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rible Science - The Terrible Truth about Time : 처음 만나는 과학 영어 수업 (물리) - 스콜라스틱×윌북 영어 원서 리딩 프로젝트 Horrible Science 8
닉 아놀드.지소철 지음, 토니 드 솔스 그림 / 윌북주니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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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orrible Science(호러블 사이언스) 시리즈는 총 20권으로 제작되었는데, 티처스 프로그램에서 학생에게 추천한 이후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물론 방송 전에도 이미 영어 원서로 유명한 시리즈였지만 말이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 책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초반까지의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과학 교양서이다. 


국내에는 스콜라스틱과 정식 계약한 윌북주니어에서 원서 리딩 학습서로 출간했다. 20권 중에 5권이 작년에 먼저 나왔고, 이번에 추가로 5권이 나온 상태이다. 




이 시리즈가 좋은 것은 원서의 원문과 그림을 100% 수록했고, 중요한 과학 용어와 문장에는 별도로 친절한 설명을 달았다는 점이다. 비영어권 학습자가 스스로 영어 리딩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는데, 원문을 그대로 해석한 게 아니라 본문 내용을 정리해서 한글로 알려주고, 중요한 단어와 구문을 별도로 분석했다는 점이다. Vocabulary에서는 어원을 기반으로 설명이 되어 있어 낯선 단어가 나와도 유추해 파악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Sentence에서는 영미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의 의미를 알려준다. 


그래서 원문은 영어 그대로 읽고,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추가적으로 도움을 받으며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원서를 읽을 때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버전으로 읽어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다루고 있는 과학적 지식도 이해하기 쉬운 편이고, 재미있는 그림들과 한눈에 잘 들어오는 편집으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영어 공부와 과학 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데,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 재미있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 생명과학, 화학, 지구과학으로 구분해 각 영역별 주요내용들을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 만나본 것은 8권 물리이다. 8원의 제목은 <The Terrible Truth about Time>으로 '시간'의 비밀을 탐구한다. 우주의 탄생, 빅뱅 이론, 엔트로피 법칙 등 현대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도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원서 읽기를 할 때 아무리 쉬운 단어로 이루어져있다고 하더라도 영어가 익숙하지 않으면 문장들이 해석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영어와 해석이 함께 표기되어 있는 경우에는 영어로 읽는 힘을 기를 수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막힐 때마다 한글 해석을 참고해서 살펴보게 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러블 사이언스 시리즈는 원문만 쭉 읽어도 좋고, 읽다가 막히면 일대일 해석이 아니라 내용 요약이나 구문, 단어로 도움을 받아 다시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어 아이들이 부담없이 원서 읽기를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원문에 형광펜으로 표시한 단어와 밑줄 표시한 문장을 각각의 해설 파트에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찾아 보기도 수월하게 구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영어 원서 읽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의 미번역작들을 주로 원서로 구매하는데, 이번에 호러블 사이언스를 읽으면서 소설보다는 확실히 읽기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영어 공부용으로 읽어도 좋지만, 원서 읽기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시리즈이다. 엄마표 영어로 아이와 함께 학습할 교재를 찾고 있다면, 이 책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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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한 세계 크로스 1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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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는데, 멀린은 책을 끝까지 다 읽은 사람처럼, 한두 번이 아니라 열 번도 넘게 읽은 사람처럼 말한다는 뜻이야. 만약 내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내가 멀린이 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책을 처음 읽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니까 바로 다음 페이지에 무슨 내용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다 아니까. 그다음 페이지도, 다음다음 페이지도, 마지막 페이지도 모두.               - 김연수, '우리들의 실패' 중에서, p.65


김연수의 <우리들의 실패>에는 대통령 친인척의 국정 개입 사건에 연루된 인물 ‘손동하’가 나온다. 기자인 '나'가 그를 인터뷰한 내용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방식이다. 손동하가 파산과 구속을 각오하고 폭로에 나서겠다는 결심을 한 뒤, 비상계엄 선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대통령 탄핵안 가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 연이어 벌어졌다. 그 몇 달의 기간 동안 사람들은 안갯속에 있는 것처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불확정의 시간을 견뎌야만 했던 것이다. 과연 대의를 위한 자기희생이 가치 있는 것일까. 스스로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공공을 위해 윤리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작품은 소설임에도 우리의 현실과 단단히 맞닿아 있어 공감하고, 함께 고민하며 읽었던 것 같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결정적 순간>에서는 평소에 존경하던 사진작가의 전시회를 준비하던 주인공이 무언가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사진작가는 이미 고인이 되었고, 그의 아틀리에에서 혼자 작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책장 구석에 놓인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무심코 뚜껑을 열었고, 맨 위에 놓인 이미지를 보는 순간 온몸이 굳어 버린다. 초등학교 6학년쯤 되는 소년이 전라 상태로 사진 속에 있었던 거다. 게다가 비슷한 종류의 사진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물론 당사자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사건의 정황도, 진실도 알 수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못본 척 침묵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주인공이 처한 윤리적 딜레마를 도록의 일부, 법률의 발췌, 노트의 인용문, 신문 기사, 챗지피티와의 대화 등을 숏폼 영상이나 SNS 타임라인 등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교차 편집해서 보여준다. 독자 스스로 자기 나름의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서 보여주는 영화처럼 말이다. 




