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누가 왜 가짜 과학을 만들고 퍼뜨리고 악용하는가
지바 사토시 지음, 김종현 옮김 / 부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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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반적으로 자연계 현상이나 과정의 진리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을 기초과학이라 한다. 그리고 사회 문제나 기술 과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을 응용과학이라 한다. 이 두 과학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자동차의 양쪽 바퀴처럼 어느 한쪽만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학과 비과학(예를 들어 유사과학 등)은 연속된 존재다. 사실 이 둘 사이 경계는 애매하다.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경계가 바뀌기도 한다.               p.38


백신은 나쁜 것이고 코로나는 그리 무서운 병도 아니다, 폭력과 범죄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 우리는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의 한가운데에 있다, 인간도 품종 개량이 가능하다, 생물 다양성은 선이다... 이 중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틀린 주장일까.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거나 특정 물질이 건강에 특별한 효과를 준다는 이야기 다들 한번쯤 믿어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진짜'로 위장한 '가짜'들의 전성시대를 살고 있다. SNS와 영상 미디어를 중심으로 유사과학, 음모론, 회의론 등 과학의 가면을 쓴 거짓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과학적인 전문 용어, 이미지, 데이터를 구사하며 과학적 객관성을 교묘히 가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무엇이 옳은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은 이러한 '과학적 옳음에 대한 위협'의 역사적 경위를 살펴보며,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진화학, 유전학, 생태학을 둘러싼 주제를 중심으로 캄브리아기 대폭발, 여섯 번째 대멸종, 생물 다양성 보전처럼 과학자와 시민이 선의로 받아들이는 개념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고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언뜻 과학적으로 옳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뢰할 수 없는 주장, 잘못된 주장, 유해한 주장, 아예 과학이 아닌 주장” 등 우리가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현재와 과거 역사의 충격적이고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조작되고 왜곡된 주장은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 심지어 정치와 국가 기관에까지 침투해 과학을 망치고 세상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20세기 전반에 맹위를 떨친 우생학이나 인종차별에 대한 반성은 20세기 후반 이후 인문 사회 계열 학문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상당히 이른 단계부터 "옳다"라는 개념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학자들도 있었다. 사실이나 사실 설명의 "과학적 옳음"은 실험 데이터를 통한 검증이나 실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관찰만으로 또는 객관적인 사실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 제기였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옳음"을 다루어야 할까?               p.169


2020년 2월 16일, SNS에 올라온 한 코멘트가 인터넷상에서 큰 소동을 불러일으켰다. 작성자는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영국의 진화학자 리처드 도킨스로 '우생학'에 대한 글이었다. 이 글이 공개되자 수많은 누리꾼들은 도킨스를 우생학을 지지하는 차별주의자라고 받아들이고, 분노와 혐오의 목소리가 빗발치기도 했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확립된 우생학은 우월한 성질을 가진 인간들을 선별하거나 열등한 성질을 가진 인간들을 배제하면서 진화적으로 개량하려는 학문이다. 사실 나치 독일이 선량한 사람들을 대량 학살하는 참극을 초래한 것 또한 우생학이다. '과학적으로 옳다'라는 명목 아래 차별과 박해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악용된 것이다. 그럼에도 도킨스는 어째서 이러한 발언을 했던 것일까. 이 소동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저자는 '애초에 과학적 사실이라고 여기는 설명이 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썼다. 가장 위험한 것이 자신은 언제나 객관적으로 모든 사물과 현상을 보고 사실만을 분석할 수 있다고 믿는 태도라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과학적으로 옳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백신은 애초에 필요 없으며 오히려 위험하다, 온갖 종류의 작물에서 고품질, 고수확을 거둘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왼손잡이는 단명하며 우뇌형이어서 창의적인 대신 논리적 사고가 약하다, 친족선택이나 성선택 같은 적응 원리를 통해 인간의 문화, 도덕, 행동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등 '과학적 옳음에 대한 위협'을 둘러싼 다양한 주장과 논쟁, 이와 관련된 인물과 사건 사례들이 워낙 많아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현실'에 대해 더욱 직시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과 가치/가치 판단이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알고 둘을 혼동하지 않는 것, 자신이 가치 중립적이라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여섯 번째 대멸종'을 다루는 과학책을 꽤 읽어본 편이라, 그것이 얼마나 사실인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대목은 꽤나 충격적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과학과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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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루도 사랑
서고운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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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순찌는 자기가 또 한번 버려졌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정말 좋은 가족을 만났다고 생각할까. 내가 잠든 사이 선주가 입양 신청서를 고쳐썼듯이, 사력을 다해 사랑을 하고 서로를 구원하고자 하는 고군분투가 어떤 경계 앞에서는 너무나 쉽게 흐려지곤 했다... 구원은 필요 없어. 우리는 살아남을 거야. 살아남는다는 건 어제로 가지 않는다는 뜻이야. 집으로 돌아가면 선주에게 그런 말을 꼭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예감은 때로 결심에 가깝기 때문에.             - '위드걸스' 중에서, p.65


