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친구이신 작가님이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듣고,
음...아직 나는 오십이 아니니까 오십이 되면 읽어야지 하다가...
바람돌이님의 리뷰에 폭 빠져 땡투를 날리며 조금 이른감이 있는, 젊은 나이임에도 이 책을 읽게 되었다.(이 부분을 강조하며 밑줄 긋고, 무지개 표시도 하고 싶다!!!)
도스토옙프스키, 톨스토이....하면서 작가님의 ‘시베리아의 남자’라 쓴 말에 빵 터지고 말았다.
그들의 소설과 함께, 자주 배경으로 등장하는 시베리아의 역사에 대한 책을 함께 알려주는 형식이다.
사형보다 시베리아 유형이 더 많았던 이유는, 일단 사회에서 격리가 가능하며 공짜노동으로 기간 시설(철도 등)을 마련할 수 있고, 시베리아는 러시아땅임을 주변국에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매일 매일 노동을 해야 하는 그들의 유형지에서의 삶이 바로 러시아 정부의 공짜노동으로 기간시설을 마련하려는 큰 그림이었던 것.
그래서인지 19세기 시베리아에 필요한 각종 공사가 완성된 후에는 유배형이 줄었다고 한다.
화려한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러나 그 이면엔 도시건설과 청동 기마상등을 만들어야 했던 노동자와 죄수의 고통을 쓴 푸시킨과 고골.
미국인에게 희망, 향수, 그리고 절망까지 다양한 감정을 안겨주었던 <분노의 포도> 속 66번 국도.
(그러고보면 미국의 소설이나 영화엔 끝도 없고 우울한 느낌의 도로가 자주 등장한다. 왜 그 흔한 휴게소도 잘 없는거며, 가끔 만나는 휴게소마저 꼭 범죄의 온상이나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걸까. 끝도 없을 것 같은 그 낡고 스산한 도로와 그 주변의 삭막한 풍경은 인간의 삶과도 닮아있다. 그래서 꾸준히 소재로 만들어지는걸까. 그 길은 인간의 삶처럼 고독하고 더럽고 두렵지만, 가끔은 인연을 만나기도 하지만 결국엔 회전초마냥 바람따라 흩어져 버리기도 한다.)
<수도원의 비망록>은 <수도원의 역사> 책과 함께 소개된다. 아시아의 토착문화수용과 관련해서 예수회와 도미니크 수도회의 반목부분에선 엔도 슈샤쿠의<사무라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맨스필드 파크>에서 언급되는 노에무역과 관련해선 터너의 <노예선>그림이 떠올랐다.
정확한 작품명은 <폭풍우가 밀려오자 죽거나 죽어가는 이들을 바다로 던지는 노예상인들>이다. 노예상인들은 노예를 상품으로 보고 보험에 가입했는데, 다치고 상품성 떨어지는 노예보단 죽은 노예를 통해 받게되는 보험금이 더 커지자,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노예들을 바다에 수장시켜 버린 것이다. 산채로 던져진 노예들의 고통스런 모습, 피비린내를 풍기는 듯한 붉은 석양.
<춘향전>을 통해 본 과거시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
나 또한 성인이 되고 난 후 민음사편으로 본 <춘향전>은 상당히 충격이었다. 성적인 해학과 풍자가 너무 당당하고 뻔뻔하다고 할까...이건 애들용이 아니야 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마담 보바리> 속 욕망과 관련된 음식이야기.
귀족들의 복잡한 에티켓과 과하게 호화스러운 음식 속에 숨은 우월감, 서민들에 대한 경멸,
마담 보바리가 너무나 갖고 싶어하지만, 속할 수 없어 느꼈던 좌절감.
다양한 음식 중에 파인애플에 특히 관심이 갔던 이유는, 그 당시 파인애플은 가격이 너무나 비싸지만 인기 또한 엄청나서, 파인애플 대여업이 성행했다고 읽은 기억 때문이다.
저 파인애플도 빌려온걸까에서 시작해서, 혹여 누군가가 저 파인애플을 먹어버린다면 누가 물어줘야 할까. 주인과 먹은자가 반반? 대여용이라고 말하지 않은 주인이 7?
아니면 보바리시대쯤 되면 가격이 내려가진 않았을까.
이래서야 에로틱하기는 애저녁에 글렀다... 파인애플만 머리에 동동 뜬다.
이외에도 레베카, 고양이와 개, 호텔과 요가,해변의 카프카 등등 다양한 책들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런 소설책을 읽는데 깊이와 재미를 더해 줄 책들이 함께 소개되는 좋은 책이다.
오십은 아니지만 읽기를 잘했다.
(작가님은 딸바보로 유명하다. 나는 딸바보는 아주 자랑스러운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아들바보는 주변에 잘 없다. 아들은 ....키워보면 알겠지만 그냥...바보다.
<문제가 생긴다. 아무 말 없이 방에 들어간다.
고기를 굽니다.
철옹성같던 방문이 열린다. 조용히 젓가락을 드는 소리....
고기를 먹으면 뭔가 단전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엄마. 미안."
"그래."
끝이다...소고기면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난다.>
그런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책이야기를 쓰신 건 아닐까 한다. 함께 읽고 싶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딸바보로 유명하시니까 그 속에 담긴 정성은 아주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