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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 - 강박과 사랑 그리고 예술
엘리사 마첼라리 지음, 김희진 옮김 / 미메시스 / 2021년 9월
평점 :
꽃들이 말을 건다. 낭만적이고 소녀다운 이야기같지만 쿠사마 야오이에겐 공포와 강박증의 시작이었다. 수많은 꽃들의 외침, 온갖 것들이 야오이를 향해 말들을 내뱉았고 귀를 울리는 그 두려운 말들을 잊으려 그림을 그렸다. 행복하지 못했던 엄마는 딸인 야오이에게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했다. 그리고 야오이는 어린시절 아빠의 바람을 목격했다. 그림은 남자나 그리는 것, 쓸모없는 여자애라 불리는 이 곳, 여자를 옭아매는 이 곳에서 그녀는 탈출해야 했다. 그렇게 떠나 온 뉴욕, 여전히 영혼이 신체를 떠나 어딘가로 가버릴 것 같은 두려움, 공황은 두려웠지만 그래도 이 곳에선 예술을 할 수 있었다. 마음껏 자신의 두려움을 더 많이 노출시키고 작품으로 만들며 스스로를 치료했다. 거침없이 점들을 쌓으며, 점들을 그리며 세상의 모든 억압과 전쟁 등 부조리에 맞섰다.
그녀의 예술은 캔버스로 옷 위로 나체의 사람들 위로 그리고 세상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여전히 병들어 있었다. 환시와 공황, 신체를 떠난 듯 자신이 제3자처럼 느껴지는 그 모호함들이 그녀의 영혼을, 예민하고 세심한 그녀의 영혼을 닳아 없애는 듯했다. 다시 돌아온 조국은 그녀에겐 여전히 낯설고 닫힌 공간, 그녀는 정신병동에서 자살충동과 우울증에 맞서 싸웠다. 그녀의 무기는 그녀의 그림뿐, 그럭저럭 그녀는 승리했다. 조금은 달라진 그녀의 조국에서도 그녀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그녀를 잊은 듯했던 뉴욕도 그녀를 다시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비틀거리는 정신으로 여전히 아픈 마음으로 그녀는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그녀의 점들, 그녀가 만든 세상은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꿈과 환상만 주는 것은 아니다. 치열하게 살아남은 야요이의 전리품이다.
백인도 아니다
남성도 아니다
히피와 자유로운 영혼을 말하지만 그 속에 여자는 예외다
팝아트의 선구자이며 그녀의 퍼포먼스와 작품은 새로움이었다. 그럼에도 앤디워홀 등 남성예술가들이 주류였다. 그녀는 수백개의 말랑한 남근형상들을 가득 채운 작품들로 그들의 세계를 조롱했다. 자신을 도와준 루초 폰타나( 이탈리아 화가조각가) 에게 남근장식이 가득 담긴 슈트케이스를 선물했다.
어릴 적의 학대경험과 강박증 그녀 평생을 괴롭힌 정신적 문제들을 그림으로 치유하며 맞섰다
여성이자 동양인이며 강박증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가진 비주류의 그녀는 자신의 방식으로 온 힘을 다해 세상과 싸운 것.
“나는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살아왔다. 앞으로도 나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
( 그래픽노블, 작가와 작가의 정신세계 그리고 작품들을 정말 잘 표현했다. 무수히 많은 말들이 그림으로 선으로 점으로 빼곡히 쓰인 만화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