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의 모험 클래식 리이매진드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소피아 마르티네크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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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는 침실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온화하고 순진한 개신교 목사의 차림새로 나왔다. 챙이 넓은 검정 모자에 헐렁한 바지, 흰 넥타이, 그리고 인정이 넘치는 미소에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하면서도 자애로운 호기심이 어린 눈빛은 존 헤어가 아니고는 흉내 낼 수 없는 경지였다. 홈스는 옷만 갈아입은 게 아니라 표정, 몸짓, 나아가 영혼까지 자기가 변장하고자 하는 사람에 맞춰 바꾼 것 같았다. 홈스가 범죄 전문가가 되기로 했을 때 과학계가 예리한 사고력을 지닌 연구자를 잃은 것처럼, 연극 무대는 훌륭한 배우를 잃은 것이었다.               - '보헤미아 스캔들' 중에서, p.32


소소의 책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 그 네번째 작품이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에 이어 <셜록 홈스의 모험>이 나왔다. 이 시리즈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독특한 시각적 해석을 담은 컬렉터용 하드커버 에디션이다. 원문 그대로의 고전소설을 다시 상상하기 위해 시작된 이 시리즈는 참여하는 일러스트레이터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고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 첫 번째 작품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에서는 세계적인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티나 베르닝의 강렬한 일러스트들이 텍스트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준 높은 콜라보를 선보였다. 두 번째 작품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 안드레아 다퀴노의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연출로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났었다. 


이번 작품에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온 일러스트레이터 소피아 마르티네크가 일러스트 작업을 했다.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재탄생한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를 비롯해서 등장인물 모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 셜록 홈스의 방을 구성하는 디테일한 소품들, 단서가 되는 물품들과 사건 현장 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의상과 건물의 분위기,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 등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금방이라도 페이지 바깥으로 인물들이 걸어 나올 것만 같은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이야기의 서사를 이끌어 가는 삽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행간의 여백을 채워주며 극을 완성시켜주는 듯한 느낌이다. 




초봄의 쌀쌀한 아침이었다. 홈스와 나는 베이커 가의 하숙집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벽난로 앞에 마주 앉아 있었다. 줄지어 있는 우중충한 집들 사이로 짙은 안개가 내려앉아 있고, 맞은편 창문에서 나오는 불빛은 안개를 뚫고 묵직한 노란색 화환처럼 뿌옇게 비쳤다. 하얀 천이 덮인 식탁 위에는 가스등 불빛이 아직 치우지 않은 식기와 식탁보에 반사되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셜록 홈스는 아침 내내 말없이 신문 광고란을 뒤지다가 결국 이렇다 할 뉴스거리를 찾지 못한 채 조금 전에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괜히 언짢아진 심사로 나의 문학적 과오를 공략하는 것이었다.             - '너도밤나무 집' 중에서, p.366


<셜록 홈스의 모험>은 아서 코난 도일의 첫 번째 소설 모음집이다. 1891년 7월부터 1892년 6월까지 월간지에 매달 한 편씩 연재되었으며, 그 순서대로 한 권에 모아 출간한 것이다. 열두 편의 단편들은 각각의 작품이 그 자체로 완결되는 이야기로, 관찰자이자 서술자인 왓슨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셜록 홈즈 시리즈는 1887년 탄생한 이래 여전히 만화, 영화, 드라마등으로 변주되며 사랑받는 고전이다. 영원히 읽히고 재창조되는 독보적인 캐릭터, 100년도 넘은 시대에 탄생했지만 여전히 동시대에 숨쉬고 있는 캐릭터, 바로 셜록 홈스이다. 그동안 수많은 셜록 홈즈 이야기를 만나왔고, 그를 소재로 변주된 또 많은 이야기를 읽어 왔지만 여전히 재미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 없다. 




수없이 변주되는 고전 중에서도 셜록 홈스 시리즈는 정말 여러 판본으로 만나본 책이다. 대부분의 셜록 홈스 이야기를 여러 번 읽어서 전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만난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는 정말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읽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버전의 '셜록 홈스'를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까칠하고, 안하무인에, 인간미는 없고, 사회성도 없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인물이자, 100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기네스북 선정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이 다루어진 캐릭터, 셜록 홈스. 대부분 수많은 판본의 셜록 홈스를 읽어 왔고, 엄청나게 변주된 다양한 셜록 홈스를 보아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다시 셜록 홈스를 읽어야 하느냐에 대한 아주 신선한 대답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싶다. 