베이비시터 일을 하는 순지는 프리랜서 방송 작가인 신혜와 함께 살고 있다. 돈 받고 비행기 타는 게 꿈이었던 신혜는 알래스카에 방송 촬영을 갔다가 다치는 바람에 결국 모아둔 돈을 다 털어 귀국해야만 했다. 돌아와 한 달을 누워 있던 신혜는 앉을 수 있게 된 무렵부터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기 시작했고, 방문자는 금세 늘어났다. 그러다 작은 출판사에서 블로그 원고를 모아 출판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고, 미팅을 하러 간 참이었다. 순지는 일을 끝내고 장을 보러 갔다가 아이 엄마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고 지아라는 아이를 집에 데려와 돌본다. 지아는 이상하게도 물건 찾기를 잘했는데, 누군가 찾고 있는 물건은 분홍색으로 빛이 난다고 말한다. 그렇게 찾기 놀이가 시작되는데, 순지가 잃어버린 것들을 지아는 다 찾아줄 수 있을까.


아울렛에서 근무하는 희지는 주말에도 숨쉴 틈 없이 일하는 중이다. 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활력이 돌았는데, 다가오는 월요일 휴무날에 강릉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친구와 다녀왔던 뉴욕이 마지막 여행이었던 터라 오랜만에 겨울 바다를 보러 갈 생각을 하니 감격스러운 기분이었다. 여행을 가게 된 계기는 아무 기대 없이 응모한 이벤트에 당첨되었기 때문인데, 행운보다는 불운이 익숙한 사람으로서 희지는 벅찬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환갑을 앞두고 운전면허를 땄던 엄마가 사고를 내서 합의금이 필요하게 되는데, 갑작스럽게 목돈을 어디서 구해야 할까. 마침 강릉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삼촌이 갚지 않은 돈이 떠오른다. 희지는 강릉으로 여행가는 길에 삼촌을 찾아가 보기로 하는데, 과연 오래전의 빚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게 될까. 




나는 도리질을 했다. 세상은 망하지 않아요. 망하는 사람들만 있지. 끝은 언제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역사는 끝의 연속이다. 의미는 인간이 부여하는 것일 뿐이다. 지구의 시간은 언제나 멸종의 멸종을 거듭하며 이어져오지 않았는가. 인류는 어차피 언젠가 멸종할 거라는 식의 냉소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나는 모든 의미가 사라져버린 세계에 대해 언제나 깊은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으니까.               - '내일의 날씨' 중에서, p.222


