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최근의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시지만 오래 전 일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계신다.

예전에 내 이름을 짓게 된 이유를 들려주신 적이 있었다.

잘 기억해두고 싶어서 다시 한 번 여쭤봤다.


엄마 내 이름을 왜 **으로 지었다고 했지?

처녀 적에 숙모집에 놀러 갔는데, 세들어 살던 집 아이 이름이 ** 이었어.

나중에 결혼해서 딸을 낳으면 꼭 **이라고 지을거라고 생각했지.


할아버지가 이름 지어주신다고 안했어? 엄마가 원하는대로 지었네.

딸이라고 이름 지어줄 생각 안하셔서 그랬지.


다행이네. 작명소 가서 지어주실 것도 아니면서 이상한 이름 지어주셨으면 어쩔뻔했어.



내 밑으로 남동생 둘은 그래도 동네 어른께 부탁해서 지으셨다고 했다.

딸이라고 차별을 하셨군.


내 이름은 정말 흔하지만 엄마가 지어준 내 이름 정말 좋다. 


어제는 사진 속 손자들을 누구냐고 물으셨다.

깜짝 놀라서 엄마 난 누구야? 했더니,

우리 딸 **이지. 하셨다.

우리 엄마 표정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이 시간이 아주 아주 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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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이 나왔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오른쪽 책이다.

얼마 전 간단한 포스팅을 하면서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은 읽지 않았다고 읽어야겠다고 했었다.

그래서 꺼내 들었는데 뭔가 낯익다.

2023년도에 읽고 한줄평까지 야뮤지게 남겨뒀군.

살인자까지 맞췄다는 코멘트까지 달려있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읽는걸로. 지금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


어쨌거나 내가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 등장해서 소소한 재미를 느꼈다.


"어쨌거나 누군가 그걸 신었거나 썼다는 이유로 한낱 물건을 가지고 이렇게 야단 법석을 떤다는 것이 제게는 어이없는 일 같아요. 지금 현재 입거나 쓰는 것도 아니쟎아요. 조지 엘리엇이 [플로스 강변의 물방앗간]을 쓸 때 사용했다는 저 펜은 그냥 하나의 펜일 뿐이에요. 조지 엘리엇을 좋아한다면 염가판 [플로스 강변의 물방앗간[을 사서 읽으면 되는 거죠."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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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0 17: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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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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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2023년에 딸과 함께 책을 읽고 영화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날이 오긴 오는구나. 세월이 너무 빠른 것이 조금 못마땅하긴 하지만 흐르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으니 영화 보게 된 것으로 만족해야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밌었다. 우주, 외계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함께 공존해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세지가 좋았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은 후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싶어 예전에 썼던 리뷰를 읽어봤다. 시간이 흐른 후 리뷰를 읽다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재미가 있다. 알라딘에는 남기지 않은 리뷰라 옮겨 둔다.


(2023.9.6)

침대 위에서 눈을 뜬 한 남자. 들려오는 것은 컴퓨터 소리뿐. 컴퓨터가 질문을 해왔다. "2더하기 2는 무엇입니까? " 반복되는 질문을 들으며 또 잠에 빠졌다가 힘겹게 눈을 떴다. 왜 그곳에 있는지 깨어난 남자는 알 수가 없었지만, 차츰 차츰 알아갔다. 자신은 우주선 헤일메리호에 있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임무 수행중이라는 것. 코마상태였기에 기억은 뒤죽박죽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기억을 하나 하나 되살려가는 과정으로 그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 지를 독자는 알 수가 있는 전개였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상황설정이 궁금증을 유발하고 더 집중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다. 