왜 그때 그 상자를 열었을까. 다시 그 생각으로 돌아온다. 열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시회 준비를 마무리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 세계가 어딘가에 있다면 지금 이 세계의 나를 잃더라도 그곳에 가고 싶다. 

하지만 그 세계에서 피해자가 있다는 걸 모른 채 전시회 성공을 기뻐하는 나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나도, 내가 되고 싶은 나는 아니다.              - 히라노 게이치로, '결정적 순간' 중에서, p.167~168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두 작가가 ‘문학’이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우리가 하나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연결’의 기획으로 시작된 '크로스' 시리즈 그 첫 번째 책이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김연수와 히라노 게이치로가 함께 했고, 이어질 두 번째 책은 천명관, 천쓰홍 작가가 함께 할 예정이다.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해외 작가 한 명과 한국 작가 한 명이 공통의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중단편소설을 창작하고, 그 두 편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서로의 텍스트를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 작가가 '크로스'를 경유해 도달한 장소가 어딜지 상상하며 읽어보자.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시리즈만의 장점이다. 두 작가의 소설이 한 편씩 읽고 나면 두 작가의 문학적 대화가 펼쳐지는 크로스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살고 있는 세계도, 언어도, 살아온 배경도 다르지만 '문학'이라는 공통 언어를 공유하고 있기에, 두 작가의 세계가 교차하는 순간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김연수 작가는 <우리들의 실패>라는 작품을,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는 <결정적 순간>이라는 작품을 썼다. 두 작가는 두 차례의 원격 화상 대화를 거쳐 '윤리적 딜레마'에서 소설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것에 서로 동의했다. 세상 모든 소설은 딜레마에서 시작된다고 본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윤리적'이라는 부분이다. '윤리적'이라고 할 때,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기보다 나의 옳음, 나의 진실 그 자체에 대한 번민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두 작품은 그러한 딜레마를 잘 보여주고, 또 독자들로 하여금 사유하게 만들어 준다. 소설을 읽고 나서, 크로스 인터뷰를 통해 두 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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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꽃바지 스콜라 창작 그림책 111
변디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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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는 시골 할머니 집이 싫다. 왜냐하면 여기엔 예쁜 옷도 없고, 장난감도 없고, 친구도 없으니까. 엄마 아빠는 세 밤이나 자야 온다고 하는데, 심심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왜 여긴 과자도 없고, 게임기도 없고, 놀이터도 없는 걸까.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서 심통이 난 노아에게 할머니는 말한다.


노아야, 옷 바꿔 입자. 안 불편하나.


예쁜 옷이 좋은 노아는 편한 옷으로 바꿔 입을 생각이 없다. 프릴이 잔뜩 달리고, 리본도 있는 원피스 차림의 노아는 말한다. 


공주는 그런 옷 안 입어.




할머니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외출을 준비 중이다. 


할매는 친구들이랑 약속 있는데 노아도 갈 끼제?


노아는 따라갈 마음이 없어 입을 꾹 다문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집에 혼자 있기는 싫어서 결국 할머니를 따라 나서는데.... 할머니들을 만난 노아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할머니들은 멀리서 보더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비슷한 옷차림, 비슷한 머리 스타일까지... 그래도 더 친근하고 푸근한 느낌이다. 내 가족이 아니라 모르는 할머니라고 해도 말이다. 


촌캉스룩이라고 해서 할머니들이 입는 몸빼바지와 꽃무늬 김장 조끼가 유행이다.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플라워 패턴과 입기 편한 고무줄 바지, 따뜻한 보온성을 살린 조끼를 젊은 사람들이 유행처럼 입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뽀글뽀글 짧은 파마 머리에 꽃무늬 아이템을 장착하고 나면 일명 'K-할머니'룩이 된다. 