등단 4년 만에 나온 서고운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그간 다양한 매체에 활발하게 발표한 여러 작품 중 아홉 편을 선별해 묶었다. 이 소설집에는 엄마와 딸, 이모와 조카, 아르바이트 동료, 자매, 레즈비언 연인 등 다양한 여성들 간의 관계가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같은 집에 거주하거나 일시적으로 함께 머물고 있다. 대부분 원룸 혹은 투룸 빌라 정도로 좁은 공간이라는 조건 안에서만 가능한 친밀성의 형태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현실적이면서도 동화적이고, 낭만적이면서도 구원 대신 생존을 다짐하는 결연함이 있다. 극중 "구원은 필요 없어. 우리는 살아남을 거야. 살아남는다는 건 어제로 가지 않는다는 뜻이야."라는 문장이 꿈이 아닌 현실에 더 집중하려 하는 인물들의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집안에서 잃어버린 물건들을 색깔을 통해서 찾아내는 아이, 집안 대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하는 사람을 귀신으로 볼 수 있는 능력 등 상상력이 빛나는 이야기도 있었고, 육 개월 만난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속을 게워내는 사람과 노동자의 죽음을 인정 받기 위해 본사와 투쟁하는 노조 등 고개만 돌리면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있었다. 묵직한 소재 조차 지나치게 무겁게만 다루지 않아 더 좋았는데, 작가는 시종일관 누군가를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다정하고 선한 마음을 잊지 않도록 해준다. 그렇게 현실의 절박함과 환상적 상상력이 조화를 이루는 아홉 편의 이야기들은 섣부른 구원이나 완전한 행복 대신 함께 내일로 건너갈 수 있도록 발걸음을 내딛게 만들어 주었다. '살다보면, 그냥 견디면서 살 수밖에 없는 것도 있'기에, 우리는 꽤 많은 것들을 그저 견디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며 왜 그렇게 견디면서 사는 것인지 처음으로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견디지 않고도 살아가는 삶에 대해 그려보게 되었다. 표지 이미지인 젤리처럼 말랑하고, 달콤하고, 착 달라붙는 이야기의 맛이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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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문학적인 서울 산책 - 근대소설 속 장소를 따라 걷는 도시 인문학
이순자 지음 / 더퀘스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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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칠단의 비밀>을 읽으며 이렇게 길러진 추리력을 제대로 발휘했습니다. 콜롬보 형사가 범인이 남긴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고 추적하듯, 저는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와 단어들을 샅샅이 찾아내며 읽었지요. 그렇게 따라가다 보니 작품에 심어진 독립 정신과 애국심의 단서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와 단어 하나하나에도 숨은 의도가 담겨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옛 지도와 현재 지도를 꼼꼼히 읽고 나란히 비교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트릭을 알아차릴 때의 짜릿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답니다.               p.110


우리가 무심코 걸어가는 길이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나라를 빼앗겼던 시절, 일제가 우리의 궁궐을 멋대로 훼손시킨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 현장이라면 어떨까. 2026년의 서울을 걷다가 문득 백 년 전 경성의 풍경이 겹쳐 보이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면 말이다.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소설 속 장소들을 직접 발로 걷는 시간여행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문화유산 해설 분야에서 20년의 연륜을 쌓아온 저자가 현진건 <운수 좋은 날>,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방정환 <칠칠단의 비밀>, 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염상성 <암야>,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시와 삶을 따라가며 작품 속 배경을 치밀하게 고증해낸다. 혜화동에서 종로를 지나 남대문 정거장으로 향하는 김첨지의 인력거, 청계천변을 휘적휘적 걸어 다닌 구보 씨의 하루, 윤동주의 하숙집과 일곱 살 박완서가 두리번거렸을 서울역의 풍경 등 소설 속 배경과 현실의 서울을 겹쳐 보여주는 이 책은 도시 인문학이면서 서울 답사 안내서이자 역사 기행서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구성은 작가 소개, 작품 소개, 그리고 작품 따라 걷기로 각각의 장소 별로 현장을 직접 찾아가보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은 대단한 클라이맥스도 없이 잔잔히 흐릅니다. 하지만 바로 그 '하릴없는 하루', '대단할 것 없는 하루'에는 일제강점기와 불황, 무력감과 허망함, 불확실한 미래가 켜켜이 쌓여 있지요. 어떤 거대한 외침보다 이처럼 낮고 잔잔한 아우성이 오늘 우리에게 더 깊이 파고드는 까닭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 또한 어딘가 모르게 '암야'를 닮았기 때문인 듯합니다. 나아갈 길을 알 수 없지만 계속 걸어야만 하는 이 시대의 독자에게 <암야>는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어라. 희미하더라도 걸어라, 너의 희망을 향해."                  p.268~269