텍스트에 담기지 않은 부분까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일러스트들이 페이지들을 꽉 채우고 있는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로 꼭 다시 한번 셜록 홈스를 만나보길 추천한다.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를 네 작품 째 만나고 있는데,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지, 또 어떤 아티스트가 재해석해는 작품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앞으로 이어질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의 작품들도 챙겨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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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학년, 요약 잘하는 아이가 앞서갑니다 - 10세부터 시작하는 SKY 필승 플랜
이현실.남상욱 지음 / 북폴리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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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의 정보를 인공지능이 효과적으로 요약해주니 그런 번거로운 작업은 이들한테 시키면 될 일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용하는 챗GPT와 같은 기술도 명령어를 입력해야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명령어를 입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알고 싶은 핵심 내용을 간단한 구절이나 문장으로 요약해야만 인공지능에게 지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능력이 없으면 원하는 정보를 도출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효율이 높은 인공지능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하죠.             p.49


SNS의 발달, 숏폼 콘텐츠의 유행으로 사람들의 집중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깊이 있게 사고하고 이해하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만 정보를 받아들이는 습관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글밥이 긴 책 읽기는 고사하고 두 시간짜리 영화도 집중해서 끝까지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책 읽기란 고역에 가까운 일이다. 짧은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의 빠르게 대충 읽는 습관은 아이들의 전반적인 언어 능력 발달을 저해하고, 생각하고 되새기는 힘도 키우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수동적 독해가 아닌 주도적 독해를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학교에서 본격적인 읽기 교육이 시작되는 초등 3학년부터 요약력의 기본을 다져야 한다고 말한다. 요약은 단순히 정보를 압축하는 작업이 아니라 정보의 본질을 파악해 중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개념화된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정교한 사고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변화하는 현재의 입시 환경에 맞춰 요약력을 키우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 준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대로 '읽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각 과목 교과서 본문을 포함,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를 수록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직접 연습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매우 실용적인 부분이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이 이런 요약 능력을 바탕으로 지식을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요약한 정보를 잘 정리해두면, 소중한 지식 도서관이 됩니다. 이 지식 도서관은 정보의 창고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학습과 성장을 돕는 도구가 됩니다. 이제 그 지식 도서관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함께 알아보려 합니다. 이것은 마치 아이의 방을 함께 정리하는 것과 비슷해요. 옷은 옷장에, 장난감은 상자에 넣듯이, 요약한 정보도 그 특성에 맞게 분류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p.324


많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독해 문제집을 풀고 논술 수업과 국어 학원을 다니는데, 왜 독해력과 문해력은 점차 떨어지는 걸까. 문제는 '수동적인 독해'와 '주도적인 독해'의 차이점에 있다. 문제집을 풀면서 어휘력을 키우고,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비판하며 생각하기를 배울 수는 있지만, 스스로 핵심어와 주제, 중심 문장을 찾고, 어휘를 선택해 정리하는 경험은 생략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짧은 쇼츠와 SNS 영상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의 뇌가 수동적으로, 편향적으로 만드는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맥락을 이해하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 긴 글을 읽거나 기승전결이 있는 긴 영상을 보고 요약하는 훈련을 하게 되면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요약하며 읽기'를 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요약력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변화하는 입시와 미래에 꼭 필요한 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시대상에 발맞춰 아이들의 ‘요약력’을 향상시켜줄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준다. 중·고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입시는 물론이고, 미래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약력’의 중요성과 이를 키워내는 방법을 차근차근 안내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각각의 챕터가 끝날 때마다 요약력 키우기 워크북이 수록되어 있다. 페이지의 컬러가 달라서 바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워크북에는 글의 의도 파악하기, 중심 내용과 뒷받침 내용 찾기, 핵심어 찾기의 달인 되기,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등 다양한 연습을 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한 후에 푸른색 페이지로 된 이 워크북만 찾아서 따로 연습해도 좋고, 읽어나가는 과정에 중간중간 워크북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삼색 펜 독서법 실천하기, 밑줄과 동그라미를 활용한 독서법, 포스트익 요약법, 인덱스를 활용하여 요약하기 등 지금 바로 해볼 수 있는 실용적인 팁들이 많아 아이와 바로 실천해보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30년 가까이 아이들의 논술 및 국어를 지도해온 베테랑 교육전문가와 함께 ‘요약력’의 중요성과 이를 키워내는 방법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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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멸종할까 봐 - DNA로 파헤친 꿀벌 실종 사건의 진실 최고의 선생님
김영호 지음, 이수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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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꽃과 벌집 사이를 하루에도 수천 번씩 오가던 꿀벌들이 사라졌어. 한 마리도 아니고 수백억 마리가 싹 사라졌지. 길을 잃는 법이 없던 꿀벌들이 어디로 갔을까? 왜 집을 다시 찾아오지 못했을까? 꿀벌들이 길을 잃은 이유에 관해서도 수많은 추측들이 나왔어...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는 호기심 가득한 어떤 추측도 가능해. 그러나 과학과 근거 없는 소문은 달라. 소문은 상상일 뿐이지만, 과학은 현실이어야 하거든.            p.29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수억 마리가 넘는 꿀벌들이 실종되고 있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해서 환경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었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지구상의 한 개체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이다. 대부분의 꽃이 꿀벌 같은 곤충을 통해 수분하며 씨앗을 만들고 자손을 번식시키기 때문에,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 농작물 수확량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꿀벌은 아주 작은 곤충이지만,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것이다. 