이번에 만난 그림책은 바로 그 할머니들의 꽃바지를 소재로 아주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림책 속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의 룩은 일상에서 숱하게 보아오던 것이라 더욱 사랑스럽다. 


살랑살랑 봄바람처럼 하늘거리는 시원한 소재에다 바람에 휘날리면 꽃들이 춤추는 것처럼 느껴지는 할머니의 연분홍 바지가 도시에서 온 소녀의 마음도 흔들 수 있을까. 아이들이 이 예쁜 그림책을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봄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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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정원 구경 - 사적인 정원 16곳에서 배우는 가드닝 노하우
박희영(양평서정이네) 지음, 박원순 감수 / 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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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가드닝을 한지 몇 년이 지나고 보니, 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시간을 투자하고, 마음을 쏟은 만큼 딱 그대로 돌아오는 결과인 것 같다. 내가 이만큼 하면 자연이 그만큼 하고, 거기 내가 응답하면 자연도 다시 응답하는 식으로 반복하는 것이다. 물론 잠깐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해도 그걸 견디고 살아남는 식물도 있겠지만, 대부분 정성을 들인 만큼 잘 자라게 마련이다. 


숲속을 걸으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면역력이 강화되고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실 도심에서 숲을 즐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원을 가자고 해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을 즐기기 위해 거실과 창가와 사무실 선반에 식물을 두곤 한다. 




식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자 식물을 가꾸고 기르며 교감하는 것을 뜻하는 '반려식물'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고, '플랜테리어'의 유행으로 다양한 식물들을 집에서,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요즘이다. 그 중에서도 나만의 '정원'을 꾸민다는 것은 식집사들에게는 거의 꿈같은 일이다. 정원이란 현실의 장소인 동시에 상상의 장소이기도 한 셈이다. 현실적으로 도심의 아파트에서 정원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적당한 야외 공간 내지는 어느 정도 너비가 되는 마당이 있어야 정원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꿈꾸던 정원들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 꿈의 현실 버전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은 유튜브 가드닝 크리에이터 '양평서정이네'의 첫 번째 책이다.  단일 영상 100만 뷰 이상의 시리즈 '남의집정원식물구경'을 새롭게 엮어 책으로 펼쳐 낸 것이다. 저자가 양평군 개군면의 참나무 울창한 산속에 집을 지어 이사한 후 50평이 채 안 되는 마당에 정원 가꾸기를 시작하고, 유튜브를 시작하며 이웃들의 정원을 담게 되었다. 규모가 작든 크든 정원주의 손으로 가꾼 정원들만 선정했다. 




이 책에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힐가든, 틀밥을 만들고 온실을 직접 조립하며 가꾸고 있는 초록가든, 남편이 직접 설계한 집에서 나무 옆으로 오두막을 짓고, 장미를 가득 모은 우드베일리가든, 깊은 산속에 자리한 동화 같은 산속 정원 홀리가든, 주말이면 3대가 모여 정원을 가꾸는 헤이데이가든, 멸종위기 식물들이 사는 산처럼 드넓은 솔매음정원 등 위치도 다르고, 취향도 다른 정원들이 16곳이 담겨 있다. 


우선 사진이 정말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퀄리티가 매우 높고, 각각의 정원마다 직접 그린 평면도를 담아 전체 구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정원별로 식물 특징과 식재 방식, 학명 또는 품종명을 깔끔하게 정리해 두어 정보적인 면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책이다. 박원순 국립세종수목원 전시원실 실장의 세밀한 감수도 거친 책이라 식물에 관한 정보면에서 정확성도 높였다. 식물에 관한 책을 정말 많이 찾아 읽은 편인데, 이 책은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아름답고, 배울 것도 많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식물은 봄부터 시작해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며 계절에 맞게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적당한 온도와 살랑이는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봄, 쏟아지는 장마비를 식물에게 주고 싶어서 화분을 몇 번이나 옮기게 되는 여름, 바람의 온도가 바뀌는 가을과 다가올 계정을 준비하느라 성장이 더뎌지는 겨울까지... 정원이 있다면 이 모든 것을 더 잘,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을 키우는 일이 곧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되어 주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아서 해외에 비해 정원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발전한 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전국 곳곳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정원들이 있다니 감탄했다. 물론 도심에서 정원을 가꾸며 살기란 쉽지 않아 대부분 도심 바깥에 위치한 곳들이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멋진 정원을 가꾸며 살 수 있다니... 언젠가 이사를 하게 되면 꼭 고려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원을 꿈꾸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아 포기하고 집에서 소소하게 식물을 키우며 살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대리만족을 확실하게 시켜줄 테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는 이런 정원을 만들어야지 생각해 본다면, 그 시간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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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의뢰인 TURN 11
가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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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최정훈이 입을 다물 차례였다. 서연우의 느긋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낙관적인 거 아냐?"

