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는 사람들 - AI만 읽는 시대, 퇴화하는 인간 지능에 관한 경고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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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AI는 인간이 읽고 쓴 결과물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적어도 구성의 질 면에서는 그렇다. 이 점이 왜 중요할까? 대신 읽어주겠다는 AI의 유혹에 빠지는 순간 우리의 읽기 능력이 약화할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꾸준히 연습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빠르게 해치우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텍스트를 분석하는 능력도 마찬가지 문제이다.                p.27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텍스트힙 열풍이 불고, 서울국제도서전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고는 있지만, 정작 실제 독서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1994년부터 역대 최저치라고 한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다른 매체, 콘텐츠 이용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정말 그게 원인인 것일까. 왜 우리는 점점 더 책을 읽지 않게 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속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쓰기의 미래>라는 책으로 만났던 나오미 배런의 신작이다. 읽기 연구의 탁월한 전문가이자 언어학자인 나오미 배런 교수는 우리가 읽고 쓰고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구해 왔다. 그 동안 읽기와 문해력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문해력과 디지털 전환 시대의 새로운 읽기 전략을 제시해 왔는데, 이번에는 기술이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읽기의 가치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는 학교에서, 직장에서 AI를 읽기 도구로 활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고서도, 논문도, 계약서도 모두 AI에게 떠 넘기는 것이다. 방대한 정보를 찾고 종합하는 작업에서 AI만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란 없으니 말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과제가 있을 경우 챗GPT가 대신 읽고 분석한 요약문을 통해 줄거리만 파악한다거나, 받은 메일은 열기도 전에 간략하게 단 몇줄로 간추려진다. 우리는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읽기를 멈춰 버렸다.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LLM은 소설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정보를 적절히 요약할 뿐만 아니라, 학술용 판본의 서문에서 볼 법한 핵심 내용('미국 남북전쟁 직전 시대가 배경', '지역 방언과 인종차별적 단어 등 당시 언어를 생생하게 묘사')를 덧붙일 수도 있다. 이 모두가 충실한 정보다. 하지만 책을 직접 읽으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해에 이르게 된다... 허클베리 핀이 겪는 일을 이해하려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걸린다. 많은 페이지르르 읽어나가야 한다... 이는 요약본이 절대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이다.                p.216~217


조지 엘리엇의 소설 <미들마치>는 800페이지가 넘는다. AI의 줄거리 요약은 스토리를 알게 해주기는 하지만, 인물들이 겪는 일에 대해 공감이나 연민을 가지도록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저자는 말한다. '대가를 치르는 만큼 얻는 법이며, 여기서 통용되는 화폐는 당신이 쏟는 노력'이라고 말이다. 당연히도 우리가 모든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개중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지 않고 일부만 읽어도 충분한 책도 있다. 하지만 줄거리와 등장인물 정보를 요약한 내용만 보는 것과 책을 직접 읽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해에 이르게 한다. 요약본이 절대 제공하지 못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직접 시간을 들여 많은 페이지를 읽어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AI는 인간이 읽고 쓴 결과물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적어도 구성의 질 면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대신 읽어주겠다는 AI의 유혹에 빠지는 순간 우리의 읽기 능력이 약화될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AI에게 모든 읽기를 맡긴다면, 인간의 사고는 어떻게 달라질까? 인간이 읽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사고와 지식, 신념, 그리고 서로 관계 맺는 방식을 형성한다. 인간의 읽기에서 AI가 차지하는 자리가 점점 더 커진다면,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 흐려지고, 타인을 헤아리는 공감력을 잃어버리고, 편향 사고에 빠지거나 타인으로부터 고립되고 말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지능이 퇴보하는 시대'에 들어선 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우리가 계속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하나씩 알려준다. 읽기의 주요 목적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이 지나도록 크게 변하지 않았다. AI시대에 인간이 가진 문해력이라는 능력이 왜 중요한 것인지, 인간이 스스로 읽어야 하는 이유와 가치를 돌아보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쉴 새 없이 디지털 기기에 접속하며 ‘순간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책맹이 증가하고 문해력 저하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류의 읽기 능력 자체가 위협 받는 시대인 것이다. 기계가 작성한 언어가 표준이 되고 인간의 것은 예외가 되는, ‘텍스트포칼립스(Textpocalypse)’ 세상속에서 '읽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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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는 사람들 - AI만 읽는 시대, 퇴화하는 인간 지능에 관한 경고
나오미 배런 지음, 전병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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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읽기와 쓰기를 내어주고 있는 시대, 우리가 계속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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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 돌칼에서 AI까지, 물건들이 만들어온 330만 년 인류의 대장정
칩 콜웰 지음, 김병화 옮김 / 부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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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축음기 이야기는 물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물건은 어떻게 발명되는가? 이 질문은 우리 현대 물질세계의 핵심에 놓여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면 더 많은 물건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시 종이 우리 옛 조상들을 행동 전문가 단계에서 창조적 행동 혁신가 단계로 데려간 뒤 호미닌은 세상의 위대한 발명가가 되었다. 그러나 석기가 세상에 탄생한 이후 이런 발명의 순간들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새로운 기술은 어떻게 개발될까?               p.107