바로 그 '꿀벌 실종 사건'에 대해 곤충 DNA 전문가인 김영호 교수가 어린이 책을 펴냈다. 꿀벌이 사라지게 된 원인을 추적하고, 맞닥뜨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어떻게 지혜를 모으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나 곤충의 DNA를 다루는 책은 흔치 않아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수많은 정보가 담겨 있는 DNA를 통해 곤충들이 왜 특정한 행동을 하는지, 어떤 병에 걸렸는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까지 모두 알아낼 수 있다니 말이다. 모든 생명체는 DNA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DNA를 가지고 있다. 당연히 동물도, 곤충도, 꿀벌도 DNA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실종 사건이 일어난 양봉장에 남아 있는 꿀벌들에게서 DNA를 뽑아내 원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DNA를 발견하게 된다. DNA가 꿀벌의 상태를 알려 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찾아낸 바이러스를 비롯해서 꿀벌의 DNA를 통해서 알게된 사실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어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꿀벌 실종 사건은 종결된 사건이 아니야. 작년에도 일어났고, 올해도 일어났으며, 내년, 내후년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문제야. 그래서 앞으로도 꿀벌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할 일이 많아.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공부한 네가 미래에 꿀벌 과학자, 곤충 DNA 연구자가 되어서 앞으로 박사님과 함께, 또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 꿀벌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 주길 바라.         p.157



전라남도 땅끝에서 40여 년 동안 꿀벌을 키워 온 만식 할아버지가 봄을 맞이해 겨울 동안 벌통에서 지낸 꿀벌들을 깨우기 위해 양봉장에 갔다가 꿀벌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된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500여 통의 벌통 중에 무려 350통 정도에서 꿀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간 박사님도 충격에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꿀벌이 사라진 건 그곳만이 아니었다. 전국 곳곳에서 꿀벌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고, 과학자들은 본격적으로 범인을 밝히기 위해 나선다. 


마치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추리 소설처럼 시작된 이 귀여운 이야기는 페이지를 넘길 수록 보다 전문적인 지식과 과학적인 시선으로 용의자를 추리기 시작한다. 첫 번째 용의자를 시작으로 네 번째 용의자까지 밝혀내며, 현재의 상황과 위험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기후 변화가 원인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많은 위험 요소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랑스러운 꿀벌 캐릭터 그림과 동화처럼 잘 읽히는 스토리, 그리고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고 있는 책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과학책이지만, 어린이들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그리고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어른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도록 사려깊게 쓰인 책이다. 다양한 비주얼 자료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레이아웃과 디자인 또한 아이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DNA의 염기 서열, 살충제의 성분 등을 설명할 때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적절한 비유를 통해 친절하게 알려 준다. 


꿀벌 실종 사건은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과학 이슈이고, 실제로 대학과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최신 연구 결과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어린이들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과 우리 주변의 생물들과 환경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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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색환시행
온다 리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시공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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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를 겹겹이 쌓아 올림으로써 작품에 얽힌 전설과 '저주'의 효력을 견고하게 하는 <밤이 끝나는 곳>.

