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서 이 책을 넘겨봤을 때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이의 이야기가 보였다. 그래서, 무작정 대출했다. 엄마의 요양원 생활이 떠올라서. 단지 그뿐이었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아주 작은 마을 밀리의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삼 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스물 한 살 쥐스틴이 주인공이다. 입소자인 엘렌의 이야기를 듣고 노트에 기록했다. 나중에 그 노트는 엘렌의 손자에게 전해진다. 노트에 쓰여진 엘렌의 삶, 쥐스틴의 가정사와 요양보호사로서의 생활이 소설의 커다란 축을 이루고 있었다. 


쥐스틴의 일상을 따라가다보면 요양원에서 노년을 보내는 이들의 삶을 볼 수 있다. 이미, 나는 알고 있다. 엄마도 4개월 동안 그 시간을 보냈으니까. 책 속 대부분의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기억이 흐릿하거나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고, 찾아오는 이들도 거의 없었다. 거의 매일 찾아가는 내가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딸들이 부모를 잘 챙기는 모습은 번번이 놀랍다. 어렸을 때 나는 아들을 원했지만,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일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아들들은 아주 드물게 얼굴을 내비칠 뿐이다. 왕왕 아내를 동반하고서. 반면에 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온다.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대부분은 아들만 둔 이들이다. -p 214



우리도 이런 인식을 하고 있지만 프랑스가 배경인 소설에서 이런 글을 만나니, 어느 나라건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거의 부모를 찾지 않는 보호자에게 '당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라는 거짓 전화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요양원으로 몰려온 가족들이 실망하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는데, 비단 소설 속 장면만은 아닐것이다싶다. 허위 전화를 건 인물의 정체가 뜻밖이었다. 


난 엄마가 겹쳐보여서 요양원 생활이 흘려봐지지는 않았다. 쥐스틴은 노인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한 사람의 인생은 수많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지 않을까? 쥐스틴은 그 중 한 사람 엘렌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런 사람이 있어 한 사람의 삶이 그를 사랑하는 이들의 기억에 고스란히 남아있게 되었다. 엘렌과 뤼시앵의 사랑이야기는 가슴 시리면서도 아름답다. 아팠지만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고 싶다. 쥐스틴의 가정사는 뭐라고 해야할까? 약간의 미스테리가 남아있다. 쥐스틴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전해질까 궁금해지는 부분이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이상하게도 '발레리 페랭'이라는 이름이 자꾸 눈에 띄었다. 


평범하고 소외된 이들이 저마다 품고 있는 흥미로운 삶의 여정과 숨겨진 진실에 따뜻한 빛을 밝힌다. 여기에 유려하고 리드미컬한 문체, 궁금증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서사적 감각을 발휘하여, 발표하는 소설마다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 책날개



 공감할 수 있는 글이었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절대 펼쳐보지 않았을 책이었는데, 좋은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이 높은 것도 아니면서도, 감동은 가득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 텔링. <비올레트, 묘지지기>라는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궁금해하고, 물어봐주고,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있어 한 사람의 일생이 사라지지않고 남을 수 있었다. 사라져가는 기억을 자신의 힘으로 잡을 수 없는 이들. 그들에게 귀 기울여줄 누군가가 있다면 괜찮은 인생일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남 산청 한옥 카페 소북엘 다녀왔다.

카페에는 밀당 책방이라는 작은 책방도 있었다.

요거트 앞에 놓고 먹다가 책구경 하다가 1시간 정도 머물다가 나왔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책 명상록을 샀다.

마음 복잡할 때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6-06-26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6-26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6-06-28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옥 카페와 책방이 있군요 책방 예쁩니다 저런 곳 잘 되기를 바랍니다 예뻐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갈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사랑을 배운다 메리 웨스트매콧 컬렉션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 10월에 책을 읽고 남긴 리뷰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새로운 책을 읽는듯 내용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으니 기억이 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고 합리화를 해보지만 뭔가 씁쓸해. 이렇게 기억을 못할 수가 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수많은 추리소설보다 감히 더 좋아하는 시리즈라고 말하면서. 두 번째 개정판이 나오면서 다시 읽어보겠다고 맘 먹었는데 다시 읽길 잘했다. 


오빠의 죽음 이후로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할거라고 기대했던 로라는 여동생 셜리가  태어나면서 그 기대는 무너져버렸다. 세례식을 하는 동안 셜리를 바닥에 떨어뜨려버릴까 생각하기도 하고,성당에 들어가 천국으로 빨리 데려가달라고 위험한 소원을 빌기도 했다. 하지만, 사고로 화재가 났을 때 셜리를 구해낸 이후로 로라는 셜리를 사랑하게 되었고, 평생 지켜줄거라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사랑을 빼앗겼다는 질투로 증오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무한한 사랑을 베푸는 것이 나을까? 한 가지 길을 갈 수 밖에 없으니 비교는 힘들겠지만, 결과적으로 사랑의 크기가 너무 커서 그것이 재앙을 불러온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하면 그것도 독이 될 수 있는 법이다.


넌 사랑을 주고만 싶지 받고 싶지는 않은 거란 말이다. 거기에 중요한 이유가 있지. 사랑받는다는 건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거니까. -p 104


로라 아버지의 지인이면서 로라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도 할 수 있는 볼독씨가 로라에게 한 말이다. 여자에 대해서 아주 냉소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사람이지만, 로라와 셜리에게는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인물이다. 로라가 진정 소유욕만으로 셜리를 대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거리를 두기 위해 좋은 학교로 보낼 생각도 했고, 헨리와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조금 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도 했지만, 듣지 않은 것은 셜리였다. 예전의 리뷰를 읽어보니 로라의 지나친 사랑에 대한 반감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로라 또한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짐을 지고 싶어하지 않았던 벌을 받은걸까?  물론, 셜리를 나약하고, 보호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인식해서 커다란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셜리의 잘못은 없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헨리를 사랑하는 방식에 있어서 로라가 셜리를 사랑하는 방식과도 닮아있다고도 보여졌기 때문이었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경고하셨죠. 참견하지 마라, 그러셨어요. 왜 우리는 자기가 남들에게 최선이 뭔지 안다고 생각할까요? -p 332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행하는 행동들은 전제를 깔고 있다. 너를 위해서, 너를 사랑하니까. 그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듯하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적정선일까? 


순간 그녀의 어깨가 거의 의식하지 못할 만큼 아주 살짝 내려갔다. 가벼운 짐 하나가 어깨에 얹어진 것 같았다. 로라는 처음으로 사랑의 무게를 느끼고 이해했다.......-p335


이렇게 무게로 측정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원제가 <The burden > 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가 사랑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스럽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그 짐을 조금만 덜어주고 나눠 갖는 것이 진정 사랑인걸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6-06-25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6-26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랑을 배운다 메리 웨스트매콧 컬렉션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사는 왜이리 복잡한 것인지. 타인에 대해 무한한 사랑을 베풀기보다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