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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정원 구경 - 사적인 정원 16곳에서 배우는 가드닝 노하우
박희영(양평서정이네) 지음, 박원순 감수 / 클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홈가드닝을 한지 몇 년이 지나고 보니,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시간을 투자하고, 마음을 쏟은 만큼 딱 그대로 돌아오는 결과인 것 같다. 내가 이만큼 하면 자연이 그만큼 하고, 거기 내가 응답하면 자연도 다시 응답하는 식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물론 잠깐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해도 그걸 견디고 살아남는 식물도 있겠지만, 대부분 정성을 들인 만큼 잘 자라게 마련이다.
숲속을 걸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면역력이 강화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실 도심에서 숲을 즐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원을 가자고 해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을 즐기기 위해 거실과 창가와 사무실 선반에 식물을 두곤 한다.

식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자 식물을 가꾸고 기르며 교감하는 것을 뜻하는 '반려식물'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고, '플랜테리어'의 유행으로 다양한 식물들을 집에서,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요즘이다. 그 중에서도 나만의 '정원'을 꾸민다는 것은 식집사들에게는 거의 꿈같은 일이다. 정원이란 현실의 장소인 동시에 상상의 장소이기도 한 셈이다. 현실적으로 도심의 아파트에서 정원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적당한 야외 공간 내지는 어느 정도 너비가 되는 마당이 있어야 정원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꿈꾸던 정원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 꿈의 현실 버전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은 유튜브 가드닝 크리에이터 '양평서정이네'의 첫 번째 책이다. 단일 영상 100만 뷰 이상의 시리즈 '남의집정원식물구경'을 새롭게 엮어 책으로 펼쳐 낸 것이다. 저자가 양평군 개군면의 참나무 울창한 산속에 집을 지어 이사한 후 50평이 채 안 되는 마당에 정원 가꾸기를 시작하고, 유튜브를 시작하며 이웃들의 정원을 담게 되었다. 규모가 작든 크든 정원주의 손으로 가꾼 정원들만 선정했다.

이 책에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힐가든, 틀밥을 만들고 온실을 직접 조립하며 가꾸고 있는 초록가든, 남편이 직접 설계한 집에서 나무 옆으로 오두막을 짓고, 장미를 가득 모은 우드베일리가든, 깊은 산속에 자리한 동화 같은 산속 정원 홀리가든, 주말이면 3대가 모여 정원을 가꾸는 헤이데이가든, 멸종위기 식물들이 사는 산처럼 드넓은 솔매음정원 등 위치도 다르고, 취향도 다른 정원들이 16곳이 담겨 있다.
우선 사진이 정말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퀄리티가 매우 높고, 각각의 정원마다 직접 그린 평면도를 담아 전체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정원별로 식물 특징과 식재 방식, 학명 또는 품종명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어 정보적인 면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책이다. 박원순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실 실장의 세밀한 감수도 거친 책이라 식물에 관한 정보면에서 정확성도 높였다. 식물에 관한 책을 정말 많이 찾아 읽은 편인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아름답고, 배울 것도 많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식물은 봄부터 시작해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며 계절에 맞게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적당한 온도와 살랑이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봄, 쏟아지는 장마비를 식물에게 주고 싶어서 화분을 몇 번이나 옮기게 되는 여름, 바람의 온도가 바뀌는 가을과 다가올 계정을 준비하느라 성장이 더뎌지는 겨울까지... 정원이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더 잘,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을 키우는 일이 곧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되어 주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아서 해외에 비해 정원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발전한 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전국 곳곳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정원들이 있다니 감탄했다. 물론 도심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기란 쉽지 않아 대부분 도심 바깥에 위치한 곳들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멋진 정원을 가꾸며 살 수 있다니... 언젠가 이사를 하게 되면 꼭 고려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원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집에서 소소하게 식물을 키우며 살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대리만족을 확실하게 시켜줄 테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는 이런 정원을 만들어야지 생각해 본다면, 그 시간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