역시 끌린다.

그렇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꺼림칙한 것에 홀리고 불길한 것에 끌려가는 법이다.                p.75


사람들 사이에서 ‘저주받은 작품’으로 알려진 소설이 있다. <밤이 끝나는 곳>이라는 소설을 영상으로 제작하려고 하면 재앙과 같은 사건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몇 년에 한 번은 이 작품을 영상화하겠다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세트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생겨 배우와 스태프들이 사망하는 대참사를 시작으로 시나리오를 완성한 각본가가 그 직후에 자살하는 바람에 제작이 엎어진 경우도 있었고, 배우가 다른 배우를 죽이고 자살하는 일이 벌어져 촬영이 중단된 경우도 있었으며, 화재 장면을 찍고 있을 때 카메라맨이 급사한 경우도 있었으니, 정말 작품에 누군가 저주라도 내린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밤이 끝나는 곳>은 베일에 싸인 작가 메시아이 아즈사가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곽 '추월장'에서 세 명의 엄마와 살았던 '나'의 회상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기묘한 분위기의 환상 소설이다. 세 명의 엄마는 엄마이면서 엄마가 아니다. 낳아준 엄마는 종일 꼼짝 않고 앉아서 새장만 바라보고 있고, 호적상 엄마는 무표정으로 여관 카운터를 보고 있으며, 공부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르치며 실질적으로 키워준 엄마가 있다. 낳아준 엄마는 정신이 온전치 않아 의사소통이 불가하고, 키워준 엄마도 어딘가 비뚤어져 있어 전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고, 표면상의 엄마는 체면치레를 하기 위한 행동밖에 하지 않는다. '손님에게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온 '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혼자였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어느 날부터인가 눈으로 본 것을 스케치하는 법을 배웠고, 그때부터 종종 본 것을 있는 그대로, 거짓 없이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시초가 되고 만다. 유혈이 낭자하고 섬뜩하지만 어딘가 마음을 잡아끄는 부분이 있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둔색환시행>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마음 또한 사로잡는다.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멈출 수는 없었을까. 피할 수는 없었을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뉴스를 보고 안타까워서 의문이 들어.

하지만 본인들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을 테지.

피할 수 없어. 벗어날 수도 없어.

누군가 수건을 던져주는 사람이 없는 한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어코 그곳에 다다르는 수밖에 없네. 그런 상황도 확실히 존재하지.

그 두 사람도 그런 걸 봐버린 게 아닐까.

그 작은 방에서 두 사람은 마에 홀려버린 게 아닐까.           p.482


《둔색환시행》은 온다 리쿠가 “일본에는 영화감독들이 욕심내지만 막상 판권을 사고 작업에 들어가면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하게 되는 저주에 걸린 소설이 있다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쓰게 된 소설로 무려 15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이 설정에 맞추어 작품 속의 작품 개념으로 짝을 이뤄 쓰인 소설 《밤이 끝나는 곳》도 함께 출간되었다. 리버시블 커버에 작가 이름을 메시아이 아즈사라고 표기한 것까지 실제하는 작품처럼 완벽하게 만들었다. 《밤이 끝나는 곳》은 288페이지, 《둔색환시행》은 652페이지이다. 먼저 저주 받은 소설인 《밤이 끝나는 곳》을 읽고,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여정을 담은 《둔색환시행》을 읽은 다음, 다시 《밤이 끝나는 곳》을 읽으면 더 재미있다고 해서 <밤이 끝나는 곳>을 먼저 읽어 보았다. 하지만 <둔색환시행> 중간 중간 <밤이 끝나는 곳>의 본문 일부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꼭 먼저 읽지 않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긴 하다. 