우리는 각종 물건으로 넘쳐나는 세상을 살고 있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물건은 계속 늘어나고, 너무 많은 물건은 결국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인간이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상태에서 모든 것이 필요하게 된 상태로 변화한 계기는 무엇일까. 이 책은 339만 년 전 처음으로 석기를 사용한 동아프리카에서부터 수백만 가지 기술 쓰레기가 산을 이룬 21세기 미국의 매립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물건이 출현하고 발전해온 인류 역사를 살펴본다. 우리가 만들어낸 물건이 어떻게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수단이 된 것인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소유한 채 자신들이 가진 물건 속에 익사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고학의 렌즈를 통해 바라본다.


이 책의 저자는 덴버자연과학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로 일해왔다. 재미있는 것은 자신의 컬렉션을 아끼고 보호하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적 특성과는 달리 그가 물건을 손에 넣기보다는 없애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미니멀리스트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더 많은 물건을 원하지 않는 박물관 큐레이터'라는 정체성의 모순사이에서 고민하던 끝에 이 책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은 어떻게 인류가 지금 시점에, 물건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물건 때문에 끔찍한 고통을 겪는 세상에 이르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수백만 년에 걸친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인간이 만들고 남긴 물건을 연구하는 것이 직업인 고고학자'로서, 우리는 왜 이렇게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인지 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시작한다. 45억 년 지구 역사에서 다른 어떤 생물도 물건과 이처럼 독특한 관계를 형성한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쩌다가 동시에 호모 스투펜시스, 자신의 물건들로 규정되고 형성되는, 물건으로 가득 찬 종이 되었을까?




"어째서 물건의 삶이 사람의 삶을 지배하게 될까. 소유물을 이해하고, 구분하고, 관리하려는 시도가 통제 범위를 넘어선 소유물의 증식에 압도당해버리는 것이다." 이것은 어딘가 뒤틀린 동물적 본능일까? 그들은 특이한 심리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시민에게 점점 더 많이 소비하라고 요구하는 새로운 소비 사회의 희생자였을까? 21세기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인간 종이 결핍에서 초과잉으로 나아간 여정을 생각해보면, "비축"이 인간 경험의 중심 특징이 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p.296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 <죽은 영혼>에는 자기 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수집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낡은 구두창, 넝마가 된 여자 옷, 토기 파편 등 모든 것을 가져다가 방 한구석에 쌓아둔 잡동사니 더미에 모아둔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에는 강박적으로 물건을 모으는 중고 물품 가게 주인이 나온다. 온갖 종류의 병, 녹슨 열쇠, 폐기된 법률 서류 등을 모은다. 문맹이라 서류를 읽지 못하면서도 말이다. 아서 코넌 도일의 <머스그레이브 전례문>에서 셜록 홈스는 자기 방의 구석구석에 쌓여 있는 서류를 없애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일종의 '화학 물질과 범죄 흔적'의 비축자로 그리고 있다. 이런 인물들은 허구적 캐릭터이지만, 산업 사회에서 소비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가정 속으로 스며드는 데 대한 커져가는 불안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사회에서 물건은 우리의 정체성을 실어 나르는 수단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사용하는 물건은 개인 수준에서든 집단 수준에서든 정체성의 '시그널'이 된다. 값비싼 명품과 수입자동차와 할머니가 물려주신 낡은 골동품 지갑이 남들에게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수백만 년 전 헐벗은 채 아무것도 없이 살았던 때와 비교하면 물건으로 가득 찬 오늘날의 집 자체도경이로울 정도로 신기로운 현상이다. 한 추산에 따르면 미국 평균 가정의 물건 수는 30만 개에 달한다고 하니 말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인간은 그들이 사용하는 도구의 도구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만든 물건들이 거꾸로 우리를 만들고 있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고고학, 역사, 세계사, 인류학, 빅히스토리를 아우르는 거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게 펼쳐지는 책이었다. 330만 년 인류 진화의 대장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도 대단히 신선했다. 우리는 과연 물건 없이 살 수 있을까? 기존의 인간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 물건들이 만들어온 역사라는 시점으로 그에 대한 대답을 찾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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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달링
요한나 판 베인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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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흐네스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연못 같은 그녀의 홍채 속에서 호기심과 두려움과 무시무시한 공포 그리고 고통을 읽어내었다. 하지만 그 공포와 더불어 강하고 정제되지 않은 묘한 갈망이 보였다. 아흐네스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잠 못 이루어 검게 변한 그녀의 눈이 말했다. 나 아파. 가혹하게 뒤틀린 입매가 말했다. 나 자랑스러워. 그러면 주먹을 꼭 쥔 채로 내 앞에서 애써 숨겼지만 어쩔 수 없이 떨리던 손가락은 무엇을 말하고 있었을까? 그녀의 일부가 품었던, 날 잡고 놓아주지 않겠다는 바람이었나?               p.55~56