"비관적인 것보다는 낫죠."                 p.71


심부름센터를 운영 중인 최정훈은 사흘 잠복한 뒤로 카페에서 졸다가 깨어난다. 수면 상태에 빠진 태블릿 PC와 얼음이 거의 다 녹아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급하게 의뢰인의 연락을 받고 카페에 들어와 자료를 훑어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화장실에 갔다가 의뢰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다시 자리로 가려는데,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고 있었다. 덩치 큰 남자 손님이 성을 내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자신이 태블릿 PC 도둑으로 몰린 것이다. 재수가 없거니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없을 줄은 예상치 못한 최정훈은 억울함에 분통이 터지는데, 그를 도와준 건 카페 사장 서연우였다. 서연우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하고, 누명도 벗게 되는데, 얼마뒤 그를 의뢰인으로 만나게 된다. 


사실 최정훈은 어릴 적 친구가 누명을 쓰고 살해 당한 사건 이후 경찰을 그만두고 나온 전직 경찰이다. 그는 진범이 따로 있다고 믿고 있었지만, 자그마치 3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증거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10여 년 전 잠깐 외출한다면서 나갔다가 실종된 부모를 찾아달라는 서연우의 의뢰를 조사하면서, 자신이 오래도록 매달려온 사건과의 연결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처음으로 3년 전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자신의 친구가 무죄일지도 모른다는 서연우로부터 말을 듣게 된다. 아무런 증거도 없었고, 아무도 관심 조차 없었던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최정훈은 갑작스럽게 카페 새벽에 들이닥친 마약 중독자 ‘오태훈’의 뒤를 밟으며 점차 그날의 진실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과연 그는 수년 전에 죽은 친구의 결백을 밝히고, 10여 년 전 잠깐 외출한다면서 나갔다가 실종된 서연우 부모의 사건에 감취진 진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어쩐지. 네가 속수무책으로 덜미를 붙잡혔다 싶더라니."

이정민이 아득하게 중얼거렸다. 좀처럼 사람을 곁에 두지 않는 최정훈이 별 반항도 하지 못하고 길들여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 앳된 사장의 순수한 호의와 약간의 장난기에 반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라니까."  

최정훈은 약간의 죄책감을 담아 대답하며 커피를 다시 크게 들이켰다.                 p.282


지금 가장 새로운 이야기로의 가뿐한 귀환, 턴(TURN) 시리즈 열한 번째 작품이다. 커피를 아주 좋아한다는 가언 작가는 이 작품의 배경으로 카페를 자주 등장시킨다. 목차마저 아이스 아메리카노, 딸기 스무디, 바닐라라테 등으로 지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턴 시리즈에는 표지 이미지를 담은 엽서가 포함되어 있는데, 뒷면에 작가의 친필 인쇄 메시지가 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이 이야기를 즐겨 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다는 작가의 말에 커피를 마시며 읽었는데, 덕분에 더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카페라는 공간을 좋아하고, 커피를 사랑하기에 수많은 장소를 다녀 봤는데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카페 새벽도 극중 묘사만으로 금세 친근해진 공간처럼 느껴졌다. 어릴 때는 카페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그럼 매일 아지트처럼 찾아가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나처럼 그런 로망이 있었다면 이 작품을 더 즐기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치고는 좀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왜냐하면 고즈넉한 카페의 분위기부터 다정한 성격의 카페 사장이 만들어 내는 선함이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서사 자체는 스릴 넘치는 미스터리이지만, '상냥한 추리극'이라는 문구처럼 어딘가 선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맴돈다. 시종일관 해사한 미소와 다정한 태도를 잃지 않는 카페 사장 서연우와 어울리다보니, 무뚝뚝하고 시니컬한 전직 경찰 최정훈마저 그에 동화되는 느낌이랄까. 두 캐릭터의 독특한 케미가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이기도 하다. 막판에는 담배 연기에 찌들어서 질식사할 것 같던 최정훈이 카페 새벽에 가기 전에는 환기를 시키고, 탈취제까지 뿌리기에 이르니 말이다. 계속 커피 얻어먹고 싶으면 담배 끊으라고 잔소리하는 서연우의 의도대로 최정훈이 달라지는 걸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래서 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시리즈가 만들어져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추리,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고, 카페라는 공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자, 한계 없는 턴의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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