 태양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지구는 빙하기에 접어들어 30여년이 지나면 세계 멸망에 접어들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계 과학자들이 공조하여 연구를 시작했고, 헤일메리호를 우주로 보내게 되었다. 해결 방법을 찾아서 돌아와야하는 사명을 띠게 된 주인공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그가 썼던 논문이 비난을 받으면서 학계에서 물러나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이들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평범한 선생님. 그런데, 그를 물러나게 했던 그 논문 덕분에(?)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고, 결국 우주까지 가게 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헤일메리호가 우주로 향하는 그 순간까지 지구인들의 노력은 치열했다. 인간을 살리기위한 연구를 하던 기후학자가 지구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핵을 터뜨려야했던 순간에서는 과학자의 딜레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레이스는 연구를 하는 것은 좋아했지만 우주선을 타는 것은 자살임무였기 때문에 원하지 않았다. 영웅의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우주로 향하게 되는 그레이스가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였다. 용감무쌍한 영웅만이 지구를 구하는 것은 아니었다. 

 3명의 승조원 중 살아남은 이는 그레이스 혼자. 지구의 운명이 자신 한 사람에 달려있다는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있지만 해야할 일을 해나갔다. 그런 그에게 외계인 친구가 생겼다. 그레이스와 똑같은 임무를 띠고 고향을 떠난 '로키'. 대화 방법을 찾아내어 의사소통을 하게 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연구하고 해답을 찾아내어 각자의 별을 살리기 위해 헤어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구로 향하던 그레이스는 커다란 문제를 발견했지만 해결했다. 하지만, 문제는 로키였다. 로키와 로키 별을 구하기 위해 그는 지구로 돌아가 영웅으로 사는 것 대신 로키를 찾는 길을 선택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데이터는 비틀즈라는 이름의 우주선에 태워보낸 채. 로키를 돕기 위해 방향을 튼 그레이스. 비틀즈는 지구에 잘 도착해서 지구를 구할 수 있을지, 로키를 만나서 로키와 그의 행성을 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길.


사람을 살리는 것은 결국 선한 마음 아닐까? 자신의 안위가 먼저라면 절대로 누군가를 위해 나를 내놓을 수는 없다. 자신이 가르쳤던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유일한 외계인 친구 로키를 걱정하는 그 선한 마음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과학적인 용어들이 어렵긴 했지만, 혼잣말로 자신을 디스하기도 하고, 천재로 인식하기도 하면서 긍정적으로 행동해나가는 그레이스가 나를 웃게했다. 요즘 들려오는 뉴스들을 보면서 지구가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상이변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 우리들이다. 책에서처럼 누군가 우주로 나가서 해결책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지구에서의 생존은 불가능하게 될때 어떻게 될까? 성공여부를 떠나 자신은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책이나 영화 속에서는 그런 인물이 꼭 등장을 했다. 실제 상황이라고 해도 그런 사람이 있을거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은 그레이스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딸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먼저, 딸 고마워. <마션>과 리뷰어클럽 서평단 도서로 읽었던 <아르테미스>의 작가라는 것을. <아르테미스>가 기발한 소재이긴 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소설로 기억되는데, 이 책은 정말 좋았다. 라이언 고슬링 주연으로 영화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책 초반부터 빵빵 터지는 부분도 있고, 로키와의 우정 부분도 너무나 감동적이고, 그레이스가 매력적인 캐릭터라 영화화가 된다면 바로 달려가야지 했는데,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장면들이 어떤 화면으로 형상화될지도 기대가 된다. 영어 공부를 위한 문화센터에 가면서 영어 이름이 필요했는데, 망설임없이 바로 그레이스로 정했다. 그레이스, 넌 인류를 구했지?  난 영어회화의 세계에서 살아남아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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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0 1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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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5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유정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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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부서진 사월>을 읽게 된 건 책친구의 선택이었다. 덕분에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심상찮은데 내용 또한 무거웠다. 이스마일 카다레가 살아왔던 시기의 알바니아의 정치적 상황등 이러한 작품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지만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의 작품을 더 만나게 된다면 이해의 폭이 커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너무 욕심낼 수는 없을 것같다. '피에는 피'라는 관습법.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복수란 참을 수 없는 분노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감정을 찾을 수 없다. 그냥 법이 그러하니.....법을 어길 수는 없으니...나의 자유의지는 필요가 없다. 살인과 복수도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것처럼 내 생몀도 내것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말그대로 복수를 함과 동시에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거였다. 왜 제목이 <부서진 사월>인지 짐작하게 된다.