"혼령들이여, 여러분을 부릅니다. 이곳에 어서 오시지요. 우리와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혼령들을 환영하는 마음을 사람들이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하면, 곧 어린 소녀에게 빙의라는 기묘한 광경이 벌어진다. 스물한 살인 로스는 지나치게 말라서 어린 소녀처럼 보였다. 강령회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어머니가 먹는 것을 제한시켰기 때문이다. 강령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아직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어린 소녀처럼 보여야 했다. 고객들이 바라는 대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혼령들을 불러 영혼이 빙의한 것처럼 연기하는 게 로스의 역할이었다. 어머니는 로스가 순진하고 무방비한 소녀처럼 보이기를 바래 날씨에 비해서 너무 얇은 하얀 여름용 원피스를 입혀 더 작고 말라 보이게 연출하곤 했다. 로스는 어린 시절부터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다섯 살때부터 루트 같은 혼령을 알아본 것일 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강령회에서 죽은 자들과 대화하는 것은 전부 가짜였지만, 로스의 곁에 있는 혼령 '루트'는 진짜였다. 강령회에서 루트가 로스의 몸속으로 들어가 방문객들을 헷갈리게 하고, 교묘하게 속이고, 유혹했던 것이다. 피를 나누고 몸을 공유하며 둘은 서로에게 유일한 구원이자 사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찾아온 과부 아흐네스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된다. 강령회가 끝나고 루트는 남자 혼령을 발견했다고, 아흐네스가 분명히 자신을 봤다고 흥분해서 말을 한다. 사실 아흐네스에게도 루트처럼 '동반자 혼령'이 있었다. 아흐네스는 다시 찾아와 로스의 어머니에게 돈을 지불하고, 로스를 데려가기로 한다. 어차피 로스가 친딸이 아니었던터라, 돈이 더 중요했던 어머니는 딸을 팔면서도 아무렇지 않다. 게다가 로스 역시 이제 더 이상 거짓말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상황이 반가웠다. 그렇게 함께 지내며 로스는 아흐네스에게 강렬하게 매혹되고, 아흐네스 역시 로스에게 점점 깊이 빠져든다. 




당연히 안 보일 수밖에. 토마스가 혼령이 되어 돌아올 확률은 얼마나 되나? 루트와 피터는 수백 년이 걸렸다. 그들은 죽은 순간부터 시신이 적당한 상태로 묻혔다. 게다가 그들을 깨워줄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토마스를 울음소리로 깨워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가끔 나타나는 여우나 새 말고는 아무도 없는데.

"거짓말하지 마! 저기 있잖아!"

빌레민이 비명을 질렀다.                p.352


이야기는 로스의 시점과 정신과 의사의 시점에서 교차로 진행된다. 어머니와 강령회를 진행하다, 아흐네스와 함께 살게 된 로스의 이야기와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 과정이 보고서와 대화 형식으로 이어진다. 로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고딕 로맨스의 분위기라면, 의사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스토리는 미스터리에 가깝다. 읽다 보면 살인 사건이 벌어졌고, 환자가 살인자인지, 정신병자인지, 혹은 감형받고자 연기를 하는 중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의사는 로스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문제는 독자인 우리가 그녀와 반려 혼령을 빋을 수 있느냐이다. 


