서는 집단 이기주의와 공동체 의식에 대해 살펴보고, 9장에서는 시시하고 편협한 항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항의에 대한 오해를 살펴보고, 10장에서는 더하고 또 더해야 직성이 풀리는, 굳이 복잡한 길을 선택하는 어리석음에 대해서, 11장에서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불행의 상대적인 습성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장에서는 낙관주의보다 비관주의가 훨씬 마음 편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넘치도록 많은 지식이 어제보다 나은 삶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 우리는 자신의 장점에 대한 환상과 세상을 이해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는 것, 원칙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 등등 우리의 삶을 결박하고 있는 뇌의 12가지 착각들을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꽤 많았다. 과학과 기술은 점점 발달하고,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며,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우리의 실패와 착각, 실수들을 떠올려 보자. 왜 그런 어이없는 선택을 했는지, 왜 그런 착각을 했었는지, 과거의 내가 했던 실수들로 인해 맞이하게 되었던 결과들을 돌이켜보자. 곳곳에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형태의 어리석음들이 우리의 지능이 지나치게 부족하다거나, 지식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잘못 적용된 지식 혹은 너무 많은 지식 때문에 어리석음에 빠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자,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고정된 생각의 틀과 지식의 함정들을 뛰어 넘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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