소설가인 주인공 고즈에는 변호사인 남편의 소개로 <밤이 끝나는 곳>의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2주간의 크루즈 여행에 참석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재혼이었는데, 남편의 전처가 해당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자살한 작가였다. 여행을 함께 하는 사람은 열 명 정도로 몇몇은 친척, 혈연관계였고, 모두를 연결하는 매개체는 저주받은 소설 <밤이 끝나는 곳>이다. 영화감독, 여배우, 프로듀서, 영화 평론가, 출판 편집자, 만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소설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집착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고즈에는 관계자들을 취재해 일종의 논픽션을 쓸 생각인데, 그들을 통해 소설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작품을 둘러싼 새로운 해석을 비롯해 관련 있는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사고들, 그리고 딱 한 작품만 발표하고 사라져버린 작가 메시아이 아즈사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이 작품의 제목인 <둔색환시행>은 모호함의 세계와 크루즈 여행의 검은 바다를 상징하는 둔색(鈍色), 그리고 선상 밀실 미스터리를 향한 환시행(幻視行)이 조합되어 만들어졌다. 온다리쿠는 ‘둔색’이라는 말은 그 애매함을 나타내려고 만들었다며, '애매함을 견디는' 것이 어른이 갖춰야 할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아무리 마음이 불편해도 아무도 도망갈 수 없는 완벽한 밀실인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거짓말의 탑 위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여정이자, 하나의 창작물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보여주는 창작자로서의 철학과 생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메타픽션이기도 하다. 온다 리쿠의 새로운 대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이 놀라운 이야기를 만나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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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나를 가꾸고 돌보는 그림
마키토이 지음 / 현암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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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이라 여겼던 사소한 순간들이

지나고 보니 행복이었다는 걸 알게 된 날부터

나는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p.215


마키토이 작가가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365일 매일 그림 그리기 프로젝트로 '종이로 하는 드로잉'을 통해 식물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식물들을 데려와 키우다가 고양이 덕분에 그것이 어렵게 되자 그림으로 대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검은 펜으로 드로잉을 시작했는데, 1년 반 정도 반복하니 단조롭고 지루해져 알록달록 컬러가 있는 종이를 오리고 붙이고 그리면서 기법을 달리했다. 가위로 오리다 보니 본래 식물에서 형태가 단순화되었고, 실제 식물이 아닌 상상의 식물도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숲 속의 귀요미 버섯, 하늘하늘 고운 양귀비, 망사 드레스를 입은 망태 버섯, 작고 앙증맞은 은방울꽃, 포니테일 팜 나무, 땡땡이 무늬가 사랑스러운 베고니아 마큘라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일간 매일 만든 작품들이 일요일에는 그 주의 정원으로 재탄생한다.  자연이라는 팔레트에서 컬러를 고르고 조합하는 일이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어디서도 만날 수 없었던 색감과 형태로 만나는 식물들이 고스란히 보여준다. 


매일 한 장씩 그린 그림이 모여 한 주의 정원이 만들어지는 컨셉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하루의 식물들이 일주일의 정원에서 배치된 모습 또한 새로운 작품이 되어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없다는 걸.

매일 걷고 몸이 변하는 것을 경험하며 깨달았다.

내가 절대로 하지 못하리라 생각한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이뤄내는 일.

가능한 기적.                p.369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매일이 차곡차곡 쌓여 인생이 되는 것처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마키토이의 작품들도 근사하지만, 그것을 담고 있는 책도 아주 예쁘게 만들어졌다. 펼침성이 좋은 누드각양장으로 어떤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제본의 간섭 없이 작품들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겨울에서 시작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에 이르는 시간이 담겨 있는데, 계절의 풍경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주로 꽃들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줄무늬가 매력적인 수박 페페, 아프리카 괴근 식물인 스테파니아 에렉타, 길쭉한 잎이 매력적인 필로덴드론 파트리시에, 물방울 무늬가 사랑스러운 베고니아 마큘라타, 잎맥이 선명하고 예쁜 알로카시아 프라이덱, 그리고 엄청난 크기로 자라나는 몬스테라까지... 익숙한 식물들도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무엇이든 해야 무슨 일이든 생긴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니 과정이 어떻든 계속해나간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걸 어떻게 실천하느냐가 문제긴 하다. 마키토이 작가는 매일 한 장씩 작품을 채워가는 것을 '나'라는 정원을 가꾸는 일이라 여기고 느리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식물을 닮고 싶은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마음이 너무 와닿고, 공감이 되고, 예뻐서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식물들을 돌보는 건데... 가장 반가운 순간은 조용했던 아이가 신엽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이다. 얼음처럼 가만히 있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새순을 올리느라 너도 나름 열심히 살고 있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식물들처럼 천천히, 느리더라도 나 자신을 위해 매일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뭔가를 일 년간 매일 같은 시간을 들여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가끔은 막막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고단하기도 할 것이다. 그럼에도 내년에는 뭐든 하나 정도는 꾸준히 하는 것에서 오는 안도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기를. 성실하고 꾸준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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