피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은 삶이 조용하고 평안하다 할지라도, 한편으로슨 무미건조하며 무의미하리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는 복수와 상관없이 사는 몇몇 가족들을 떠올렸으나, 그들에게서 어떤 특별한 행복의 징후를 발견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위험과 관계없는 그런 삶으로는 생명의 값어치를 알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덜 행복하리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p40



관습법에 따라 형의 복수를 마친 그조르그는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 법에 반감을 가지다가 결국 타협하고 만다. 반항적인 태도조차 그릇된 일인듯했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수긍해버린다면 변화는 일어날 수가 없다. 아무리 나쁜 것이라할지라도. 왜 이런 법이 생겨난 것일까? 복수의 대상만 되지 않는다면 편하게 살 수 있는 권한을 얻으니까? 이런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는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일뿐이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복수에 실패해도, 복수를 해도 세금을 내야했으니까.'피 관리인'이라고 불리는 마르크 우카시에르를 통해 그 관습법이 가지는 경제적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베시안은 그 관습법에 지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신혼여행으로 이 지역을 선택했다. 아내 디안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디안과 그조르그는 우연한 만남을 가지게 되는데, 사실, 그것이 무언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상상했다. 하지만, 그조르그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다.소설에서 디안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마르크 우카시에르의 입을 빌면 여자는 관습법의 영향력에서 제외되어있었는데,관습법이 퇴색되고 해체되어가고 있는 것이 여자들에 의해서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관습법에 호기심으로 접근한 베시안에 대한 단순한 저주로 작용하는지, 관습법을 무너뜨릴 수 있는 매개체로서 등장을 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고대로부터 전승되어온 알바니아 고유의 관습법 '카눈' 끊임없이 반복되는 피의 복수는 무엇을 위함인가? 라는 문장이 책 뒷표지에 적혀있었다. 그것도 물론 궁금하지만, 이스마일 카다레가 왜 그것을 소재로 이 책을 썼을까를 이해하고싶다. 공부가 필요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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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0 1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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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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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SNS를 통해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가 끌려서 주문을 하고, 예전에 읽었던 그의 책들을 훑어보았더. <향수>,<좀머씨 이야기>, <콘트라베이스>, <비둘기>. 4권을 읽었다. 아마, <좀머씨 이야기>를 가장 먼저 만났던 것같다. <향수>를 읽고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아싶었으니까. <비둘기>를 읽고 썼던 리뷰가 다른 온라인 서점에 있었다. 다시 읽으면 어떤 리뷰를 쓰게 될지 모르겠지만, 다시 옮겨보면서 그때의 감동을 떠올려봤다.



2018.1.15 (지금은 절판된 책으로 읽었다)


<콘트라베이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쥐스킨트의 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한 사람의 심리와 행동을 이렇게 세밀하게 묘사해낼 수 있다니. 주인공과 함께 긴장하고, 분노하고, 그의 감정에 동조하면서 읽어내려가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책장을 덮기도 전에 다른 소설도 찾아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될 정도로. 힘들게 쌓아올린 누군가의 평화로운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래서, 주인공이 큰 산을 만났을때 제발 굴복하지 말기를, 잘 극복해나가기를 바라게 되는데, 조나단 노엘을 만난 순간 딱 그랬다.

 

 유년기에 부모를 잃었으며, 먼 친척 아저씨에 의해 3년동안의 군생활을 했으며, 동생과도 헤어졌다. 아저씨가 정해준 사람과 결혼도 했지만, 그녀는 딴 남자랑 떠나버렸다. 그는 사람들을 절대로 믿을 수 없고, 그들을 멀리 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난생 처음으로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게 되었다. 저금해 두었던 돈을 찾아서 파리로 떠났던 것. 다행이 은행의 경비원으로도 취직이 되었고, <코딱지만한 방> 하나도 얻었다. 그 이후로 30여년을 무탈하게 살아왔다. 1984년 8월 어느 금요일 아침에 방 문을 연 순간 복도에 있던 비둘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비둘기가 왜 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설명이 되지 않는 공포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그러한 공포스러운 감정을 주는 대상을 만나는 것이 덕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른다.