지리와 풍수, 공간에 해박한 저자가 국어 교과서에 실린 명작들의 배경을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추천 코스를 구성했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가 인력거를 내달린 그날의 서울을 따라 걷는 코스는 동소문에서 시작해 전찻길, 동광학교, 남대문 정거장, 인사동, 창경원 등을 답사해 본다. 전국 어린이들을 밤잠 설치게 한 탐정소설인 방정환의 <칠칠단의 비밀>을 따라 걷는 코스는 진고개, 망원정, 구리개, 탑골공원, 금화산, 경성역 등을, 모던보이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따라 걷는 코스는 광교, 화신백화점, 조선은행, 남대문, 경성역, 제비다방, 조선호텔, 종로 등으로 향한다. 


현대의 우리에게 익숙한 남대문시장, 망원 등의 숨은 유래도 흥미로웠고, 명동과 을지로의 과거, 청년 윤동주가 시집을 사 모으던 헌책방의 위치, 우리나라 도서관의 역사 등 근현대 서울의 생생한 비화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저자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 그 시대의 장소들을 찾아 다니며 현재의 변화를 즐기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고 말한다. 주인공이 배회했던 그 시절 경성을 상상하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소를 걷는 즐거움이 너무 궁금해서, 언젠가 책을 들고 소설 속 장소를 천천히 걸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소설과 역사, 그리고 장소가 하나로 이어지는 경험은 그 어디서도 할 수 없는 특별한 산택이 될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 책에는 작품 속 장소를 생생히 만날 수 있도록 지도와 사진이 200여 점이나 수록되어 있고, 교과서에 실린 근현대 명작들을 다시 읽어볼 수 있도록 인용문도 풍부하다. 소설 속 주인공과 나란히 걷는 경험, 한 세기 전 경성과 오늘의 서울을 한꺼번에 통과하는 기분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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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드라큘라 +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 프랑켄슈타인 - 전3권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 : 호러
메리 W.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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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문학의 서로 다른 작품들을 하나의 테마로 엮어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 <열린책들 테마 컬렉션>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여름의 한가운데 처음 선보이는 〈테마 컬렉션〉의 첫 번째 테마는 〈호러〉이다. 고딕 호러의 대표작인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추리 소설의 기틀을 마련한 에드거 앨런 포의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그리고 최초의 SF 소설인 메리 W.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한자리에 모았는데, 표지 디자인이 너무 너무 예쁘게 나왔다. 실물을 받아보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다. 바코드 스티커까지 근사한, 올해 출간된 책 중에서 단연코 가장 아름다운 장정이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목숨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일 패한다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지는 날에는 우리도 그자처럼 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 뒤로는 그자처럼 더러운 밤의 자식들이 되어 감정도 양심도 없이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몸과 영혼을 덮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천국으로 가는 문은 영원히 닫히고, 우리에게 그 문을 다시 열어 줄 이는 아무도 없겠지요..."               p.411


‘흡혈귀 문학의 원조’라고 일컬어질 만큼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트란실바니아에 위치한 음산한 고성을 배경으로 고딕 소설 특유의 공포심을 한껏 자아낸다. 과학적인 합리성이 중요시되는 현대적인 런던과 미신이 난무하는 트란실바니아가 교차로 보여지는데 6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이지만 가독성도 뛰어나다. 대부분 원작을 읽어 보지 않았더라도 수차례 영화, 뮤지컬 등으로 접했던 작품이라 내용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대를 앞서간 상상력으로 빚어낸 세심한 묘사들과 ‘죽지 않는 자’로 살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소설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이 문장을 다 읽었을 때 나는 흠칫 놀라서 잠시 낭독을 멈추었다. 저택의 아주 먼 곳에서 랜슬롯 경이 그렇게 자세히 묘사한 바로 그 나무 쪼개지는 소리와 아주 비슷한 소리(하지만 분명히 둔탁하고 희미한 소리)의 메아리가 내 귀에 어렴풋이 들려온 것 같았다(물론 흥분한 내 상상력이 나를 속인 거라고 결론짓기는 했지만)..."                p.53


