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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
안나미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평점 :
선비들은 “완물상지” 사물에 탐닉하면 의지가 손상된다하여 스스로를 항상 경계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선비들만 있을까, 그리고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관심을 가지며 사랑하다보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조선의 선비들이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관심을 가졌는지에 대한 책이다.
먼저 첫 번째는 미식, 죽음을 불사하면서도 포기 못한 것, 바로 하돈으로 복어이다. 죽는자도 많아서 이덕무가 <하돈탄>이라는 경계하는 시를 짓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최초 음식 품평서, 허균의 <도문대작>은 푸줏간 앞에서 크게 입맛을 다시다 란 뜻. 산해진미를 맘껏 먹고 자란 허균은 유배지에서 고생을 하며, 예전 먹었던 산해진미에 대한 글을 썼다. 입으로 먹지 못해도, 글로 남겨 눈을 배불린 것. 그는 이 책에서
“식욕과 성욕은 사람의 본성이다. 더구나 먹는 것은 생명에 관계된 것이다. 선현들이 먹는 것을 바치는 자를 천하게 여겼지만, 그것은 먹는 것만을 탐하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자를 지적한 것이지 어떻게 먹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것이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팔진미의 등급을 <예경>에 기록했으며, 맹자가 생선과 곰발바닥을 구분했겠는가 ” 하며 절제와 금욕을 강요하는 조선 사회에 저항하며 반기를 든 것이다.
초당두부의 원조로 추정되는 허엽은 허균의 아버지이니 부전자전, 허엽과 허균은 소문난 미식가였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또한 음식을 바쳐 출세를 하기도 했는데, 두고두고 놀림감이 되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겨울에 땅 속에 큰 집을 짓고 채소를 경작해서 잡채 (이 당시 잡채는 채소를 볶은 것)를 진상해서 판서가 된 이충은 잡채 판서, 김안로에게 개고기를 바친 이팽수는 가장(개고기)주서(벼슬)로 놀림받았다고 한다.
단 것을 좋아한 이덕무는 <청장관전서> 청령국지(일본)편에 “가수저라”란 음식의 요리법을 아주 상세히 소개하는데, 이 가수저라는 카스테라의 음가를 그대로 따서 한자로 적은 것이다.
이덕무가 단 것을 워낙 좋아해, 친구들이 모두 양보를 했는데 박제가만은 오히려 이덕무의 단 음식을 훔쳐 먹어, 이덕무가 그를 원망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양반들이 좋아한 두 번째는 등산!
특히 금강산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명산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등산에 등골이 휘는 것은 승려들로, 그들을 업거나 가마에 태우고 산을 타고 또한 음식 및 가이드 와 온갖 시중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세 번째는 반려동물,
고양이부터 학, 비둘기에 그림으로만 즐기는 봉황까지 다양했다고.
그리고 네 번째는 꽃, 특히 매화는 선비를 상징해서 비싼 돈에 거래되기도 했고, 이정귀가 중국사신과 바둑내기로 얻어온 홍매화는 이정귀의 호를 따서 월사매로 불렸다고 한다. 그들은 꽃을 바라보며 즐기고, 두 번째는 그림자를 보며 즐기고, 세 번째는 그림자를 따라 그리며 즐겼다고 한다.
다섯 번째는 시험.
생원, 진사시 문과 초시 등 모두 1등을 해서 삼장원공이라 불린 이석형, 9번 장원급제를 해서 구도장원공이라 불린 이이 등은 시험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여섯 번째는 집
일곱 번째는 계모임
여덟 번째는 명나라에 분 한류바람이다. 명나라에서 우리나라 시가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특히 이정귀, 그리고 베트남과 유구국까지 알려진 이수광 등.
그리고 허난설헌, 허균의 누이로 그 당시 명나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선비는 제약이 많았다. 음식이나 그 외 모든 것을 탐해선 안되며, 청렴결백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인간의 본성이 어디 그런가. 맛있는 것이 좋고, 아름다운 것에 더 손이 가며, 사사로운 문장을 쓰면서 느끼는 즐거움, 여행을 통해서 얻는 일탈.
조선시대 선비들의 인간다움과 속내를 알 수 있는 책이다.
아침이면 세수하고 문을 열고놓고 책을 읽으며, 마당의 학을 보고, 저녁이면 친구들과 매화를 감상하며 술 한 잔 하는 것. 큰 맘 먹고 친구들과 산에 오르고, 동갑계를 하며 경조사를 챙기고, 가문을 위해 과거시험을 준비하며, 강변에서 고기도 구워먹는 그들의 삶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정원 안에 대나무 숲 우거지고, 뜰에 꽃나무 줄지어 있으니, 봄의꽃과 가을의 열매, 여름의 그늘과 겨울의 푸르름 모두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속세의 먼지 그물망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물외外의 경지에서 노닐 수 있을 것이니, 이제는 얻고 잃는 것이 마음 쓰이지 않고, 옳고 그름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에 순채국과 농어회로 입맛을 맞추고 거문고와 책으로 정신을 수양할 수 있을 것이다."
명나라 말기에 음식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면서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요리법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잔인한 음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원숭이를 탁자에 붙잡아 놓고 두개골을 잘라 그 골을 퍼먹으며 원숭이가 지르는 비명을 즐겼고, 살아있는오리를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 오리가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모습과그 비명을 즐기며 오리 발바닥 구이를 먹었다. 인간이 맛있는 음식과 귀한 음식에 점점 더 욕심을 부리다 보면 잔인한 음식까지 즐기게 되는 것이다. 욕심은 끝이 없고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방법도 상상을 초월한다. 먹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먹지 않으면 죽고, 영양을 고루 섭취하지 않으면 병이 든다. 그러나 허기를 채우기 위한 목적으로만 음식을 먹는 것은 아니다. 이왕 먹는 것, 좀 더 맛있는 음식을먹으면 좋지 않은가. 그러나 그 맛을 정신없이 찾다보면 맛의 노예가 될수도 있다. 어떤 부자가 임연수 껍질 맛에 빠져 임연수 껍질에 밥 싸먹다가 3년 만에 가산을 탕진했다는 말이 있다. 맛에 탐닉하다보면 재산 탕진은 기본이요 자신의 영혼까지도 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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