 

 비둘기는 그의 일생에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을만한 공간이기에 단 한순간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방을 버리고, 짐을 챙겨서 나올만큼 커다란 공포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책장을 덮은 다음에는 확실하게 비둘기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의 1박 2일을 한번 따라가보자.  평소 건물내에서 누군가와도 부딫히고 싶어하지 않던 그는 간단한 인사만 하고 지내던 집 청소와 관리를 하던 로카르 부인과 대화를 나눈다. 항상 감시하는 눈초리를 보내는 그녀에게 솟아나는 분노를 표출하기 위함이었는데, 가까이 마주한 순간 주택관리 규정과 함께 비둘기가 있음을 알리고 청소를 부탁한거였다. 평소라면 전혀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멀리서만 보던 그녀를 가까이에서 봄으로써 그녀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된거였는데, 좀더 가까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사람 자체를 믿지 않았고, 자신의 일상이 깨어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던 그에게는 커다란 일탈이었던 셈이다.

 

 비둘기를 만난 휴유증은 은행에 출근한 후에도 평소의 그답지 않은 실수를 하게 하고, 그 실수로 인하여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공원에서 만난 거지와 같은 상황에 처해지지는 않을지 끊임없이 두려워한다. 실수로 바지에 구멍이 나기도 했는데, 당장 수선이 어려워 스카치테이프로 붙이고 오후 근무를 한다. 스카치테이프를 가리려하다보니 평소에 자신이 경멸하던 경비원들처럼 무뚝뚝한 표정이 되어버렸고, 그것은 자신에 대한 증오심을 불러 일으켰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분노가 끓어 넘쳤다. 30여년 동안 그는 누군가와 제대로 대화를 해본 적도, 누군가에게 분노를 표출해본 적도 없이 살아왔던 것 같았다. 그랬던 그였기에 비록, 그 대상들에게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고, 마음 속으로만 분노한 것이었을지라도, 그 장면들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였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는 가지 못한채 호텔로 간다. 관처럼 생긴 호텔방에서 정성들여 식사를 하고 [내일 자살해야지]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조나단은 어둠이 가득찬 방에서 그가 다른 사람들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말을 내뱉으려던 순간 두드림의 소리를 들었다. 빗소리였다. 빗소리를 한참 듣던 그는 호텔 밖으로 나갔다. 비둘기가 뜻하지 않게 공포를 안겨주어 자신을 들여다보게 했다면, 빗소리는 그를 세상 속으로 다시 끌어내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유 속으로 걸어 나갔다. (중략)  그는 젖은 평평한 신발을 가차없이 철벅거렸고, 물이 한쪽은 가게의 쇼윈도로 또 한쪽은 주차된 자동차로 튀었으며, 입고 있던 바짓가랑이로도 튀었다. 정말 신나는 짓이었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하는 그런 지저분한 유희를 다시 되찾은 대단한 자유라도 된다는 듯이 즐겼다. 플랑슈 가에 도착하여 집의 대문을 들어서고, 잠겨 있는 로카르 부인의 숙소를 잽사게 지나 뒷마당을 가로지르고, 좁다른 뒤 계단을 올라갈 때도 그는 여전히 활기찼고 행복했다. -p 107

 

 복도는 완전히 비어 있었다. 비둘기는 흔적도 없었다. 바닥의 오물도 다 치워져 있었다. 깃털도 없었다. 붉은 색 타일 위에서 바들바들 떨리던 작은 깃털도 보이지 않았다. - p 109

 

 로카르 부인이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깔끔하게 치워두었다. 공포를 안겨줬던 비둘기는 사라졌고, 인간에 대한 신뢰는 다시금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자신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을 공포로 다가왔던 비둘기는 조나단에게 남아 있는 날들에 선물같이 날아든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비둘기의 등장으로 조마조마했던 내 마음은 '어느덧, 비둘기야 고마워!' 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나단 , 무너지지 않고 더 밝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야'라는 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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