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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랜드 ㅣ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작품이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억압의 또 다른 형태 포르노
여자들은 할 줄 아는게 없어. 여자들에겐 못 맡겨.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교육받고 갇혀 지내던 여자들이, 2차대전이 일어나자 억압하던 남성들에 의해 다시 한번 처지가 바뀐다.
밖으로 나와, 너네들도 할 수 있어, 어서 무기를 만들어, 다리를 건설해...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남자들은, 후방에서 자신들을 지켜준 동지들을 아주 잔인하고 야비하게 배신한다.
칭찬대신 질책, 그리고 의심의 눈빛.
남자들보다 더 잘 해낸 일처리와 능력을 보여준 동지들에겐, 꽃뱀이니 뭐니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야비한 수단의 이름짓기를 통해 밟으며, 자신들의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
여성들의 힘을 통해 위기감을 느끼고 남성들의 힘을 되찾자는데 앞장 선 것이 바로 <플레이보이> <허슬러> 등의 잡지들과 포르노다.
여러명의 여자들을 거느린 남자, 감정적인 면을 빼고 여성에게 쾌락만을 추구하는 남자의 이미지는 위기감으로 불안정했던 그들에게 만족과 위안을 준다.
포르노의 이야기는 결국 여성에 대한 위협과 경멸, 멸시가 함께 하는 폭력의 이야기다.
그 어떤 서사도 없다. 그저 폭력 폭력, 그리고 인간성의 말살.
여성이 도구이길 바라면서, 죄책감을 덜기 위해 나쁜 년이길 바라기도 한다. 그런 일을 당할수록 좋아하는 여자, 그런 일을 당해도 좋은 여자.
그런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가장 끔찍한 폭력앞에 쾌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는 건, 그들이 만들어 낸 가장 더러운 허상이다.
봄방학을 맞이해서 한껏 신난 아직 어린 여대생들을 교묘하게 꼬드기거나 부추긴 후, 결코 아니요라고 말할 수 없는 공포심(불균형한 권력관계에서 오는)등을 심어주며 영상을 촬영한다.
마치 금방이라도 셀럽이 될 듯, 혹은 망설이는 이에게 이제 너도 어른이니 괜찮아 등의 추임새를 넣어 결국 돈을 버는 도구로 활용한다.
아직 어린데다 술에 취한 여대생들은 옷을 벗고 촬영에 임하며, 기념품인 탱크탑이나 모자를 챙겨들고 망연자실 한다. 한 번의 실수 혹은 부추김으로 그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아무 문제되지 않는다. 동의했다는 이유로 여대생의 동영상은 <걸스 곤 와일드>란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들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줄뿐이다.
이 문제를 미드인 CSI마이애미편에서 다룬적이 있다. 혐오스런 촬영기법, 철저하게 여성의 일정 부위만을 찍어대는 모습과 치근덕거림, 묘한 뉘앙스와 그루밍...그 회차를 보면서 뻔뻔한 그들의 행태에 분노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는 포르노 스타에 대한 허상 또한 다룬다. 돈을 벌고 셀럽이 되고 멋진 저택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살아간다?는 건 결국 또 다른 희생자들을 세뇌시켜 자발적으로 이 곳으로 걸어오게 한다. 그리고 빠져나갈 수 없는 모래지옥같은 곳.
성폭력과 강간을 돈 주고 보는 이들도 범죄자다.
웃긴 건 이런 포르노에도 온갖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보다 보면 배우게 되고, 흉내내게 된다.
포르노는 숨기지도 않는다. 대놓고 강간과 성폭력, 여성을 인간이 아닌 도구로 보면서 비인간화하는 것, 좀 더 강력하고 자극적인 걸 원하게 만드는 것,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멸시...를 돈까지 줘가며 배우고 습득하는 걸, 그저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는 말로 쉽게 용서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
원래 그런건 없다. 남자들이라면 으레 이런거 쯤은 봐야지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내 소중한 가족이나 아이에게 강간과 폭력, 인간의 도구화와 끔찍한 인간성의 죽음을 습득하고 반복학습하라는 이들이 있을까.
거기다 그 대상이 어린 아이부터 근친상간, 평상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성적대상화하고 결국 폭력과 억압으로 마무리되는 서사를...
(클릭 한 번으로, 거기다 결제는 카드에 아이디란 익명성까지 예전보다 훨씬 접근하기 좋은 환경이다. 자극적인 장면들은 쉽게 중독되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다. 독재정권에서 포르노나 야한 영화들에 대한 검열을 느슨하게 하는 이유도 그럴 것이다.)
한국의 N번방 사건이 대만에까지 퍼졌다.
한국의 N번방 다큐를 보고 흉내낸 사건으로 그는 징역 106년을 선고받았다.
최소한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 절대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영원한 격리가 필요하다.
(엄마가 응급실로 실려가시고 수술하는 과정에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산통보다 더 아픈 병 중 하나라는데...그래서인지 수술하고 나셔서 엄마가 웃으신다. 수술한 것도 아플텐데 그 전 통증이 너무 심해서인지 수술하고 나니 좋다신다...코로나로 오도가도 못하고 병실에 붙잡혀 있으면서 남편에게 책을 좀 갖다달라고 했더니. 떡 하니 포르노랜드랑 미키7을 갖고 왔다. 책상 위 아무거나 갖고 온 모양이다. 당신이 웃어넘긴 야동의 실체란 부제부터 병실에서 읽기엔 좀.... 누군가 놔두고 간 신문으로 표지를 감싸고 엄마가 잠든 사이 틈틈이 읽어내려가기엔 참 부적절한 책이었다. 그러고보면 소문만 들었지 포르노를 한 번도 본 적은 없다. 한 대 맞은 느낌이다.. 남자애라면 통과의례처럼 생각하며 너그럽게 넘어가는 이들에게 해 줄 말이 많아졌다.)
"<걸스 곤 와일드>에 출연한 여자들과 얘기를 나눈 후 분명히 알게 된 점은 프랜시스와 촬영팀이 이들을 교묘히 조종하여 자기 상품을 위한 원재로로 이용하는 데 실로 전문가라는 사실이었다.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사실은 이들이 자신을 성적대상물로 보도록 하는 문화에 이미 길든 사태라는 점이다." 102페이지
"우리 몸이 우리의 적이 되고, 언제든지 뚱둥하게 터져 나올 수 있다고 위협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극도로 예민하게 경계해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건 길이 말하는 `나르시시즘적 시선`이며 이 시선은 너무나도 깊이 내재화되어 우리의 사고와 행위를 통제하는데 더는 외부적 힘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232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