외롭고 폐쇄된 세계 안에 드리우는 불길한 그림자, 살아있는 여자들과 죽은 존재들이 서로를 갈망하고 집착하는 음산한 관계 속에서 사랑과 구원이 소유욕과 광기로 변해가는 과정이 매혹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고딕 퀴어 로맨스'라는 독특한 장르와 정신과 의사와 환자의 상담 사례를 미스터리처럼 결합시켜 기괴하면서도 관능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레베카>를 강하게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는 문구 덕분에 궁금했던 작품인데, 고딕 호러 장르를 좋아한다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틱한 서사로 풀어내는 작품은 아니기에 전반적인 분위기와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하며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음산한 저택, 강령술과 혼령, 억눌린 욕망와 위험한 관계... 더위를 싹 가시게 만드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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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세계
마이크 언윈 지음, 류토 미야케 그림, 조은영 옮김 / 시공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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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보라볏투라코는 에스와티니와 남아프리카 북동부 인근 지역에서 상당히 흥한 편이고 북쪽으로는 멀리 동아프리카의 케냐 남부까지 분포한다. 이들은 수줍음이 많은 새로, 상록림과 숲 지대에 자주 나타나고 강가의 숲을 따라 사바나까지 들어간다. 또한 주위에서 풍성하게 열리는 돌무화과나무의 열매를 따서 통째로 삼킨다. 눈에 쉽게 띄지 않지만 "꿔, 꿔, 꿔" 하는 크고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이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배경음이다.              p.20~21 


지구 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새들이 있다. 우리가 아는 새라고는 손에 꼽을 만큼이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종 수만 총 1만 1,000종 정도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조류 종이 분포하는 10개 나라 중 6개 나라가 남아메리카 대륙 북부에 있고, 그중 1위는 1,950종의 보금자리인 콜롬비아라고 하니 모든 종이 골고루 분포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새들은 사막과 산악지대에서부터 빙원과 외해까지, 지구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지역에도 있지만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역은 단연 열대림이다. 


새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기에 수백 년에 걸쳐 그 어떤 동물 집단보다도 많이 연구되었다. 진화론과 같은 근본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수단이 되었고, 수많은 예술 작품에 영감을 주어 셀 수 없이 많은 음악과 그림과 문학을 낳았다. 이 책은 그렇게 수많은 새들 중 80종의 이야기를 담았다. 너무 너무 아름다운 삽화들이 특히나 시선을 사로잡는 덕분에 눈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국민 새부터 바다를 떠도는 방랑자, 무시무시한 맹금류, 열대의 아름다운 새, 그리고 관심 대상종에서 절멸 위급종까지 희귀한 새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름의 유래부터 생김새, 사는 곳, 둥지를 짓는 방식, 먹이를 사냥하는 전략 등 각각의 새가 살아남기 위해 진화시켜 온 고유한 특성들을 디테일하고 생생하게 그려진 일러스트들과 함께 만나볼 수 있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새를 보고 싶은 탐조가라면 코스타리카의 몬테베르데 운무림 보호 지역이 가장 잘 알려진 장소다. 활동 지역 전체에서 서식지 소실은 위협적이다. 케찰이 번식하려면 둥지에 적합한 그루터기가 있고 교란되지 않은 숲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주 출몰한다고 하는 지역에서도 이 새를 보기란 힘들다. 조용히 앉아 있을 때는 초록색 깃털이 축축한 숲 지붕에서 반짝이는 나뭇잎과 완벽하게 섞이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p.131


화려한 표지만큼이나 페이지를 펼치면 다양한 색감들을 만날 수 있다. 오랫동안 왕족의 지위를 상징하며 받을어진 보라볏투라코의 강렬한 붉은 날개깃, 호수를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꼬마홍학들, 친근한 행동으로 여러 세대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꼬까울새의 주황빛 가슴, 다정한 지저귐으로 여름의 아이콘이 된 제비의 푸른 빛깔, 긴 에메랄드색 바깥 꼬리 덮개가 인상적인 케찰의 초록빛이 페이지마다 색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다. 넘겨가며 일러스트만 구경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조류 도감이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크 언윈은 새와 야생 동물을 찾아 지구 곳곳을 여행하며 자연사 책을 펴내는 작가이다. 이 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은 물론이고 외출마저 어려웠던 시기에 쓰였다고 한다. 그가 어려서 처음으로 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빅토리아 시대 전시실에서였다고 한다. 지금은 수많은 문학 작품, TV 다큐멘터리, 유튜브 동영상 등 새를 다른 멋진 매체들이 많아 방구석에서도 새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 책도 큰 역할을 해줄 테고 말이다. 마당과 동네 공원, 출근길, 휴가철 바닷가 등 새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던 새들조차 전부 존재감이 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새들이 살아가는 경이로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자연과 맺고 있는 깊은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새들을 지키고, 그들과 함께 공존하는 지구가 되도록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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