폭풍우와 비바람이 거세지는 밤에 창틀이 덜커덩거리는 소리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읽으면 딱 좋을 만한 작품이다.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을 비롯해 섬뜩하고 기괴한 분위기의 단편 열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포의 작품들은 어둡고 그로테스크하지만, 그럼에도 놀랍도록 시적인 문장들로 인해 섬세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그의 어두운 상상력으로 빚어낸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와 생생한 공포를 선사한다. 펜과 잉크를 사용한 아름다운 삽화들이 수록되어 있어 강렬한 포의 작품 분위기를 고스란히 체감할 수 있게 해준다. 공포와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추리 문학의 원형이 궁금하다면 놓치지 말아야 하는 작품이다. 




메리 W.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나한테는 한 가지 비밀이, 아주 무서운 비밀이 있어. 내가 그걸 털어놓는다면 네 몸은 공포로 오싹해질 거야. 그런 다음에 너는 내 불행을 놀라워하기는커녕 그걸 견디고 살아온 것이 신기하기만 하겠지. 그 참담하고 끔찍한 이야기는 우리가 결혼한 다음 날 해줄 생각이야. 우리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서로를 믿어야 가능한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때까지는 그 얘기를 꺼내지도 말고 떠보지도 말아 주었으면 해..."                p.257~258


영화로 여러 번 각색되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 등장한 여러 과학소설과 공포영화에 큰 영향을 끼친, 최초의 과학소설이다. 극중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창조해냈고,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한 메리 셸리는 그야말로 괴물 같은 소설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생명 과학과 생명 복제 기술이 발달한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공포를 불러오는 괴물로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보기 흉한 모습 때문에,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인간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핍박 받으며 고립되어 살게 만든 사회가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을 진짜 괴물로 만들어 낸 것이니 말이다.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두려움을 건드리는 오싹한 작품이다. 




고전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수많은 작품 중에서 어떤 작품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지루하지 않고, 현대적인 감성으로 공감이 되며, 내 취향에 잘 맞는 재미있는 고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누군가 내 대신 골라 주는 것이다. 거기다 보는 즐거움과 소장하는 즐거움까지 더해주는 작품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표지 디자인 잘 뽑기로 유명한 열린책들에서 이번에 나온 <테마 컬렉션>은 방대한 고전 서가에서 지금 읽기 딱 좋은 작품들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전이 왜 끊임없이 다시 책으로 출간되고, 왜 여러 매체를 통해서 계속 변주되는 것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들을 골라 만듦새에 각별히 공을 들여 장정과 표지를 새롭게 만들었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꺼내 보는 것이 '고전'이라면, 이 시리즈만큼 그에 잘 어울리는 작품도 없을 것이다. 3백 권에 달하는 열린책들의 세계문학 전집 중에서 '호러'라는 테마 아래 모인 세 작품은 전면도, 측면도 너무 아름답게 만들어져 읽는 동안에도, 서재에 나란히 세워 두어도 근사하다. 독서를 하면서 가장 설레는 것은 하나의 책이 계속 다른 작품을 불러 오는 순간이 아닐까. 그렇게 연결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든든한 나만의 서재가 구축되어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을 이 아름다운 시리즈로 해보길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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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하루는 뇌에서 시작된다
벤트 프라이발트 지음, 곽지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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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빛의 파장이 전기화학적 신호로 변환되고, 신호가 전달되고, 사물과 사람이 인식된다. 그러면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 만세!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고, 있는 그대로를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뇌에 도달한 신호로부터 '객관적 진실'이 만들어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뇌는 신호를 해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일이 어긋날 수 있다.              p.77~78


