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들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노년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92 죽음? 그래! 오고 있어.

이 문장을 읽은 며칠 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어서 92 라는 숫자가 강하게 남아있다.
엄마 보러 갈때면 그림책을 챙기게 된다. 책은 읽어드려도 집중할 수 있을 것같지는 않고,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 나누면 엄마의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조금은 늦출 수 있지 않을까해서다.
엄마, 새 집으로 이사하나봐. 페인트칠 하고 있네.
(두 번째 읽으면서 이 그림을 보고 물었다. 엄마 뭐하고 있다고? 페인트칠 한다면서)
내 신혼집 꾸미던 시절, 엄마의 환한 웃음이 생각난다.

엄마, 이건 사진 찍는거야.
(요즘 아이들을 만나면 꼭 인생 네컷 사진을 찍는다. 이것이 은근히 재미있고,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엄마랑 이런 사진 찍어 본적이 없다. 같이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올까?
재미있겠다. 해보자.)

엄마, 비행기 타고 여행 가네. 엄마 미국 갔던 거 생각나요?
(몰라. 동생네에 세 번이나 다녀오셨는데, 잊으셨나보다.)

엄마랑 나랑 ㅇㅇ다. 셋이서 나란이 손 잡고 걷고싶은데, 그건 이제 불가능해져버렸다.
할 수 있을 때 많이 할걸.

엄마, 우리 애들이랑 많이 놀아줬쟎아.
직장을 다니는 동안 엄마가 아이를 맡아주셨다.
퇴근하고 돌아가면 부쩍 성장하는 아들을 만나고 놀랐다.
항상 책을 읽어주시니 4살이었을때 아들은 한글을 다 뗐다.
엄마 덕분에 맘 편하게 직장 다닐 수 있었고 아이들도 잘 자랐다.
(ㅇㅇ 이 지금 뭐한다고? 아이고 벌써 돈을 벌어? 좀 더 놀아도 되는데.)
몇 번을 이야기아는데도 자꾸 잊으신다. 벌써 직장인이라는 것을.

엄마도 휠체어 타쟎아. 우리 엄마가 왜? 급 우울해졌다. 이젠 휠체어 타는 것도 조심해야 된다.
(나 혼자 잘 걷는데 무슨 휠체어를 타)

78 새로운 기계 사용법을 배울 수도 있어.
새로운 기계 사용법을 배울 수도 있는 78살인데 엄마 왜 이러고 있어요?
받아들이고 내려놓으라는데 그것이 참 쉽지가 않다.
97살 생일 맞을 수 있을까?
다가오는 생일이라도 병원이 아닌 집에서 즐겁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