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와 오징어 - 독서의 탄생부터 난독증까지, 책 읽는 뇌에 관한 모든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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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모네는 간접적인 접근을 통해 책을 읽는 사람과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작품의 완성에, 작품을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프로세스에 적극 참여하고 기여하도록 만든다. 독서란 뉴런과 지성이 우회하는 행위다. 독서는 눈에 들어온 텍스트가 전달해주는 직접적인 메시지뿐만 아니라 독자의 추론과 생각에서 비롯된 예측 불허의 에두름으로 인해 보다 풍성해진다.          p.48~49


쉴 새 없이 디지털 기기에 접속하며 ‘순간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와 문학, 과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자료와 생생한 사례를 토대로 읽기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통찰을 보여주었던 <다시 책으로>의 저자 매리언 울프의 <책 읽는 뇌>가 재출간되었다. 원제인 'Proust and the Squid'를 그대로 살려 <프루스트와 오징어>로 제목을 달았고, 작가의 한국어판 서문도 새롭게 추가되었다. 원서는 2007년에 나왔었는데, 독서하는 뇌의 발달과 진화의 두 가지 측면인 개인적이고 지적인 측면과 생물학적인 측면을 연관시켜 함께 기술한 것은 아마 이 책의 최초일 것이다. 


매리언 울프는 독서의 상이한 두 가지 측면을 묘사하기 위해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를 메타포로, 하등동물로 과소평가되어 있는 오징어를 유추적으로 사용했다. 매리언 울프가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단언한 이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 통찰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인류가 글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읽는 뇌(reading brain)’에 대한 경이로운 여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문학적이고, 과학적인 답변을 들려 준다. 신경과학, 문학, 고고학을 넘나드는 다양한 자료와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은 읽기 연구 분야의 고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찬사를 받았었다. 실제로 최근에 출간되었던 매슈루버리의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도 읽기의 능력은 선천적인 게 아니라는 말이 있어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4학년 말이 되어 남동생 조가 셋째 줄에, 여동생 카렌이 첫째 줄에 앉아 있고 막내 그렉이 학교 다닐 준비를 할 무렵 난 그 책들을 전부 독파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세상의 눈에는 여전히 조그만 아이에 불과했겠지만 매일같이 나는 문학과 허구의 거장들을 만났다. 폴 버니언, 톰 소여, 럼펠스틸스킨,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등이 월넛가에 사는 이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나는 두 개의 평행 세계에 살기 시작했고 어디서든 내가 다르다거나 외롭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 경험은 훗날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었다.            p.205~206


매리언 울프는 이 책에서 자신이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대여섯 번쯤 읽었다고 말한다. <미들마치>라고 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정작 읽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는 전설적인 작품이기도 한데, 국내에 출간된 버전의 두 권 분량이 거의 1400페이지에 달아하는 압도적인 두께의 고전이다. 그런데 한 번 완독하기도 어려운 이 작품을 대여섯 번이나 읽었다니 놀라웠는데, 더 놀라운 건 그 감상에 있었다. 30년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적인 도로시아의 환멸에만 철저하게 공감했었는데, 작년에야 비로소 미스터 캐소본의 두려움과 희망, 그만의 환멸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언젠가 캐소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렇듯 독서는 우리의 삶을 바꾼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삶이 독서를 바꾸기도 한다. 


매리언 울프는 인지신경과학자이자 발달심리언어학자로서 언어와 독서 그리고 난독증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 책에 따르면 읽기란 인간이 후천적으로 획득한 특성이므로 언제든지 그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 글을 잘 읽지 못하던 사람이 점차 읽기에 능숙해지거나, 반대로 문해력이 좋던 사람이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듯 읽기가 인간의 본능이 아니라면, 글을 읽지 못하는 난독증이란 어쩌면 당연한 질병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후반부에 난독증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해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매리언 울프는 세계적인 읽기 연구자이자 난독증에 걸린 아들의 어머니로서, 난독증에 관해 새롭고도 정확한 시선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독서라는 행위가 단지 문자를 해독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독서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라면 인류는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는지, 글을 읽을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독서가 인간의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읽는다는 것과 읽지 못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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