새벽 3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너 시간 째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몸은 완전히 이완되어 있고, 가슴은 느린 리듬에 따라 오르내리고, 근육에는 힘이 풀려 있다. 잠이 들면 심장박동 조차 분당 40~60회까지 떨어지며 조용한 리듬을 유지한다. 그럴 때, 뇌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얼핏 종일 바쁘게 일한 우리의 뇌도 수면을 취하며 쉬고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우리가 잠든 동안 뇌는 조용해지기는커녕, 그 고유의 전기적 리듬을 드러내며 완전히 다른 세계를 펼치고 있다. 결코 '쉬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자는 동안에도 뇌가 높은 수준으로 활동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한다.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뇌과학 연구 성과를 매주 소개하는 뉴스레터 <뇌의 삶>을 창간했다. 이 뉴스레터는 이후 동명의 팟캐스트로도 발전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 책은 바로 그 뉴스레터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업무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자기 전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규칙적으로 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침에 눈을 뜨고 잠들어 꿈꿀 때까지 우리의 감정, 습관, 행동을 좌우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친근한 사례와 함께 쉽게 풀어내는 책이라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뉴스레터와 팟캐스트를 통해 최신 뇌과학 연구를 소개해 온 저자는 방대한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설명해준다. 




독서는 뇌 안에서 터지는 '불꽃놀이'와 같다. 이 상태에 도달하면 우리가 기억하는 수많은 것들이 호출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연결망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연결망은 새로운 사고, 진정한 이해, 그리고 창의성의 근간이 된다. 문제는 나조차도 이런 깊이 있는 독서 상태에 진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매일 몇 시간씩 디지털 기기로 글을 읽다 보니 읽는 방식 자체가 변해버렸다.                 p.343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구성이다. 뇌의 하루를 시간대 별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차부터 새벽 3시 당신이 잠든 사이에, 아침 6시 30 커피 한 잔으로 깨우는 하루, 아침 8시 뇌가 원하는 아침 식사, 아침 9시 집중이 필요한 업무 시간, 낮 1시 30분 짧은 낮잠과 아쉬운 회의, 저녁 6시 퇴근 후 운동하는 뇌, 저녁 8시 친구와 함께하는 맥주 한잔, 밤 9시 떠오르는 첫사랑의 기억, 밤 10시 잠들기 전, 스마트폰 대신 책 한 권, 밤 11시 이제는 잠에 들 시간으로 완벽한 하루를 경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우리가 잠든 한밤중에서 시작되어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 커피를 마시고, 아침 식사를 하고, 직장으로 걸어서 출근하고, 회의에 참석하며, 퇴근 후에는 운동을 하고, 친구와 맥주 한잔을 곁들이며 추억에 잠기기도 하는 누구나의 평범한 하루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하루를 살아내는 우리의 뇌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다. 커피를 완전히 끊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왜 아침에는 어김없이 뜨거운 커피 한 잔이 당기는 것인지, 꿈을 꾸고 있는 그 현장에서 꿈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왜 우리는 아이스크림은 좋아하면서 브로콜리는 싫어하는 것일지 말이다. 우리가 이성적으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될 때 흔히 그렇듯,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관여하기 때문에, 건강한 식단을 실천하는 일을 생각보다 더 어렵게 느끼는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뇌가 신체 신호를 바탕으로 비로소 하나의 '감정'을 빚어내는 과정, 운동이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드는 원리, 자제력은 무엇에 좌우되는지, 의지력도 훈련으로 가능한 것인지, 술을 많이 마시면 왜 필름이 끊기는 것인지 등등 당신이 궁금해 하는 일상 속 모든 것들이 다 이 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감정, 습관, 행동을 좌우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정말 쉬운 언어와 다양한 예시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우리의 24시간을 전지적 뇌의 시점으로 구성한 방식 또한 유쾌하게 뇌과학의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더 나은 하루를 만드는 쓸모 있는 뇌과학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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